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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뛰어난 기계지능 45년 내 출현할 확률 50%”

한편으로 위험 한편으론 기회…공존의 융합 준비해야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17’의 화두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었다. 참가 업체들은 다양한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한 인공지능 기기들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모든 가전제품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스마트홈 구상을 발표했다. 예컨대 냉장고를 스마트홈의 허브로 삼아 주방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로봇청소기, 온도조절기, 실내조명, 세탁기, 현관문 등 집안 내의 모든 장치들을 작동시킨다는 청사진이다. 2020년이면 불과 3년 후다.

요즘 인공지능 붐이 한창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연구 성과가 발표될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급상승했다. 지난해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에서 받은 충격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글트렌드를 보면 당시 ‘인공지능’ 검색빈도는 평소의 10배, ‘특이점’은 7배로 치솟았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알파고는 올해 세계 바둑 1위인 중국의 커제까지 완파하고는 아예 은퇴 선언을 했다. 최소한 바둑에서만큼은 이제 인간과의 대결이 의미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알파고’로 기폭제…세계 가전박람회의 화두
인간 최고수마저 가볍게 제압하는 인공지능의 막강 능력은 사람들에게 로봇과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일으켰다. 1956년 ‘다트머스 회의(DartmouthConference)’에서 처음 인공지능 용어가 등장한 이후 60여년 만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와 미국 예일대 정치학부 연구진은 지난 5월 그 시점을 예측하는 자료를 냈다. 세계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에게 각 직업 부문별로 고도기계지능(Highlevel machine intelligence=HLMI)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는 시점을 예측하도록 했다. 고도기계지능은 기계가 사람의 도움 없이 모든 작업을 사람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잘 처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연구진은 답변의 신뢰성을 위해 2015년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와 국제머신러닝학회(ICML)에 논문을 발표한 1634명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352명이 답변을 보내왔다.
답변을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은 50%의 확률로 45년 안에 모든 부문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고도기계지능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9년 안에 나타날 확률은 10%로 보았다. 특이한 것은 아시아권 전문가들은 30년, 북미 전문가들은 74년으로 크게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직업별로 고도기계지능이 출현하는 시기는 빨래 개기(2021년), 번역(2024년), 고교 에세이 작문(2026년), 트럭운전(2027년) , 유통매장 점원 일(2031년)과 베스트셀러 집필(2049년), 외과수술(2053년) 순으로 내다봤다.
물론 고도기계지능이 출현했다고 해서 곧바로 인간의 모든 일자리를 점령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이 사회경제 시스템에 적용되려면 그 뒤에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응답자들의 답변을 평균한 결과, 모든 직업이 자동화하는 시기는 50%의 확률로 122년 후였다.
물론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예측의 유효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기술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설문 당시 인공지능이 바둑게임에서 인간을 물리치는 시기를 2027년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들이 설문에 답한 다음해인 2016년에 이 일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영국 세필드대의 로봇 및 인공지능 전문가 노엘 샤키(Noel Sharkey)는 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래 예측 설문의 유효성은 5~10년 정도에 그쳐야 한다. 그 범위를 넘어서면 억측이 되기 때문이다.”

