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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코드(Concorde)’의 모습은 독특합니다. 길쭉한 기체에 삼각형 모양의 날개, 독수리처럼 날카롭게 구부러진 앞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공중으로 떠오르는 양력을 유지하기 위해 앞 부분을 길게 설계했습니다. 그런데 앞 부분이 활주로를 달리거나 이착륙할 때는 단점으로 작용해 시야를 가리자 이착륙 때는 앞코가 아래로 구부러지도록 해 콩코드의 또 하나 볼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콩코드는 낮은 경제성이 단점이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보기 좋은 떡’에 불과했던 것이죠. 일반 비행기보다 2배 가량 빠른 속도인 마하 2로 곱절 빠른 속도, 고도 2만m까지 올라가 2배 정도 높은 곳에서 비행한 만큼 평균 8시간 넘게 걸리는 파리-뉴욕 구간을 3시간 반에 주파했지만 요금은 엄청나게 비쌌습니다.
기체가 좁고 길어서 이코노미 좌석 4개를 옆으로 간신히 배치시킨 좁은 좌석인데도 일반 항공편의 퍼스트클래스보다 3배 이상, 이코노미석 요금은 15배나 비쌌습니다. 지금 환율로 환산해보면 100만원 정도면 갈 수 있던 거리를 800만원 이상을 주고 타야 했다고 합니다. 대형 여객선이 300명을 넘게 태우고 비행하는데도 콩코드는 100명이 고작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돈이 아깝지 않은 부자들이나 시간에 쫓기는 글로벌 기업의 CEO만 타는 비행기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습니다. 한 때는 그들 만을 위한 비행기로 자리매김 하는 듯 했습니다.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콩코드 개발팀은 사전에 이런 단점들을 예상했으면서 왜 개발을 강행했을까요? 이미 많은 비용이 투자됐고, 실패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영국과 프랑스 정부의 자존심이 결정적이긴 했지만 당시 항공 산업의 구조가 영국과 프랑스를 조급하게 만들었던 점도 일부 작용했다고 봐야 합니다.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동력에 의해 하늘을 나는 ‘비행기’라는 기계를 최초로 발명한 이후 제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러시아와 독일, 미국의 항공 산업 발전이 약진합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계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 제작은 물론 세계 여객기 시장을 장악한 미국의 항공기 산업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영국과 프랑스가 긴장하게 됩니다. 미국의 독주를 막겠다는 이유로 영국과 프랑스가 힘을 합쳐 콩코드 개발에 나서지만 결국 무리수를 둔 셈이지요.
2000년 7월25일 파리 샤를드골 공항을 이륙한 뉴욕행 콩코드기가 갑자기 불길에 휩싸여 공항 인근의 호텔과 충돌해 폭발합니다. 이 폭발로 100명의 승객과 9명의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면서 콩코드는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사고조사 결과 콩코드 몇 분 전에 출발한 비행기가 떨어뜨린 금속 조각이 활주로를 달리던 콩코드의 타이어를 파열시켰고, 이 때 튀어나간 타이어 조각이 연료통에 구멍을 내면서 폭발로 이어진 것입니다.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의 실수가 아니었지만 100명에 달하는 고위층과 부자들이 탄 비행기가 순식간에 포발한 사건은 콩코드의 미래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사고 후 1년2개월이 지난 2001년 9월11일 콩코드는 운항을 재개했지만 승객수가 늘지 않으면서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세계 각국의 항공사를 대상으로 매각 협상을 벌이지만 마땅한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2년 뒤인 2003년 11월26일 영국 브리스톨 공항 착륙을 마지막으로 상업 운행을 접게 됩니다.
콩코드는 지금도 기록상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입니다. 한창 때는 여객기 한 대값이 2300만 파운드로 당시 환율로 우리 돈 2000억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하늘을 날기 시작한지 27년 만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는 박물관으로 가는 운명을 맞이하고 만 것입니다.
경제학 용어로 이미 투자한 비용에 집착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를 ‘콩코드의 오류(Concorde Fallacy)’라고 합니다. 달리 ‘매몰비용의 오류’라고도 하는데 잘못된 투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더욱 깊이 개입해 가는 의사결정 과정을 일컫습니다. ‘본전 생각에 노름판을 떠나지 못하는 도박꾼과 같은 심리’라고 거칠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인명이 상한 후에 기체의 약점을 고친 콩코드의 행태에 분노한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 만큼 콩코드의 실패는 항공 산업에서 뼈아픈 실책이었습니다. 지금도 콩코드의 속도는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깰 수는 있지만 깨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오히려 예전보다 모든 노선의 비행시간은 더 길어졌습니다. 고객들이 빨리가는 것보다 항공권 가격이 더 싼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항공사들은 운항비용을 낮추기 위해 연료를 아끼는 노력을 하다보니 속도는 더 느려졌다고 합니다. 비행기는 더 좋아졌지만 속도는 더 느려지는 것을 ‘콩코드 효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빠른 것보다 편하고 저렴하고, 안전한 비행을 원하는 고객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것이 콩코드의 실패 원인입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 등이 초음속 비행기 개발에 다시 나서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은 뉴욕-베이징을 2시간만에 주파하는 마하 5의 극초음속 여객기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연료의 효율성, 소닉붐의 소음 극복 등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마하 5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딱 2배 속도, 콩코드기의 속도였던 마하 2까지만 상용화되어도 좋지 않을까요. 장거리 비행시간이 절반 만 줄어도 이코노미석 승객들의 피곤은 훨씬 덜 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