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8일 사람들이 세포 소기관과 유기분자, DNA 등을 거대 영사기에 넣고 있는 모습을 표지로 실었다. 영사기 밑에서 넣은 세포의 구성요소들은 빛을 받아 스크린 위에 영화 장면이 비치듯 암흑을 뚫고 크게 확대돼 주변을 비추고 있다. 최근 과학계는 세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에서 시작해 세포 하나를 완성해나가며 생명체의 다양한 현상을 연구하는 ‘상향식(Bottom Up·보텀업)세포생물학’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처는 세포막이나 리보솜, 미토콘드리아 같은 세포 소기관의 유사체를 만들고 연구하는 것부터 의료 목적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최근 새롭게 떠오른 보텀업 세포생물학을 특집으로 다뤘다. 네이처는 “세포는 개념적으로도 완벽히 분해될 수 없고, 분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정교하다”며 “이제 과학자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세포를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존에는 세포의 기능과 작동 기전을 연구할 때 기관에서 조직으로, 조직에서 세포로 다시 세포에서 세포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단순화하거나 분해해 나가는 하향식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최근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적으로 세포를 밑단에서부터 재구성할 수 있게 됐고, 이런 상향식 접근을 통해 이전에는 밝혀내지 못했던 복잡한 생명현상의 단서를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다.

인공세포를 만들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20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것이 다공성 인공 세포막이다. 신약 후보물질이나 독성물질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암 전이 과정을 규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유전자를 세포핵에 연결해 유전질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 세포핵, 생식 연구에 활용되는 인공 난자가 있다.

 

상향식 세포생물학의 개념도. 세포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부터 시작해 인공으로 세포를 완성해나가면서 생체 작용을 연구하는 분야다. – 자료: 네이처

 

2016년에는 미국 크레이그벤터연구소가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로 구성된 인공생명체 ‘JCVIsyn3.0’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아데닌(A)과 구아닌(G), 티민(T) 시토신(C) 등 4종류의 염기를 이용해 만든 DNA 분자를 박테리아에 넣어 유전자 473개, 염기쌍 53만1000개를 가진 단세포 인공생명체를 만든 것이다.

올해 5월에는 서강대와 성균관대, 미국 하버드대 등 한미 연구진이 광합성으로 생체에너지(ATP)를 생산하고 대사 활동을 하는 인공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실렸다. 실제 세포처럼 세포의 내·외부 환경에 따라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어 식물 세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는 10년 내 스스로 성장하고 세포 분열을 할 수 있는 인공세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성세포(BaaSyc)’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올해 9월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1000만 달러 규모의 합성세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유럽위원회(EC) 역시 합성세포를 위한 새로운 연구 과제를 준비 중이다.

다만 페트라 쉴레 독일 막스플랑크생화학연구소 연구원은 “상향식 세포생물학은 상향식과 하향식을 모두 활용하는 합성생물학보다 더 좁은 분야로 모든 부분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나가며 세포를 연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메튜 굿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일각에서는 상향식 생물학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있다”며 “또 실제 세포 시스템을 완벽하게 모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세포와 기능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맹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아래는 2022년 10월 4일 뉴스입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아메바 닮은 인공세포 만들었다

NIST/Emily Pelletier 제공

오늘날 과학계에서 생명체와 관련해 야심 찬 프로젝트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지구 밖에서 생명체 또는 그 흔적을 찾는 것으로 행성으로는 화성이 있고 위성으로는 목성의 유로파와 토성의 타이탄, 엔셀라두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엔셀라두스에서 생명체를 이루는 핵심 성분인 인산의 존재를 예측한 논문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훗날 이 위성들에 탐사선이 착륙해 생명체를 채집한다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두 번째는 대중의 관심은 덜 하지만 상당히 도발적인 프로젝트로 물질(무생물)에서 생명체를 만드는 연구다. DNA이중나선 구조 규명 이래 생물의 작동 원리가 거의 밝혀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물질에서 생명체를 만드는 건 아직 꿈같은 일이다.

지난 2010년 미국 크레이크벤터연구소가 박테리아의 게놈을 통째로 합성해 ‘인공생명체’를 만들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화학적으로 합성한 게놈을 다른 박테리아의 게놈을 뺀 세포 안에 넣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체세포복제를 할 때 핵을 없앤 난자에체세포의 핵을 넣고 처리해 수정란처럼 발생하게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게놈을 비롯해 박테리아를 이루는 수많은 성분(단백질, 지질, 대사산물 등)을 빠짐없이 한곳에 모아본들 이게 온전한 박테리아의 형태로 구성돼 생명을 갖게 될 리는 없다는 말이다. 깨진 유리잔 조각들로 다시 온전한 유리잔을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포기한 건 아니다. 언젠가는 물질에서 생명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며 여러 방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낸, 아직 생명의 자격을 받지 못한 결과물들을 ‘인공세포’ 또는 ‘합성세포’ 또는 ‘원세포(protocell)’라고 부른다. 참고로 생명체의 가장 근본적인 요건은 물질대사를 통해 정체성을 유지하고 무성생식(세포 분열) 또는 유성생식을 통해 증식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10년 과학자들은 인공생명체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지만 무생물에서 생물을 창조한 건 아니다. 왼쪽은 화학합성으로 만든 인공게놈이 들어간 박테리아가 증식한 군집(콜로니)이고 오른쪽은 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모습이다. 사이언스 제공

