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미국에서 개발된 인간의 줄기세포가 주입된 4주짜리 돼지 배아. photo 뉴시스 |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장기를 다른 동물의 몸속에서 배양하는 연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 도쿄대학교의 줄기세포연구소 나카우치 히로미쓰(中內啓光) 교수가 생쥐와 시궁쥐의 배아에서 인간 세포를 배양한 조직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20년 기대할 만한 과학이슈’ 중 하나로 나카우치 교수의 이 연구를 꼽았다. ‘윤리적으로 우려되는 기법’이기도 한 이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日 동물 몸속서 인간 장기 생산 연구
나카우치 교수의 연구가 주목받게 된 것은 마침내 일본 정부가 동물의 체내에서 심장 등 인간 장기를 생산하는 연구를 허용하는 새로운 법을 제정한 덕분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일본 문부과학성 전문위원회가 인간 역분화줄기세포(iPS)를 쥐 배아에 넣어 인간 췌장 세포를 만드는 실험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사람의 몸에 이식용 장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궁극의 목표다. 또 신약 효과와 독성을 사전에 실험하는 것도 하나의 계획이다.
동물 체내에서 인간 장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전자 조작으로 특정 장기를 만들 수 없게 된 동물의 배아(수정란)에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인간의 iPS를 주입한다. iPS가 배아 안에서 인간의 장기로 어느 정도 성장하면, 이 ‘하이브리드 배아(인간과 동물 세포를 합한 배아)’를 다른 동물의 자궁에 다시 주입해 인간의 장기를 몸에 지닌 새끼를 낳게 한다. 줄기세포란 미성숙세포이며 이것이 성장해 세포가 되는데, 인간의 줄기세포는 어른에게서 찾아내기 어려워 실험용으로 쓰려면 대개 배아(태아 전의 상태)에서 떼어낸다.
나카우치 교수는 이미 실험용 쥐의 배아에 인간의 iPS를 주입해 14일간 성장시키는 실험에는 성공했으나 정부 규제에 막혀 더 이상의 연구는 진행하지 못했다. 2010년에는 췌장을 만들지 못하게 된 생쥐(mouse)에 시궁쥐(rat) iPS를 넣어 췌장을 배양하는 데도 성공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교수팀의 실험을 왜 승인하지 않은 것일까. 동물과 인간의 세포가 섞이다 보면 최악의 경우 인간의 뇌를 가진 동물이 태어날 수도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우려였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식할 장기를 가진 동물을 만든다는 목적 아래 일본 정부는 인간의 뇌와 생식세포를 제외한 장기만 동물 체내에서 생성하는 방안을 허용했다. 이렇게 iPS 임상연구가 허용되자 교수팀의 분위기는 바뀌었다.
나카우치 교수팀은 올 상반기(1∼6월) 중으로 쥐 배아에서 인간 세포를 배양한 ‘하이브리드 배아’를 만들어 대리 동물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추진할 예정이다. 생쥐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장기가 없는, 즉 췌장이 없는 쥐 배아를 만든 뒤 여기에 인간 iPS를 넣을 계획이다. 이때 생쥐 배아에서 iPS는 췌장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배아를 시궁쥐 자궁에 착상시킨 뒤 분만까지 성공한다면 사람 췌장 세포를 갖고 있는 쥐가 태어나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인간의 세포를 가진 쥐의 탄생, 즉 인간 장기를 동물 몸에서 배양한 뒤 궁극적으로 인간 몸에 이식하는 기술이 첫발을 떼는 셈이다. 네이처는 이렇게 새롭게 태어난 쥐를 ‘휴마이스’라고 이름 붙였다. 영어로 사람을 뜻하는 ‘휴먼(human)’과 복수의 쥐를 뜻하는 ‘마이스(mice)’를 합친 말이다.
지금까지 인간과 동물 세포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연구는 주로 돼지가 대상이었다. 인간의 장기와 크기가 비슷한 돼지의 장기는 이식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다만 실험 결과를 검증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으로 꼽혀왔다.
반면 쥐는 사람과 공통점이 많아 실험동물로 각광받는다. 쥐는 인간과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지만 유전자는 99%가 같다. 쥐의 체내 구조와 면역 체계 또한 인간과 비슷하고, 쥐와 인간의 체온도 36.5도로 똑같다. 이런 이유로 신약의 효용을 확인하거나 화장품의 독성을 테스트할 때, 또 질병의 발병 이유를 세포나 유전자 수준에서 확인할 때도 쥐가 활용된다.
