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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구관리 전문기관 통합을 단행했다. 그간 제기된 복수기관 운영체제에 따른 R&D 투자 효율성 저하 문제를 ‘1부처 1기관’으로 푼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중복 기획, 성과 연계 미흡 등 비효율 요인을 제거하고, 범부처 차원 성과 공유 기반 마련과 R&D 효율성 향상을 기대했다.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단순 기관 통합으로는 R&D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

 

 

◇ 연구 관리 기능 HW·SW 통합

연구관리 전문기관은 각 부처를 대행해 소관 정부 R&D사업의 기획·평가·관리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지난해 기준 정부 R&D 예산 19조5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10조7000억원을 관리했다. 막대한 예산을 관리하지만 부처별 다수 전문기관이 산재한 것이 문제였다. 기관별 상이한 규정과 절차, 시스템·기관 간 유기적 연계 미흡으로 연구자 행정 부담과 연구지원 비효율이 지적됐다. 한 부처가 복수 전문기관을 운영하면서 분산에 따른 비효율 문제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문 기관 효율화가 이슈로 부상했다. 국정과제에 ‘전문기관 운영 효율화’가 담겼다. 올해 1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세부 이행과제가 확정됐다. ‘R&D 중복투자 방지, 융합기획 등을 위해 17개 전문기관의 연구기획평가 기능을 부처별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복수 전문기관을 보유한 과기정통·산업·문체부 등이 우선 추진 대상으로 올랐다. 이후 범부처 태스크포스 활동과 실무회의를 거쳐 6월 과기자문회의 산하 전문기관 효율화 특별위원회, 7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안이 마련됐다.

정부는 3가지 관점에서 연구관리 전문기관 운영 효율화를 추진한다. 하드웨어(HW) 측면에서는 ‘1부처·청 1전문기관’, 소프트웨어(SW) 차원 통합 방안으로는 20개로 나뉜 연구과제지원시스템 통합을 제시했다. 통합을 점검, 조정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전문기관효율화 특별위원회도 전면 개편해 컨트롤타워로 세운다.

SW 차원 통합은 전문기관별로 운영하는 20개 연구과제지원시스템을 일원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과제지원시스템은 연구관리기관의 정부 R&D 예산 사업 관리와 기획-선정-협약-평가-성과관리 등 행정 지원 업무 이력정보를 전산화한 시스템이다. 출연연, 대학 등 연구주체가 R&D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현재 출연연은 평균 4.7개, 대학은 평균 8.2개 연구과제지원시스템을 이용한다. 중복 입력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는 ‘연구과제지원 단일서비스 구축 추진계획’을 4분기 수립, 본격 이행한다.

제도·규정 통합을 위해 범부처 R&D 규정을 표준화하고 서식·절차를 표준·간소화한다. 전문기관별 별도로 운영하는 자체 지침·관행도 손본다.

서비스 측면에선 단일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용자 중심 서비스 개선, 연구자정보 관리 일원화를 추진한다. 기획· 평가· 성과활용 등 R&D 전 단계에 걸친 정보 공유 확대, 연구자정보 통합·운영, 분류체계 연계 활용도 강화한다.

이행 점검을 위해 전문기관 담당자로 구성된 ‘범부처 연구과제지원시스템 통합 구축 추진단(가칭)’도 설치한다. 추진단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설치한다. 올해 4분기 과기정통부 훈령 제정을 통해 추진단 구성 근거를 마련한다.

 

◇ R&D 효율성 높이고, 연구자 행점 부담 낮추고

정부는 연구관리 기능 통합, 정비로 국가 R&D 효율성이 높아지고 연구자 편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부처 내 전문기관 또는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유사·중복 기획, 연구성과 연계미흡 등 비효율이 사라질 것으로 봤다. 과제 단위까지 범부처 차원 융합 기획, 성과 공유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부처별 전문기관 한 곳이 예산을 관리함에 따라 기획평가관리비가 포함된 사업 수는 현재 463개에서 12개로 줄어든다. 관련 예산을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관리기관 전문성도 강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기관 간 정보공유가 확대되고 정보 격차가 해소됨에 따라 기획·관리·평가 전문성이 강화된다고 분석했다.

연구자 중심 연구환경 구현도 기대했다. 연구과제지원시스템 일원화로 연구자는 중복 입력 제거, 절차 통일 및 간소화, 단일 로그인, 통합 서비스 등으로 행정 편의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 실효성 낮고, 내부 반발 우려도

기관 통폐합에 대한 우려도 따른다. 연구기획평가 혁신 취지와 달리 연구 특성을 무시한 물리 형태 통합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걱정이다. 과기정통부는 기초연구와 산업 성격이 짙은 ICT를 한 곳으로 묶었다. 행정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지만 R&D 시너지 창출은 쉽지 않은 구조다. 산업부는 에너지와 비에너지 분야 R&D 기획을 일원화했다. 역시 성격이 다른 분야다.

기관 통합 과정에서 수반되는 갈등을 비롯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옛 지식경제부 산하 연구지원 기관 통합 당시에도 조직 안정화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최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도 ‘부처 1기관’ 통합 방식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중복 과제를 허용해 융합을 추진하는 해외 R&D 동향과 어긋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출연연 관계자는 “이미 R&D 중복과제 이행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면서 “해외에서는 중복과제를 통한 경쟁을 장려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데 단순히 중복과제를 막는 데만 치중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R&D를 기획하는 KETEP이 비에너지 중심 KEIT 부설기관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긍정 효과가 클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SW적 통합이 중요하다. 이후 화학적 융합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계는 통합을 점검, 조정하는 전문기관효율화 특위 역할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봤다. 기존 특위가 의견수렴 기능을 수행했다면 앞으로는 기능정비, 연구관리규정 표준화, 시스템통합, 기관간 연계·협력을 중점 점검해야 한다.

과기계는 특위가 통폐합 부작용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처 칸막이 제거, 융합 과제 발굴 등 연구기관 관리 통합의 근본 취지를 살리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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