○ 재조명받는 코아세르베이트

지난주 학술지 ‘네이처’에는 단세포 진핵생물인 아메바가 연상되는 인공세포를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영국 브리스톨대 등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코아세르베이트 기반 인공세포를 만든 뒤 여기에 살아있는 대장균(박테리아)을 넣어 진핵세포의 에너지 생성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 역할을 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코아세르베이트는 고분자와 단백질, 핵산 등이 고농도로 녹아있는 액체 방울로 막이 없음에도 이런 물질의 농도가 낮은 주변 용액과 분리돼 안정하게 존재한다. 물에 이런 물질을 넣고 잘 저어준 뒤 놔두면 액체 방울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용액 전체에 균일한 농도로 분포한 상태로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직관과는 달리 고농도인 액체 방울과 저농도인 나머지 부분으로 나뉘는 게 열역학적으로 더 안정하기 때문이다.

1920년대 소련의 생화학자 알렉산드르 오파린은 코아세르베이트가 초기 지구에 나타난 최초의 세포이고 그 뒤 점점 복잡해져 오늘날 세포 생명체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그의 ‘코아세르베이트 가설’은 오랜 세월 주목을 받았지만, 1980년대 ‘RNA 세계 가설’이 나오면서 시들해졌다.

그런데 최근 인공세포 분야에서 코아세르베이트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세포의 플랫폼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코아세르베이트에 다양한 세포의 구성성분을 넣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포도당이나 이산화탄소 등 대사 관련 물질이 쉽게 들어가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용액에 특정 성분을 넣어 섞어준 뒤 방치하면 성분이 고농도로 존재하는 액체 방울이 저절로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를 코아세르베이트라고 부른다(왼쪽). 1920년대 소련의 생화학자 알렉산더 오파린(사진 오른쪽)은 지구 생명의 기원이 코아세르베이트라고 주장했다. 위키피디아 제공

○ 인공세포질에서 단백질 합성 일어나

코아세르베이트는 다양한 조성으로 만들 수 있다. 연구자들은 10년 전 개발된, 수용액에 PDDA라는 고분자와 ATP를 넣어 만든 코아세르베이트를 이용했다. 양전하를 띠는 PDDA 사이에 음전하인 ATP가 박혀 서로 엉키면서 진득진득한 젤 같은 액체 방울이 만들어진다. 방울 지름은 수십 마이크로미터로 전형적인 진핵세포 크기다. 그럼에도 오늘날 정의에 따르면 이 자체는 인공세포가 아니다.

연구자들은 인공세포를 만들기 위해 용액에 박테리아 두 종을 투입했다. 박테리아 세포 표면에 특성에 따라 한 종(PAO1)은 코아세르베이트 표면에 달라붙고 다른 한 종(대장균)은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이 상태에서 효소를 처리해 박테리아 세포를 터뜨려 죽였다. 그 결과 표면에 있는 박테리아의 세포막은 그대로 코아세르베이트 표면에 머물며 인공세포의 막 역할을 하고 내용물은 내부에서 터진 박테리아의 내용물과 섞였다. 이 과정에서 물질의 농도가 낮은 용액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여 액포를 형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세포의 구성을 분석한 결과 두 박테리아에서 유래한 단백질이 16%, 지질이 3%, RNA가 3%, DNA가 1%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은 모두 2237가지로 밝혀졌는데, 이는 두 박테리아의 전체 단백질의 83%에 해당한다. 특히 내부로 들어가 있던 대장균의 경우 전체 단백질의 97%가 확인됐다.

