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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코끼리
의학이 발달했다곤 하지만 암은 여전히 무서운 질환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한국인 3명 중 한 명은 일생 중 1번 이상 암에 걸릴 확률이 있다. 그런데 사람 말고 다른 동물들도 암에 걸릴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사람 이외에 많은 동물이 암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암 발생 가능성은 동물마다 크게 다르다.
과학자들은 암을 연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그것은 큰 동물들이 암에 쉽게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정상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무한 증식하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다른 요인이 모두 같으면 세포의 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수명이 길수록 암에 걸릴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세포의 숫자와 암 발생률 간에는 큰 연관성이 없었다. 예를 들어 쥐와 코끼리는 몸무게 차이가 10만 배나 나지만, (동물 세포의 크기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체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세포가 많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코끼리가 암에 10만 배나 잘 걸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동물원과 야생에서 수많은 코끼리를 해부해본 결과 암으로 죽는 개체는 평균 5%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작고 수명도 짧은 다른 포유류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페토의 역설(Peto‘s Paradox)’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왜 이런 역설이 생길까?
과학자들은 코끼리나 고래처럼 세포의 수가 인간보다 훨씬 많고 수명도 긴 포유류들이 암에 잘 걸리지 않은 이유를 연구해왔다. 그 비밀을 밝히면 암을 예방하는 수단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연구에 의하면 그 이유는 암 억제 유전자에 있다.
예를 들어 암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TP53은 인간에서는 하나지만 코끼리는 무려 20개를 가지고 있다. 이 차이가 악성 변화를 일으킨 세포를 쉽게 죽도록 유도해서 암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애리조나 대학의 생물학자 카를로 말리(Carlo Maley)는 이 메커니즘을 자세히 밝히기 위해서 코끼리의 세포와 정상인의 세포, 그리고 TP53에 대한 돌연변이가 생긴 유전 질환인 리-프라우메니 증후군 (Li–Fraumeni syndrome) 환자의 세포를 비교해 이 연구를 미국 의학 협회지(JAMA)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방사선을 이용해 이 세포들을 암세포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이 암세포들은 모두 살아남지 않는다. 이렇게 변이가 일어난 세포를 파괴하는 방어 기전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p53 연관 세포 괴사 (p53-mediated apoptosis)라고 부르는데, 연구 결과 세포가 죽는 비율이 코끼리는 14.64%, 정상인은 7.17%,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은 2.7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의하면 코끼리 세포는 악성 변화를 해도 인간 세포에 비해 쉽게 파괴된다.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기전이 동시에 작용해서 코끼리 세포가 쉽게 악성 변화를 하지 못하게 막거나 이미 생긴 암세포를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어 기전은 대형 동물의 진화에서 필수적인 조건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성체로 크기도 전에 암에 걸려 죽고 말았을 것이다. 따라서 코끼리나 고래 같은 대형 동물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암에 대한 내성을 획득할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대형 동물들이 암에 잘 걸리지 않는 기전을 연구하면, 인간에게서도 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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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세포 죽이는 항암 유전자, 사람은 1벌이지만 코끼리는 10벌
5900만 년 전 몸집 커질 때 깨어나
코끼리가 커다란 몸집에도 불구하고 유독 암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은 진화 과정에서 몸집이 커질 때 그동안 기능을 하지 않던 항암 유전자가 깨어났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유전자는 손상된 세포를 자살로 이끌어 암이 발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암 연구와 항암제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빈센트 린치 교수는 지난 8월 14일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에 “5900만 년 전 코끼리 조상의 몸집이 크게 진화했을 때 손상된 세포를 공격하는 LIF(백혈병 억제 인자)6 유전자가 다시 작동하면서 암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코끼리는 몸무게가 8t까지 나가 사람의 100배를 넘는다. 몸집이 클수록 세포도 많고 그만큼 돌연변이가 생겨 암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사람은 암으로 죽는 비율이 11~25%나 되지만 코끼리는 5%도 되지 않아 과학계의 미스터리였다. 린치 교수는 2015년 인간은 p53 항암 유전자가 한 벌이지만, 코끼리는 20벌임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번에는 사람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은 LIF가 한 벌밖에 없지만 코끼리는 10벌이나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다른 동물에서는 LIF가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고 잠복 상태로 있지만 유독 코끼리에게서만 기능을 한다. 연구진은 코끼리에서 LIF가 10벌로 늘어날 때 스위치 역할을 하는 부분이 LIF6에 새로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 스위치는 항암 유전자로 잘 알려진 p53 유전자의 신호를 받아 작동한다.