“통합되면 인간지능 10억 배 높아질 것”
시기야 그렇다치고, 인공지능은 과연 어디까지 발전해갈까?
인공지능 기술의 정점으로 특이점(Singularity)이란 개념이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들이 발전해 인류가 극적이고 불가역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가설적 순간”이다. 이 생소한 단어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5년에 출간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라는 책이었다. 미국의 발명가이자 미래연구자인 레이 커즈와일(현 구글 이사)이 집필한 책이다. ‘인간이 생물학을 초월할 때’(한국 번역서의 부제는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그는 2020년대 말이면 인공지능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해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을 구별할 수 없게 되고, 2045년에는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이 융합하는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도 그는 확신에 차 있다. 커즈와일은 인터넷언론 <퓨처리즘>과의 인터뷰에서 “특이점의 순간이 오면 인간의 지능은 우리가 창조한 지능과 통합돼 10억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뇌에 이식되고 클라우드와 연결되면서 인간 존재를 확장시킬 것”이라며 “이건 미래 시나리오가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과학기술자들과 인문학자들의 상반된 견해
그의 말대로 특이점이 과연 올까? 온다면 언제 어떻게 올까?
세계 최대 전기전자부문 전문가 단체인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커즈와일, 닉 보스트롬 등 인공지능 부문의 권위자 9인에게 “언제 컴퓨터가 인간 뇌와 같은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인지” 물었다. ‘곧, 2029년, 20~50년 후, 21세기 이내, 수백년’ 등 다양한 답이 나왔지만, 특이점이 언젠가 닥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인문학자들까지 논의의 장에 들어올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매년 세계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토론 주제를 던지고 그에 대한 의견을 소개하는 지식토론 사이트 엣지(www.edge.org)는 지난 2015년 올해의 질문으로 `생각하는 기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선정한 적이 있다.
지식인들의 견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공계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특이점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인문계 사회과학자와 철학자 등은 이에 회의적이었다. 전자는 과학적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한 유물론적 관점을, 후자는 좀 더 철학적 접근법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이 질문을 대하는 두 집단의 근본적 차이는 사람의 두뇌를 기계 장치로 볼 수 있느냐 여부에 있다. 인공지능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인식을 정형화하면, 인간의 두뇌는 유한하므로 계속 연구하다 보면 결국엔 그 기본 작동 메카니즘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과 자금만 있다면 진짜 사람같은 지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인문 지식인들은 초지능은 말할 것도 없고 지능의 실체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의 네이버 열린연단 에세이 ‘특이점이 올까’라는 이 문제에 대한 인문학자의 인식을 잘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가공할 능력을 지녔어도 지능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욕망을 비롯한 정서적 자극”이라며 “인공지능이 욕망을 지니게 되어 자기 주도적 실천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원리상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아직은 아득한 먼 미래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정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소식이 있기 전까지 기술적 특이점이 온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100년 안에 라이프3.0 시대를 열 것”
그래도 언젠가는 특이점이 온다면?
물리학자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미 MIT 맥스 테그마크 교수는 최근 펴낸 <라이프3.0:인공지능시대의 인간>에서 특이점이 인류에게 갖는 의미를 ’지구 생명 역사의 제3단계‘로 파악했다. life-30-cover.jpg 그의 이런 인식은 생명의 개념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달리한 데서 비롯된다. 그에게 생명이란, 복잡성을 유지하고 복제할 수 있는 ‘자기 복제 정보 처리 시스템’이다. 그가 세포의 구성 형태 같은 기존 생명 개념들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지적 기계나 외계생명 등 다른 방식 생명체 존재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던 종으로 생명의 미래를 제한하지 말고 대신 좀더 폭넓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이 복제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원자의 배열 방법을 특정하는 정보다. 박테리아가 자신의 디엔에이를 복제한다는 것은 어떤 새로운 원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것과 똑같은 패턴으로 원자 세트를 배열하는 것이다. 즉 정보를 복제하는 것이다. 결국 생명이란 자신의 행동과 그 하드웨어의 청사진을 결정하는 정보 소프트웨어가 된다.
그는 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생명 역사를 3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원시 생명체의 탄생, 2단계는 인간의 탄생, 3단계는 인공지능의 탄생으로 시작된다. 1단계인 라이프1.0은 생물학적 단계다. 이 시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서서히 진화해간다. 박테리아가 좋은 사례이다. 2단계인 라이프2.0은 문화적 단계다. 이 단계에선 하드웨어는 서서히 진화하고, 소프트웨어의 상당수는 스스로 설계해낸다. 인간이 대표적 사례다. 소프트웨어란 인간이 감각기관을 통해 얻는 정보를 처리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하는 모든 알고리즘과 지식을 가리킨다.
소프트웨어를 설계해내는 능력을 통해 라이프2.0은 라이프1.0보다 환경에 더 영민하고 유연하게 적응해간다. 환경이 변하면 라이프1.0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서서히 적응해 간다. 반면 라이프2.0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거의 즉시 적응할 수 있다. 예컨대 항생물질에 자주 노출되는 박테리아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약물내성을 키워간다. 그러나 개별 박테리아들은 절대 그럴 수 없다. 반대로 인간은 땅콩 앨러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때부터 즉시 땅콩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라이프3.0은 기술적 단계다. 이 시기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스스로 만들어낸다. 생명체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인이 돼 진화적 족쇄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는 “라이프1.0은 40억년 전, 라이프2.0인 우리 인간은 10만년전 시작됐다”며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이 향후 100년 안에 라이프3.0 시대를 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이점이 온다 안온다, 언제 어떻게 온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만약에’라는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특이점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특이점 이전과 이후의 인류사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의 경고처럼 종말도 배제할 수 없다. 준비된 자와 준비되지 않은 자의 미래가 얼마나 다를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연구 성과 쌓일수록 특이점 논란도 거세질 것”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정대현 이화여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철학회가 발행하는 <철학> 2017년 여름호에서 특이점에 대한 철학적 고민의 일단을 피력했다.
‘특이점 인문학’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그는 16세기 멕시코 아즈텍 종족이 신으로 믿었던 백인 스페인 장군 코르테즈에게 정복당했던 역사적 사례를 들며 ’인류는 도우미로 개발한 특이점 로봇에게 정복당할 것인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제기했다. 특이점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특이점 로봇이 인간사회의 성원이 된다는 건 아직은 현실적 가능성보다 논리적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만일 그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준비되지 않은 인간 문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들 수 있다. 따라서 특이점 로봇의 가능성은 회피할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다.”
정 교수는 그래서 특이점 로봇이 인간의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자연종 인간의 덕목에 대한 분석과 성찰을 토대로 로봇종 인간이 갖춰야 할 덕목을 체계화하는 선제적 인문 주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런 주체성의 한 형식으로 “로봇이 인간을 해치지 못하도록 ‘자살 세포’ 같은 장치를 장착하면서도 인간을 돕거나 협동하는 조건 하에서 자연종 인간과 로봇종 인간이 공존하는” 질서체계를 제안했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미래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과거와 오늘의 연장선상에서 발현된다. 따라서 인공지능 연구 성과가 쌓일수록 특이점에 대한 논란도 거세질 것이다. 문제는 논란만 벌이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경우다.
행동의 양식은 다양하다. 2030년대 특이점 시대를 예상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엄청난 기회를 잡기 위해 5년 안에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분야에 1천억달러 투자 계획을 세웠다.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 파멸을 경고하는 일론 머스크 등은 파국을 막기 위해 오픈에이아이(OpenAI)라는 업체를 10억달러를 들여 설립했다. 목적은 인간에게 이로운 인공지능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다. 여기엔 장래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 수준을 넘어설 수 있으며, 인류에 적대적으로 대항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특이점 가설의 선도적 주장자인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에 맞선 인류의 생존 확률을 50%로 본다. 대신 그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융합을 제안한다. 반면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등 유력 지식인들 몇몇은 특이점 가설을 공상과학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
무엇을 믿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할까?
머스크는 인공지능의 인간추월 시기를 2060년으로 본 옥스퍼드대 연구 결과에 대해 , 자신은 2030~2030년 사이에 컴퓨터가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추월할 것으로 본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2060년은 선형 외삽법(linear extrapolation)의 결과이며, 실제 기술 발전은 기하급수적(exponential)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의 전문가 조사에서도 응답자 352명의 3분의 2 이상이 자신의 연구경력 후반기에 들어 머신러닝의 발전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기술이 적용돼 인간 사회에 영향을 끼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고도기계지능이 출현하고 2년 후에 모든 업무에서 인간보다 일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본 확률은 고작 10%였다. 이는 고도기계지능에 대응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걸 뜻한다.

그 대응법을 기술적 접근으로 찾기는 어렵다. 기술 지향적인 인공지능 개발자들에겐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의 부정적 영향은 작게, 긍정적 영향은 크게 부각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설문에서도 고도기계지능이 궁극적으로 인간 사회에 이익을 줄지, 해악을 끼칠지에 대해 각각 45%, 15%로 전자를 꼽은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응답자들의 약 절반(48%)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려면 정치, 경제, 사회, 심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고려들이 어우러져야 한다.
특이점이 오느냐 아니냐, 언제 오느냐에 대한 특이점 기술학을 넘어 미래 어느 순간의 특이점을 가정한 특이점 인문학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준비된 인류에게 특이점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미래는 오지만, 밝은 미래는 준비된 자의 몫이 아닐까?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건초더미의 공룡>(1995)에서 “중요한 과학 혁명들의 특징은 공통적으로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기존 신념을 차례로 부숨으로써 인간의 교만에 사망선고를 내린 점”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특이점도 이 대열에 들어갈까? 설령 특이점이 오지 않더라도 특이점 인문학 논쟁은 최소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성찰하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이점 논쟁을 통해 확인하고 다져진 인간의 덕목체계는 인간에게 더욱 강한 생존력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지 않을까?

인공지능 권위자 9인에게 던져진 세가지 질문

세계 최대의 전기전자부문 전문가 단체인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 ‘아이트리플이’라고 발음)가 발행하는 학술지 <스펙트럼>은 2017년 6월 인공지능 특집을 발행했다. 이 특집에는 인공지능 연구분야의 권위자로 통하는 9인의 견해를 소개했다.
이들에게 던져진 첫번째 질문은 “언제 컴퓨터가 인간의 뇌와 같은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인가”였다. 신경모방 칩 연구의 선구자인 캘리포니아공대 카버 미드(Carver Mead) 명예교수를 제외한 8명이 답변을 보내왔다.