그 결과 인공세포의 내부(세포질)에서 여러 효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포도당을 넣어주면 실제 세포에서처럼 내부에서 해당과정이 일어나는데 여기에는 효소 10가지가 관여한다. 그리고 박테리아의 리보솜이 작동해 단백질 합성이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용액에 양전하를 띠는 고분자 PDDA와 음전하를 띠는 ATP를 넣어주면 둘이 엉키며 코아세르베이트가 만들어진다(왼쪽). 이를 플랫폼으로 해서 박테리아 두 종을 넣어준 뒤 세포를 터뜨리면 구성성분이 코아세르베이트에 재배치되면서 인공세포가 만들어진다(위 오른쪽). 그 뒤 DNA를 자르고 히스톤 단백질을 넣어주면 둘이 뭉쳐 핵처럼 생긴 구조물이 만들어지고(아래 오른쪽) 여기에 살아있는 세포(대장균)와 액틴 단백질을 넣어주면 대장균이 활동하고 세포골격이 만들어지며 구형인 인공세포가 아메바처럼 바뀐다(아래 왼쪽). 네이처 제공

○ 살아있는 대장균이 미토콘드리아 역할 해

연구자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인공세포가 진핵생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조작을 이어나갔다. 인공세포질을 떠다니는 박테리아의 작은 원형 DNA가닥(플라스미드)을 잘라 선형 조각들로 만드는 효소와 히스톤 단백질을 넣어주자 선형 DNA가닥과 히스톤이 엉키면서 자기들끼리 뭉쳐 마치 진핵세포의 핵처럼 별도의 구조물을 만들었다. 그 결과 박테리아 DNA의 99%가 인공핵에 몰려 존재했고 대신 박테리아 단백질의 75%는 인공세포질에 머물렀다.

한편 연구자들은 진핵세포의 세포 내골격 단백질인 액틴을 넣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봤다. 인공세포 안으로 들어간 액틴은 함께 넣어준 성분의 작용으로 진짜 진핵세포처럼 섬유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하며 나름대로 내골격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만든 인공세포의 구조는 최소한 7일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반면 세포골격을 형성하지 않으면 3일을 채 못 버티고 구조가 해체됐다.

진핵세포의 에너지 분자(ATP) 제조공장인 미토콘드리아는 포획된 박테리아가 세포내공생을 통해 진화(또는 퇴화)한 소기관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재현하기 위해 인공세포가 있는 용액에 대장균을 넣어줬다. 대장균은 인공세포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는데, 세포 하나에 10~50개에 이르렀다. 이렇게 들어간 대장균은 증식해 하루 만에 개수가 세포 당 수백 개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인공세포에 포도당을 공급하자 대장균은 대사 활동을 통해 진짜 미토콘드리아처럼 에너지 분자인 ATP를 만들어 주위(인공세포의 세포질)로 내보냈다.

흥미롭게도 대장균이 들어간 뒤 1~3일이 지나자 인공세포 형태가 구형에서 아메바처럼 바뀌었다. 지금으로서는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대장균의 대사 활동의 결과물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이다. 이런 형태 변화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 훗날 인공세포에서 세포 분열을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번거롭게까지 해서 인공세포를 왜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 결과물은 인공세포 연구에서 큰 도약이다. 진짜 세포가 지닌 특성 가운데 일곱 가지나 구현했기 때문이다. 먼저 세포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음은 내부가 진짜 세포질처럼 다양한 생체분자들로 채워져 있다. 세 번째로 진핵세포의 핵처럼 DNA와 히스톤 단백질로 이뤄진 내부 구조물이 있고 다음으로 미토콘드리아에 대응하는 구조가 있다. 다섯 번째로 세포골격이 있고 여기에 액포도 존재한다. 마지막 일곱 번째로 아메바 같은 세포 형태를 구현했다.

이번 인공세포 역시 생명체의 전제인 세포 분열을 통한 증식과는 거리가 멀다. DNA와 히스톤 단백질로 이뤄진 인공핵은 겉모습만 진핵세포의 핵과 비슷할 뿐 게놈 복제나 유전자 전사 같은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 세포호흡을 담당할 미토콘드리아 대응 구조 역시 넣어준 대장균이 진짜 살아있는 세포이므로 반칙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만든 인공세포가 꽤 복잡한 구조를 안정하게 유지하면서 단백질 합성과 대사 활동 같은 기본적인 세포 기능을 수행한다는 건 상당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대장균이 들어갔을 때 인공세포가 공 모양에서 아메바 같은 형태로 바뀌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걸 비롯해 연구자들이 만든 결과물이 보여주는 양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언제쯤 과학자들이 물질의 모음을 생명체로 도약시키는 ‘창발성’의 비밀을 완전히 밝혀낼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이다.

구형 인공세포에 대장균을 넣어주고 영양분(포도당)을 공급하면 대장균이 증식하며 인공세포의 부피가 늘어남과 동시에 형태가 아메바처럼 바뀐다(왼쪽). 아메바처럼 생긴 인공세포는 실제 세포의 특성 일곱 가지를 지니고 있다. 오른쪽은 공초점형광현미경 이미지로, 아래 오른쪽 흰 막대 길이는 10마이크로미터다. 네이처 제공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