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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


이 이름이 낯선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수학의 ‘수’ 자도 가까이하기 싫은 수포자라 할지라도 이 이름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지라도
 ‘피타고라스의 정리’라는 단어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끼고 있는 양변 각 제곱의 합은 빗변의 제곱과 같다.

a² + b² = c²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이론은 기원전 5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이다.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전설적 인물의 삶을 좀 더 파고들어보자.

   

피타고라스는 누구인가?

피타고라스의 생애는 시작부터 황당하다그는 아폴론 신의 아들로 태어나 넓적다리가 금빛으로 빛났다고 한다그가 정말로 채식주의자였는지도 확실치 않다피타고라스가 제자들에게 내린 금지령 중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콩에 영혼이 깃들어 있으니 먹지 말라”라는 것이었다.
2세기 고대 로마의 수필가였던 아울루스 겔리우스(Aulus Gellius)에 의하면 피타고라스는 네 번의 전생을 기억했으며그중 한 생은 알코(Alco)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매춘부로 살았다고 한다또 크세노파네스(Xenophanes,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적 서사시인)에 따르면 피타고라스는 주인에게 얻어맞고 비명을 지르는 개에게 다가가 
개에게서 오래전에 죽은 친구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때리는 주인을 뜯어말린 적도 있고 가끔은 동물들을 상대로 설교를 늘어놓기도 했다.
스탠퍼드 철학백과사전에는 피타고라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1. 사후 세계 전문가: 그는 영혼 불멸과 윤회를 굳게 믿었다.
2. 종교 의식 전문가
3. 금빛 넓적다리를 가진 기적 수행자: 그는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었다.
4. 엄격한 식이요법과 종교의식, 자기 수행법 등을 개발한 규율가

  

[사진 설명] 라파엘의 그림 <아테네학당(The School of Athens)>에서 계산에 몰두하고 있는 피타고라스.

 

피타고라스에 대한 연구는 워낙 많아 어느 것이 정확한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가 그리스의 사모스 섬에서 태어나 많은 곳을 여행했고유별난 종교 단체를 설립했다는 것이다피타고라스의 추종자들은 비밀 단체를 결성하고 지적 신비주의와 불가사의를 깊이 파고들었다흔히 피타고라스학파(Pythagorean Brotherhood)’로 알려진 이 단체는 수와 화성을 숭배하고 그 안에서 자연의 심오한 구조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진짜 피타고라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단순한 수학법칙이 아니다이 정리의 위대한 점은 물체의 기하학적 형태가 숫자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숫자는 순수한 사고의 산물인 반면 도형의 크기와 형태는 겉으로 드러난 물질의 특성이므로 피타고라스의 발견은 마음과 물질이 근본적으로 하나임을 시사하고 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곧 숫자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물리적 실체(물체의 크기와 형태 등)를 서술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또 하나 피타고라스는 현악기에서 숫자와 화음의 놀라운 관계를 발견해냈다.

이 발견으로 마음-물질-아름다움의 삼위일체가 숫자를 통해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가! 피타고라스는 숫자에서 화성(和聲)을 발견한 후 
‘만물은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결론지었다.

줄로 소리를 내는 모든 악기들은 동일한 원리로 작동한다진동하는 끈은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모든 악기는 고유의 기본음 높이(피치)를 갖고 있으며이것을 조금씩 변형시키면 다양한 음이 생성된다피타고라스는 음의 높이를 좌우하는 두 개의 놀라운 규칙을 발견했는데이 규칙은 숫자와 물리적 세계그리고 화성을 느끼는 우리의 감각(자연에 내재된 아름다움의 한 단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첫 번째 규칙은 
진동하는 줄의 길이와 그로부터 들려오는 음의 높이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재질이 같은 두 개의 줄을 동일한 장력으로 팽팽하게 당겨놓고 퉁기는 실험을 해보면 두 줄의 길이가 간단한 정수 비율로 세팅되었을 때 듣기 좋은 화음이 생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줄의 길이 비율이 1 : 2면 한 옥타브 차이의 음(기본 C음과 한 옥타브 위의 C)이 생성되고 2 : 3이면 완전 5(C와 G), 3 : 4면 4도 화음(C와 F)이 생성된다이 화음이 듣기 좋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전음악과 민요로큰롤 등 모든 음악은 장르를 막론하고 이 규칙을 따라 만들어진다.

피타고라스의 두 번째 규칙은 끈의 장력과 관련되어 있다그는 줄의 한쪽 끝에 무게가 다양한 추를 매달아서 장력을 수시로 바꿔가며 줄을 퉁기는 실험을 하다가 이전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줄의 길이를 조절하던 실험에서는 줄의 길이가 간단한 정수 비율일 때 듣기 좋은 화음이 생성된 반면줄의 장력을 조절하는 실험에서는 장력의 비율이 작은 정수의 제곱 비율일 때 듣기 좋은 화음이 생성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장력의 비율이 1 : 4면 한 옥타브 차이가 나는 식이다(일반적으로 줄은 장력이 클수록 높은 소리를 낸다). 그러므로 현대의 모든 연주자는 줄 끝에 달려 있는 나사를 조이거나 풀 때마다 피타고라스를 소환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 설명] 중세 유럽에서 제작된 동판화 속 피타고라스.

    

발견과 세계관

피타고라스가 이룩했던 세 가지 위대한 발견(직각삼각형에 관한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음의 조화에 관한 두 가지 규칙)의 공통점은 사물의 형태와 크기무게조화 등이 숫자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소리의 원천은 진동하는 끈인데원래 진동이란 주기적인 운동을 의미한다즉 동일한 운동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반복될 때 소리가 생성된다태양을 비롯한 행성들도 하늘을 가로지르며 주기운동을 하고 있으므로이들도 어떤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이것이 바로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는 천체의 음악이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을 좋아했다. 어떤 문헌에는 그가 우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적혀 있는데, 역사학자들 중에는 이것을 두고 그가 이명증을 앓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진짜 피타고라스’는 결코 이명증 환자가 아니었다.

결국 피타고라스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수이고수는 조화(화성)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었다피타고라스가 발견한 이 음악의 규칙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최초로 발견된 자연의 법칙일 것이다그가 이 사실들을 깨달았을 때 조화로 가득 찬 세상에서 수학에 흠뻑 취한 채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희열을 만끽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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