뿐만 아니다. 쥐는 한 세대의 수명이 2~3년에 불과해 돼지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빠른 실험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 배아’를 만들어 인간의 세포를 가진 쥐를 탄생시키는 연구 검증 속도는 종전보다 4∼5배 정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나카우치 교수는 먼저 생쥐를 이용해 인간과 동물 간 혼합 배아를 배양하는 연구를 진행한 다음 돼지를 이용해 70일까지 혼합 배아를 배양하는 실험을 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돼지 실험에 대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새로운 지침에는 돼지와 같은 동물에서 인간 장기를 충분히 기르는 연구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니 인공장기 ‘오가노이드’도 주목
과학자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이식용 장기가 부족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미국 소크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은 2017년 돼지 배아에 인간 iPS를 주입한 뒤 이를 암컷 돼지 자궁에 착상시켰고, 28일째 되던 날 돼지 배아 내부에서 iPS가 인체 근육과 여러 장기 세포의 초기 형태로 자란 것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인간과 돼지라는 서로 다른 종의 세포가 섞인 배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잘 자라지 못했다. 특히 영장류인 인간 배아는 이종 세포와 만났을 때 어울리지 못하고 죽어 버리는 게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윤리 문제에 부딪혀 혼합 배아가 자라는 과정을 오랜 기간 관찰할 수 없었다. 2015년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인간 iPS를 비인간 척추동물의 초기 배아에 투입하는 연구비 심사를 중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카우치 교수의 이번 연구 또한 이식용 장기 부족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계에의 기대감이 매우 크다. 반면 동물과 인간 세포를 융합한다는 점에서 윤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일부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오가노이드(organoid)를 배양하는 게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이나 동물 세포,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배양접시에서 키운 일종의 ‘미니 인공장기’이다. 따라서 윤리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실험동물의 희생도 줄일 수 있다. 세포와 달리 3차원 구조여서 진짜 장기와 더 닮은 게 장점이다.
미니 인공장기는 동물실험보다 신약 반응과 효과, 부작용을 시험하는 데 정확도가 더 높다. 현재 네덜란드왕립과학원과 위트레흐트대 의대가 설립한 휘브레흐트 오가노이드 테크놀러지(HUB)는 낭포성 섬유증 환자의 오가노이드로 약효를 시험하고 있다. 2029년쯤에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재생의학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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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2년 10월 27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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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겟 아웃’이 현실로? 인간 뇌 쥐에 이식 성공
미국 스탠퍼드대 뇌신경학 세르기우 파스카 교수. photo quanta magazine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가 생명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연구로 떠오르고 있다. 눈물샘과 침샘은 물론 사람의 폐, 장, 자궁, 심지어 뇌까지 연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엔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를 이식해 쥐의 뇌 신경계와 연결하는 데도 성공했다. 인간과 쥐의 뇌가 합쳐진 셈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뇌신경학 세르기우 파스카(Sergiu Pasca) 교수팀이 그 주인공이다.
오가노이드가 쥐의 감각신호 받아들여
오가노이드(organoid)는 장기(organ)와 유사한(oid)의 합성어로, 우리 몸의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 ‘인공 장기’다. 인체 장기와 유사한 기능을 갖지만 실제 장기보다 단순한 형태여서 ‘미니 장기’라고 불린다. 인간 장기의 축소판인 셈이다. 장기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면 점차 세포 수가 늘면서 실제 뇌나 심장 같은 장기와 비슷한 형태가 된다. 처음엔 인체 세포를 평면 배양접시에서 키워 인체 내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지금 세계는 망가진 장기 부위에 오가노이드를 이식해 재생치료제로 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만성질환이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인체 조직이 손상되거나 사라진 환자들에게는 장기 이식만이 희망이다. 2009년 네덜란드 후브레히트연구소의 한스 클레버 박사가 생쥐 직장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내장 오가노이드’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현재 심장·간·신장·위·췌장·갑상샘 등 다양한 오가노이드가 만들어졌다.
뇌 이식 기술은 공상과학 영화(SF)에 자주 등장한다. 2017년 개봉한 영화 ‘겟 아웃’에서는 늙은 백인의 뇌를 흑인 청년에게 이식해 뇌 주인이 건강한 몸을 갖고 새 삶을 살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죽지 않은 나의 뇌가 다른 사람의 뇌에 이식돼 새 생명을 얻게 되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뇌 이식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성공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뇌를 바꿔치기하려면 유전적인 요소가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험실에서 배양한 오가노이드는 획기적이지만, 신경회로·혈관 등이 복잡하게 연결된 사람의 장기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그대로 모사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파스카 교수팀이 인간 뇌 세포를 다른 포유류의 뇌에 이식해 일부 기능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간의 뇌 줄기세포를 입체로 배양해 키운 오가노이드(미니 뇌)를 갓 태어난 어린 쥐의 대뇌 피질 중 체성감각에 이식한 실험에서다. 체성감각 영역은 대뇌피질에서 감각신호를 감지해 처리하는 부위다.
