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재능 미리 엿본다’ / 해외서 DNA 검사 부모 늘어 / 인간 유전자 편집기술도 속도 / 인명경시 풍조 등 부작용 우려 / 中 2022년 6000만명 유전자 검사 전망 / 2025년까지 연 17%씩 증가.. 1위 美 추격 / 美 월마트선 11만원짜리 테스트기 판매 / 기업들은 직원·가족에 검사 서비스 제공 / “반려견 질병 예측” 동물용 年2만개 불티 / 과학적 근거 낮아 ‘잠재 능력’ 참고 수준 / 외신 “결정적 근거 없이 점성술 가까워” / 유전자 가위 이용 ‘맞춤형 아기’ 가능성 / 무분별한 활용 ‘생명 윤리’ 침해 우려

 

 

홍콩에 사는 크리스는 딸 케이슬리가 태어나자 내심 ‘의사나 변호사가 됐으면’ 했다. 한 달 후 그는 프라다, 디오르 등 명품 숍이 즐비한 침사추이 쇼핑지구에 위치한 유전자검사 회사 ‘진 디스커버리’(Gene Discovery)를 찾아갔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딸의 잠재능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측정 결과 케이슬리는 음악과 수학, 스포츠에 재능이 있지만, 기억력은 다소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결과지를 받고 고민하던 크리스는 “의사나 변호사는 많은 것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할 것”이라며 딸에게 다른 진로를 찾아주자고 아내 루이지를 설득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전자검사 업체는 홍콩 등지에서만 수십 개가 운영되고 있다. 홍콩 사례처럼 유전자검사를 통해 자녀의 재능을 측정하고 일찌감치 그에 맞는 교육계획을 수립하려는 부모들이 특히 중국에서 크게 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아이들의 운명을 점지하는 ‘현대판 점쟁이’로 불린다.

그러나 유전자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윤리적·제도적 논의는 매우 더뎌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8월 ‘인간 생식세포의 게놈 편집’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유전자 편집 배아의 무분별한 연구를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이는 권고에 불과하다. 유전자 가위 기술 개발자 중 한 명인 제니퍼 다우도나 교수는 “논의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금지해도 인간 배아 세포의 게놈 편집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렴해진 유전자검사…대중화까지 얼마 안 남아

 

유전자검사가 현실에 침투한 지 이미 오래다.

세계 최대 신용카드 회사 비자, 독일 소프트웨어회사 SAP, 스냅챗 등은 회사 복지로 직원에게 유전자검사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사내복지 차원에서 직원은 물론 직계가족에게도 유전자검사를 해주고 있다. 엔비디아 측은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면서 “직원이나 직원 가족이 암으로 고통받는다면, 회사 경영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에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컬러지노믹스’(Color genomics)로 이용자의 타액을 분석한 후 암 발병 위험률을 담은 결과 보고서를 개별적으로 발송해준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Salesforce)도 전 직원에게 컬러지노믹스의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제공했고, 검사 결과 약 60명의 직원이 유전적으로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을 알게 됐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도 유전자검사 결과를 통해 선제적으로 유방암 절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고용주가 직원 및 직원의 직계가족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은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의료비 지출 부담을 덜기 위해 유전자 분석 서비스 가입이 느는 추세다. 컬러지노믹스의 크리스틴 문은 “미국의 개인 평균 의료 부담 비용이 매년 6~7%씩 오르고 있다”면서 “유전자검사로 조기에 병을 감지하면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생존율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유전자검사가 널리 퍼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비용 문제’가 매우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 개인 유전자 해석에 드는 비용은 30억달러(약 3조47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검사업체별로 250∼575달러(29만∼67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전자검사 도구도 전문업체를 직접 찾아가지 않고 마트 등에서 생활용품처럼 쉽게 구할 수 있다. 미국 전역의 월마트에서는 ‘23앤드미’(23andMe)의 유전자검사 테스트기를 99달러(약 1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방암·결장암·흑색종·난소암·췌장암·전립선암·위암·자궁암 등 유전성 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반려견도 유전자검사를 통해 더 오래 우리 곁에

 

반려견을 위한 유전자검사도 확산하는 추세다.

미국 코넬대 개 유전학 교수인 애덤 보이코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동생 라이언과 반려견의 혈통과 품종을 분석, 질병을 예측하는 개 유전자검사 업체 ‘임바크’(Embark)를 설립했다. 보이코는 “개 10마리 가운데 4마리는 유전적인 문제로 고통받는다”며 “우리는 강아지의 유전적 문제를 해결해 더 오래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신의 개가 방광 결석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식단을 바꾸는 등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된다”며 “반대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훗날 수의사에게 큰 비용을 지불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임바크의 반려견용 유전자 테스트 제품은 1년에 2만개씩 팔린다. 유전자 테스트 키트는 199달러로 반려견의 유전병 위험과 특성, 혈통 분석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임바크 외에도 ‘위즈덤 패널’(Wisdom Panel), ‘DNA 마이 도그’(DNA My Dog) 등 동물용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전자검사 서비스의 바탕인 개의 게놈 지도는 2005년 매사추세츠공대와 하버드대학 브로드 연구소가 완성했다.