컴퓨터는 언제 인간 뇌와 같은 능력을 갖게 될까
레이 커즈와일은 자신의 소신대로 2029년이라고 시기를 콕 집어 말했다. 스위스 달르몰 인공지능연구소(IDSIA) 소장 유르겐 슈미트후버(Jurgen Schmidhuber) 박사는 곧 일어날 일이라고 답변했다. 뉴욕대 심리학 교수인 개리 마커스(Gary Marcus)는 20~50년 후로 좀 더 멀리 내다봤다.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 교수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수십년 이내”라고 다소 애매하게 말했다. 미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인 로빈 핸슨(Robin Hanson)과 제약회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트랜스휴머니즘 단체인 테라셈 무브먼트(Terasem Movement) 설립자인 마틴 로스블랫(Martine Rothblatt)은 “21세기 이내”라고 답했다.
협업로봇 제조업체 리싱크로보틱스의 회장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는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질문 내용을 “컴퓨터/로봇은 언제 사람만큼 지적이고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로 스스로 수정한 뒤 이런 답을 보내왔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특히 커즈와일이 살아 있는 동안은 아니다. 그의 강렬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십년 안에 죽을 것이다. 우리와 같은 수준의 기계를 만나려면 족히 100년 이상은 지나야 할 것이다. 아마도 수백년은 걸릴 것이다.” 브룩스 회장은 특히 개 수준의 지능과 의식을 갖추는 데도 앞으로 50~10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진짜 개와 거의 근접한 코를 갖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비엠(IBM) 인공지능 왓슨의 책임설계자인 루치 푸리(Ruchir Puri)는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인간의 뇌는 체스, 퀴즈쇼(Jeopardy), 바둑의 챔피언이 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인간 뇌에는 보살핌, 공감, 공유, 독창성, 혁신 같은 특성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인간의 뇌가 작동하고 학습하는 놀라운 형태와 에너지 효율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런 인간의 특성을 기계가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더 가속화하더라도 이런 질문에 전체적으로 대답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간 뇌와 같은 컴퓨터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전문가들에게 주어진 두번째 질문은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컴퓨터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였다. 전문가별로 답변 내용에 차이가 컸다. 핸슨은 인공지능은 인간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인간 뇌 수준의 능력을 갖춘 컴퓨터는 뇌보다 저렴할 것이고 따라서 거의 모든 업무에서 뇌를 대신할 것이다. 컴퓨터는 공장에서 빠르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경제도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아마 매달 두배씩 성장할지도 모른다. 인간은 은퇴해야 하지만 자본은 대부분 갖고 있을 것이며, 이 자본은 경제와 같은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마커스는 특히 과학과 의학의 커다란 발전을 예상했다. 로스블랫과 커즈와일은 뇌 속 정보들을 모두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불멸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이미 뇌를 확장시켜 문제 해결 능력을 확대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니 브룩스는 컴퓨터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100년 이상은 인간 수준의 지적 컴퓨터가 나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100년 후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는 “질문을 컴퓨터/로봇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가게 될 것인지로 단순화하면 베이비붐 세대는 20년 안에 로봇기기들을 집 안에 두고 로봇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답변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엔, 여전히 불멸의 삶을 얻지 못할 커즈와일도 있을 것이라고 비꼬듯 덧붙였다.

인간을 뛰어넘는 컴퓨터가 올 미래가 두려운가
마지막 세번째 질문은 “컴퓨터가 인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갖게 될 미래가 두려운가?”였다. 미드 교수는 “기술이 진보할 때마다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이 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오늘날의 세상은 100년 전 세상보다 모두에게 훨씬 나은 세상”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기술은 세상의 번영을 촉진해온 유일한 힘”이라며 “기술은 언제나 선과 악 양쪽에서 모두 이용해 왔지만 100년을 돌아보면 선이 큰 차이로 악을 이겨왔다”고 덧붙였다.
핸슨은 지금 이 순간 변화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사람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블랫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로봇 시장이 진화해 갈 것이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커즈와일은 인류는 인공지능과 결합해 위험을 피하고 최적의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트롬은 인공지능에 대한 통제 문제를 우려했다. 브룩스는 전혀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미래의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향후 100년 동안 세상은 진화해 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래를 상상할 수 없으니 불안해 할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마커스는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불안은 기계가 너무 똑똑해질 경우에 대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힘을 가질 경우에 대해서다. 예컨대 당신의 아이큐가 무엇이든 당신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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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공지능이 도대체 뭐야

 

▲ 인공지능은 앞으로 다가올 큰 일이 아니다. 지금 여기 당신 곁에 있으면서 발전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발전한다. 출처= Entrepreneur

 

 

한때 공상과학영화(SF)에나 나왔던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문장의 절반만 썼는데도 문장을 완성시켜준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질문에 답변도 한다. 어디를 갈 때에는 가장 빠른 경로를 알려준다. 현관에 온 소님이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확인한다. 소셜 피드(social feed; 페이스북, 트위터, 이메일을 연동을 해주는 서비스)를 관리해주기도 하며, 듣기 원하는 곡 목록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당신이 보는 모든 인터넷 화면에 당신이 살까 고민했던 멋진 부츠의 광고를 보여준다.

게다가 인공지능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사람들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스스로 데려다 줄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하고 있고, 사람들을 픽업하는 시간에 맞춰 차량을 대기시켰다가 사람을 태우기도 한다. 조명이나 온도 조절기는 스마트폰의 위치 센서에 연결돼, 당신이 집을 나서면 자동으로 꺼지고 돌아오면 자동으로 켜진다. 공장의 로봇들은 고객의 주문서에 따라 상품을 분류하고 자율주행 드론으로 현관 앞까지 배달도 한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다가올 큰 일이 아니다. 지금 여기 당신 곁에 있으면서 발전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발전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제 당신이 머지 않아 새로운 도우미, 새로운 교사, 새로운 직장 동료, 새로운 이웃, 새로운 친구로 여기게 될 기술에 대해 소개한다.

인공지능(AI)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인공지능이 아닌지부터 시작해 보자. 우선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첨단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은 이전에는 인간이 하는 일로 간주되었던 것을 컴퓨터가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컴퓨터의 변화 속도가 그것을 정의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만들어 버렸다. 20년 전만 해도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브를 물리친 IBM의 딥 블루(Deep Blue)가 AI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짜로 즐기는 스마트폰 게임도 딥 블루와 거의 동일한 일을 할 수 있다.

 

▲ 20년 전만 해도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브를 물리친 IBM의 딥 블루(Deep Blue)가 AI의 전형이었다. 출처= Robotics & Automation News

 

인공지능은 어떻게 작동하나?
초기 인공지능은, 사전 정의된 객체와 동작에 논리를 적용하여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을 모방하거나 if-then 규칙(if-then rules, 일련의 사실들 간의 관계를 나타낸 문장)을 따라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는 코드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래머가 실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다 포함하는 개체나 지침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초기 인공지능 기술은 종종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머신 러닝이라는 일련의 기술이 발전되면서,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예측하기 위해 모든 현실 세계 현상에 대해 통계 분석함으로써 무한한 가능성을 전부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머신 러닝 프로그램도 지난 수십 년 동안 거의 보지 못했던 현상까지 포함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처리할 능력이 없다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없었다.

그 다음에 인터넷이 등장했다. 검색에서 전자상거래에 이르기까지 이 넷(Net) 기반 어플리케이션은 데이터의 모체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회사들이 그들의 서버를 글로벌 메가 컴퓨터에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데이터 처리 능력이 급상승했다.

데이터의 홍수와 무한한 처리능력으로 완전 무장한 머신 러닝 알고리즘은, 신경망(neural networks)이라는 형태로 처음 시작됐다. 이런 자가 학습 프로그램은 생물학적 뉴런(신경체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초기 개념을 모델로, 간단한 소프트웨어 루틴으로 만들어졌다. 디지털 뉴런은 서로 연결된 여러 층들에 배열되어 있으며, 각 층은 그 층이 생산한 정보를 다음 층으로 보낸다. 이와 같이 여러 층의 네트워크가 딥 러닝을 수행하는 것이다.

