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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광등처럼 깜빡깜빡한다.’ 건망증 때문에 자주 중요한 것을 잊어버릴 때 종종 사용하는 표현이죠. 형광등을 켜고 끄거나, 형광등 수명이 다해갈 때 깜빡깜빡거리는 형광등의 특징 때문에 이러한 표현이 생겼다고 합니다.

 

 형광등은 우리 주변 어디에든 설치되어 있습니다. 불을 피워 어둠을 밝히던 과거와 달리, 전기를 이용해 빛을 낼 수 있는 매우 편리하고 안전한 최고의 조명이죠. 최근 LED 조명 등으로 많이 교체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가장 대중적인 조명으로 손꼽힙니다.

그런데 항상 전기를 연결해야만 켜지는 줄 알았던 형광등이 전선도 없이 번쩍번쩍 빛이 난다면? 트릭이 숨겨져 있는 마술일까요, 마술보다 더 신기한 과학의 원리일까요?

 

전기 없이 형광등을 켜는 방법

  실험에 필요한 준비물은 단 세 가지입니다. 형광등, 절연테이프, 전자레인지입니다.

이 세 가지만 있으면 형광등에 직접 전기를 연결하지 않아도 형광등이 번쩍번쩍 빛을 내게 할 수 있다니,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시도해보겠습니다.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대신 안전을 위하여 다음 실험 순서를 꼭 따라주세요!

 

※재실험을 원할 시에는 형광등을 충분히 식힌 후 시도하시길 바랍니다.
형광등이 매우 뜨거워질 경우 깨질 위험이 있습니다.

 

전자렌지 안에서 빛나는 형광등. 어떤 원리일까요?

 일반적인 형광등의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공 상태의 형광등 내부에는 소량의 기체가 들어있는데 양극에 전압을 걸어주면 전자가 방출되면서 형광등 내에 있는 기체와 충돌해 ‘플라즈마’ 상태가 됩니다. 이 플라즈마 입자들이 형광등 내부의 형광 물질과 반응하여 빛을 내는 것이죠.

전자레인지 안에서 형광등이 빛을 내는 것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전자레인지를 가동시키면 전자레인지의 전자파가 형광등 안에 있는 소량의 기체에 에너지를 전달하여 기체를 직접 플라즈마 상태로 변화시킵니다. 이렇게 발생한 플라즈마가 형광 물질과 반응하여 발하는 빛, 그리고 형광 물질 자체가 전자파와 반응하여 내는 빛 등이 복합되어 전자레인지 안에서 빛나는 형광등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형광등 내부의 기체가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플라즈마’ 대체 무엇일까요?

 

 

고체-액체-기체 상태 변화에 이어 계속 에너지를 가해주면 원자핵과 전자가 서로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아름다운 빛의 정체는?

 ‘플라즈마’를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물질의 네 번째 상태’입니다. 에너지(열)를 가해주면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물질의 상태가 변하듯 기체에 에너지를 가해주면 원자에서 전자가 분리되며 (+)전기를 띄는 원자핵과(–) 전기를 띄는 전자가 서로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이는 ‘플라즈마’ 상태가 됩니다. 번개, 오로라 등이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플라즈마’ 상태이죠.

강제적으로 에너지를 가해 플라즈마 상태를 만들어 일상생활 속에서나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오히려 한계가 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죠. 앞서 설명한 형광등이나 네온사인처럼 비교적 단순한 원리를 이용한 것 외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환경, 농식품, 의료, 미용 등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플라즈마를 이용한 응용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도넛 모양의 인공태양

 플라즈마는 인류의 미래에너지로 각광받는 핵융합에너지 연구에도 필수적입니다. 인류는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에서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태양의 원리를 이용한 인공태양 연구로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 응용기술에 활용되는 수천~수만℃ 보다 훨씬 뜨거운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발생시킨 뒤 강력한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가두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인공태양 장치의 핵심 기술입니다.

한 가지 더 특별한 실험을 준비했습니다. 여기 도넛 모양의 투명한 유리관이 있습니다. 위 실험에서 이용한 형광등과 비슷한 지름을 가지고 있는 이 투명 유리관은 인공태양 장치인 ‘토카막’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죠.

 

 

이 투명 유리관 안에는 아주 소량의 기체가 존재하는데, 전자레인지로 가열하자 유리관 내부의 기체가 플라즈마로 변하며 아름다운 빛을 내는 것입니다. 실제 인공태양 장치 내부에서도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진행할 때 유사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인공태양 장치에서 플라즈마를 초고온으로 가열하는 장치의 원리도 ‘전자레인지’와 유사하다고 하니 간단한 실험이지만 핵융합에너지 연구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의 인공태양 KSTAR 장치의 2008년 최초 플라즈마 발생 모습. 전자레인지 속 유리관처럼 플라즈마가 밝게 빛나고 있다.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줄만 알았던 ‘형광등’ 속에 이렇게 다양한 과학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니, 정말 흥미로운데요. 전자레인지와 형광등, 간단한 재료만으로 손쉽게 만드는 마술보다 더 신기한 ‘플라즈마’ 과학 쇼, 재밌으셨나요?

 

 

 마지막으로 실험을 할 때에는 안전, 안전, 그리고 또 안전!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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