보이코는 임바크가 기존의 동물용 유전자검사 서비스보다 개의 건강한 삶에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암이나 고관절 이형성증과 같은 다양한 질환을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매년 태어나는 사람보다 2배 많은 숫자의 강아지가 태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관련 산업 급성장…부작용 우려도

 

과학자들은 유전자검사에 대한 관심과 유행이 유전자 산업 규모를 더 빨리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유전자검사 시장 규모는 2018년 이미 1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크린덴스리서치’는 이 시장 규모가 2026년 6억1120만달러로 연평균 19.4%씩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EO 인텔리전스’는 2022년 유전자검사를 하는 중국인이 600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40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현재 중국의 유전자검사 시장 규모가 미국에 비하면 매우 작지만 시장의 성장률은 2025년까지 매년 17%로, 같은 기간 미국(15%)에 비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전자검사의 정확도는 높지 않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중국의 한 유전자검사업체 본사와 분사에서 각각 유전자검사를 한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 통신은 “중국에서 유전자검사는 아이가 자료를 암기하고 스트레스를 견디며, 리더십을 보여주는 능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며 “과학이라기보다는 점성술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유전자 관련 연구소의 한 임원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전자검사가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지 못한다”면서 “단지 건강 위험과 고도의 경쟁사회에서 부모가 참고할 정도의 잠재적 재능 등만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질 맥비언 옥스퍼드대 유전학자는 “어느 정도 확실하다고 말하는 그런 것들(유전자검사)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전자검사가 대중화하면 질병 예측 등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인명 경시 풍조 등 부작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전자검사 등 분석기술의 발달은 궁극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쪽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눈, 코, 입 등 외형에서부터 유전적 형질과 잠재능력까지 인위적으로 편집해 ‘맞춤형 아기’를 생산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99달러짜리 유전자검사 키트 23앤드미 제품의 사진. 판매회사 홈페이지에 신상정보와 제품 바코드를 등록하고, 제공된 튜브에 침을 뱉은 후(30분 전부터 음료 섭취, 양치 등 금지) 잘 포장해서 발송하면 이메일 등을 통해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맞춤형 아기’에서 ‘유전자 자가 편집’까지

 

유전자검사의 대중화는 결과적으로 유전자 편집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윤리적·제도적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윤리적 장벽 아래 숨죽이던 유전자 편집 분야에 갑작스러운 충격을 가져온 이는 2018년 11월 중국의 한 과학자 허젠쿠이였다. 그는 당시 유전자 편집을 통해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선언해 전 세계 과학계가 들썩였다. 태아의 게놈 지도가 규명된 지 20여년 만에 임상시험까지 이른 것이다.

맞춤형 아기의 시작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니스 로 홍콩중문대학교 화학병리학과 교수팀이 임산부의 혈장에서 자유롭게 순환하는 태아 DNA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세포에서만 DNA를 발견할 수 있다는 기존 상식을 깬 연구팀은 산모의 혈액 속에 있는 소량의 분열된 DNA를 분석해 태아의 게놈 지도를 상세하게 규명해냈다.

허젠쿠이가 수정란 유전자 편집에 사용한 기술은 ‘유전자 가위’다. ‘크리스퍼’(CRISPR-Cas9)라고 알려진 유전자 가위 활용 편집 기술은 DNA에서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고 교정할 수 있게 한다. 최근 미국 경제매체 CNBC는 과거 10년 바이오 의료 분야에서 이뤄진 가장 중요한 혁신이자 향후 10년 더욱 큰 진전을 위한 기틀이 될 기술 5가지 가운데 유전자 가위 기술을 첫 번째로 꼽았다. 미국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 발전으로 겸상적혈구빈혈증을 치료할 수 있게 됐으며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위한 기회를 줄 수 있다”면서 유전자 편집 기술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 유전자 편집은 아직까지 윤리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 연구원이자 물리생물학자인 조시아 제이나는 스스로를 ‘바이오 해커’라고 칭하며 자신의 유전자를 스스로 편집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2017년에는 편집한 DNA를 자신의 체내에 주입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민간에 보급하겠다는 일념으로 유전자 편집 장비를 판매하는 ‘더 오딘’(The Odin)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개구리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키트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에 ‘인간’(human)이라는 항목을 두고 향후 인간의 유전자 편집 키트를 판매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내고 있다.

