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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자연의 섬세함과 정교함은 종종 과학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 작디 작은 물고기의 눈을 들여다 본 과학자들이 깜짝 놀란 이유다. 아이디어도 얻었다. 치료 까다로운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단서가 어쩌면 그 안에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2018. 8.)

 

 

제브라피쉬 눈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 홍채 부분이 은색으로 보인다. 와이즈만연구소 제공

 

 

우리 몸에서 가장 정교한 기관을 꼽으라면 눈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비단 사람뿐 아니다. 물고기의 눈 역시 놀라우리만치 복잡하고 정교하게 진화했음을 과학자들이 증명해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는 길 레브코위츠 분자세포생물학과 교수와 댄 오론 복잡계물리학과 교수 연구진이 실험용으로 흔히 쓰이는 물고기인 제브라피쉬의 은색으로 빛나는 눈의 내부 구조와 기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미국 과학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를 통해 최근 발표됐다.

영국 과학자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소개한 자신의 저서 ‘종의 기원’에서 눈의 형성 과정을 진화로 완벽히 설명하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그만큼 생물의 눈 구조가 복잡하고 정교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눈의 기능적 섬세함이나 구조적 다양성 역시 모두 진화의 산물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사람이나 물고기의 눈에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조직은 공통적으로 홍채다. 홍채는 수정체를 지나 망막까지 도달할 수 있는 빛을 제외한 다른 모든 빛은 차단한다. 그런데 제브라피쉬 눈의 홍채는 이처럼 원하지 않는 빛을 차단하면서 동시에 눈을 위장하는 역할도 하도록 진화해왔다. 머리에서 툭 튀어나와 있는 눈을 포식자가 잘 알아보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마이크로 컴퓨터 단층촬영(microCT)과 동결 주사전자현미경(cryo-SEM) 장비를 동원해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제브라피쉬 눈이 과연 어떤 특별한 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MicroCT로 제브라피쉬 눈의 전체적인 구조 사진을 찍은 다음, 홍채 일부분을 얼려 cryo-SEM으로 세부 구조를 관찰했다. 그 결과 홍채 내에서 구아닌(Guanine)이라는 물질이 마치 타일처럼 생긴 얇은 판 모양의 결정 형태로 층을 이루며 정렬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아닌은 유전자(DNA)의 주요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살아 있는 모든 세포에서 발견된다. 구아닌은 보통 투명하지만, 제브라피쉬의 홍채에선 특이하게도 희미하게 빛나는 은색을 띤다. 연구진은 이 독특한 빛깔이 바로 구아닌의 얇은 층 구조 때문에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제브라피쉬는 피부와 비늘에도 비슷한 형태의 결정을 갖고 있다. 이들 구아닌 결정은 모두 홍색소포(iridophore)라는 특별한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연구진은 질서정연한 구아닌 결정 층 아래에서 또 다른 두 가지 층을 찾아냈다. 중간 층에는 바깥쪽과 달리 결정들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었고, 맨 안쪽에는 멜라닌 색소가 아주 얇은 층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의 멜라닌은 사람의 홍채에 들어 있는 것과 비슷했다. 왜 굳이 홍채 내부가 이렇게 세 층으로 구성돼 있을까. 연구진은 광학 측정 기법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잘 조직화한 바깥 층은 주로 파란색과 초록색 파장의 빛을 반사한다. 바닷속에 존재하는 빛과 같은 파장을 반사해 포식자들이 자신을 주변 색깔과 잘 구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바다색과 전혀 다른 눈을 위장하기 위한 제브라피쉬의 묘책이다. 이 외에 다른 두 층도 각각 고유한 역할을 수행한다. 중간 층은 주로 빛을 분산시키고, 가장 안쪽 층은 다른 두 층을 통과해 들어오려는 원치 않는 빛을 최종적으로 막는 일종의 ‘덮개’ 기능을 한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스위스로 날아가 유럽 전자가속 방사시설(ESRF)로 제브라피쉬 홍채 내부를 관찰해 나노미터 수준의 고해상도 X선 사진을 얻었다. 이를 독일 괴팅겐대 연구진과 함께 분석한 결과, 바깥 층의 결정들이 하나 같이 6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고 흐트러짐 없이 이어진 채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눈의 움직임에 따라 정렬되는 각도가 달라졌고, 어떤 각도에선 홍채 전체가 은색으로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쉬가 알에서 부화한 지 단 며칠 안에 홍채에서 질서정연한 결정 층이 형성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아래 두 층은 그 이후에 만들어졌다. 레브코위츠 교수는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기 쉬운 작은 유생에게 무엇보다 먼저 위장술이 필요하기 때문일 거라고 예상했다. 또 연구진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구아닌 결정으로 이뤄진 얇은 층들은 비슷한 두께의 멜라닌 층보다 3배나 많은 빛을 차단할 수 있다. 몸집도 눈도 작은 만큼 제브라피쉬가 생존을 위해 예리한 시각을 발달시켜온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드비 거르 박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 자리를 옮겨 제브라피쉬 홍채의 결정 발달 과정을 흥미롭게도 인간의 질병 치료와 연결시키는 연구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통풍이나 신장결석 같은 질병은 체내 원치 않는 부위에서 요산 결정이 생성돼 발병한다. 물고기가 눈에서 구아닌 결정 발달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이해한다면 이와 비슷한 요산 결정 생성 과정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거르 박사는 기대하고 있다.

 

원문 링크
https://wis-wander.weizmann.ac.il/life-sciences/silver-eyes-are-triple-t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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