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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연구진 2개 논문
프로바이오틱스 효과 미미
장속 들여다보니 임상그룹
10%만 균주 많이 자리 잡아
60%는 그냥 대변으로 배출
장내에 유익한 세균을 늘려 준다는 ‘프로바이오틱스’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특히 항생제를 복용한 뒤 섭취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와 텔아비브 소우라스키 의료센터 공동 연구진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사람의 장내미생물 분포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셀’에 논문 두 편으로 발표했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첫째 논문에서 실험 참가자 2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균주 11종으로 구성된 프로바이오틱스를 두 달 동안 섭취하도록 했다. 다른 그룹은 위약을 줬다. 이후 대장 내시경과 위 내시경을 통해 장내 세균 분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조사했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대변 속 미생물을 조사했지만 우리는 위, 장 등 소화기관을 처음으로 직접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19명 대변 샘플에서는 유익균이 검출됐다. 하지만 장속을 들여다본 결과는 달랐다. 19명 중 40%인 8명만 프로바이오틱스 균주가 장속에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3명만이 유익균이 많이 자리 잡았고, 5명은 경미한 수준이었다. 연구를 이끈 이란 세갈 바이츠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절반 이상 사람들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속에 자리 잡지 못하고 대변으로 배출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둘째 논문에서 항생제 처방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항생제 처방을 받으면 장내 유익균이 모두 사라지는 만큼 좋은 균을 늘리기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를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항생제를 투여한 사람 21명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눈 뒤 첫 번째 그룹은 아무 처방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그룹에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도록 했고, 세 번째 그룹은 항생제 처방을 받기 전 대변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넣어줬다. 실험 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사람의 장내미생물 복원은 다른 그룹과 비교했을 때 더디게 진행됐다. 항생제 영향으로 사라진 장내 세균이 복원돼야 하는데 프로바이오틱스가 이를 방해한 것이다. 김병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을 선점하고 있다면 다른 유익균이 번식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갈 연구원은 “프로바이오틱스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무조건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개인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오거스타대 조지아의대 연구진은 지난 6월 학술지 ‘임상·중개 소화기내과’에 기능성 위장관 장애 환자 중 ‘소장세균과증식’ 증상이 있는 사람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안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기능성 위장관 장애는 기능성 소화불량, 과민대장증후군처럼 소화기능이 떨어져 복통,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나는 난치성 질환이다. 소장세균과증식은 대장에 있어야 하는 미생물이 소장에 거주하는 현상을 말한다. 만약 소장세균과증식 환자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소장에 미생물이 더 많이 서식하게 되면서 기능성 위장관 장애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위장에 이상이 있다면 무분별하게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장내미생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일반인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미국에서는 연간 400만명이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지난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가 2000억원을 넘어섰다.
■ <용어 설명>
▷ 프로바이오틱스 : 인체에 이로움을 주는 ‘세균’, 즉 ‘유익균’을 뜻한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유익균이 장까지 도달해 증식하고 정착한다. 그 과정에서 장에 서식하는 유해균이 줄어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