 

 

◆中, 유전자 편집 ‘맞춤 아기’ 만든 과학자에 징역형

 

“연구와 의학 윤리의 마지노선을 넘었다.”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한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사진)에 대한 법원의 선고문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법원은 지난해 12월 1심에서 허젠쿠이에게 불법의료행위죄로 징역 3년과 벌금 300만위안(약 5억원)을 선고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법원은 “생식 목적으로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과 생식 의료활동을 불법으로 했다”면서 “무분별하게 유전자 편집 기술을 생식에 응용해 의료관리 질서를 어지럽혔으며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허젠쿠이 중국남방과기대 교수가 2018년 11월 에이즈 바이러스(HIV) 면역력이 있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쌍둥이 여자아이를 탄생시켰다고 밝히자 세계 과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당시 학자들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면서 연구윤리 위반을 지적했다. 허젠쿠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 윤리 심사 자료를 위조해 남자 쪽이 HIV 감염자인 부부를 모집,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했다.

이를 두고 국제 사회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혁명인지 윤리적 금기 위반인지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지난해 3월에는 세계 7개국 18명의 생명과학 관련 학자들이 ‘향후 최소 5년간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 및 착상을 전면 중단하고 이 같은 행위를 관리 감독할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내놨다. 성명서에는 “인위적으로 DNA에서 특정 질병 유발 유전자를 제거하는 것은 ‘유전자 교정’이 아닌 ‘유전자 강화’에 해당한다”면서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임상 적용이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허젠쿠이의 연구를 촉매로 유전자 편집 연구는 가속화했다. 지난해 6월 네이처에 데니스 레브리코프 러시아 쿨라코프 국립산부인과 연구센터 유전자 편집 연구소장은 “(HIV 바이러스를 수용하는) CCR5 유전자를 인간 배아에 편집해 HIV 양성반응을 보이는 여성에게 착상시키는 실험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허젠쿠이 교수가 남성이 HIV 양성인 경우를 실험했지만 에이즈는 여성이 HIV 보균자일 경우 유전될 확률이 더 크기 때문에 새로운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비난에도 아직 구속력 있는 제재 수단이 없는 만큼 유전자 편집 기술의 무분별한 활용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편집에 대한 법률을 제정한 나라는 현재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이며, 지침으로 금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허젠쿠이 사례를 통해 법 규제를 검토 중이다. 일본은 최근 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 금지 법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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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2년 10월 13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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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결정 8할은 유전자”…새 변이 1만2000개 찾았다

키 차이를 결정짓는 유전적 변이 1만2000여 개가 발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간 키 차이를 결정짓는 유전적 변이 1만2000개가 새롭게 확인됐다.

퀸즈랜드대 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 1만2000개를 찾아 국제학술지 ‘네이처’ 10월 12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600명의 연구인력을 동원해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 기법으로 54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를 수행했다.

GWAS는 어떤 유전적 변이가 어떤 형질을 나타내는지 대조해 비교하는 연구 기법이다.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드러난 1만2111개 유전적 변이로 키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의 40~50%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익 옌고 호주 퀸즈랜드대 분자생물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키에 있어 유전적 영향을 연구한 그간의 결과와 이번에 발견된 유전자 변이를 종합하면 사람간 키 차이의 80%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의 키는 생물학적 부모의 평균 키를 이용해 예측하는데 여기에 유전적 변이를 더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키 성장과 관련한 의학적 문제를 빠르게 발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범죄 현장에서 용의자의 DNA 샘플에서 키를 예측하는 등 경찰 수사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옌고 박사후연구원은 “키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가 골격 발달 장애와 관련된 유전자 근처에 모여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소규모 분석으로는 알 수 없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키에 대한 유전적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2017년 미국, 영국, 호주 등 280개 연구팀으로 구성된 ‘자이언트(GIANT) 연구컨소시엄’은 사람의 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 83개를 확인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국제공동연구팀은 성인 71만1428명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25만 가지 유전적 변이 중 키에 영향을 미치는 83개를 찾아냈다. 이들은 2014년에도 24만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 700개를 규명한 바 있다.

다만 대부분의 연구 대상이 유럽인에 국한돼 국내 사례에 연구 결과를 적용하거나 전 세계적인 경향성으로 확대해석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옌고 박사후연구원은 “100만 명 이상의 비유럽 혈통이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은 유럽인으로 데이터가 편향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전 연구의 혜택을 전 인류로 확대하려면 계속해서 유전적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며 “2000만 개 이상의 샘플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교적 소규모지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도 있다. 2019년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통합의료과학연구센터는 19만 명을 분석해 키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 573개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은 하나의 유전적 변이가 유럽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반대 경향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며 인종 편향적이지 않은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아래는 2022년 11월 29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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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왓슨이 감추고 싶었던 유전자

DNA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은 2008년 자신의 게놈을 해독한 뒤 APOE 유전자 정보는 빼는 조건으로 데이터를 공개했다.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제공

1953년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힌 제임스 왓슨은 1980년대 인간게놈해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힘을 보탰고 2008년에는 자신의 게놈을 해독해 공개했다. 개인 게놈으로는 셀레라의 크레이그 벤터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런데 정보를 공개하면서 조건을 하나 달았다. 19번 염색체에 있는 APOE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비밀로 해달라는 것이고 심지어 자신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유전형 정보에서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후자의 경우 식단, 운동, 약물 등 적절한 대응으로 위험성을 최소화한다는 게 개인 게놈 시대의 비전임에도 APOE 유전형은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APOE는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유전자다. 지난 2017년 학술지 ‘네이처’에는 ‘인간 게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전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인기의 기준은 논문에 인용된 수로 암억제 유전자 TP53이 영예의 1위를 차지했고 2~4위도 암 관련 유전자였다. 그다음 5위가 바로 APOE 유전자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돼 있다.

