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암세포주 헬라세포, 무한정 배양해도 정말 똑같을까?
과학자들은 다양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체외에서 ‘세포주(cellline)’를 이용해 기초 연구를 시작한다. 세포주는 균일한 조직에서 유래된 세포 집단으로 동일한 유전적 특성을 가지는 세포 계통을 말한다. 장기간 배양해도 균질한 유전자형을 갖는 특징이 있다. 세포주에는 유한한 세포주와 불멸화된 세포주 등 두 가지가 있다.
유한한 세포주는 20~80번 이상 세대가 반복되면 돌연변이가 축적돼 처음의 것과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반면 불멸화된 세포주는 이론적으로 무한정 복제를 해도 구성이 같으며, 흔히 암세포주라 부른다. 일례로 1951년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 헨리에타 랙스(당시 31살)의 암세포를 배양시켜 확보한 헬라(HeLa)세포주가 있다.
8월 둘째 주 네이처 표지는 ‘구슬’들이 장식했다. 그 속에는 파란색과 노란색, 빨간색이 섞인 문양이 새겨져 있다. ‘굴러가는 복제품들(Rolling clones)’라는 문구와 함께 보면 이 구슬들은 바로 세포주를 비유하고 있다. 굴려도 그 모양과 내부 특징을 유지하는 구슬과 세대가 지나도 유전물질이 같은 세포주가 서로 닮았다고 본 것이다.
Nature 제공
그런데 각종 세포주에서 일어나는 유전적 변이와 그로 인한 표현형의 차이는 지금껏 연구가 많이 되지 않은 영역이다. 특히 헬라세포주와 같은 암세포주는 그 차이를 따지지않고 수십년을 사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호에는 미국 하버드의대 소아과 토드 골럽(Todd Golub) 교수팀이 작성한 ‘유전적 그리고 전사적인 진화가 암세포주의 약물 반응성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제목의 논문(doi:10.1038/s41586-018-0409-3)이 발표됐다.
연구팀은 106개의 사람 암세포주를 유전적으로 분석해 그 다양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연구를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유방암 세포주인 MCF7에선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 27종류의 변종이 발견됐다. 비슷한 현상이 총 13개의 암세포주에서 확인됐다. 이어진 실험에서 연구팀이 27가지 변종 MCF7 세포주에 321가지 항암물질을 처리하자 75%의 항암물질이 효과가 감소하는 것도 확인했다.
현실에서 우리는 특정 환자에게 잘 듣던 항암제가 어느 순간부터 용량을 높여도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걸 목격하곤 한다. 골럽 교수는 논문에서 “암세포주 역시 세대가 지날수록 돌연변이가 축적될 수밖에 없다”며 “약에 대한 내성을 갖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세포주의 변종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제대로 확인해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ttp://old.dongabiz.com/Business/General/article_content.php?atno=1206126801&chap_no=1
두 세포 이야기: 엄청난 기여, 무시된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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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세포생물학 분야에 유명한 두 세포가 있다. 하나는 흑인 여성의 자궁암 조직에서 얻은 헬라세포로 ‘불멸의 세포’라는 특성 때문에 지난 60년간 전 세계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가 진행돼 학문적·경제적 성과를 톡톡히 얻었다. 다른 하나는 낙태한 태아의 폐 조직에서 얻은 WI-38 세포주로서 세포 노화의 원인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풍진, 광견병, 소아마비, 홍역, 수두, 대상포진 등 백신 생산에 널리 이용돼 인류의 보건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세포주 제공자들은 어떠한 경제적 이득도 취하지 못했고, 이를 개발한 과학자들 역시 만족스러운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성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도 구성원이 모두 수긍하는 적절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
편집자주
흔히 기업을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합니다. 이는 곧 생명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경영에 대한 통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합니다. 30여 년 동안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천착해 온 이일하 교수가 생명의 원리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생물학과 관련된 여러 질문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기업 경영에 유익한 지혜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생물학에서는 세포를 분리해 배양한 뒤 여러 가지 세포학적인 연구를 수행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동물세포는 배양하면 같은 종류의 세포가 반복적으로 증식된다. 근육세포를 배양하면 근육세포가, 심장세포를 배양하면 심장세포가 반복적으로 증식된다. 식물과 달리 동물세포는 이미 결정된 분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동물 세포생물학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재료로 널리 이용되는 두 세포주(細胞株·반복적 분열이 가능한 세포)가 있다. 암 연구에 널리 이용됐던 헬라(HeLa) 세포주와 노화 연구에 널리 활용됐던 WI-38 세포주가 그들이다. 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용됐는지, 이 세포주에 얽힌 영욕에 대해 알아보자.