신경망은 논리적 관계나 규칙들이 명시적으로 프로그래밍되지 않아도 학습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부호화하는 것으로 신경망 구축 작업을 시작한다. 고양이 이미지가 있다고 하자. 프로그래머는 트레이닝이라는 단계에서 이미지를 신경망에 공급한다. 네트워크가 사진을 소화하면, 프로그래머는 부호화되지 않은 일련의 새 사진들(고양이도 사진도 있고 고양이가 아닌 것도 있다)을 공급한다. 모든 것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신경망은 고양이를 골라 내는데, 이 작업을 흔히 추론이라고 부른다.

왜 모두가 인공지능을 이야기 하는가?
AI는 1950년대 중반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의 수학자 존 매카티가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후 지나치게 과장되기도 했고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았다. 그러다 몇 년 전에야 비로소 AI라는 말이 엄청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2012년 2만 2000개 카테고리에 걸쳐 1500만 개 이미지를 확인하는 대회에서 토론토 대학교의 지오프리 힌튼과 그의 동료들은 신경망을 사용해 우승을 차지했는데, 힌튼의 소프트웨어는 오류율이 15.4% 밖에 되지 않아 26.2%의 오류를 보인 2위 참가자를 크게 압도했다.

힌튼이 신경망이 인간의 인식을 모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AI 연구와 개발은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컴퓨터가 주변 세계를 보고, 듣고, 감지하는 것을 배우고, 급기야 그들이 배운 것을 기반으로 추론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직관적으로 생각하거나 무의식적으로 실수를 해 반이상향적 대혼란을 초래할 날이 과연    언제나 올 것인가? 어쩌면 곧 올지도 모르고,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 스키도(Skydio)의 카메라 드론은 당신을 따라다니며 주변 이미지를 인식한다. 출처= SKYDIO

 

AI는 어디에 사용되나?
대부분의 경우 AI는 인간의 감각을 흉내내기 위해 사용된다. 페이스북에서 보라색 모자 사진을 검색할 때, 페이스북의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입력한 태그의 모양과 색상과 특징을 파악해 해당 스냅 샷을 찾아낸다. AI는 또 자신이 듣는 단어를 잘 이해한다. 언어 번역 능력이 뛰어나서 글로 쓰거나 말로 한 문장의 의미를 추출한다.

디지털 카메라로부터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능이 개발되면서 주변 환경을 보고 유용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기계가 쏟아져 나왔다. 스카이디오(Skydio Inc.)라는 회사는 카메라가 장착된 무인 항공기를 개발했다. 이 회사의 드론은 날면서 장애물을 피하며 사람을 추적하기도 한다. 창고 작업용으로 개발된 로봇도 변화하는 주변 상황에 따라 행동을 맞춘다.

게다가 인공 지능은 추론 능력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웨이즈(Waze)사의 내비게이션 앱은 교통 속도를 평가해 막히는 곳을 피해서 주행(도착 예정) 시간을 예측한다.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는 기능은 전력망이나 기타 대형 네트워크의 최적화와 같은 작업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의료 기업들은 머신러닝을 사용해 방대한 치료법에서 도움이 필요한 환자의 기록과 맞는 치료법을 찾아낸다. 이 기술은 의약품 관리에서부터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천해 주는 일에 이르기까지 적응 범위가 매우 다양하다.

 

▲ 인공지능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 거기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많은 놀라운 일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출처= shutterstock

한때 공상과학영화(SF)에나 나왔던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다가올 큰 일이 아니다. 지금 여기 당신 곁에 있으면서 발전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발전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제 당신이 머지 않아 새로운 도우미, 새로운 교사, 새로운 직장 동료, 새로운 이웃, 새로운 친구로 여기게 될 기술에 대해 소개한다.

 

AI는 얼마나 똑똑한가?

AI는 최근 들어 이전보다 훨씬 더 똑똑해졌지만, 그러나 그렇게 엄청나게 똑똑하지는 않다. 현재의 기술은 좁은 영역에 국한될 때에는 제법 야무질 수 있지만 넓은 세상에는 아직 제대로 대처하진 못한다.

아마존의 에코(Echo)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말하는 AI인 알렉사(Alexa)를 예로 들어보자. 알렉사는 일상 언어에 대해 확실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고, 시간, 일기 예보, 최신 뉴스 등에 관한 간단한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이른 바 4만 가지가 된다는 기술을 업로드해 세상의 여러 단면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켜 음식 조리법을 제공하거나 은행 잔고를 검색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알렉사는 애플의 시리(Siri)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 구글의 어시스턴트(Assistant)에게 자유형 대화를 시도해보라. 그러면 당신은 그 기계를 쓸모 없다고 포기할 지 모른다. 그런 약인공지능(weal AI, 한 임무에만 집중하는 인공지능)은 일반 상식이 없기 때문에 이들의 이해력으로는 어느 한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이어가질 못한다.

반면 범용의 인공지능(strong AI)은, 추상적인 주제나 실제적인 주제 모두의 전후 상황을 감지하고, 배우고, 추론하고, 상상하고, 표현하고, 구축하는 인간의 본래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능은 아직은 영화 스타 트랙의 데이터(Data) 로봇이나 터미네이터 같은 공상과학 영화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일부 컴퓨터 과학자들은 아주 큰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그에 걸맞게 엄청나게 큰 컴퓨터가 언젠가는 지각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개발의 꿈이 실현되려면 지금은 보이지 않아 예측할 수 없는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인간 수준의 AI 개발이 제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경망이 그 망의 적당한 크기와 하드웨어를 갖추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영역에까지 발전해 그 설계자가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 정도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이것은 데이터 과학자들이 신경 공식을 얼마나 빨리 해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인텔, 엔비디아(Nvidia Corp.), 퀄컴 같은 회사들이 훈련과 추론을 가속화하는 특수 AI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다.

신경 알고리즘 자체도 올바로 설계하기 어렵지만, 잘못 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너무나 많다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머신러닝 소프트웨어가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기계가 어떤 원인으로 그런 결정을 선택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완전 자율주행차량이 다른 차량을 적절히 피하지 않고 사고를 냈다 하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충분한 훈련 데이터를 모으는 것도 또 다른 제한 요인이다. 데이터가 너무 적으면 알고리즘이 그 상황에서의 유용한 기능을 배우기 위해 주어지는 특징들의 예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범위가 너무 좁아, 알고리즘은 세상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또 데이터가 너무 오래된 것일 경우에는 새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알고리즘이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은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낼 수 없다. 그것은 자신이 듣고 본 것만 알 뿐이며, 고려하라고 명령 받은 것만 배운다. 일부 알고리즘들은 데이터 세트에서 특별히 주의할 만한 것을 결정하도록 설계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알고리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 할 수 없다. 그것은 여전히 ​​인간을 위한 일을 하는데 머물 뿐이다.

 

▲ 데이터의 홍수와 무한한 처리능력으로 완전 무장한 머신 러닝 알고리즘은, 신경망(neural networks)이라는 형태로 처음 시작됐다.    출처= Royal Jay

 

AI, 과연 위험한가?