APOE는 2형, 3형, 4형 이렇게 세 가지 변이형이 있는데, 분포 비율은 APOE3(3형)이 77%로 가장 많고 APOE4가 15%, APOE2가 8%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성이 부모 양쪽에서 APOE3을 받은 것을 기준으로 부모 한쪽에서 APOE4를 받으면 3~4배이고 부모 양쪽에서 APOE4를 받으면 8~12배에 이른다. 반면 AOE2는 오히려 발병 위험성이 낮다. 2008년 80세의 왓슨은 자신이 혹시라도 APOE4 변이형을 지니는 것으로 나오면 치매에 걸릴까 걱정하며 여생을 보내야 할 것 같아 덮기로 한 것이다.

○ 뉴런 신호 통로 부실해져

APOE4 변이형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성을 높이는 메커니즘이 최근 밝혀졌다. 뇌의 희소돌기아교세포가 뉴런 축삭(axon)의 미엘린을 만드는 과정에서 APOE3 변이형은 콜레스테롤을 원활히 공급한다(왼쪽). 그런데 APOE4 변이형은 대신 세포 안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미엘린이 부실해져 뉴런이 쉽게 손상된다(오른쪽). 네이처 제공

APOE 유전자의 산물인 APOE 단백질은 지방의 대사에 관여하는데, 유전형에 따라 아미노산 한두 개가 달라 단백질 구조가 달라진다. APOE3을 기준으로 112번째 아미노산이 시스테인에서 아르기닌으로 바뀐 게 APOE4이고 158번째 아미노산이 아르기닌에서 시스테인으로 바뀐 게 APOE2이다. 따라서 APOE2와 APOE4는 아미노산 두 곳이 다르다.

아미노산 299개 가운데 불과 한두 개가 다름에도 단백질 구조가 많이 바뀌어 활성에도 큰 차이를 보이고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이나 심혈관질환 등 여러 질병에 걸릴 위험성에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몰라 불리한 유전형을 지녔을 때 대응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네이처’ 24일자에는 이런 상태를 타개할 실마리를 주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APOE4 변이형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성을 크게 높이는 이유를 밝혀낸 것이다. 미국 MIT 연구자들은 뇌에서 APOE 유전자가 발현되는 세포들을 조사한 결과 희소돌기아교세포에서 유전형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걸 발견했다.

희소돌기아교세포는 뉴런의 축삭을 지지하고 이를 감싸는 절연체인 미엘린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축삭이 미엘린으로 잘 싸여있어야 전기 신호가 새지 않고 빠르게 전달될 수 있다. 희소돌기아교세포의 APOE 단백질은 미엘린의 구성성분인 콜레스테롤을 축삭으로 가져가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APOE4 변이형을 지닌 희소돌기아교세포에서는 축삭으로 운반되는 양이 적었고 대신 내부에 콜레스테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 결과 미엘린이 부실하게 만들어져 뉴런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알츠하이머병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사이클로덱스트린을 투입해 세포 안에 쌓여 있는 콜레스테롤을 흩트렸다. 사이클로덱스트린은 바구니처럼 생긴 분자로 콜레스테롤 분자를 담을 수 있다. 사이클로덱스트린에 담긴 콜레스테롤은 확산 과정에서 빠져나와 미엘린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사이클로덱스트린 자체는 부작용이 커 약으로 쓸 수 없지만, 희소돌기아교세포가 미엘린을 만들 때 콜레스테롤이 원활히 공급되게 도와주는 약물을 개발하면 APOE4의 영향을 최소화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 APOE4가 원형?

APOE 유전자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계통도다. 인류와 유인원의 공통조상은 APOE4 변이형을 지니고 있었는데, 약 700만 년 전 유인권과 갈라진 인류에서 61번 아미노산이 바뀌며(T61R) 인간형 APOE4가 나왔다. 그 뒤 현생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112번째 아미노산이 바뀐(R112CAPOE3 변이형이 나왔고 이어 APOE3에서 158번째 아미노산이 바뀐(R158CAPOE2 변이형이 나왔다. Plos One 제공

‘그런데 APOE4 변이형이 왜 사라지지 않았지?’ 논문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치매에 심혈관질환 위험성까지 높아 기대수명을 줄이는 변이형이라면 돌연변이로 나오더라도 바로 솎아졌을 텐데 여전히 15%나 차지하고 있다는 게 이상했다. 그렇다면 이 변이형을 지녔을 때 생존에 유리한 다른 측면이 있는 게 아닐까.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보니 2019년 학술지 ‘진스(genes)’에 실린 리뷰 논문이 눈을 끌었다.