쥐의 대뇌피질 중 체성감각에 줄기세포를 입체로 배양해 키운 인간의 오가노이드(미니 뇌)를 이식한 장면. photo npr.org
인간의 뇌 세포는 쥐의 세포보다 훨씬 느리게 자란다. 이 때문에 두 세포가 완전하게 합쳐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 기간은 6개월 남짓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뇌 오가노이드가 처음 배양해 키웠을 때보다 6배까지 커지면서 쥐의 뇌 한쪽 반구의 3분의1로 자리 잡은 것이다.
연구팀은 인간과 쥐의 뇌가 하나로 연결돼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특별한 실험을 했다. 빛을 비출 때 수도꼭지를 핥으면 물이 나오도록 훈련시킨 쥐에게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이식해 반응을 보는 실험이다. 뇌 신경세포에는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미리 붙여놓았다.
오가노이드가 이식된 쥐 역시 빛을 비췄을 때 수도꼭지를 핥아 물을 먹었다. 물을 주지 않아도 빛을 비추면 핥는 시늉을 했다. 오가노이드에만 빛을 비췄을 때도 핥는 행동을 보였다. 또 연구팀이 쥐의 수염을 만지자 오가노이드가 감각 자극에 반응해 신호를 내보냈다. 실제 인간의 뇌처럼 뇌 신경세포가 활성된 것이다. 오가노이드의 활동은 뇌 활성을 측정하는 뇌전도(EEG)와 유사한 전극을 이용해 측정이 가능했다.
이 같은 결과는 뇌 오가노이드와 쥐의 뇌 신경회로가 서로 잘 연결됐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마치 회로에 트랜지스터 하나를 더 삽입한 것과 같은 상황임에도, 오가노이드가 쥐의 감각을 받아들여 처리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음을 의미한다는 게 파스카 교수의 설명이다. 사람의 뇌 오가노이드를 이식받은 쥐는 기존과 별 차이 없이 행동했다. 기억력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발작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10월 12일 자(현지시간)에 실렸다.
인간 의식 가진 쥐 가능할까
이후 연구팀은 자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티모시 증후군’ 환자의 뇌도 연구했다. 3명의 환자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뇌 오가노이드를 쥐에게 이식해 실험했다. 티모시 증후군은 신경세포의 칼슘 통로에 드물게 결함이 생기는 선천성 유전질환이다. 이 실험에서는 쥐에게 이식된 뇌 오가노이드가 일반 오가노이드에 비해 작게 자랐고, 쥐의 감각 신호를 인지하는 기능도 미비했다. 신경세포의 결함이 보이는 등 질환의 특성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질환의 특성이 오가노이드에서 재현된다는 것은 인간·쥐 통합 뇌를 통해 뇌질환 치료를 연구할 길이 열린 것이라고 말한다. 뇌의 작용이나 신약이 뇌에 미치는 효과·부작용 등을 실제 인간 뇌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자신의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에서 먼저 예후 관찰이 가능하다. 이는 정신질환이 뇌의 기본 회로의 미묘한 차이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일부 과학자들은 윤리 논란을 우려한다. 인간의 의식과 지능에 대해 질문과 염려를 동시에 던지기 때문이다. 먼저 인간의 뇌를 다른 동물에게 이식해 자라게 할 경우 ‘이 존재는 사람일까 동물일까’라는 문제가 따른다. 나아가 인간 뇌 활동을 일부나마 재현하기 때문에 쥐의 뇌에서 인간 의식이 나타날지 모르고, 그런 잡종 동물에게 예기치 못한 이상 현상이 나타나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과학계는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오가노이드는 뇌 통째가 아닌 일부를 이식한 것이기 때문에 미숙해서 쥐가 사람과 같은 의식을 갖거나 지능을 가져 엄청 똑똑해지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종의 줄기세포를 다른 종에게 주입해 변형시키는 실험의 궁극적 이유는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사람의 장기를 동물을 이용해 키우기 위해서다. 인간의 뇌 이식은 빠른 시일 내에는 가능하지 않지만 의학기술이 더 발전하면 먼 미래에는 실현 가능한 일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