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 음료수를 마시는데 성공한 이후 기뻐하며 웃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책을 읽다가 갑자기 졸리면 전등을 끄기 위해 일어나기가 귀찮아집니다. 그럴 때 몇 초 정도만 집중하면 전등이 저절로 꺼진다면 어떨까요? 또 획기적인 발상에 머릿 속에 떠올랐는데 잊기 전에 그 발상이 스마트폰 메모장 속에 메모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생각하는 것만으로 전등을 끌 수 있고, 메모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초능력이 아닐까요? 이른바 손을 대지 않고 물체를 움직이는 염동력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입니다.

BCI 기술은 뇌파를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의미합니다.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신호를 측정·분석해 외부 기기를 움직이거나 사지마비 장애인이 외부와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등이 여기 포함됩니다. 언어로 표현하거나 신체 동작을 하지 않고 뇌파를 전달하기만 하는 기술입니다.

현재 BCI 기술은 상당히 발전한 상태입니다. 오래 전에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이용해 초콜릿을 먹는 실험에 성공했고, 원숭이의 뇌파를 읽어 휠체어를 이동시키는 실험도 성공했습니다. 최근에는 초소형 인공지능 기기를 뇌에 삽입해 인간의 지능을 강화하는 연구, 뇌에 미세 전극을 이식해 뇌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를 컴퓨터로 해석하는 ‘뇌 임플란트’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2017년 사람의 뇌와 컴퓨터 연계 기술을 연구하는 ‘뉴럴링크(Neural Link)’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초소형 인공지능 기기를 뇌에 삽입해 인간의 지능을 강화하기 위한 ‘뉴럴 레이스(neural lace)’를 개발 중입니다. 컴퓨터와 두뇌를 연결해 인간이 더 높은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개발한 뇌 임플란트 기술로 1분당 8개의 글자를 타이핑할 수 있습니다. 단어당 30초 걸리던 기존 연구보다 속도가 4배 빨라졌습니다.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하면 루게릭병 등으로 신체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의사소통은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워질 전망입니다.

2004년 오스트리아의 지텍이란 회사가 BCI 뇌파신호 측정장비를 출시한 이후 사지마비 환자가 뇌에 삽입된 전극에 통해 로봇팔을 조종해 커피를 마시는 등 사지를 못쓰는 사람들이 BCI 기술로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닙니다. 환자가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무스의 커서를 움직여 뇌파로 로봇팔을 조종하는 것이지요,.

2014년에는 국제 공동프로젝트인 ‘워크어게인(Walk Again)’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뇌파로 제어되는 웨어러블형 외골격 로봇을 착용한 사지마비 장애인이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에서 시축을 하기도 했습니다.

BCI 기술이 더 발달하면 우리 일상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요? 신체기능을 보조하거나 대체하고, 엔터테인먼트와 정보·지식전달 교류는 아주 기본적인 일이 됩니다.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뇌파인식 헤드셋을 이용해 게임케릭터를 조종할 수도 있고, ‘뇌-뇌 인터페이스(BBI, Brain-to-Brain Interface)’를 통해 교육자가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를 피교육자의 뇌로 직접 전달할 수도 있게 됩니다.

스마트폰이 사람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파악해 적절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서 역할을 수행하고, 다양한 감성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수면이나 건강을 관리할 수도 있게 됩니다. 또 고령자와 장애우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뇌로 움직이는 세상을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이 신체적, 물리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BCI 기술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로 컴퓨터나 기계를 이용해 뇌를 읽어내는데 그치지 않고, 생각을 바꾸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윤리문제에 대한 논란과 읽어낸 생각의 개인벙보 유출 등으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 의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언제나 윤리 문제가 뒤따릅니다. 뇌를 통해 타인의 뇌를 읽고,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까요? 불행일까요? 부디 신체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거나, 인류를 이롭게 할 수 있는 일에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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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1년 8월 25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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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시대, 사지마비 환자가 벌떡 일어난다[과학을읽다]

각국 정부, 고령화-미래사회 대비해 연구개발 총력전
환자용 BMI 기술은 5년 내, 일반인은 10년 내 상용화될 수도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 음료수를 마시는데 성공한 이후 기뻐서 웃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먼 미래, 지구 멸망을 피해 우주로 도피해 과학기술에 의존해 생존하던 인류에게 선택의 길이 나타난다. 뇌에 칩을 넣어 신을 넘보는 새로운 인류가 되자는 쪽과 도덕적·종교적으로 불가하다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유명한 재패니메이션 ‘마크로스’ 시리즈의 배경 이야기다. 상상 속이지만, 1990년대 이후 의료기술과 생명과학, 컴퓨터 등 ICT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 실제 10년 내 인간의 뇌에 바이오칩을 심어 각종 뇌질환이나 사지마비 등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또 뇌에 칩을 심고 웨어러블 컴퓨터·로봇을 활용해 인간과 컴퓨터를 일체화하는 브레인 컴퓨팅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과연 ‘뇌과학’으로 불리는 이 같은 인류의 신기술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뉴럴링크가 개발한 N1링크 칩