불멸의 세포주 ‘헬라(HeLa)’
흔히 ‘불멸의 세포주’라 불리는 헬라 세포주는 1951년 31세의 흑인 여성 헨리에타 랙스(Henrietta Lacks)의 자궁경부암 조직에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해 얻은 것이다. 배양의 용이성과 무한 증식이 되는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도 세포학 연구에 매우 유용한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다섯 아이의 엄마였던 헨리에타 랙스는 아이를 출산하고 몇 달 되지 않아 존스 홉킨스대에서 자궁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다. 이때 그녀를 치료했던 의사가 정상 조직과 암 조직에서 각각 세포의 일부를 떼어 배양을 했는데 암 조직의 세포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증식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대학의 의과학자였던 조지 게이(George Gey) 박사에게 세포배양을 의뢰하게 된다.
당시까지는 세포 배양을 하면 모든 세포는 일정 기간 세포분열을 하고 난 뒤 2∼3일 이내에 죽어버린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헬라 세포주는 몇 달이 지나도 왕성하게 증식을 하는 특성을 보였다. 이에 게이 박사는 헬라 세포주를 확립하고 다른 일반적인 세포와는 다른 특이성을 갖는 헬라세포의 특성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후 전 세계 많은 과학자들이 불멸의 특성을 가진 헬라세포를 연구해보고 싶어 했다. 이렇게 해서 그 세포의 주인인 헨리에타의 동의도 없이 헬라세포는 배양됐고, 전 세계의 연구실에 퍼져나가 무한 증식을 하게 됐다.
헬라세포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아마도 소아마비 백신(폴리오 백신) 개발에 이용되면서일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해변 도시 라호야에는 소크연구소라는 세계적인 생물학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연구소의 설립자인 조너스 소크(Jonas Salk) 교수는 소아마비 백신을 대량 생산해 미국을, 나아가 전 세계를 소아마비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킨 위대한 과학자다. 소크 교수는 1950년대 말 뛰어난 증식 능력을 가진 헬라세포를 이용해 소아마비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덕에 미국은 소아마비 풍토병에서 해방됐고 소크 교수는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됐다. 하지만 소크 교수는 돈에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소아마비 백신 대량 생산 기술을 특허 등록도 하지 않았고 재산을 소크연구소의 설립을 통해 사회에 환원했다. 왜 그 기술을 특허 등록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태양을 특허로 등록할 수 있느냐”고 답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1)
이후 유명해진 헬라세포는 빠른 속도로 전 세계 연구실로 퍼져나갔다. 2009년 현재까지 전 세계 연구실에서 증식된 헬라세포의 총량은 대략 20톤 정도로 헨리에타 본인 몸무게의 무려 400배 정도가 불려진 셈이다. 이렇게 불려진 세포주는 암 연구뿐 아니라 에이즈 연구, 독성 분석, 유전자 지도 작성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됐다. 이러한 헬라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2009년까지 6만 편 이상의 논문이 발표됐고, 현재도 매달 300편씩 새로운 논문이 쏟아진다고 하니 학술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세포주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헬라세포를 이용한 관련 특허 또한 1만1000건에 이른다고 하니 학술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유용한 세포주라고 할 수 있다.
헬라 세포주 활용의 윤리적 문제
1950년대 당시에는 세포주를 배양할 때 제공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상식 따위가 없을 때였고 그것이 문제가 되지도 않을 때였다. 인권의식이 매우 취약할 때의 관행으로 기껏해야 세포 제공자의 신분을 가리기 위해 세포주 확립 초기에는 ‘헬렌 레인’ ‘헬렌 라슨’ 등의 가명으로 세포 이름을 붙인 정도가 유일한 배려였다. 그나마도 몇 년 뒤 언론에 그녀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그녀의 이름을 딴 헬라세포가 공공연해졌다. 가족들은 한동안 그녀의 세포가 전 세계 실험실에서 가공할 만한 양으로 증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1970년대 들어와서야 알게 됐다. 헬라세포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그 가족의 유전적 소양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지면서 가족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환장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후 2009년 레베카 스클룻이라는 전기 작가가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출판하면서 여러 가지 윤리적, 법적인 문제가 제기됐다. 헬라세포는 의학연구에 대단히 중요하게 사용돼 왔을 뿐만 아니라 의약개발이라는 실용적 목적에도 활용됐다. 따라서 경제적 가치가 엄청났을 것이다. 그런 엄청난 가치를 가진 세포가 원주인인 헨리에타의 동의를 받은 적도 없이 무한 증식됐다. 더구나 의약개발이라는 실용적 가치 창출에도 활용이 됐다면 이미 죽고 없는 헨리에타 대신에 그녀의 가난한 후손들이라도 그 경제적 혜택을 얻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가난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1) 필자는 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소크연구소에서 했는데 소크 교수는 이 연구소 모든 과학자들이 존경하는 롤모델이었다. 1995년 돌아가시던 해의 뜨거웠던 추모 열기는 잊을 수가 없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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