[요약] 생물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는 역설적으로 손상되기가 쉽다. 그런데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DNA에서 돌연변이가 생기기 쉬운 부분 덕분에 동식물이 진화해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2019.1)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DNA에서 돌연변이가 생기기 쉬운 영역 덕분에 오히려 생물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끔 진화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출처 : Kathy Xie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약하디 약한’ DNA 덕분에 척추동물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진화해왔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미세한 돌연변이가 오랜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여 진화한 것이 아니라, 급격한 DNA 손상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동물과 식물 등 모든 생명체, 심지어 생물이 아닌 바이러스마저도 모든 정보가 유전물질 안에 담겨 있다. 대개 DNA 또는 RNA에 담겨 있는데, 고등생물인 척추동물은 모두 DNA와 RNA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DNA는 유전정보가 담긴 원본이며, RNA는 사본이다. 세포 핵 안에서 DNA는 RNA로 전사돼 핵 밖으로 나와 단백질을 만든다. 즉, 우리 세포는 중요한 원본을 직접 핵 밖으로 꺼내는 대신 같은 정보를 담은 사본을 만들어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셈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학계에서 끊이지 않는 의문은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DNA가 비교적 손상되기 쉽다는 것이다. 자외선이나 방사성 물질에 오랫동안 쬐었을 때 암을 비롯해 수많은 부작용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DNA에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손상되기 때문이다. 여러 환경적 요인이 DNA에 영향을 주거나, 심지어는 세포분열 시 DNA가 복제되는 과정 중에도 일부 영역이 사라질 수 있다.

돌연변이는 DNA에서 하나의 뉴클레오티드, 즉 염기서열이 바뀌는 현상이다. 염기서열에 따라 유전적인 정보가 바뀌면서 생물은 기존에 갖고 있던 특성을 잃거나, 새로운 특성을 얻기도 한다. 일부 염기서열이 바뀌므로 미미한 변화를 일으키지만, 돌연변이에 따라 신체 구조를 변화시키거나 신진대사 또는 뇌기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해당 생물의 존망을 결정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킹슬리 발달생물학과 교수와 함께 연구를 이끈 캐슬린 시이 연구원은 큰가시고기(threespine stickleback)의 세포에 인공 효모 염색체를 넣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후각지느러미의 골격이 형성되는 것과 관련 있는 특정 염기서열 부분이 이웃한 다른 서열에 비해 25~50배 더 자주 손상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포유류 세포에서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더니 뉴클레오티드 100개 이상 길이의 DNA가 사라졌다.

킹슬리 교수는 “DNA 중에서도 손상되기 쉬운 영역이 주변 다른 서열에 비해 훨씬 빠르게, 또는 극적으로 변이가 일어날 수 있는 일종의 ‘유전적인 핫스팟’을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같은 종끼리라도 이렇게 극적인 변이를 통해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체가 살아남으면서 진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돌연변이가 나타났을 때 오히려 환경적으로 다른 개체보다 훨씬 유리하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고, 결국 이런 쪽으로 진화해왔다는 얘기다.

이미 학계에서는 박테리아의 경우 DNA의 극적인 변화를 통해 환경에 적응하는 쪽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척추동물에서도 마찬가지 원리로 진화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킹슬리 교수는 “여러 개체나 여러 종에 걸쳐 동일한 유전자가 종종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증거들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DNA의 염기서열, 즉 생화학적인 수준에서 특정 유형의 돌연변이가 어떻게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지, 또한 이런 현상을 통해 생물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실마리를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DNA가 취약하다는 점이 때로는 특정 질병에 걸리는 등 한계도 있지만, 전체 생명의 역사를 고려하면 진화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1월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