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중국 붉은 머리 지네 – 위키피디아 자료

 

 

용량이 독을 만든다.
-파라켈수스

동물 진화에서 독액의 등장은 전환기적 사건이다. 독액은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상호관계를 몸싸움에서 생화학전으로 바꾸었고 독액을 지닌 동물이 훨씬 큰 동물을 잡아먹거나 물리칠 수 있게 했다.

– 만드 홀포드 외, ‘사이언스’ 리뷰논문에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언제 가을이 올까 싶었지만 어느새 9월이고 3주 지나면 추석이다. 그런데 이 무렵에는 종종 안 좋은 뉴스가 나오곤 한다. 바로 말벌에 쏘여 변을 당하는 사건이다. 지난 일요일에도 여수의 한 야산에서 벌초를 하다 50대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매년 십여 명이 말벌에 쏘여 사망하는데, 8월에서 10월이 가장 위험한 시기다. 대부분 급성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 쇼크)으로 기도가 부어 막혀 질식사하는 것이지만, 벌떼의 공격을 받을 경우 벌독 자체의 독성이 사인이 될 수도 있다.

산에서는 뱀에 물리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만일 독사라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재빨리 치료를 받더라도 물린 부위가 괴사해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농촌에서는 지네에 물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지네에 물리면 꽤 아픈데, 몸길이가 20cm에 이르는 중국붉은머리지네에 물리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지난 2013년 킹코브라의 독샘 구조와 독액 성분이 밝혀졌다. 킹코브라의 머릿속에는 독액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독샘(왼쪽 큰 덩어리)과 부속샘이(오른쪽 작은 덩어리) 나란히 붙어있고 도관을 따라 어금니로 연결돼 있다. 독샘과 부속샘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비교해보면 그 조성이 꽤 다르다-‘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그런데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맹독을 약으로 써 왔다. 인도 전통 아유르베다 의학은 기원전 7세기 이래 독사의 독을 수명을 연장하고 관절염과 소화계 질환을 치료하는 데 썼다. 중남미의 원주민들의 전통의학에서는 천식에서 암에 이르는 다양한 질병에 타란툴라 거미의 독을 이용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오공(蜈蚣)’이라는 약재명으로 지네를 썼는데 만성통증과 어혈(瘀血)을 풀어준다고 한다. 한약재를 파는 곳에서 말린 지네 묶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 피부의 독액을 포함하고 있는 말린 두꺼비(약재명 화섬소(華蟾素))도 통증이나 종양에 썼다. 오늘날에도 꿀벌의 독으로 봉침 치료를 실시하는 한의원이 꽤 있는 것 같다.

이처럼 독을 약으로 쓰는 게 위험해 보이고 실제 의료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치료 효과가 없다면 수천 년에 걸쳐 지구촌 곳곳에서 이런 치료법이 성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물 15%가 독액 지녀

학술지 ‘사이언스’ 8월 31일자는 독액에서 약물을 개발하는 최근 연구동향을 소개한 짤막한 리뷰논문이 실렸다. 여기서 필자가 독액이라고 번역한 영어 venom은 동물이 독샘에 저장했다가 물거나 쏘아 상대의 몸에 주입하는 독이다. 따라서 식물이나 세균, 곰팡이의 독은 포함되지 않는다.

동물 가운데 독액을 지닌 종류는 얼마 안 될 것 같지만 무려 22만 종이 넘게 알려져 있어 전체 동물 종의 15%를 차지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독액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말이다. 이 가운데 거미가 4만2000여 종으로 단연 1위다. 해파리와 말미잘이 포함된 자포동물에 독액을 쓰는 종이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보아 독액 진화의 역사는 5억 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여러 동물군이 갈라지면서 독액을 지니는 종이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독액을 지닌 대표적인 동물들의 진화 시간표다. 약 4억3000만 년 전 등장한 전갈은 1750여 종이 독액을 지니고 있고 펩티드 종류는 10만여 가지로 추정된다. 비슷한 시기 나온 지네와 약 3억 년 전 등장한 거미에도 많은 종이 독액을 지니고 있다. 2억여 년 전 등장한 도마뱀과 1억5000만 년 전 나타난 뱀도 독액을 즐겨 사용하고 비교적 최근인 5000만여 년 전에 등장한 청자고둥에도 10만 여 가지의 독성 펩티드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 단위는 100만 년이다. – ‘Expert OpinBiolTher.’ 제공.

