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opium, 일반적으로 12% 정도의 모르핀(morphine)을 함유하고 있다.)은 양귀비에서 추출한 물질에 붙여진 이름으로, 양귀비의 덜 익은 꼬투리에서 유액을 말려 채취한 마약의 일종으로 특이한 냄새가 나며 강력한 쓴맛이 난다. 양귀비에는 여러 종이 있는데, 그중 몇몇이 꽤 많은 양의 아편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꽃양귀비(Papaver somniferum)가 아편을 얻을 목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양귀비는 터키에서 유래하여 적어도 기원전 3400년 이후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양귀비의 다양한 품종이 전 세계에서 야생으로 자라며, 정원 가꾸기 외에도 먹을거리나 의약품, 마약 등을 목적으로 합법적 혹은 불법적으로 경작되고 있다.
재배한 양귀비에서 모르핀을 추출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아. 면도날 등으로 양귀비의 초록색 씨앗 꼭지를 잘라서 흘러나오는 우윳빛 액체를 말려 끈적끈적한 갈색 덩어리로 변화시킨다. 그런 다음 이 갈색 덩어리를 긁어다 압축하면 아편이 만들어진다. 또는 양귀비의 씨앗 꼬투리를 제거하고 남은 줄기나 잎에서 용매를 이용하여 모르핀을 추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류 역사에 등장한 이래 아편은 통증을 유발하는 수많은 질병들에 대한 의학적 선택지가 되어 왔다. 비록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아편의 강력한 진통 효과로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 주었고, 따라서 비교적 최근까지도 환자들을 이롭게 하는 몇 안 되는 약물 중 하나로 여겨졌다. 그리고 아편은 진통 효과에 더해 고용량의 아편은 진정 효과까지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아편은 초기 형태의 마취제로, 또는 중세 시대 수술의 공포와 통증을 완화하는 완화제로 사용되었다. 19세기 중반까지도 거의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데 수많은 다양한 재료들과 혼합한 아편이 쓰였다. 예를 들어, 아편팅크(opium tincture 또는 Laudanum)라고 불리는 아편과 알코올 혼합물은 스위스 출신 연금술사 파라켈수스(Paracelsus, 1493~1541)가 발견했다고 한다. 파라켈수스는 아편이 물보다 알코올에 더 잘 녹는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이 사실은 곧 아편을 알코올에 녹인 형태가 효능이 더 뛰어남을 뜻했다. 알코올과 아편은 섞여있는 상태에서 서로의 기능을 강화해 주는 탓에 아편팅크는 통증 완화제로 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 또한 강화되어 혼수상태나 사망에 이를 정도로 그 위험성도 함께 증가했다. 19세기에는 알코올에다 10퍼센트 비율로 아편 가루를 섞은 형태의 아편팅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실생활에 사용된 아편과 알코올 비율은, 당연하게도, 엄청나게 다양했고, 아편팅크가 널리 알려지고 쓰이게 되면서 아편 가격은 곤두박질치게 된다. 19세기에는 아편이 진이나 와인보다 값이 쌌고 거래 제한도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1850년경 연간 아편 소모량은 한 사람당 평균 5그램이었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당시의 많은 사람들이 아편에 중독되었다.
[아편 중독]
아편을 섭취할 경우에는 아편에 대한 중독 효과를 얻기란 매우 힘들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었던 아편은 정제 과정 등으로 인해 활성 화합물들의 농도가 희석되어 있으며, 더욱 중요하게도 입으로 삼켰을 때에는 물질대사가 재빨리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편 중독이 되려면 상당히 많은 양을 섭취해야만 한다. 그런데, 가격이 폭락한 19세기 영국과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1848년 경의 피하 주사기의 발명과 함께 아편 내 유효 성분 중 모르핀의 분리 및 추출이 용이해지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편 중독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혈액 속으로 약물을 직접 전달함으로써 약물에 대한 물질대사 시간이 줄게 되어, 아편 또는 모르핀에 의한 효과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참고로, 영국의 경우 1868년에야 약제법(Pharmacy Act)이 발효되었는데, 그 이전까지는 아편 판매와 사용에 대해 아무런 규제가 없었으며, 약제법에 의한 규제조차도 아편 및 관련 상품의 판매를 자격증 소지자로만 제한했을 뿐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법을 무시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아편에는 대략 30가지 알칼로이드(alkaloid, 자연적으로 존재하면서 질소 원자 등을 포함하여 대개 염기성을 띠는 화합물의 총칭)가 들어 있는데 그중 모르핀과 코데인(codeine) 같은 일부 물질만이 약리적 관심 대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외에도 노스카핀(noscapine)이 기침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파파베린(papaverine)은 평활근 이완제로 작용한다고 한다. 양귀비에서 추출한 화합물들은 아편류(opiate)로 분류된다. 한편, 아편류를 생산하거나 체내에서 모르핀과 유사한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은 오피오이드(opioid)라 불린다. 오늘날 아편 처방은 극히 드물다고 하며, 분리 및 정제된 아편류와 오피오이드가 일부 의약품에 사용되고 있다.