BMI 기술, 어디까지 왔나

=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인간·기계 간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연구, 브레인 컴퓨팅이라고도 불리는 브레인머신인터페이스(BMI) 기술이다. 뇌에 칩을 심는 ‘침습성’ 기술과 간접 장치를 활용한 ‘비침습성’ 기술로 구분된다. 침습성 연구는 주로 영장류를 상대로 진행 중이며, 인간을 상대로는 비침습성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 스탠퍼드대는 지난 5월 ‘뇌로 타이핑’, 즉 BMI 기술과 손글씨 디코딩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손을 움직이지 않고 뇌로 컴퓨터 키보드를 타이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지난해엔 뇌파의 76%를 해독해 실시간으로 문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되기도 했다. 최근 미국 브라운대 등이 무선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장치를 개발해 뇌파 측정·전송을 통해 사지마비 환자들이 태블릿 PC를 사용할 수 있는 실험에 성공했다. 민간 기업들의 연구개발(R&D)도 활발하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생명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최근 원숭이의 뇌에 ‘N1링크’라는 칩을 심어 뇌신경을 읽어내 게임 조이스틱을 움직이도록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2018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원숭이 뇌에 심은 미세전극 칩이 감지하는 뇌신경세포 신호로 생각을 읽어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뇌에 칩을 원숭이의 뇌신호를 포착해 조이스틱을 조작하고 있다.

◇각국, 미래 위한 연구 총력전

미국 정부는 뇌신경회로망 작성 및 혁신기술 개발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다. 2013년부터 2025년까지 46억4000만달러(약 5조5000억원)를 투자해 인간커넥톰, 통증·신경계 질환 치료제 등을 중점 개발하기 위해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올해 총예산은 429억달러인데, 이 중 뇌과학 관련 연구비만 85억달러(19.8%)에 달할 정도로 집중 투자 중이다. 알츠하이머병 뇌영상 선도 연구 사업과 국가 치매 계획 등 노인성 질환 치료를 위한 뇌연구도 본격 투자 중이다.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뇌를 슈퍼컴퓨터에서 그대로 구현해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목표로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내년까지 10억2000만유로(약 1조4000억원)가 투자된다. 2018년에는 총 1000억유로가 투자되는 호라이즌 유럽의 주요 과제에 뇌과학 연구를 포함시켰다. 영국도 2012년 치매 대응 국가계획을 발표하면서 2015~2020년 7억3000만파운드를 투자했고 2025년까지 이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영국 뇌은행 네트워크 간 ‘뇌조직 데이터베이스 강화’ 계획을 발표했고, 영국 의료연구재단(MRC)은 과학의 장기적 목표 중 하나로 뇌과학을 꼽고 중점 투자하고 있다. 일본도 ‘뇌과학을 활용한 휴먼인터페이스기술’을 구현하겠다며 집중 연구 중이다. 한국의 경우 2018년 제3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확정해 뇌과학원천기술, 미래뇌융합기술, 치매극복연구 등에 2020년에만 총 1821억7000만원을 투자하는 등 R&D를 본격화하고 있다.

◇뇌과학, 갈 길 멀다

아직 BMI를 위주로 하는 뇌과학이 갈 길은 멀다. 뇌의 기능과 신호가 너무 복잡해 인간의 손길이 닿기를 거부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뇌파를 읽어내 웨어러블 컴퓨팅의 인터페이스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다 포기 선언을 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국제적인 뇌과학의 수준은 어떤 부위가 인간의 사고·신체능력·장기와의 소통 등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차근차근 알아내는 수준에 불과하다. 예컨대 2014년 인간이 장소를 기억할 때 헤마영역의 세포 1, 2개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규명한 논문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1000억개의 뇌세포 중 1~2개의 역할을 밝혀낸 것 자체가 뇌과학계의 중요한 성과로 꼽히는 상황이다.

인간의 뇌에 칩을 심거나 개인의 정보가 유출되는 등에 대한 도덕적·종교적·사회적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뉴로에틱스(Neuro ethics·신경윤리) 포럼을 통해 인간의 뇌 연구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를 엄격히 관리하는 등 예상되는 도덕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뇌과학자·법률가 등을 초청해 연구하는 중이다. 조일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현재까지는 뇌과학의 발달로 인해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현 단계에서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쪽에 의견이 모아져 있다”며 “발전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때그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를 치료하거나 특정 부위를 자극해 인간의 신체 기능을 개선하는 등 기술은 조만간 상용화 단계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도쿄올림픽 등에서 문제가 된 브레인 도핑이 대표적 사례다. 이미 스포츠 선수들 사이에선 특정 뇌 부위를 자극,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해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 조 박사는 “사지마비 환자의 치료 및 보조도구 사용을 위한 BMI 기술은 5년 내에, 건강 관리 등을 위한 뇌 자극 등의 기술은 10년 내에 관련 기술이 일반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기초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재정 투자를 계속하고 산업화 가능 기술에 대한 연구도 집중하는 등 투 트랙 전략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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