 

독액의 성분은 다양하지만 아미노산 수십 개로 이뤄진 작은 단백질인 펩티드가 주를 이룬다. 독액에는 보통 수백 가지 펩티드가 존재한다. 이 성분들은 기능이 제각각이지만 작용이 합쳐지면서 물린 동물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희생자들도 진화를 통해 내성을 획득했고 독액을 지닌 동물들 역시 진화를 통해 새로운 성분을 추가했다. 이런 경쟁의 결과 독액은 표적이 되는 생체분자에만 한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바꿔 말하면 독액의 특정 성분에서 그 표적을 찾으면 작용 메커니즘에 따라 부작용이 적고(다른 생체분자는 안 건드리므로) 효과가 뛰어난 약물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뱀을 빼고는 독액의 양이 너무 적어 제대로 연구를 하기가 어려웠다. 지금까지 나온 독액을 기반으로 한 약물 7가지 가운데 4가지가 뱀의 독액 성분인 이유다(나머지는 거머리의 독액과 청자고둥의 독액, 도마뱀의 침에서 얻었다).

 

지네에 물리면 통증이 심한 이유

2000년대 들어 미량의 독액 시료만으로도 펩티드의 아미노산 서열을 분석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 등 기술이 개발되고 독샘의 유전자 발현을 해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거미, 전갈, 지네, 청자고둥 등 다양한 동물의 독액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독액에 기반한 새로운 약물이 여럿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또 독액의 특정 성분이 우리 몸의 생리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지네 독액 연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네가 큰 문제가 아니지만 하와이에서는 병원 응급 환자의 11%가 지네에 물린 사람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대부분은 별문제 없이 치료가 되지만 혈관경련이나 급성 고혈압, 심근허혈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사실 지네는 자기보다 덩치가 큰 동물에 대해서도 방어용으로만 독액을 쓰는 게 아니라 이를 잡아먹는 용도로도 쓴다. 즉 개구리나 생쥐처럼 덩치가 열 배 이상 큰 동물도 지네에 물리면 30초 이내에 제압될 정도로 독이 세다는 말이다. 사람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몸무게가 3g에 불과한 지네가 45g인 생쥐를 공격하는 장면이다. 지네에 물린 생쥐는 30초만에 제압됐다. -‘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지난 2월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는 지네의 독액에서 덩치 큰 동물을 쓰러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성분과 그 표적인 생체분자를 규명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즉 SsTx라는 아미노산 53개로 이뤄진 펩티드가 KCNQ라는 부류의 칼륨 통로 단백질에 달라붙어 기능을 못하게 만든다. KCNQ 칼륨 통로 단백질은 다양한 조직에 분포하기 때문에 지네에 물리면 심혈관계와 호흡계, 근육계, 신경계가 한꺼번에 교란되면서 상당한 덩치의 동물도 목숨을 잃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KCNQ 칼륨 통로를 열어주는 약물이 있으니 바로 뇌전증(간질) 치료약인 레티가빈(retigabine)이다. 그렇다면 레티가빈이 지네에 물렸을 때 해독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동물실험 결과 생쥐에 SsTx를 주사할 때 레티가빈을 함께 넣어주면 독성이 꽤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레티가빈이 지네 해독제로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 2015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는 지네에 물렸을 때 통증이 심한 이유를 밝힌 논문이 실렸다. 독액을 방어용으로 쓸 경우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는 게 좋은 전략이다. 벌에 쏘였을 때도 꽤 아픈 이유다.