[모르핀]
양귀비 내에서 발견되는 알칼로이드 가운데 모르핀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모르핀은 강력한 통증 완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처음으로 아편에서 모르핀을 분리한 사람은 독일 화학자 제르튀르너(Sertürner, 1783~1841)였다고 한다. 그는 몇 년간에 걸친 노력 끝에 가공되지 않은 아편에서 하얀색 고체 결정을 분리해냈고, 가루 형태로 자신과 세 명의 친구에게 시험해 보았는데, 그들 모두 심하게 구역질을 했고 24시간 동안 잠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제르튀르너는 잠의 신 솜누스(Somnus)의 아들이자 꿈의 신인 모르페우스(Morpheus)에서 이름을 따와, 자신이 얻은 화합물을 모르핀이라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양귀비의 종명 솜니페룸도 솜누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이 기념비적인 발견에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후일 아편으로도 떨쳐 버릴 수 없는 심각한 치통을 겪게 되었을 때, 제르튀르너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얻었던 하얀 가루를 복용해 보았고, 적은 양으로도 깨어 있는 상태에서 치통이 완전하게 사라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의료 전문가들이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코데인]
제르튀르너의 모르핀 분리 후, 더 많은 화합물들이 아편에서 분리되었고 현대 의학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코데인은 아편에 두 번째로 많이 든 알칼로이드로, 1832년 로비케(Robiquet, 1780~1840)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코데인은 메틸기(-CH3)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구조가 모르핀과 비슷하다. 그런데, 코데인은 체내에서 효소에 의해 메틸기를 제거하는 대신 수소 원자를 갖다 붙이기 때문에 우리 몸속에서는 모르핀으로 탈바꿈한다. 참고로, 코데인은 적정한 수준의 통증 완화 작용을 하며 모르핀에 비해 중독성이 훨씬 덜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목근육을 완화하고 분비물을 줄이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감기 물약 성분으로 쓰이고 있다. 설사를 멈추기 위해서도 처방되는데, 장 조절 근육들의 운동을 느리게 만들어 수분을 다량 함유한 대변이 쉽게 배출되지 못하도록 만든다.
[헤로인(heroin)]
19세기 후반까지 보다 강력한 통증 완화제를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었는데, 특히 독일의 바이에르(Bayer)사의 화학자들은 모르핀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모르핀에 대해 화학적 변형을 시도했으며, 그 중에서 아세틸기(CH3COO-)를 추가해 만든 디아세틸모르핀(diacetylmorphine) 혹은 디아모르핀(diamorphine)은 성공적임을 알게 된다. 이들은 지방에 좀더 잘 녹았으며, 그 결과로 모르핀보다 뇌혈관 벽을 손쉽게 넘나들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긴 하지만, 이들이 일단 뇌로 들어가면 효소가 재빨리 추가되었던 아세틸기를 제거해 모르핀으로 되돌려 놓았고, 모르핀은 오피오이드 수용체(opioid receptor)와 직접 상호 작용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디아모르핀은 모르핀보다 신속하게 흡수되면서 보다 강력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모르핀을 헤로인으로 바꾸는 화학 과정은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이 강력한 약물은 대량으로 값싸고 손쉽게 생산되었으며, 1898년에 헤로인은 시중에 공급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헤로인이 모르핀보다 효과적이면서 중독성은 덜한 물질로 알려졌다. 따라서 어떤 종류의 통증이나 불편에 대해서 어른과 어린아이 모두에게 헤로인이 권장되었다. 모르핀보다 기침을 억제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으며, 변비는 덜 유발했기 때문에, 이상적인 약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효능의 강도나 속도 면에서 모르핀보다 낫다는 것은 중독성도 훨씬 강함을 의미했다. 즉, 금단 증상 또한 모르핀보다 훨씬 강했다. 그래서, 헤로인 출시 4년 후 헤로인에 대한 심한 중독성이 밝혀지면서 많은 나라들이 헤로인 사용을 금지하게 되었으며, 중독의 위험성이 약물이 주는 이로움을 넘어선다고 여겨져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지금도 헤로인 수입이나 생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아편의 약효 또는 독성 원리]
일단 체내에 흡수되면 모르핀과 코데인, 그리고 헤로인이 미치는 영향은 비슷하다. 효소에 의해서 코데인이나 헤로인을 모르핀으로 되돌려 놓기 때문이다. 헤로인 자체는 인체 내에서 활성을 띠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모르핀이나 다른 화합물들로 전환되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혈액 속으로 직접 주입하는 것이 이들 약물을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며, 이 경우 투약과 거의 동시에 결과가 나타난다. 집어삼키는 경우에는 입을 제외한 위장관 전체에서 혈액 속으로 흡수되고, 섭취한 헤로인 대부분이 물질 대사가 이루어지는 주요 장기인 간에서 2분 내지 3분 안에 모르핀으로 변환된다고 한다.
