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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새 기술 ‘간’, 만능 ‘바벨 피쉬’ 통역기 등
해마다 가을이면 미국 MIT가 발행하는 기술전문지 `MIT 데크놀로지 리뷰‘ 편집진이 한 자리에 모인다. 지난 한 해의 기술 성과들을 검토하면서 앞으로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기술 톱10을 가려내기 위해서다. 검토 결과는 다음해 2월에 발표된다. `리뷰’가 올해의 10대 혁신 기술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기술들은 올해 주목할 필요가 있거나 주목해야 하는, 그리고 몇년 안에 등장할 것들이다.
편집장 기드온 리치필드는 “우리는 10가지 기술 리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 시도는 거부한다”며 “그러나 지난 몇 년을 되돌아 보면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인공 지능이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뷰‘는 2016년 음성인식 인공지능, 2017년 안면인식 인공지능 기술의 도약을 예측해 성가를 올린 바 있다.
올해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인 `생성적 적대 신경망’ 간(GAN)이 새로 들어갔다. 간은 인간의 개입 없이 신경망끼리 서로 경쟁을 벌이며 성능을 개선시켜 가도록 한 기술이다. `리뷰‘ 편집은 이 기술은 컴퓨터에 상상력을 불어 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리 문제를 야기할 기술도 있다. 인공 배아 기술이다. 편집은 그러나 윤리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생명체가 창조되는 방법을 재정의하고, 나아가 인간 생명의 초기 순간에 대한 연구 기회를 넓혀준다고 평가했다. ‘리뷰’가 꼽은 10대 기술의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1. 3D 금속 프린팅
3D 프린팅은 수십년 전에 등장했지만 아직도 일회용 프로토타입을 제작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소재도 플라스틱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 플라스틱이 아닌 다른 물질, 즉 금속을 프린팅하는 비용은 비싸고 속도도 매우 느리다. 하지만 조만간 실용화할 수 있을 만큼 비용도 떨어지고 사용도 간편해지고 있다. `리뷰’는 3D 금속 프린팅이 널리 채택되면 지금의 대량생산 방식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어떤 변화가 예상될까? 우선 단기적으론 제조업체들이 많은 재고를 보유할 필요가 사라진다. 필요할 때마다 대체품을 간단히 프린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론 제한된 몇가지만을 대량생산하는 대형 공장들 대신,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더 다양한 부품을 만드는 작은 공장들이 그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기존 금속 제조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더 가볍고 강한 부품과 복잡한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17년 미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National Laboratory) 연구진은 전통 제조법보다 두 배나 강한 스테인리스 스틸 부품을 만들 수 있는 3D프린팅 방법을 개발했다.한 기업은 10만달러도 안되는 가격에 3D 금속 프린터를 출시했다. 일찌감치 3D 프린팅 항공 부품을 제작해온 GE는 지난해 11월 대형 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고속 금속프린터 `아틀라스‘ 시험판을 공개했다.
2. 인공배아
배아는 수정후 8주까지의 태아, 즉 생명체의 발생 초기단계를 가리킨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자들은 지난해 3월 정자도 난자도 없이 줄기세포만 사용해 실제와 똑같은 마우스 배아를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오로지 다른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만 사용했다. 생명의 창조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다시 규정해야만 할지도 모르는 성과라고 `리뷰’ 편집진은 평가했다.
연구진은 3차원 구조물에 세포들을 넣고 관찰한 결과, 줄기세포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배아와 같은 독특한 총알 모양을 형성하는 것을 목격했다. 연구책임자인 막델레나 제르니카-괴츠는 “우리는 줄기세포들이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아름답고 완벽하게 스스로 구조화할지는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에 합성한 배아가 생쥐로까지 자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머지 않아 난자 없이도 포유동물이 태어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다음 단계는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인공배아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미시건대와 록펠러대에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인공배아는 윤리 문제를 제기한다. ‘리뷰’ 편집인은 “인공배아가 진짜 배아와 구별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배아는 고통을 느끼기 전에 실험실에서 얼마나 오래 자랄 수 있을까? 생명윤리학자들은 이 부문의 연구경쟁이 더 나아가기 전에 이런 질문들에 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 감각 도시
수많은 스마트시티 계획들은 지연되거나 목표를 낮추거나 슈퍼부자들만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해왔다. 퀘이사이드라는 이름의 토론토 도시계획은 이런 실패의 패턴에서 벗어나려 한다. 도시 마을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하고 최신 디지털기술을 중심으로 재건하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스마트 도시는 더 살기 좋고, 환경 친화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뉴욕에 있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스마트도시 개발 기업인 사이드워크 랩스가 캐나다 정부와 제휴해 토론토 부둣가인 워터프론트 지역에서 이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는 공기질에서 소음 수준, 인간 활동에 이르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는 광범위한 센서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식수 소비량, 폐기물 발생량 등을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사이드워크 랩스는 공공 인프라도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데이터 관리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다.