지네 독액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성분을 찾은 결과 아미노산 27개로 이뤄진 펩티드인 RhTx가 주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RhTx는 고온을 감지하는 온도수용체인 TRPV1에 달라붙어 ‘화끈한’ 고통을 안겨준다. 참고로 고추에 들어있는 캅사이신도 TRPV1에 달라붙는다. RhTx는 캅사이신보다 훨씬 강하게 달라붙으므로 지네에 물리면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2~3일 동안 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참고로 타란툴라 거미 독액의 성분인 VaTx와 DkTx도 TRPV1에 달라붙어 고통을 안겨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네 독액에서 약물 후보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성분은 아미노산 46개로 이뤄진 펩티드인 Ssm6a로 Nav1.7이라는 나트륨 통로 단백질에 달라붙어 작용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2013년 밝혀졌다. Nav1.7는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생체분자로, 이 유전자가 고장 난 사람은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2006년 밝혀졌다.

그렇다고 부러울 건 없는데, 통증을 못 느낀다는 건 신체 손상을 지각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치명적인 결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경고신호가 아닌 만성통증에 시달리고 있고 따라서 Nav1.7을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약물을 찾았는데 Ssm6a가 걸린 것이다. 즉 Ssm6a가 진통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마약 진통제인 모르핀보다 진통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면역질환도 치료한다?

리뷰논문을 보면 현재 여러 동물에서 발견한 독액 성분이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제 후보물질로 연구되고 있다. 먼저 청자고둥의 인슐린이다. 청자고둥은 껍데기가 두껍고 아름다워 조개 수집가들이 좋아하는 복족류다. 청자고둥 가운데 100여 종은 코노톡신(conotoxin)이라고 불리는, 신경을 마비시키는 맹독을 지니고 있다. 청자고둥은 치설에 있는 작살처럼 생긴 독침을 지나가는 물고기에 쏴 그 자리에서 마비시켜 잡아먹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참고로 지난 2004년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진통제 지코니타이드(ziconitide)는 청자고둥의 코노톡신의 하나로 아미노산 25개로 이뤄진 펩티드다. 지코니타이드는 칼슘 통로 단백질에 작용해 모르핀 진통제도 듣지 않는 중증 통증을 완화시킨다.

그런데 청자고둥 가운데는 이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사냥을 하는 종류가 있다. 즉 물에 독소를 풀어 주변의 작은 물고기를 무력화시켜 잡아먹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미국 유타대 연구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사냥을 하는 청자고둥 코누스 지오그라푸스(Conus geographus)가 내뿜는 독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코노독신 외에도 인슐린이 다량으로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인슐린이 물속으로 퍼지면 물고기 아가미 사이로 들어가 혈관으로 흡수된다. 그 결과 물고기는 혈당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저혈당쇼크를 일으켜 동작이 느려지고 정신이 혼미해져 청자고둥에게 잡아먹힌다.

코누스 지오그라푸스의 사냥용 인슐린은 아미노산 43개로 이루어져 지금까지 발견된 인슐린 가운데 가장 작은 분자로 확인됐다. 참고로 사람은 51개다. 이처럼 크기가 작은 건 정교한 혈당 조절 기능이 필요한 게 아니라 먹이의 혈당을 떨어뜨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최소한의 구조를 띠게 효율적으로 진화한 결과로 보인다.

바꿔 말하면 청자고둥의 인슐린은 사람의 인슐린보다도 효과가 더 빠르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람 인슐린 투약만으로 혈당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약물로 가능성이 있다. 적절한 용량을 찾고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는 게 확인된다면 머지않아 청자고둥 인슐린이 등장할 것이다.

 

지난 2015년 청자고둥이 지나가는 고기(오른쪽)에 인슐린을 내뿜어 저혈당 쇼크를 일으켜 잡아먹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분석결과 청자고둥의 사냥용 인슐린은 사람의 인슐린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작용이 빠른 것으로 나타나 유력한 당뇨병치료제 후보물질로 떠오르고 있다. – 유타대 제공

 