모르핀은 엔도르핀(endorphin, 혹은 내인성 모르핀(endogenous morphine)) 등과 같이 우리 몸속에서 유래한 오피오이드를 흉내낸다고 할 수 있다. 구조상으로 엔도르핀과 모르핀은 매우 다르지만 체내에서 야기하는 결과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둘 다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며, 통증 완화와 수면, 쾌감, 이완을 유도한다.
의학적 관점에서 모르핀이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효과는 통증 완화라고 할 수 있다. 모르핀은 현재까지도 우수한 통증 완화제로 여겨지고 있으며, 새로운 약물이 등장했을 때 그 효능을 비교하는 기준 물질이기 때문이다(참고로, 마약성 진통제는 중등도 이상의 심한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인데, 현재 모르핀, 코데인, 하이드로모르폰(hydromorphone), 트라마돌(tramadol, 다른 마약성 진통제에 비해 의존성과 부작 용이 낮은 편이어서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분류하지 않는다), 옥시코돈(oxycodone), 펜타닐(fentanyl, 마약성 진통제 투여를 필요로 하는 암환자 혹은 만성 통증 환자에게 사용되며, 주사제는 수술 전후 단기간 진 통 및 마취 보조제 등으로 사용된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이다.) 등이 마약성 진통제로 사용되고 있다.). 뇌에서 고등 기능을 맡고 있는 대뇌 피질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와 모르핀이 상호 작용하면 통증에 대한 지각이 변한다고 하는데, 모르핀을 맞은 환자는 통증이 있음을 알고는 있지만 더 이상 통증으로 엄청난 고통받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몸무게 70킬로그램 기준으로 10밀리그램을 피하 주사나 정맥 주사로 투여했을 때 모르핀은 가장 효과적이며, 섭취 시에는 효능이 6분의 1로 떨어진다고 하며, 물에 거의 녹지 않기 때문에, 대개 염산염이나 황산염과 같은 염과 함께 투약된다고 한다.
모르핀의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세 시간에서 여섯 시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격심한 통증을 다스려야 할 때에는 추가 투약이 필요한데, 몇 번 투약하고 나면 우리 몸이 곧 모르핀에 익숙해지기 때문에(즉, 모르핀에 대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용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몇 주간 매일 치료받는 환자의 경우 처음보다 100배 많은 양의 모르핀을 주입해 주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통증 완화를 위해 모르핀의 양을 늘린다는 것은 곧 모르핀에 대한 중독 효과도 증대된다는 것을 뜻한다.
내성이 생겨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오피오이드 수용체는 평상시에는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화학 물질들에 의해 자극되는데, 모르핀이 외부에서 투입되면 이들 내인성 화합물들에도 적절히 반응하기 위해서 더 많은 수용체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리고 수용체의 수가 늘면 동일한 양의 모르핀으로는 더 이상 전과 같은 효과를 얻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더 많은 모르핀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경험한 통증 완화 효과를 동일하게 또는 비슷하게 얻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모르핀의 양을 증가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모르핀에 중독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모르핀에 의한 중독성은 궁극적으로 이 약물이 뇌 속 도파민(dopamine, 시상 하부에서 분비되는 신경호르몬으로, 아드레날린(adrenaline)과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의 전구체이기도 하다. 도파민이 적게 분비되었을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우울증이다. 도파민은 심장 박동수와 혈압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교감신경계에 작용하는 정맥주사 약물로 사용된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발생한다. 도파민은 행복감을 느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체내 화학 물질이며, 오피오이드 수용체는 도파민 방출에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모르핀과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상호 작용할 경우 도파민이 더 많이 방출되는 것이다.