인구 집단에 따른 APOE 변이형 비율의 차이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APOE 유전자의 진화 과정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 놀랐다. APOE3에서 변이가 일어나 APOE4와 APOE2가 나온 게 아니라 APOE4가 원형이고 여기서 112번째 아미노산이 바뀐 게 APOE3이고 그 뒤 APOE3에서 158번째 아미노산이 바뀐 게 APOE2이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APOE 유전자 변이로 기능이 향상된 변이형들이 나와 지금은 원형보다 비율이 더 높아진 것이다.

APOE4가 원형이라는 사실은 가까운 종과 비교한 결과 밝혀졌다. 인류와 약 700만 년 전 갈라진 침팬지가 APOE4이고 심지어 약 60만 년 전 갈라진 데니소바인도 APOE4다(네안데르탈인의 APOE 유전자 데이터는 아직 없다). 흥미롭게도 침팬지는 늙어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침팬지의 APOE4는 사람의 APOE4와 다르다는 말인가. 실제 61번째 아미노산이 유인원은 트레오닌인 반면 사람은 아르기닌으로 차이가 있다.

APOE 유전자가 고장난 생쥐를 세 그룹을 나눠 각각 사람의 APOE3와 사람과 침팬지의 APOE4 유전자를 넣어준 결과 침팬지의 APOE4는 사람의 APOE4가 아니라 APOE3와 비슷하게 기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APOE 유전자의 61번째 아미노산이 바뀌어 활성이 달라진 인간형 APOE4가 나왔고 20~30만 년 전 현생인류 계열에서 112번 아미노산이 바뀌며 유인원 APOE4의 기능을 복원한 APOE3 변이형이 등장했다는 시나리오다. 부모 양쪽에서 APOE4 변이형을 받은 사람들(지구촌 인구의 2%)은 고인류의 버전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인류 진화 과정에서 왜 지금은 생존에 불리한 인간형 APOE4 변이가 일어났고 정작 오늘날 사람의 APOE3와 기능적으로 비슷한 유인원 버전은 솎아진 거일까. 이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몇 가지 가설은 나와있다.

먼저 식단의 변화로 사냥을 통한 육식이 늘며 각종 미생물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진 결과다. APOE 단백질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표면 지방 분자를 인식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는데, 유인원 APOE4에서 변이로 나온 인간형 APOE4가 전반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실제 오늘날에도 각종 감염에 취약한 지역일수록 APOE4 변이형을 지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다른 하나는 비타민D 가설로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몸에 털이 사라진 대신 피부색이 짙어지면서 비타민D 합성 효율이 떨어진 데 대한 적응이라는 것이다. 실제 APOE4 변이형을 지닌 사람은 장에서 비타민D를 더 잘 흡수하고 신장에서 재흡수율도 높다. 흥미롭게도 위도에 따른 APOE4 변이형 비율을 보면 ‘U’자 곡선을 보인다. 피부색이 짙은 저위도에서 높고 피부색이 옅어 햇빛으로 비타민D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중위도에서는 낮고 햇빛이 약한 고위도에서는 다시 올라가는 패턴이다. 저위도에서는 APOE4 변이형 비율이 40~50%에 이르는 지역도 있는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위도가 다수인 동아시아는 9%로 지구촌 평균 15%보다 낮다.

○ 한국인은 APOE4에 특히 취약

APOE 변이형의 분포를 보여주는 지도다. 원형인 APOE4는 현생인류의 고향인 아프리카 중부에서 여전히 비율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가 포함된 중위도 지역에서는 10% 미만으로 낮다. 반면 20~30만 년 전 APOE4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APOE3는 오늘날 주류이고 특히 중위도에서 비율이 높다. Genes 제공

그렇다면 왜 현생인류의 초기 단계에서 유인원 유전자의 기능으로 돌아가는 변이형인 APOE3가 나와 오늘날 주류가 됐을까. 이 역시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몇 가지 가설이 나와 있다. 불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음식을 통한 감염 위험성이 줄어들며 인간형 APOE4의 빛이 바랬다.

다음으로 인지 능력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뇌가 복잡하게 진화하면서 그 부작용으로 나타난 신경퇴행성질환을 억제하는 변이가 일어난 게 APOE3이고 그 뒤 그 기능이 더 강화된 APOE2 변이형이 나왔다는 시나리오다. 앞서 언급했지만 침팬지는 늙어도 알츠하이머병이 생기지 않는다. 결국 APOE3이나 APOE2을 지닌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인지력의 저하가 심각하지 않았고 그 결과 손주들을 돌보며 생존에 도움을 준 결과 점차 비율이 늘어나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그런데 논문을 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APOE4 변이형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성에 미치는 영향이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인의 경우 유전자 쌍 모두 APOE4이더라도 위험성이 2배가 채 안 되고 튀지니도 5배인 반면 우리나라는 무려 17배에 이른다(일본은 22배). 흥미롭게도 아프리카의 APOE2 변이형 비율은 27%에 이르는 반면 동아시아는 9%다.

