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인간의 단백질분해효소복합체(proteasome·프로테아좀)가 단백질을 분해하는 순간을 포착한 상상도를 30일 표지에 실었다.
프로테아좀은 단백질 분해를 담당하는 거대한 분자기계다.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단백질을 인식하고 이를 분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분자기계는 빛이나 열, 산성도(pH) 변화 같은 외부 자극에 따라 회전, 전진을 하는 분자집합체다. 프로테아좀은 생체 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대표적인 분자기계 중 하나다.
프로테아좀이 어떤 단백질을 분해해야 할지 정해주는 체내 단백질이 있는데 이를 ‘유비퀴틴’이라고 한다. 프로테아좀은 생체에너지인 아데노신3인산(ATP)을 이용해 유비퀴틴을 제거하면서 해당 단백질을 복합체 안쪽으로 끌어들여 분해한다.
안드레스 드라페냐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원은 유비퀴틴이 제거되지 않도록 조절해 분해 대상 단백질을 ‘26S’로 불리는 프로테아좀 내부에 가두고, ATP 분자와 손상된 단백질을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으로 촬영했다. 단백질이 분해되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연구진은 프로테아좀을 구성하는 6개 분자모터가 ATP의 결합과 수산화 반응, 인산염 방출 과정 등을 어떻게 제어하는지 관찰하고 규명했다. 26S 프로테아좀이 진핵세포를 가진 생명체 내에서 단백질 분해를 통해 세포의 분열과 성장, 제거 등에 관여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조절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드라페냐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프로테아좀이라는 분자기계가 어떤 원리와 과정으로 작동하는지 밝혀낸 것으로, 단백질 분해와 세포 조절 연구는 물론이고 향후 원하는 기능을 갖춘 인공 분자기계를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단백질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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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거나 세포를 위험에 빠뜨리는 단백질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일이다.
이 작업은 단백질분해효소복합체(프로테아좀, proteasome)라고 불리는 작은 세포 나노기구(nanomachine)에 의해 수행된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과학자들은 프로테아좀이 어떻게 에너지를 기계운동으로 변환해 단백질을 풀어헤쳐 파괴하는지를 밝혀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1월 30일자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프로테아좀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을 억제하는 방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가브리엘 랜더(Gabriel Lander) 스크립스 연구소 캘리포니아 캠퍼스 부교수는 “프로테아좀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거나 세포 건강에 위협이 되는 단백질들을 처리하는 세포 장의사와 같다”고 말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프로테아좀의 효율이 떨어지면서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우 복잡한 프로테아좀의 구조
랜더 교수 연구실에서는 5년 넘게 프로테아좀의 내부 작업을 시각화하는데 연구를 집중해 왔다. 그 상당부분은 논문 공저자인 안드레아스 마틴(Andreas Martin)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와의 공동작업으로 수행했다.
프로테아좀은 그 비밀이 쉽게 밝혀지지 않아 한동안 생물학의 도전 과제 중 하나로 있어 왔다. 프로테아좀은 세포 안에서 가장 큰 기구 가운데 하나이지만, 하는 일에 비해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작다.
랜더 교수는 “달을 쳐다보면서 달 표면에 있는 거리표지판을 읽어보려 한다고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다루는 크기는 그 정도로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일을 하기 때문인지 프로테아좀의 구조는 매우 복잡하며, 모터를 비롯해 움직이는 부품들이 많이 들어있다.
저온 전자현미경으로 작동모습 포착
연구팀은 저온 전자현미경(cryo-electron microscopy)을 이용한 구조적 방법을 적용해 프로테아좀의 내부 작업들을 시각화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은 생물학적 복합체가 활동하는 중간에 이를 동결시켜 여러 가지 많은 형태들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논문 제1저자이자 랜더 교수실 박사후 연구원인 안드레스 에르난데즈 델 라 페냐(Andres Hernandez de la Peña) 박사는 “러시아워 때 붐비는 고속도로의 스냅샷을 찍는 것과 같다. 차에 동력을 공급하는 엔진은 점화상태가 모두 다르지만 수백만대를 관찰해 보면 엔진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모터가 작동하는 동안에 관찰해야 하고, 작동하는 모터를 정지시키거나 렌치를 사용해 시동을 끄는 구조적 방법도 사용해 볼 수 있다”며, “우리는 저온 전자현미경으로 프로테아좀이 타겟 단백질을 분해하기 위해 잡아당기면서 피스톤들이 펌핑하는 작동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세포의 연료공급원인 아데노신3인산(ATP) 분자가 어떻게 프로테아좀의 모터 안에서 동력을 일으켜 중앙채널을 통해 단백질들을 끌어오는지를 확인했다.
바늘 구멍을 통해 얽힌 실타래에서 실을 끌어오듯이 프로테아좀은 단백질들을 적절하게 위치시켜 실을 꿴 다음 단일하게 펼쳐진 가닥들을 분해 챔버로 공급했다.
“프로테아좀 효율적 작동법 개발이 과제”
이와 같이 프로테아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랜더 교수는 “프로테아좀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단백질처럼 매우 단단하게 접힌 단백질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즈 박사는 이 기전이 “암 치료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치료에 쓰이는 몇몇 약물들은 프로테아좀을 타겟으로 한다.
그는 “이런 약물들은 모터보다는 파쇄 칼날을 목표로 한다”며, “모터를 이해하게 됐으므로 우리는 더욱 잘 조절된 반응을 이끌어내고 다른 세포 기구들에서 발견된 유사한 모터들을 타겟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랜더 교수는 “이 연구 덕분에 우리는 훨씬 나은 기술자가 되었다”고 말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 몸 안의 프로테아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앞으로 더욱 잘 이해하는 한편, 이 프로테아좀을 기름칠 잘 된 기계처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방법을 알아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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