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와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에 관한 내용입니다~
(원문)
바이러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바이러스라면 동물이나 식물, 세균 같은 생명체에 기생해서 사는 이상한 존재라고 생각할 텐데요.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일반적인 특성과 다른 특성이 많습니다.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 유행했던 바이러스 질환이 많은데요. 최근 몇 년만 살펴봐도 2014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 남아메리카에서 시작한 지카 바이러스도 있었지요. 이렇듯 바이러스는 학문의 영역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볼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역사 속의 바이러스라고 하면 ‘천연두’라고도 하고 ‘두창’이라고도 부르는 질환이 대표적이죠. 20세기에 들어와서도 굉장히 여러 번 바이러스성 질환이 세계를 휩쓸었어요. 1918년도에는 독감 바이러스, 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 중에, 전장에서 총칼로 사망한 군인보다 인플루엔자에 감염돼서 사망한 군인이 더 많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는 말이지요. 1940~1950년대에는 소아마비 바이러스라고도 불린 폴리오 바이러스가 유행했습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성인이 되어 이 바이러스에 걸려 다리가 불편해진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좀 더 최근에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에이즈라는 질병은 1982년도에 처음으로 보고되었는데, HIV라는 바이러스가 일으킨다는 것이 알려졌지요. 지금은 좋은 약이 많아서 에이즈에 걸린다고해서 사망에 이르지는 않지만, 한동안 굉장히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DNA라는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RNA를 유전물질로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DNA가 유전물질인 바이러스도 있고, RNA가 유전물질인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바이러스도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고 생명체와 같은 특성이 있기때문에 유전물질이 구성된 방식이 바이러스의 가장 핵심적인 특성을 드러낼 것입니다. 앞의 그림에서는 DNA가 맨 위에 있고 화살표 다음에 RNA 그리고 단백질이 있습니다. 이것은 바이러스 말고도 모든 동물, 식물, 세균 등 일반 생명체에 있는 유전정보의 흐름도입니다.
‘센트럴 도그마’라고 하는데요. 모든 생명체들은 DNA상에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어떤 ‘표현형Phenotype’으로 나타날 때는 특정 아미노산 서열을 가지는 단백질을 통해 현상적 특성으로 나타납니다. RNA는 DNA로부터 단백질을 만드는데, 정보를 전달해주기 때문에 ‘메신저 RNA’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약간 특이합니다. 유전물질이 RNA인 경우도 있으니 이 규칙에서 어긋나 있는 거죠R. NA 한 가닥으로 된 것도 있고, 또 RNA 두 가닥이 서로 붙어 있는 경우도 있고요. 또 DNA가 유전물질인 경우에도 동그랗게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요.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렇게 다른 것 같아 보이지만, 큰 틀에서는 생명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단백질을 만들어야 합니다. DNA가 유전물질인 경우에는 센트럴 도그마와 유사한 법칙을 따를 테고R, NA가 유전물질인 경우에는 RNA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바이러스는 그 자체로는 증식할 수 없습니다. 살아 있는 다른 생명체의 세포 안에 들어가서 증식해야 합니다. RNA로부터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 내 기구인 리보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즉, 다른 생명체 세포의 단백질 합성 기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일단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 들어가면 자손을 만들기 위해 유전물질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손을 많이 퍼뜨리기 위해서는 유전물질을 감싸는 껍질 단백질도 많이 만들어야겠지요.
그러면 바이러스는 어떻게 세포에 침입할까요? 종류마다 다르긴 한데요.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 같은 경우에는 지질 이중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런데 세포의 세포막도 지질 이중막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막과 세포막이 융합되면서 바이러스 안의 유전물질이 세포질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때 지질 이중막의 융합이 그냥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바이러스 단백질과 숙주 단백질의 결합이 일어나야 막의 융합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모든 바이러스가 똑같은 방식으로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것은 아닙니다. 똑같이 지질 이중막을 가졌더라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세포한테 잡아먹히듯 들어갔다가 융합이 일어납니다. 지질 이중막을 가지지 않은 바이러스라면 단백질 껍질로 되어 있는데, 단백질 껍질과 숙주세포가 특이적으로 단백질-단백질 결합을 한 후 주사기로 주입하듯 유전물질을 세포안으로 넣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바이러스의 침입 과정이 쉬워 보이지만, 모든 세포로 침입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 세포에는 들어가는데 돼지 세포에는 안 들어가기도 하고, 사람 세포라도 신경세포에는 들어가는데 혈액세포에는 안 들어가는 등 굉장히 특이성이 있습니다.
