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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와 독일의 하이젠베르크 등이 양자론을 처음 제기한 것이 1920년대 말이다. 1960년대 양자 역학이 학문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은지도 반세기가 훌쩍 지났다. 하지만 자연계의 기본 현상으로 인정된 양자 세계에 대한 연구에 여전히 빈틈이 있다. 생물체 내에서 양자적 특성이 관측된 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자 현상을 첨단기술로 구현하게 된 뒤부터 생물체 내에서도 무생물에서처럼 양자적 현상이 똑같이 발생하는지 논쟁이 이어졌다. 관건은 생물체 내 양자들이 서로 같은 상태를 공유하는 양자 중첩 특성을 보이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박테리아의 광합성 과정에 포함된 분자들 사이에서 양자의 특성이 확인됐다. 살아있는 생물에서 일어나는 양자 효과를 직접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덜란드 흐로닝언(Groningen)대 과학및공학과 토마스 자센 교수팀이 양자의 행동 특성을 생물체에서 확인했으며 그 효과가 광합성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21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 화학’에 발표했다.

 

 

박테리아의 분자복합체에서 양자중첩이 일어나는 것을 묘사했다 – Groningen University 제공

 

자센 교수는 “과거 양자 현상이 생물체 내 분자에서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1ps (피코초, 1조분의 1초) 동안 양자적 효과가 나온다고 당시 연구에서 발표됐는데, 이는 일반적 양자중첩 상태에선 나오지 않을 정도의 긴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전에 발견했다는 생명체 내 양자중첩 현상은 너무 시간이 길어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분자의 진동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흔히 말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태가 생물체 안에서 일어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비상식적 모습을 말할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양자역학적으로는 한 마리의 고양이가 살아있는 양자 상태와 죽어있는 양자 상태가 공존한다는 것으로, 다른 위상 상태를 동시에 갖는 양자의 ‘중첩’ 특성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양자의 일종으로 서로 다른 위상을 가진 빛 알갱이(광자)를 이용해 황박테리아(Chlorobium tepidum)의 광합성 능력을 측정했다. 이 황박테리아에는 광합성에 사용하는 7개의 분자복합체가 있다. 에너지의 흐름을 2차원으로 정밀하게 측정해 분석, 빛이 이 중 두 개의 분자를 흥분시킬 때 둘 사이에 에너지가 동시에 공유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자센 교수는 “광합성 중 그 지속 시간이 약 240fs (펨토초, 1000조분의 1초) 수준으로 양자역학적 중첩 상태와 일치했다”며 “생명체에서 빛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할 때 양자적 특성이 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이용하면) 태양 에너지를 양자적 방법으로 보관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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