필자를 포함해 많은 현대인들을 괴롭히고 있는 자가면역질환도 독액으로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전갈과 말미잘의 독액에 들어있는 펩티드를 토대로 만든 분자가 면역세포인 T세포 표면에 있는 Kv1.3이라는 칼륨 통로 단백질의 기능을 방해해 과잉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자가면역반응 환자의 T세포는 Kv1.3 통로 단백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리브해에 사는 융단열말미잘은 바닷가재 같은 천적을 내쫓기 위해 독액을 분비하는데, 그 성분인 아미노산 35개로 이뤄진 펩티드 ShK가 칼슘 통로를 차단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뒤 이를 조금 변형해 Kv1.3에 좀 더 선택적으로 달라붙는 펩티드 약물 달라자티드(dalazatide)를 만들었다. 지난 2015~17년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결과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돼 신약 개발의 한고비를 넘겼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독액에서 치료제를 찾는 연구가 많이 진행됐지만 아직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청자고둥의 경우 독액을 지닌 700여 종에 들어있는 펩티드가 10만여 가지로 추정되는데 현재까지 실체가 확인된 건 0.1%도 안 된다. 독성 펩티드가 1000만 가지 이상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 거미류의 경우는 0.01%에도 못 미친다.

독샘의 펩티드 유전자 전사체(transcriptome) 분석과 독액의 펩티드 단백질 분석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놀라운 약물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흙 속의 진주’가 아니라 ‘독액 속의 보석’인 셈이다.

 

다양한 독액 펩티드의 구조. 아미노산 시스테인 사이의 이황화결합(빨간색) 개수에 따라 분류했다. 이황화결합이 많을수록 펩티드가 더 안정하다. 오른쪽 위 Prialt는 청자고둥의 펩티드 지코니타이드의 제품명으로 2004년 출시된 강력한 진통제다. 그 아래 ShK는 융단열말미잘의 펩티드로 이를 약간 바꾼 분자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 ‘Expert OpinBiolTher.’제공

 

 

 

 

 

 

동물의 ‘맹독’, 인간을 살리는 치료제?

 

 

뱀독은 주로 심혈관계 치료에 활용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맹독을 가진 동물은 위험합니다. 포식자나 경쟁자는 맹독을 가진 동물에게는 쉽사리 덤벼들지 않고, 간혹 사람이 맹독을 가진 동물에게 물려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동물이 맹독을 가지게 된 것은 포식자와 먹잇감의 치열한 생존과 진화의 경쟁 때문입니다. 적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키고, 적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물질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했는데 그 물질이 바로 독인 것이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15만 종의 동물이 독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동물들의 맹독이 과학자들의 손을 거치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동물이 뱀입니다. 뱀은 과학자들이 신약개발 등을 위해 가장 많이 연구한 동물 중 한 종입니다. 뱀독을 이용한 약은 주로 심혈관계 치료에 사용됩니다.

뱀독을 이용한 치료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캅토프릴’입니다.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자주 자라라카 독사에 물려 기절했는데 이 뱀의 독 성분인 펩타이드를 연구해 만들어 낸 것입니다. 미국의 피그미방울뱀의 독은 혈액 응고를 방해해 많은 출혈을 야기하는데 이 독은 심정지 치료제인 ‘엡티피바타이드’로 사용됩니다.

꿀벌과 말벌의 침에도 독이 있습니다. 꿀벌 독에는 멜리틴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한번 쏘이면 마치 타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 멜리틴이 최근 연구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의 보호막을 뚫는데 성공해 에이즈 감염을 막는 여성청결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브라질의 말벌인 ‘폴리비아 폴리스타’의 독에 포함된 멜라틴은 유방암과 피부암을 수축시키는 효과가 있어 암세포를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고, 류머티스 관절염의 염증 반응을 차단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카리브해 연안에 서식하는 말미잘의 독에 함유된 ‘달라자타이드’ 성분은 다발성 경화증이나 류머티스 관절염, 건선, 홍반 등의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로 개발돼 제2상 임상실험을 거치고 있습니다. 인도양이나 태평양에서 발견되는 청자고동에서 뽑아낸 ‘지코노타이드’ 성분은 진통제로 활용됩니다. 모르핀과 비슷한 약물로 척추에 바로 주입해 심한 통증을 다루는데 사용됩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마뱀인 ‘할라 몬스터’는 타액에 독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도마뱀은 1년에 세 번만 먹이를 먹어도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한데 이처럼 먹은 것이 부족해도 혈당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 도마뱀의 독의 성분으로 만든 ‘엑세나타이드’라는 주사제는 당뇨병 환자들의 정상적 혈당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동물의 맹독을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재창조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응원합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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