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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이클 R. 캔필드 ‘과학자들의 관찰 노트’

▲ <과학자의 관찰 노트>  책 표지
ⓒ 휴먼사이언스

이 책을 어떻게 읽게 되었을까? 평소 읽지 않던 분야인데. 책을 즐겨 읽는 나는 주로 찾는 분야가 있다. 소설, 시, 동화 등 문학 서적이나 이론 서적들 그리고 역사, 철학, 정치, 경제 분야의 서적들을 간혹 선택한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눈이 안 간 분야가 있다. 과학, 수학 등 자연과학 계열의 책들이다. 인류 발전을 위해 없으면 안 될 분야이지만 나의 발전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 분야였다.

산이나 하천을 돌아다니다 마주친 새와 나무들에 흥미가 생겼다. 지난봄부터는 갓 태어난 새끼 청둥오리 가족을 만나고 있고. 새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관련 서적을 구해 읽게 되었다. 한동안 매일 만나다 보니 기록을 하고 정리할 필요도 느꼈고. 그러다 만난 책이 <과학자의 관찰 노트>이다. 작은 제목은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12가지 방법”이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곤충을 강의하는 마이클 R. 캔필드가 유명 과학자들의 자연 관찰 방법들을 모았고. 12명 과학자의 12가지 ‘자연 관찰법’으로 정리하여 책으로 엮었다. 이들의 전문 분야는 모두 다르다. ‘유인원’이나 ‘곤충’ 또는 ‘식물’을 연구하거나 ‘고생물학’이나 ‘인류학’을 연구하기도 한다.

그들의 다양한 전공 분야만큼이나 사용하는 장비도 다양하다. 카메라는 물론 다양한 영상 기록장치와 GPS 장비,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동원한다. 그러나 그들이 공통으로 들고 다니는 게 있었으니, 바로 “연필과 노트”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순간을 평면인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기도 했지만, 머리에 남은 잔상이나 느낌, 깨달음은 손으로도 직접 기록했다. 어떤 과학자는 그림으로도 남겼고. 그림 실력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찰나의 순간에 눈과 뇌에 남은 잔상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어쩌면 “큰 발견의 작은 시작”일 수도 있으니.

누구에게나 필요한 관찰과 기록

이 책은 과학 분야의 방법론을 다루었지만 비단 예비 과학자나 아마추어 관찰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란 걸 느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관찰과 기록이.

현대인은 감당할 수 없는 정보를 접하며 살고 있다. 눈 깜빡하니 스쳐간 아쉬운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너무나 빨리 많이 지나가기에 놓치는 순간들. ‘나중에’ 생각하면 되겠지 하고 넘기지만 ‘그 나중에’ 떠 오르지 않아 머리 뜯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우리를 위해서도 일상에서 관찰과 기록이 필요하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호주머니에 수첩과 연필을 넣어” 다녔다고 얘기한다. 눈으로 스치고 머리로 날아드는 아름다운 아이디어를 “지체 않고 기록”하려고.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우리는 ‘디지털 수첩’에 적는 게 편하겠지만 과학자들은 그래도 “노트에 다시 정리해서 기록”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현장에서는 간략하게 적기 마련이니 나중에 다시 정리하다 보면 생각이 구체화되고 커 가는 걸 경험할 것이니까.

사실 그랬다. 순간의 생각을 기록하고 나중에 그 기록을 곱씹으며 다시 적어가니 새롭게 보이는 게 있었고 ‘뭔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아무도 생각 못한 질문

꾸준히 데이터를 기록하고 쌓으면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고 했다. 그래서 과거 패턴을 활용해서 ‘배설’의 이상을 연구하거나 ‘이동 경로’를 미리 파악한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사소하고 반복적인 관찰과 기록”이 “생태계와 인류의 발전에 기여 한다는 신념”으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연구를 한다.

이렇듯 데이터가 쌓이면 과학적 예측이 가능하지만, 경제적 예측도 가능하다. 우리 모두 당연하게 생각하겠지만 ‘소비 패턴’을 나이와 성별 지역별로 예측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우리가 데이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여러 번 긁는 카드나 ‘ㅇㅇ페이’ 같은 지불 시스템, 배고플 때마다 열어보는 ‘배달앱’ 등. 그런 회사 서버에는 각종 정보가 쌓였을 것이다. 돈의 흐름과 사람의 흐름. 흐르는 돈의 규모와 그 소비의 패턴 등. 그런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면 새롭게 돈의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관찰’과 ‘기록’의 의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온 건 기록하다 보면 “아무도 생각 못할 질문을 꺼낼 수 있다”라는 것이다. 과학자다운 표현이다. 굳이 과학 분야가 아니더라도 모든 학자는 다른 이들이 생각하지 못한 ‘연구 주제’를 내놓고 싶어 할 것이다. 비단 학자들에게만 필요할까?

아마 우리는 많은 이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무도 못간 길을 개척하고도 싶었을 것이고 누구도 생각 못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랠 키고도 싶었을 것이다. 누구나 모험심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렇지만 그런 건 어느 날 갑자기, 벼락 맞듯이 찾아오는 게 아니란 걸 이 책은 얘기하고 있다. 노력이 필요하고 그건 “꾸준한 관찰과 기록이 보상해줄 것”이라고 한다.

‘소로’의 <월든>이 중요한 이유

관찰과 기록을 얘기할 때 많이 언급되는 책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다. 이 책에서도 ‘월든’이 수차례 언급되었는데 특히 “잘 관찰된 노트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매우 귀중한 정보원”이 된 좋은 사례로 꼽았다. <월든>에는 “1851년부터 1858년까지 약 500여 종에 이르는 식물의 기록”이 담겨있다. 특정 식물이 언제 얼마나 피었고 언제 지는지 등. 중요한 건 “대규모 온실가스가 대기로 뿜어져 나오기 직전의 기록”이라는 대목.

2000년대 들어 여러 과학자가 ‘월든’ 지역의 생태계를 관찰 기록했는데 그 결과가 매우 우려스럽다. “160년 사이에 약 30퍼센트가 사라졌고 또 다른 40퍼센트는 매우 귀한 종이 되었다”라는 결과. 과거의 기록을 오늘날과 비교한 덕분에 인류가 얼마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데이터가 우리에게 그런 얘기를 전한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가 기록하고 남기는 데이터가 얼굴 모르는 우리의 후손에게 얼마나 의미로 다가갈까? 선조들을 원망하지는 않을까 싶다.

어쩌다 보니 아마추어 관찰자가 되어 부족한 점을 채우려 골라본 책에서 여러 가지를 얻게 되었다. 유명 과학자들의 ‘관찰의 기술’을 엿보기도 했고 그들의 ‘신념’에 감동하기도 했다.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끈기’가 필요한 것도 알게 되었다. 하루 이틀, 몇 달이 아니라 최소 수년간 관찰과 기록을 계속해야 하는. 거기서 인생의 모습도 읽게 되었다면 과장일까.

이 책에 나온 과학자들의 공통점은 “노트와 연필”을 갖고 다니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관심”을 가진 것이었다. 따뜻하게 ‘대상’을 바라보니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게 되었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질문’을 파고드니 그 ‘답’을 얻게 되었다는. 관심 분야를 따뜻하게 꾸준히 바라본다면 ‘뭔가가’ 보일 것이란 희망을 품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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