실제로 연구진이 코끼리 세포에 손상을 주는 화학물질을 처리하자 LIF6 유전자의 활성이 8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p53 유전자를 차단하면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LIF6 유전자가 손상된 세포에서 에너지 생성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구멍을 내 죽음으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코끼리와 같은 조상을 가진 마스토돈과 매머드 화석에서도 LIF6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23년 4월 9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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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암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
그린란드 해안에서 포착된 참고래. 위키피디아 제공
고래는 5% 가량이 암으로 죽는다. 반면 인간은 암으로 목숨을 잃는 비율이 11~25%에 이른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할까.
과학자들은 비밀을 풀기 위해 ‘생어 동물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알렉스 케이건 영국 웰컴생어연구소 책임자는 8일(현지시간) 포유류를 중점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런던 동물에서 자연사한 동물들을 분석한 것으로 사자와 호랑이, 기린, 흰족제비 등 대부분의 포유류가 포함됐다.
분석에 따르면 수명이 짧은 종일수록 암을 유발하는 세포 돌연변이가 더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명이 긴 종이 더 느린 속도로 돌연변이 발생이 축적되는 반면, 수명이 짧은 종은 더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 발생이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인간은 연간 47개의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반면 쥐는 연간 약 800개의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쥐의 평균 수명은 4년 정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83.6세다. 평균 수명이 100~200년에 이르는 북극고래의 경우 더 돌연변이 발생이 느리게 일어난다는 분석이다.
동물별로 일생 동안 발생하는 돌연변이의 수는 비슷하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이 된 모든 포유류들은 전체 수명 동안 약 3200개의 돌연변이를 축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명 말기에 유사한 수의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점은 놀랍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그간 고래의 암 발생이 적은 현상을 연구해왔다. 다른 동물보다 고래가 DNA가 조금만 손생돼도 바로 세포를 죽게 해 암 발생률을 낮추거나 고래가 세포 분열을 천천히 해 손상된 부분을 바로 잡을 시간이 충분하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인류의 암 정복 전략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들이다.
케이건 연구원팀은 분석 대상을 식물이나 곤충, 파충류로 확장할 계획이다. 케이건 연구원은 “개미 사례를 보자면 일개미와 여왕개미는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여왕개미는 30년, 일개미는 1~2년을 산다”며 “여왕개미가 더 나은 DNA 복구 기능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 쥐가 암 연구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케이건 연구원은 “쥐의 수명이 매우 짧아 암 연구엔 최고의 모델이 아닐 수 있다”며 “수명이 더 긴 동물을 연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3월 9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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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면역력 지닌 악어, 비결은 이것? (연구)
바다 악어. Credit: Molly Ebersold of the St. Augustine Alligator Farm)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게 마련이라서 악어 역시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된 삶을 살아간다. 예를 들어 혼탁한 물이나 늪은 커다란 악어가 들키지 않고 숨기엔 최적의 장소이지만, 상처가 날 경우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은 환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악어는 치악력만 강한 것이 아니라 면역력도 뛰어나다. 사실 수억 년간 이런 환경에서 진화했으니 지금까지 살아 있는 악어의 후손들은 매우 강한 면역력을 지닐 수밖에 없다. 악어는 발버둥 치는 사냥감에 의해 상처를 입어도 흙탕물 속에서 곪지 않고 저절로 치유되는 놀라운 회복력을 지니고 있다.
호주 라 트로브 대학의 스콧 윌리엄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악어의 슈퍼 면역력 가운데서 특히 치명적인 곰팡이에 대한 면역의 비밀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현생 악어 가운데서 가장 큰 바다 악어에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인 디펜신 (defensin)을 조사했다.
디펜신은 매우 흔한 면역 물질로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물론 곤충이나 식물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치명적인 세균과 곰팡이에 자주 노출된 악어의 디펜신은 다른 생물에서 발견된 것과 달랐다.
바다 악어의 디펜신 CpoBD13은 다른 생물과 달리 pH에 의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균이나 곰팡이에 감염된 조직과 세포는 산성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악어의 디펜신은 여기에 빠르게 반응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결국 감염원을 선제적으로 공격해 상처가 곪고 심각한 상태가 되는 것을 막는다.
연구팀에 따르면 악어의 디펜신은 인체 감염을 막거니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디펜신 자체가 흔한 면역 물질인 만큼 악어의 디펜신 작용을 참조해 변형한 디펜신을 약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는 기초 연구 단계지만, 악어의 슈퍼 면역력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앞으로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