그 후에 바이러스는 유전자를 어떻게 복제할까요? 바이러스 중에는 유전물질이 DNA인 것도 있고 RNA인 것도 있다고 했습니다.
RNA가 유전물질인 경우에는 직접 그 자체가 mRNA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RNA로부터 DNA를 만들었다가 다시 RNA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센트럴 도그마의 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매우 특이한 경우인데요, 이런 것들을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자손을 어떻게 만들까요? 세균은 이분법으로 증식하고, 시간이 지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런데 자손을 증식하는 능력 면에서 바이러스는 더 강력합니다. 일단 DNA와 같은 유전물질을 많이 만들고 껍질 단백질을 많이 만든 다음, 그냥 섞어줍니다. 그러면 저절로 자손 바이러스가 조립되어 나옵니다. 이 놀라운 현상을 ‘바이러스 단백질의 자기 조립’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세균의 이분법보다 강력하겠지요. 하지만 DNA 없이 껍데기만 있는 불량품 바이러스도 있고, 껍데기가 없는 DNA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번에 많은 자손을 남기는 데는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겠죠.
이렇게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면 어떻게 세포 밖으로 나갈까요? 지질 이중막을 가진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세포막에 바이러스 단백질들을 잘 심어놨다가 싹이 나듯이 자손 바이러스가 만들어집니다. 이를 출아 또는 버딩Budding이라고 하지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
바이러스는 RNA로부터 단백질을 만드는 기구들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숙주세포의 것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생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숙주세포도 살려면 단백질을 만들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기구들을 전부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드는 데 이용하는 겁니다. 그러면 숙주세포는 정상적인 대사나 세포 활동을 영위할 수 없지요.
앞의 사진은 세포를 키워 ‘우두 바이러스Vaccinia Virus’를 감염시키고 24시간이 채 안 된 것입니다. 그랬는데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증식하면서 세포에서 필요로 하는 단백질 합성의 기구를 바이러스가 이용합니다. 그 결과로 세포가 죽어가면서 둥글둥글해진 게 보일 겁니다. 이런 현상을 세포 병변 효과라고 합니다. 바이러스가 세포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효과가 있는 예죠.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세포를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고 일주일 놔둔 것입니다. 그런데 별로 변화가 없고, 세포가 죽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감염이 안 된 건가 싶어서 바이러스 염색을 해봤어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까만색으로 보입니다. 감염되어 자손도 퍼뜨리지만 세포를 죽이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질병을 일으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간염 바이러스인데요.
바이러스 자체가 간세포를 죽이지는 않는데, T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것입니다. 그 결과, 바이러스가 제거되는 효과가 있지만 간세포도 많이 죽어서 간염이 일어나기도 하는 거죠. 과도한 면역이 문제가 되는 경우입니다.
과도한 면역반응이 문제가 되는 사례가 2015년 유행했던 메르스사태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어떤 환자들은 ‘사이토카인 스톰Cytokine storm’, 즉 ‘사이토카인 폭풍’ 때문에 감염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다 활성화된 면역반응이 문제가 된 경우죠.
면역반응 명령을 내리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이 너무 많이 생기면 면역반응이 우리 몸에 좋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염증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안 좋아질 수도 있는 거죠. 이런 이유로 면역반응이 강한 젊은 환자들이 오히려 심하게 아픈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개 바이러스는 감염 후 단기간 내에 질병을 일으키는데요, 더 오랜 기간에 걸쳐서 암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입니다. 자궁경부암이나 두경부암을 일으키지요. B형 간염 바이러스나 C형 간염 바이러스는 10년, 20년 동안 간염을 일으키다가 간암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바이러스로 인한 암은 어떻게 생길까요?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의 경우를 볼까요? 우리 몸에는 p53 또는 RB와 같은 암 억제 단백질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암 억제 단백질들은 세포가 너무 과도하게 증식하지 않게 하거나 적절하게 세포를 죽게 만들죠.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의 몇몇 단백질은 암 억제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합니다. 세포가 적절하게 제거되거나 증식이 제어되지 않아서 결국은 암이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