10만 년 전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맞게 진화하면서 APOE4 변이형의 부정적 영향력의 정도가 대체로 점점 심해졌다는 말이다. 그 결과 동아시아의 경우 이미 꽤 솎아져 현생인류의 고향인 아프리카에 비해 비율이 훨씬 낮아졌다. APOE4 변이형의 비율이 낮은 집단일수록 이 변이형을 지녔을 때 부작용은 더 크다는 뜻이다.

획기적인 예방법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이야말로 자신의 APOE 변이형을 ‘모르는 게 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2022년 12월 26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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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 가진 유전자 155개 추가 발견…인간 고유 질환 비밀 푼다

미 국립보건원(NIH) 제공

인간은 약 450만~700만년 전 침팬지에서 유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과정에서 수천개의 유전자에 차이가 생겼다. 이 발견은 100개 아미노산 이상으로 구성된 큰 단백질들을 분석한 결과다. 이보다 작은 마이크로(미소) 단백질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일랜드 과학자들이 인간의 마이크로 단백질에서 새로운 유전자 155개가 발견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마이크로 단백질 수준에서도 인간이 지속적인 진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근위축증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질병의 원인을 찾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퍼 맥리소트 아일랜드 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 유전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관련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리포트’에 21일 공개했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8.4% 일치한다.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친척 관계다. 과학자들은 인간과 침팬지가 약 450만~700만년 전쯤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각자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것이다.

환경의 차이는 다른 진화 결과를 낳았다. 대표적으로 ‘CMAH’라는 유전자는 인간과 침팬지 뇌에 차이를 가져왔다. CMAH는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침팬지에서는 CMAH가 활발히 활동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은 큰 단백질들을 대상으로만 했다. 마이크로 단백질들은 제외됐다.

허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장은 “기존의 새로운 유전자 생성에 대한 학계의 정설은 유전자 중복 등 기존에 있던 유전자에서 진화한다는 것”이라며 “그 대상 또한 일정이상의 길이를 가진 유전자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유전자 데이터를 모았다. 침팬지를 포함해 원숭이, 쥐, 말, 토끼 등 척추동물의 유전자 데이터를 인간 유전자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인간의 마이크로 단백질에서 155개의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인간 고유의 새로운 유전자가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발견한 155개 유전자 중 3개가 근위축증이나 색소성 망막염 등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질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1개는 인간의 심장 조직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는 고릴라에서 분리된 직후 나타났다”며 “마이크로 단백질에서 발견된 유전자가 얼마나 빨리 신체에 필수적인 유전자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155개 새 유전자 중 44개는 세포 배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건강하고 살아있는 신체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마이크로 단백질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이 유전자들은 아직 세포배양과 관련이 있다 정도만 추정할 뿐이다. 연구팀은 특정 유전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맥리소트 교수는 “유전자에는 지금 밝혀진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며 “새롭게 발견한 유전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종류의 질병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지 확인하는 게 향후 연구의 과제”라고 밝혔다.

허 센터장은 “최근 마이크로 단백질의 역할들이 새롭게 알려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 단백질의 역할을 한꺼풀 더 벗긴 흥미로운 연구이며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인간의 진화과정을 엿볼 수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아래는 2023년 3월 17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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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명 분석해 3개 희귀 유전질환 원인 유전자 찾았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의대

난청 검사를 받는 아동 환자.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학자들이 대규모 유전자 분석을 통해 3개 희귀질환 발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했다. 발병 원인이 불분명했던 이들 질환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통한 신속한 진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니스트 투로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의대 교수 연구팀은 7만7539명의 유전자를 분석해 원발성 림프부종, 흉부 대동맥류, 선청성 난청 3개 희귀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새롭게 확인한 연구 결과를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원발성 림프 부종은 광범위한 신체에 부종이 발생하는 것이다. 외상이나 수술 등으로 일어나는 부종과는 다르며 주로 젊은 여성이나 소녀에게서 나타난다. 흉부 대동맥류는 대동맥의 직경이 1.5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상태가 흉부에서 발생하는 상태다. 청각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선천성 난청은 생후 6주경에 가그랑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으며 생후 3개월이 되어도 옹알이를 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앞서 이들 질환은 유전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정확한 원인 유전자가 규명되진 않았다.