AI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인공지능의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잇다. 천재 물리학자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도 “AI가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엘런 머스크도 “인공 지능 연구가 악마를 소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우려의 요지는, 1990년대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공상과학소설 작가인 베너 빈지에 의해 대중화된 개념의 버전들로, 이른 바 기술적 특이성(technological singularity), 즉 기술의 발전이 갈수록 빨라져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기계 지능이 탄생할 것이라는 개념이다. 그 때가 되면 컴퓨터가 스스로 더 큰 지능을 습득함으로써 인간의 필요 나 욕구와는 상관 없는 자체적인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특이성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자들은, 아직 현재의 과학자들이 로봇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지능 로봇을 만드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분명히 존재하며 오늘의 세상을 위협하고 있다. 비록 인간 존재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비영리 단체 오픈AI(Open AI)는 최근, 악의적인 행위자가 인공 지능을 이용해 사기, 사이버 공격, 심지어 폭탄을 운반하는 배달 로봇을 사용한 물리적 공격에까지, 현재의 기술을 교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자세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아직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도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테슬라의 사망 사고 두 건 모두 운전자가 자동차의 반자동 오토파일럿(Autopilot) 시스템을 사용하는 모드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사고는 자동차의 센서가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도로를 지나는 흰색 트레일러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을 철저히 테스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모든 AI 사용자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광범위하게(거의 모든 상황에서도) 잘 작동 할 때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테슬라의 사망 사고 두 건 한 사고는 자동차의 센서가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도로를 지나는 흰색 트레일러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 Electrek

 

AI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바이두(Baidu)의 자율주행차량 프로그램 책임자와 구글브레인(Google Brain) 딥 러닝 프로젝트 창업 멤버로 활약했던, 공장 자동화 전문회사 랜딩에이아이(Landing.ai)의 최고경영자(CEO) 엔드류 응은 “AI는 새로운 전기와 같다”고 선언했다. 지난 해 한 연설에서 그는, 토마스 에디슨의 발명(전기)이 19세기 후반 모든 산업을 바꾼 것처럼, 머신러닝이 완전히 새로운 기능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함으로써 산업을 하나 하나씩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인터넷 회사들이 딥 러닝 소프트웨어를 훈련시키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재구축하고, 스마트폰에서 초인종에 이르는 모든 소비자 장치들이 추론 기능을 갖춤에 따라, 모든 곳에 AI가 편재하는 것(ubiquitous AI)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추세다.

최근의 인공지능 추세는 모든 종류의 자원 소비에서 더 큰 효율성을 가져올 것이다. 가정에서 인공지능은 조명, 에어컨 등 여러 장비를 필요할 때만 자동으로 켜지게 할 수 있으며, 세탁기나 건조기 등을 에너지 비용이 가장 낮을 때 가동하게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사용해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거나, 낭비를 줄이기 위한 최적의 재고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자율주행 차량은 생명을 구하고 교통 체증을 줄일 것을 약속한다. 자치단체들은 인공지능을 사용해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고 보행자들을 가장 잘 수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경로를 배치할 수 있다. 농장에서는 농장 전체에 대량으로 물을 대는 대신 꼭 필요한 식물에만 물과 영양소를 집중 배분할 수 있다.

기계가 직접 보고 듣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판매자, 고용주, 건물 보안업체, 경찰 등도 자신들을 대신해 사람의 활동을 추적하는 감시 시스템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중앙화함으로써 시민의 자유와 개인 프라이버시에 심각한 도전 과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일부 컴퓨터 과학자들은, 신경 이식과 인공 보철이 인간의 생리 작용을 점점 더 많이 보완하게 되면서 인공지능이 우리 몸 안에 내장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 거기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많은 놀라운 일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과연 인간을 능가하게 될까?

 

인간의 확장으로서의 인공지능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 Marshall McLuhan은 그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바퀴는 발의 확장이며책은 눈의 확장이고옷은 피부의 확장이며전자 회로는 중추 신경계의 확장이라고 했다한마디로 미디어 자체가 인간의 확장이라는 말이다그런데 인간의 확장이라는 관점은 미디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우선 대규모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와 인간의 신경망 네트워크를 모방한 딥러닝’ 알고리즘은 뇌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인터넷상의 서버를 통해 데이터 저장네트워크 연결콘텐츠 제공 등 다양한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체의 각 부위를 움직이게 하는 뇌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또한 뇌와 똑같지는 않지만 인간 지능의 원리를 컴퓨터로 실현한 딥러닝은 인간의 뇌처럼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 간 다양한 관계를 찾아낼 뿐만 아니라거기에 의미까지 부여한다.

최근에는 사람의 두뇌와 연결하는 기계장치의 개발도 활발하다손을 움직이지 않고서도 컴퓨터의 커서를 마음으로만 조정하여 메시지를 컴퓨터 화면에 타이핑하는 정신 타자기mental typewriter’가 개발되는가 하면생각만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브레인게이트brain gate’도 등장했다브레인게이트를 이용할 경우 사지마비 환자들은 생각만으로 혼자 TV 채널을 돌리고인터넷 쇼핑은 물론 이메일과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으며휠체어도 혼자 다룰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면이나 꿈에서 본 장면을 사진처럼 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이들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하여 위치 정보가 두뇌의 어느 부위에 저장되는지 확인한 후새로운 정보가 저장되는 부위를 추적하여 정보와 두뇌의 각 지점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지도를 만들었다그리고 간단한 물체를 보여주고그 정보가 저장되는 뇌의 위치를 분석하여 컴퓨터 화면에 그 물체를 그려냈다뇌파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보고 있는 물체를 알아내는 것이다더 나아가 과학자들은 뇌에서 인식하는 정보를 영상으로 복원할 수도 있다이미 UC버클리대학의 잭 갤런트Jack Gallant 신경과학과 교수는 동영상을 보는 실험 참가자들의 뇌를 측정하여 영상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그렇다면 상상을 하거나 꿈에서 본 영상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말 그대로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어쩌면 이 기술이 꿈과 현실을 혼동하는 호접몽을 꾸는 장자莊子와 같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뇌에서 연결된 신경 세포의 확장은 데이터를 모으고 데이터 처리와 상황 판단까지 가능한 스마트 센서라고 할 수 있다스마트 센서는 외부 압력을 감지하는 인간 촉각 세포의 원리를 모방한 것으로 고분자 신소재를 이용하여 사람의 피부처럼 가벼운 자극뿐만 아니라 물건의 무게를 감별하는가 하면냄새와 맛까지도 탐지해내는 등 인간의 후각촉각미각 등 다양한 감각을 정교하게 모방하고 있다이러한 스마트 센서 외에도 생물의 촉각 신경을 모방한 인공 신경도 개발되어이를 적용할 경우 로봇을 인간과 비슷하게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고글형 가상현실 기기

 

시각과 청각 분야에서도 눈과 귀의 확장이 시작됐다과학자들은 이미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인공 눈을 개발했다인공 눈은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정교한 장치를 눈 부위에 삽입하여 두뇌에 직접 연결하는 방법으로 시각 장애인의 시력을 회복시킨다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Seeing AI’는 인공지능이 인식한 이미지를 음성으로 설명해주며고글형 가상현실 기기는 시각 장애인이 사물을 보다 뚜렷하게 인식하도록 해준다『성경』에서 예수님이 눈먼 자를 고쳐주었던 기적이 과학기술로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더 나아가 과학기술은 눈의 기능을 어떤 것을 본다는 것에 한정시키지 않고 개인 인증에 이용하기도 하며인간의 눈을 닮은 카메라를 이용하여 각종 향기를 담아내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사실 현대인들은 컴퓨터스마트폰 등 시각 매체의 사용으로 인해 시력이 날로 나빠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 세계 약 2억 8,500만 명이 저시력 등의 시각 장애를 겪고 있으며영국의 의학저널 <랜싯 글로벌 헬스 Lancet Global Health>에서는 2050년경 세계 맹인 인구가 지금보다 약 3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또한 서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의 44퍼센트가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이처럼 암울한 현실에서 눈의 확장으로서의 인공지능은 일종의 복음이 될 수밖에 없다.