4. 만인을 위한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사실 아마존, 바이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수 IT 대기업들만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기업들엔 비용도 지나치게 많이 들고 다루기에도 복잡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클라우드 기반을 활용하면 인공지능 기술을 저렴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머신러닝 도구는 인공지능의 고객층을 넓혀준다. 지금까지 클라우드 인공지능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업체는 아마존이다. 구글은 오픈 소스 인공지능인 텐서플로로 이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구글은 클라우드 오토엠엘을 발표했다. 인공 지능을 보다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전훈련시킨 시스템이다.
자체 AI 구동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를 갖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존과 협력해 오픈 소스 딥러닝 라이브러리 `글루온’을 제공한다. 글루온은 인간 뇌를 모방하는 핵심기술인 신경망을 스마트폰 앱처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리뷰‘ 편집진은 “이들 중 어떤 회사가 AI 클라우드 서비스의 선두가 될지는 불투명하지만, 주도권을 쥐는 기업은 엄청난 사업 기회를 거머쥘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뷰’는 인공지능 혁명이 경제의 다른 부분으로 더 넓게 퍼지려면 이러한 제품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기업들에 클라우드 인공지능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리뷰‘는 클라우드에 거의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날, 진정한 인공지능 혁명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 듀얼 신경망
인공지능은 사물을 식별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인공지능에 백만장의 사진을 보여주면 그 가운데서 거리를 건너가는 보행자를 놀라운 정확성으로 골라낸다. 그러나 스스로 보행자 이미지를 생성하지는 못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자율주행차는 도로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스스로 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생성적 적대신경망’(GAN)으로 알려진 이 방식은 두 가지 신경망을 만들어 이것들이 서로 고양이와 쥐처럼 숨바꼭질 방식의 게임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두 네트워크 모두 동일한 데이터 세트로 학습한다. 생성자(generator)로 알려진 하나는, 이미 본 이미지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컨대 보행자 사진에 팔을 하나 더 붙이는 것과 같은 일이다. 구분자(discriminator)로 알려진 다른 하나는, 자신에게 보이는 사진이 훈련받은 이미지와 같은지 아니면 생성자가 만든 가짜인지 판별할 것을 요구받는다. 시간이 거듭되면서 생성자는 구분자가 가짜를 찾아낼 수 없을 정도까지 능숙하게 이미지를 생산해낼 수 있다.
그래픽칩 제조업체 엔비디아 연구진은 유명인사들의 사진으로 실재하지 않는 사람들의 그럴듯한 얼굴 수백가지를 만들어냈다. 또 다른 연구 그룹은 반 고흐의 작품과 구별이 가지 않는 가짜 그림을 만들었다. 어떤 전문가들은 그래서 이 신경망이 인간이 보고 듣는 세상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인공지능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이해하는 독립적인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6. ‘바벨 피시’ 통역기
더글러스 애덤스의 고전적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는 어떤 언어도 번역해내는 물고기 ‘바벨 피시’ 가 등장한다. 뇌파 에너지에서 발생하는 정신 주파수를 먹고 사는 이 물고기를 귀에 넣으면 뇌파에 담긴 언어 패턴이나 사고 신호를 숙주의 두뇌에 배설해 어떤 언어라도 번역할 수 있다.
SF에서나 보던 이런 장면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 스마트폰 앱의 번역앱들은 이제 간단한 생활회화는 자동으로 번역해준다. 지난해 구글이 내놓은 픽셀 버드도 이를 겨냥한 제품이다. 159달러짜리인 이 이어버드는 구글의 픽셀 스마트폰과 구글 번역앱을 사용해 실제 실시간 번역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배경 소음이 이해력을 방해할 수 있다. 언제 사람이 말을 멈추는지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픽셀버드는 말하는 동안 오른쪽 이어버드를 손가락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7. 탄소제로 천연가스
천연가스는 세계 전기 소비량의 22%를 공급하는 주요 에너지원이다. 값싸고 이용이 간편한 게 장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되는 건 마찬가지다.
미 석유정제산업의 중심지인 휴스턴 외곽의 한 파일럿 발전소가 천연가스의 이 해묵은 고민을 해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전혀 하지 않는 천연가스 발전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인류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화석 연료로부터 탄소가 없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초기 테스트가 시작됐으며 몇 달 안에 초기 평가 결과가 나온다. 천연가스를 태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은 계속해서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저렴한 비용으로 채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넷파워 기술이 천연가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단지 천연 가스를 사용하는 한에서는 최대한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밖에 자신의 개인 정보를 완벽하게 보호해주는 제로지식증명, 질병이나 어떤 행동 특성을 예측해주는 유전자 예측 기술, 복잡한 분자구조를 쉽게 시뮬레이션해 새로운 물질 설계를 가능하게 해주는 양자도약 등이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