연구팀은 대규모 유전체 빅데이터를 구성하는 영국의 ’10만 게놈 프로젝트’에 참가한 7만7539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 질환들의 원인 유전자를 찾아 나섰다.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와 희귀질환 간 연관성을 찾기 위해선 ‘베이지안 추론법’이 사용됐다. 병이 발병하는 가상의 모델을 구성한 뒤, 유전자 정보를 단계적으로 추가하며 가상의 모델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검토해나가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같은 분석을 통해 희귀질환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9개의 유전자를 새롭게 발견했다. 이들 유전자가 특정한 희귀질환과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앞선 임상사례와 선행 연구를 살피고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원발성 림프부종 발병은 ‘ERG‘라는 유전자의 기능 상실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전자는 적혈모세포의 변화와 관련됐다. 흉부 대동맥류 발병은 정상세포의 성장을 자극하는 유전자 ‘PMEPA1‘와, 선천성 난청의 발병은 각 신체기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 ‘GPR156‘과 각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투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전까지 원인이 설명되지 않았던 희귀질환에 대한 유전자 진단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유전자 연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2023년 5월 11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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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류 유전자지도 완성…변이 판독률 2배 높였다

국제공동연구진, 범유전체 분석 결과 발표
전 세계 다양한 인종 47명 유전자 지도 작성
“생명 현상 파악·유전 질병 연구 획기적 전기”

국제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전 세계 존재하는 모든 인종들의 유전자 지도(범유전체ㆍpangenome)를 완성했다. 기존에도 인간 유전자 지도가 완성돼 있었지만 오직 단 한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였다. 인종ㆍ성별 등 각 집단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한 다양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생명 현상의 신비를 더 세밀히 파헤치는 한편 유전적 질병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DNA 자료 이미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10일(현지 시각)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각국 연구진들이 참여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컨소시엄(Human Pangenome Reference Consortium)’이 작성한 범유전체 완성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이 컨소시엄은 2019년 전 세계 유전학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인간 염기서열을 비교할 수 있는 포괄적인 참조 자료를 만들기 위해 인간의 유전적 변이 전체를 지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창설됐다.

앞서 전 세계 유전학자들은 이미 20여년간의 진행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를 통해 2003년 4월 인간의 유전체 전체를 해독한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었다. 2만500여개의 유전자 구조ㆍ조직ㆍ기능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았다. 그러나 공백은 있었다. 전체 유전자 중 약 8%는 해독되지 않은 채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에 지난해 3월 ‘텔로미어 투 텔로미어(T2T)’로 명명된 국제 유전학자 컨소시엄이 ‘롱 리드(Long-read)’라는 새로운 시퀀싱 기법을 동원해 나머지 8%까지 분석하는 데 성공, 미세한 틈새를 메웠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앞선 두 연구처럼 한 사람의 유전체가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등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인종 47명의 유전체를 수집해 해독을 마쳤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이번 범유전체 유전자 지도 완성에 따라 기존 단일 인간 유전체 지도를 기준으로 삼을 때보다 유전적 질병 판독률이 두 배 이상 향상됐다.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2024년 중반까지 총 350명의 유전자 해독을 완료해 범유전체 정보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연구팀이 분석 중인 유전체들은 2008년 ‘1000인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해 유전체를 기증했던 26종 인구군에 속한 사람들의 것이다. 연구팀은 냉동됐던 이들의 유전체를 녹인 후 ‘롱 리드 시퀀싱’ 기법을 사용해 재분석하고 있다. 이 분석 기법은 기존보다 한꺼번에 더 긴 구간의 DNA를 분석할 수 있고 같은 사람의 염색체쌍 사이의 차이점까지 구분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연구팀은 또 연구 윤리 준수를 위해 원주민 등 유전체 채취ㆍ분석에 동의하지 않는 인종ㆍ집단은 분석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에이미 루마카 벨기에 루에주대학 유전학 교수는 “현재의 참조 유전체는 유전적 정보의 일부뿐만 아니라 다양성 상실이라는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모두가 기다려왔던 연구 결과”라고 환영했다. 네이처도 “연구자들이 범유전체 유전자 지도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두 배 이상 유전자 중복이나 누락 등 대규모 유전체 변화를 더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유전자와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2023년 6월 3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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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유전자로 인류 질병 고친다…영장류 게놈의 비밀

수백종 영장류 게놈 분석해 질병 유발 가능성 있는 유전체 포착
멸종위기 영장류 보호도 기여 기대…높은 유전적 다양성 확인돼
[파키스탄=AP/뉴시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북쪽 다만에코 공원에서 지난 9월6일 야생 원숭이가 새끼를 안고 있다. 2021.12.22. 