 

 

청력이 손상된 사람도 인공 달팽이관으로 회복이 가능하다인공 달팽이관은 전자부품으로 만든 하드웨어가 뇌신경인 뉴런에 직접 연결되어 작동한다이 장치는 귀 바깥에 있는 마이크를 통해 음파가 입력되면이를 라디오 신호로 바꾸어 귀 안쪽에 삽입된 조직으로 전송한다이곳에서 라디오 신호를 전류로 바꾸면인공 달팽이관이 전류를 감지하여 두뇌로 전송하는 식이다지금까지 수많은 청각 장애인들이 인공 달팽이관 덕분에 청력을 되찾았다심지어 페이스북은 인공 달팽이관을 피부와 접촉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인간은 더 이상 귀로 들을 필요도 없고입으로 소리를 내지 않고도 대화를 할 수 있다어린 시절 심한 병으로 청각과 시각을 잃었던 삼중고의 성녀 헬렌 켈러 Helen Keller가 조금만 늦게 태어났더라면설리번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 없었을지 모를 일이다.

입의 확장으로서의 인공지능은 언어눈과 귀 못지않게 최근 인공지능은 인간의 언어 기능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현재 구글은 103개 언어 간의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국내 기업인 네이버카카오도 자동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 구글은 한국어중국어독일어 등 모두 40개 언어를 지원하는 픽셀버드 Pixel Buds’라는 무선 통역 이어폰을 선보이기도 했다심지어 스웨덴 기업 가바가이 Gavagai AB’는 돌고래 언어 데이터를 통해 돌고래 언어를 해석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뉴질랜드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숲에서 녹음된 새의 울음소리를 새의 종류별로 분류하고어떤 상황에서 그런 소리를 내는지 찾아낸 후스마트폰으로 새를 불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소설 『개미』에 등장하는 로제타석’11과 같은 장치를 매개로 인간과 동물 간의 대화가 가능해질 것도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계 번역이 인간의 번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예를 들어인간은 탁자 위에 유리잔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깨졌다와 탁자 위에 볼링공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깨졌다에서 무엇이 깨졌는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하지만 기계는 이를 구분하지 못한다실제로 두 문장을 구글 번역기에 입력해보면무엇이 깨졌는지 불분명하게 번역된다.

이는 기계가 아직까지 그러한 말이 나오게 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실제로 2017년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에 펼쳐진 번역 대결에서도 인간이 정확성가독성 면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사실 말의 뜻과 의사소통의 내용은 문자text’가 아니라 상황context’에 의해서 정해진다단어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기보다는 상황과 화자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지는 것이다또한 언어는 그 언어가 사용되는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한 사회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사전에 새롭게 등재되기도 한다따라서 기계가 인간 수준으로 번역을 하려면 문자 외에도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로 볼 때머지않은 미래에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제대로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문장을 통째로 파악하고 번역하는 기술 덕분에 인공지능의 언어 학습 수준이 쑥쑥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현실은 더글라스 아담스Douglas Adams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만능 번역기인 바벨피시라는 물고기를 인간이 손에 넣게 되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성경』에서는 높고 거대한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의 오만함에 분노한 신이 본래 하나였던 인간의 언어를 서로 알아듣지 못하도록 뒤섞어버렸지만바벨피시는 이러한 바벨탑의 저주를 푸는 단계를 넘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차원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일례로인공지능에게 번역을 맡길 경우 번역에 소요되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사료로서 최대 분량인 『승정원일기』13만 보더라도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27년가량 번역 기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 인간은 더 이상 영어와 같은 외국어를 공부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인공지능이 완벽하게 번역을 해주는데굳이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언어를 단순히 기능적 측면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에 나오는 사고다.

 

 

사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통·번역을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함께 배우는 측면이 강하다. MIT의 언어학자 켄 헤일Ken Hale은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루브르 박물관이 폭격을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그만큼 언어는 한 문화가 공유하는 의미와 가치관을 전달하고 있다는 말이다따라서 단어나 문장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은 하나의 문화를 또 다른 문화로 옮기는 것과 같다더구나 미래사회에서는 누가 더 고급 정보에 접근하여 활용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에 문화 이해의 도구로서 외국어 학습의 필요성은 과거보다 더 커질지도 모른다그러므로 콘텐츠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관점에서 언어 공부는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깊은 교감을 위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외국어 공부는 반드시 필요하다인간은 사물을 통해 언어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반대로 언어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 존재다따라서 풍부한 어휘력을 갖고 있으면 사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며그로 인해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결국 외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세상을 향한 또 하나의 창문을 가지는 것과 같다.

그리고 언어는 뇌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실제로 2개 국어를 구사하는 환자들이 하나의 언어만 사용하는 환자들보다 5.1년이나 치매 증상이 늦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극단적으로는 언어를 배우지 못할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13세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레데릭 2세는 인간이 타고나는 자연 그대로의 언어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갓 태어난 일부 아이들에게 절대로 말을 걸지 못하게 했다그러자 아기들은 날로 쇠약해져 가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이러한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언어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라는 점이다.

한편, ‘근육의 확장으로서 인공지능은 자신의 능력보다 수십 배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외골격 로봇 엑소스켈레톤이다엑소스켈레톤으로 인해 인간은 지치지 않고 단순 반복 작업을 오랫동안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신체적 장애도 극복할 수 있다.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 컵 개막식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척추 장애를 입어 하반신이 마비된 29세의 청년 줄리아노 핀토가 엑소스켈레톤을 입고 시축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장애인들에게는 당시 7만여 관중이 내지른 환호성이 인공지능이 가져올 장애 없는 세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희망처럼 들렸을 것이다.

또한 발의 확장인 자율주행 자동차는 교통정체를 줄이며 운전으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위험들을 제거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실제로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미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90퍼센트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또한 자율주행차는 한 대의 트럭을 뒤따라 여러 대의 차량이 서로 통신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군집주행 platoon driving’을 실현시킴으로써 공기저항을 줄여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다자동차 업체 시트로엥 Citroen의 조사에 따르면유럽인들이 평생 운전으로 보내는 시간이 2년 9개월 정도라고 하니자율주행차는 그만큼의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기도 하다.

구글 무인자동차

 

그런데 많은 사람이 무인 자동차가 막상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믿고 탈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하지만 무인 자동차 시대에 오히려 더 위험한 존재는 예측불허의 행동으로 사고를 유발하는 인간일 수 있다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보복운전이나 경쟁운전처럼 인간은 의도적으로 돌출 행동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실제로 2012년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의 통계에 따르면미국 교통사고 사망 사건의 31퍼센트가 과음, 30퍼센트가 과속, 21퍼센트가 운전자 주의 분산 때문이었다그래서 테슬라모터스의 최고경영자인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앞으로 사람이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것은 불법화될 것이다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비단 자율주행 자동차뿐만 아니라 하이퍼루프 hyperloop, 진공자기부상열차 Evacuated Tube Transport 등과 같은 첨단 교통기술은 점점 더 빠르고 효율적인 이동 수단을 지향하며 인간의 발을 대신하고 있다.

