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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지역의 고대 문명 이야기가 6월 3째주 학술지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했다. 가로로 막대가 꿰어진 해골 그림과 ‘아즈텍의 인신 공양 (Aztec Human Sacrifice)’이란 문구의 조합이 고대 문명 내부에서 벌어진 잔혹한 희생의 역사를 암시한다.
남미엔 3대 대표 문명이 있었다. 1533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페루의 잉카문명과 기원전 수세기 전부터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멕시코와 과테말라 일대의 마야문명,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발견한 뒤 1521년 스페인의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에 의해 멸망한 멕시코 아즈텍 문명 등이다.
멕시코 국립고고학역사연구소의 고고학자들은 1325년부터 1521년까지 고대 아즈텍 문명의 수도인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 현재의 멕시코시티)에서 벌어진 기괴한 인신 공양 풍습인 촘판틀리(Tzompantli)로 희생된 사람들의 유골을 분석해 그들이 누구였고 어떤 이유로 희생됐으며, 사후 어떻게 처리됐는지 밝히고자 했다.
촘판틀리는 해골의 재단, 또는 해골의 벽이란 뜻이다. 신에게 바쳐진 제물의 해골들을 여러 개씩 장대에 꿰어 벽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아즈텍 문명에선 가로 말뚝에 꿰어 장대에 걸쳐놓았고, 마야 문명에선 수직 장벽에 꿰곤 했다. 당시 남미 문명의 주요한 종교적 의례이자, 권력자들이 힘을 유지하기위해 공포를 조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설이 있다.
연구팀은 2015년 2월부터 발굴을 시작, 길이 25미터, 너비 12~14m, 높이 4~5m의 촘판틀리를 발견했고 여기에 꿰어진 180여 개의 유골을 확보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자신들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장해서 기록했다는 의혹도 있는 촘판틀리에 대한 본격적 연구가 가능해졌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유골들을 일일이 분리해 분석한 결과, 75%가 약 20~35세 사이의 남자였으며 20%가 여자, 5%가 어린아이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의식이 벌어질 당시 건강한 상태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희생자의 성별과 연령대를 볼 때 전쟁 포로로 잡혀 온 다른 부족 전사가 주로 제물로 바쳐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골에 대한 동위원소 분석 결과는 희생자들의 출신 지역이 여러 곳으로 갈리지만, 일정 기간 동안 테노치티틀란에에서 생활했음을 보여준다. 전쟁 포로로 끌려온 외지인을 바로 제물로 바치는 것이 아니라, 아즈텍 사회 안에서 일종의 문화적 통합 과정을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을 신에게 바치는 의례는 남미뿐 아니라 세계에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지만, 아즈텍의 경우 규모나 의식의 정교함 등의 차원에서 인신 공양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다. 당시 남미 사람들은 이러한 희생 의례로 신들을 봉양해 자연 재해를 막고 풍작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아즈텍 문명이 형태를 갖춘 약 200년 동안 어린 황제들이 재위했고, 이들이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인신 공양 의식이 보다 심해졌다는 주장도 있다.
연구를 이끈 라울 바레라 로드리게스 박사는 “촘판틀리는 등 인간을 제물로 쓰는 의식이 남미 고대 문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방사성동위원소 및 DNA 분석을 진행 중으로, 이를 통해 과거 남미 사회의 보다 자세한 속사정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