일단 우리 몸이 모르핀에 익숙해지면 갑작스레 약물(즉, 모르핀)이 줄어들거나 사라졌을 때 중독(addiction)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모르핀으로 인해서 그 수가 늘어난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자극할 모르핀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인데, 불안감, 발한, 구토, 설사, 오한, 두통, 심부정맥, 우울증 등을 동반하는 광범위한 증상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비록 이들 증상이 불쾌하고 매우 고통스럽긴 하지만 사망까지 불러오는 경우는 드물다. 약물을 절제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오피오이드 수용체 수가 줄어들면서 몇 주 혹은 몇 달 후에는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약물을 끊었다가 다시 헤로인이나 모르핀에 손을 대게 되면 약물에 대한 내성을 잃은 상태기 때문에 과거 한 번 투여하던 양으로도 손쉽게 과다 복용에 이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모르핀이 우리 몸속 다른 부위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와 상호 작용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소화관에서는 장에서 음식물을 내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근육의 움직임이 둔화되는 것 등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변비가 자주 생기며, 더 심각하게는 평소보다 음식이 위 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몸 밖으로의 배출이 지연되고, 동공 축소, 구토, 가려움, 졸도, 정신 소변 정체 등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헤로인과 코데인을 포함한 모르핀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호흡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라고 한다.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 혹은 독살은 이로 인해 발생한다. 우리 몸에서 호흡률은 아주 적절하게 조절되는데, 체내 수용체들은 밖으로 배출될 이산화탄소의 양에 민감하다. 즉, 물질대사율이 증가하면 생산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늘어나게 되고, 늘어난 이산화탄소의 일부는 효소에 의해 탄산으로 전환되며 그에 따라 혈액의 산성도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우리 몸은 대개 호흡의 속도와 강도를 높여 여분의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배출하고 폐로 들어오는 산소의 양을 늘린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피오이드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호흡 중추(들숨과 날숨을 책임지는 근육들을 조절하는 뇌 부위)의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자동적인 활동을 억제하여 호흡이 느려지게끔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심할 경우 수면 동안에 호흡이 완전히 멈춰 버릴 수도 있다. 참고로, 모르핀의 치사량은 일반적으로 100~300밀리그램인데, 중독자들은 이보다 10배에서 20배는 더 높다고 한다.
한편, 아편류와 오피오이드가 유발하는 일부 부작용은 우리 몸에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 기침 반사를 억제하는 효과로 인해서 오늘날까지도 기침약으로 처방되고 있는 코데인의 경우, 과민성 대장 증후군 치료에 사용된다(물론, 심각한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복용에 주의를 요한다.).
[아편 해독제]
모르핀 과다 복용에 대한 해독제로 많은 약물들이 개발되었다. 이 약물들은 모르핀을 대신해 오피오이드 수용체와 반응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가장 성공적인 약제는 1960년대에 개발된 순수 오피오이드 길항제(antagonist, 길항제는 작용제(agonist)를 저해하는 물질이다. 즉, 수용체에 대한 자연 작용제 또는 자연 길항제의 접근 또는 부착을 차단함으로써 약효를 얻을 수 있는 물질들을 칭한다.)인 날록손(naloxone, 날록손은 1960년도에 Sankyo사가 개발한 오피오이드 길항제로,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에 반대작용을 위해 사용되는 약이다. 날록손은 특히 생명을 위협하는 중추신경계와 호흡계의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이다. 날록손은 구조적으로 모르핀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차이가 있으며, 이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키는데,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의 경우 날록손을 주입하면 정상적인 호흡을 되찾는다고 한다. 오피오이드 수용체에서 모르핀의 자리를 날록손이 대신 차지하게 되면 더 이상 수용체가 신경적으로 자극받지 않게 되어 결국 호흡 억제나 통증 완화 같은 오피오이드로 인해 유발된 효과가 역전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