엘론 머스크

 

엘론 머스크 회장이 개발 중인 최고 시속 1,200킬로미터의 하이퍼루프는 지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치타보다 10배 정도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또한 ET3의 대릴 오스터 Daryl Oster 회장은 하이퍼루프보다 훨씬 더 빠른 시속 6,000킬로미터의 진공자기부상열차를 개발 중이다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서울에서 뉴욕까지 여행하는 데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아그야말로 지구촌은 반나절 여행권이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주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도 연구 중이다우주 엘리베이터는 단추 하나만 누르면 탄소 나노튜브로 만들어진 통로를 따라 고도 3만 6천 킬로미터 상공의 대기권 외곽을 올라가기 때문에 우주선을 타지 않고도 우주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우주 엘리베이터는 영국 동화 『잭과 콩나무』의 주인공 잭이 콩나무를 타고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하늘로 올라갔던 것을 빗대 콩넝쿨줄기 beanstalks’라고도 불리는데만일 동화 속 잭이 결혼을 한다면 몰디브나 하와이가 아닌 우주에서 신혼여행을 즐길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싶다. 2007년 억만장자인 찰스 시모니Charles Simonyi가 일반인으로는 최초로 우주정거장에 다녀올 때 지불한 비용이 2천만 달러(약 220억 원)나 됐다고 하니우주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진 후 일반인들이 이를 이용하는 것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매우 합리적인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거리에 있는 사람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보고듣고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가상현실 시스템인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의 등장으로 바퀴를 가진 이동 수단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굳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출장을 가지 않더라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서로를 보며 회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가상의 존재가 이동하는 것이긴 하지만어떤 장소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분해하여 다른 장소에 순간적으로 복사하는 기술인 텔레포테이션 teleportation’도 이미 개발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비록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가상현실 속에서 무언가를 만지고 느끼게 해주는 햅틱 기술 haptic technology’이 적용될 경우아무리 가상현실이라 해도 가짜와 진짜의 구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다시 말해가상세계를 현실인 양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에서의 사람들처럼가상현실을 암울하고 희망이 없는 현실 세계의 도피처로 여기는 삶이 영화에서의 이야기만은 아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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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19년 7월 17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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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선구자’ 앨런 튜링과 영국의 의미 있는 화해

’50파운드’ 초상인물 선정이 갖는 의미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셨나요? 수학 천재이자 전쟁 영웅이었던 앨런 튜링을 다룬 작품입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튜링의 삶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앨런 튜링이 2020년 발행될 영국 50파운드 지폐 초상인물로 선정됐습니다. 스티븐 호킹을 비롯한 쟁쟁한 후보들을 제쳤습니다.

저는 영국 중앙은행의 이 선택이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AI)과 컴퓨터 과학 뿐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영국 중앙은행이 50파운드 신권 화폐 초상인물로 앨런 튜링을 선정했다.

■ 전쟁영웅이었던 튜링, 동성애자 ‘주홍글씨’ 때문에 비극적인 삶

앨런 튜링은 인공지능(AI) 컴퓨터의 기초를 닦은 인물입니다. 1940년대에 이미 ‘사람처럼 생각하는 컴퓨터’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그가 1950년 발표한 논문 ‘컴퓨팅 기기와 지능(Computing Machine and Intelligence)’ 속엔 현대 AI 컴퓨터의 기본 개념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이 논문에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모방게임을 한 뒤 기계인지, 인간인지 구분할 수 없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란 질문이지요.

이 질문 뒤에 흥미로운 전망을 덧붙였습니다.

“50년 뒤에는 보통사람으로 구성된 질문자들이 5분 동안 대화를 한 뒤 (컴퓨터의) 진짜 정체를 알아낼 수 있는 확률이 70%를 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튜링 테스트’로 널리 알려진 부분입니다. 이후 수 많은 컴퓨터 제작자들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앨런 튜링

앨런 튜링은 또 2차대전의 전쟁영웅입니다.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독일군의 ‘애니그마’ 암호를 풀어내는데 성공한 겁니다. 덕분에 독일 잠수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상최대 작전으로 불린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하는 데 튜링의 공은 절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영웅이자 수학 천재였던 튜링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남들과 달랐던 성적 취향 때문이었습니다. 튜링은 1951년 동성애 혐의로 맨체스터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이후 화학적 거세를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습니다.

튜링은 3년 뒤인 1954년 6월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자살 도구는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였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 입 베어문 사과가 매킨토시 종이었다는 얘기도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국인들에게 앨런 튜링은 ‘만지면 만질수록 덧나는 상처’ 같은 존재였습니다. 제 아무리 전쟁 영웅이더라도, 대다수 사람들과 다른 성적인 취향을 가질 경우엔 절대 용납하지 않았던 사회적 폭력을 보여주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 영국 총리 “50파운드 신권 화폐 통해 LGBT들의 기여 기억해야”

영국은 튜링 사후 50년인 2013년에야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당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튜링을 사면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4년 뒤인 2017년엔 좀 더 의미 있는 조치가 단행됐습니다. 과거 외설죄로 처벌됐던 동성애자들을 사후 방면하는 법이 시행된 겁니다. 영국은 이 법에 ‘튜링법’이란 명칭을 붙이는 것으로 또 다시 그와의 화해를 시도했습니다.

영국 중앙은행이 50파운드 화폐에 튜링의 얼굴을 새기기로 한 건 이런 맥락을 그대로 이어받은 조치입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 그 의미가 잘 담겨 있습니다.

그는 “앨런 튜링이 수학과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해낸 선구적인 작업은 2차 대전을 끝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적었습니다.

더 관심을 끄는 건 바로 뒤에 이어진 부분입니다.

“50파운드 신권을 통해 튜링의 유산과 LGBT들이 우리나라에 기여한 빛나는 업적들을 기억하는 것은 아주 적절한 일이다.”

 

 

 

아래는 2023년 7월 17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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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 놀라운 AI 예측…고졸로 MIT 교수 된 에드워드 프레드킨

(1934~2023)하루에 다른 사람의 한 달치를 생각한 천재,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 중 1인

1960년 초창기 컴퓨터를 다루고 있는 에드워드 프레드킨 /카네기멜런대

대학에 잘 가서 졸업장을 받는 것, 좋은 직장을 잡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잡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통념을 깨면서도 엄청난 업적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천재’ 또는 ‘기린아’ 등으로 부르며 찬사를 보내고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특히 세상을 바꾸고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면 ‘위인’이라고 불러야하겠죠.

지금부터 반세기 전 인공지능(AI)의 초창기를 밝힌 과학자이자 과학사상가 에드워드 프레드킨(Edward Fredkin)이 지난달 1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에서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무한한 과학적 상상력을 가진 프레드킨은 디지털 물리학의 선구자이자 비상식적인 이론의 주창자로 이름을 떨쳤다”면서 “주변 사람들은 그가 하루에 다른 사람의 한 달치를 생각했다고 평가한다”고 했습니다.