 

 

수백종 영장류의 DNA 유전 정보(게놈·유전체) 서열을 분석해 인류의 질병 가능성, 종의 기원, 그리고 멸종 위기에 놓인 영장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유전체 속에 담긴 잠재적인 질병 원인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3일 학계에 따르면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는 손바닥 만한 쥐여우원숭이부터 수백㎏에 달하는 고릴라까지 수백종이 넘는 영장류의 게놈 서열을 분석한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팀은 영장류 게놈 서열들로 AI를 학습시켜 인간의 유전자 변형이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영장류 진화의 복잡성에 대해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233종 영장류의 유전체 샘플 수집…AI 기반으로 유전체 변종의 질병 유발 가능성 분석

영장류 게놈 분석, 인류 뿐 아니라 멸종 영장류도 구한다…유전적 다양성 확인

[뉴욕=AP/뉴시스]뉴욕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네안데르탈인의 복원된 두개골과 현생 인류의 두개골. 2003.1.8.

학계에서는 20년 전인 2003년 인간이 갖고 있는 염색체 내 모든 염기서열을 밝힌 이후 꾸준한 추가 연구를 통해 질병의 원인 혹은 치료 방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무수한 변형 유전체를 발견해왔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유전학만으로는 이같은 변종들이 의학적으로 관련이 있는지를 구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다른 영장류 종(種)들에게서 유사한 변종을 발견함으로써 보다 확실한 의학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 하에 진행됐다. 영장류와 인간은 DNA를 약 90% 이상 공유하고, 일부 영장류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인간에게서도 높은 확률로 나타난다. 반대로 영장류에서 발생할 유전체 변이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인간에게서도 질병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구팀은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영장류부터 야생 영장류까지 233종의 영장류 가운데 800마리 이상 영장류들의 혈액 샘플을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확인된 지구 상의 영장류는 인간을 포함해 약 500여종인데, 절반에 가까운 영장류의 게놈을 분석해낸 셈이다.

이같은 영장류 게놈 탐구는 종 내, 혹은 종 간의 개별적인 DNA 기반 변형인 ‘단일염기서열 다형성(SNP)’를 포착할 수 있게 해줬다. SNP는 인간 유전체 상에서도 가장 많이 존재하는 형태의 유전자 변이다. 불특정 다수 유전체의 같은 위치에서 특정 염기서열 1개가 다른 염기로 변화돼 다른 형질로 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인간의 DNA 염기서열은 99.9% 이상 동일하지만 이 0.1% 차이에서 머리색·키·피부색·체질 등 차이가 나타난다. SNP는 이같은 외형적 차이 뿐만 아니라 특정 질환에 대한 감수성, 질환 발현 양상, 치료제 반응성 등에서 차이를 나타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번 영장류 게놈 탐구를 통해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을 바꾼 430만개의 SNP를 발견했다.

이렇게 발견된 SNP에 대해서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하고 있는 단백질 구조 파악 생성형 AI ‘알파폴드’를 기반으로 한 ‘영장류 AI-3D(Primate AI-3D)’프로그램을 통해 질병 원인 가능성이 있는지 분석이 이뤄졌다.

연구팀은 영장류 SNP로 AI를 훈련시켜 해당 SNP가 유해할 지 여부를 판단하게 하고, 다시 영국 바이오뱅크에 저장된 45만4712명 인간의 데이터와 대조해 유해한 유전자가 있는지를 식별하도록 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AI로 하여금 그간 질병과 잠재적으로 연관이 됐을 것으로 예상된 인간 유전체와 AI의 SNP 데이터베이스를 대조시켰는데, SNP의 단 6% 만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같은 발견을 통해 향후 사람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유전체 변종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잠재적인 약물 치료 등의 표적으로 삼아 효과적으로 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영장류 게놈 분석은 이처럼 인간의 질병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의 영장류를 보존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이 샘플을 채취한 영장류들 중에서는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는 종들이 많았다. DNA에 기록된 유전적 다양성은 얼마나 많은 개체들이 현재 그 종 내에 생존해있는 지를 알려준다. 이를 통해 특정 종의 멸종 속도, 멸종 시기 등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연구대상이 된 모든 영장류 가운데 단 15종을 제외한 모든 종들은 여전히 인간보다 더 높은 유전적 다양성을 갖고 있었다. 같은 종 내 번식만 이어질 경우 유전적 다양성이 좁아지지만, 영장류 내 다른 종 간 번식이 이뤄지면서 유전적 다양성이 커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잡종 영장류들의 등장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커지는 것에 대해 연구팀은 인류의 진화와 잠재적인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만년 전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반인 등 다양한 유인원들 사이에 종 간 혼합이 발생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은 최근 영장류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높아지는 것을 두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에든버러대학과 웁살라대학의 진화 생물학자인 카테리나 구샨스키는 “영장류 멸종은 인간의 서식지 파괴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종 간 혼합이 너무 최근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종의 다양성을 낮추기 위해 동종 번식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개체 수 감소가 너무 빨라서 유전학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유전적 다양성이 각 종의 탄력성을 높이고 생존력을 높여줄 수 있는 만큼 이같은 발견은 고무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연구팀은 “유전적 다양성의 확대는 우리가 아직 영장류 멸종이라는 상황을 되돌릴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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