2학년때 칼텍 중퇴

MIT에서 인공지능의 초창기를 연 과학자들의 1968년 사진. 왼쪽부터 클로드 섀넌, 존 맥카티, 에드워드 프레드킨, 조 와이젠바움./MIT

프레드킨은 진정한 천재이자 ‘괴짜’였습니다. 그는 193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러시아 이민자 출신 부부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마누엘은 대공황 동안 파산한 라디오 상점 체인 주인이었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다른 천재들이 그렇듯 프레드킨의 어린 날도 범상치 않았습니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었고 스포츠나 사교 댄스 대신 로켓 만들기, 불꽃놀이 디자인, 오래된 알람 시계 분해 같은 일에 매달렸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나는 항상 기계와 친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뒤 패서디나에 있는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에 진학했는데, 당시 동료 중에는 화학결합의 본질을 규명해 1954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라이너스 폴링이 있었습니다.(폴링은 1962년 평화적 핵 사용 운동을 이끈 공로로 노벨 평화상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프레드킨은 2학년 때 학교를 돌연 그만둡니다. 하늘과 비행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는 실제로 전투기 조종 훈련을 받았지만, 군은 수학과 기술에 대해 놀라운 능력을 가진 프레드킨을 전장으로 보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공군은 펜타곤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던 기술 혁신의 원천 ‘MIT 링컨 연구소’로 발령냈습니다.

고졸 출신 MIT 정교수

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소(CSAIL)/MIT

링컨 연구소에서 그는 동시 접속(다중 액세스)이 가능한 컴퓨터의 초기 버전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이 프로그램 참여자 가운데는 마빈 민스키, 존 맥카티, 클로드 섀넌 등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프레드킨을 포함한 이들은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었다”고 했습니다. 이들 가운데서도 두각을 나타낸 프레드킨은 1968년 MIT 정교수가 됐고, 1971년부터 1974년까지는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를 맡았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대학 2학년을 중퇴했고, 최종 학력은 고졸입니다. 오늘날과 다른 시절이라고 해도, 세계 최고 대학에 고졸 출신으로 교수가 됐다는 것은 그의 능력이 모든 것을 뛰어넘을 만큼 압도적이었다는 뜻입니다.

프레드킨이 맡았던 다중 엑세스 컴퓨터(Man and Computer 또는 Machine Aided Cognitions) 프로젝트는 추후 MIT 컴퓨터과학 연구소가 됐고, 오늘날은 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소(CSAIL)로 불립니다. CSAIL은 지난 수십년간 세계 최고의 AI연구소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초기 컴퓨터 개발에서 프레드킨의 이론과 실험은 획기적인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됐습니다. 토마소 토푈리와 프레드킨 게이트와 그가 함께 개발한 ‘당구공 컴퓨터 모델’은 “이론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거나 열이 발생하지 않는 컴퓨터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수많은 과학자가 양자 컴퓨터 개발에 뛰어드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양자컴퓨터의 개념을 처음 주창한 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아인슈타인 이후 20세기 최고의 천재’로 불렸던 리처드 파인만도 있었습니다. 파인만과 프레드킨은 한때 칼텍에서 함께 일했습니다.

황당할 정도로 정확한 예측

에드워드 프레드킨/카네기멜런대

프레드킨은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에 대한 오늘날의 화두를 예견했습니다. 그는 1977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초지능 개발에는 공학과 과학의 조합이 필요하며, 우리는 이미 공학은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인간보다 더 잘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인간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새의 깃털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오늘날의 AI는 사람의 뇌가 작동하는 아주 간단한 원리만을 모방해서 만들어집니다. 사람의 뇌에 대해 10% 정도만 알고 있지만, 흉내는 낼 수 있다는 것이죠.

AI의 초창기에 그는 AI의 미래를 이렇게 예견했습니다. “최초의 AI는 인간처럼 어떤 것에는 똑똑하고 다른 것에는 멍청할 것이다. 먼 미래에 우리는 컴퓨터가 무엇을 하는지, 왜 하는지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두 AI가 대화를 나눈다면, 그들은 지구 상에 살았던 모든 사람이 평생 말한 모든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할 것이다.” 이 인터뷰가 거의 50년 전에 이뤄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황당할 정도로 정확한 예측입니다. 특정 분야에서 정해진 일만 잘하는 AI의 출현,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블랙박스로 불리는 딥러닝(심층학습) 기술, 수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하고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예측할 수 있는 AI의 등장까지 모두 내다본 겁니다.

”우주는 정보로 환원된다”

1996년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가 IBM의 체스 인공지능 컴퓨터 ‘딥 블루’와 첫 체스 대결을 벌이고 있다.

프레드킨은 체스를 두는 AI를 처음으로 개발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1980년 세계 체스 챔피언십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기고 우승하는 AI를 만드는 사람에게 10만 달러를 주겠다며 ‘프레드킨상’을 만들었습니다. 17년이 지난 1997년 IBM의 수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기면서 이 상금을 가져갔습니다. 당시 프레드킨은 “컴퓨터가 결국 인간 체스 챔피언을 이길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언제 실현될지가 문제였다”고 했습니다.

프레드킨은 논쟁적 사상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1980년대 “정보는 물질과 에너지보다 더 근본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디지털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창안했습니다. 프레드킨은 원자, 전자, 쿼크 같은 물질들이 디지털의 단위인 비트로 환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생명의 근원인 유전자(DNA)를 디지털 정보로 인코딩할 수 있는 것처럼 세상 모든 물질을 인코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로 여겼던 그의 우주 이론은 화제를 모으기는 했지만, 주류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MIT 전자공학과 교수이자 프레드킨의 동료였던 제럴드 서스먼은 “그가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믿었는지 확실치 않다”면서 “하지만 그의 방식대로 생각하면서 배울 것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5~500년 사이에 AI가 인간 뛰어넘는다”

프레드킨은 상아탑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뛰어난 발명가이자 사업가이기도 했습니다. 1962년에는 프로그램 가능한 필름 판독기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판독기는 레이더 정보와 같이 카메라가 캡처한 데이터를 컴퓨터가 분석할 수 있도록 한 장치였습니다. 프레드킨은 이 회사 ‘인포메이션 인터내셔널 인코퍼레이티드(Information International Incorporated)’를 1968년 증시에 상장했고, 막대한 금액을 벌어들였습니다. 이 돈으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카리브 해의 섬을 사서 자신의 ‘세스나 206′ 수상 비행기에 타고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는 식수가 부족한 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해수를 담수화하는 역삼투 기술까지 개발했습니다. 프레드킨의 별장이었던 ‘모스키토 섬’은 나중에 버진그룹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네. 우주기업 버진 갤럭틱 창업자 맞습니다)이 2500만 달러에 매입했습니다.

프레드킨은 MIT 미디어랩과 카네기멜런대에서 수십년간 일하며 수많은 업적을 쌓았고, AI의 선구자들을 배출했습니다. 그는 우주 역사 138억년의 3대 사건으로 ‘우주 탄생, 생명 탄생, AI 출현’을 꼽았습니다. AI의 여명기에 그와 동료는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시대가 5년에서 500년 사이에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변화의 시대 한가운데에 살고 있습니다.

※참조

뉴욕타임스

위키피디아

보스턴닷컴

MIT 테크놀로지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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