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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설’ 논문, 학술지 게재되며 논란…“문어의 조상 유전자, 운석 타고 왔다”

문어는 신경세포가 몸 전체에 퍼져 있으며, 피부색을 바꾼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도구를 사용하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문어가 외계에서 왔다고?

 

문어의 조상이 외계의 유기물에서 비롯됐다는 가설이 전 세계 과학자 33명에 의해 제기됐다. 학술지 ‘생물물리학과 분자생물학의 진보’ 최근호에 실린 이 논문은 출판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와이 오코너 빌리지의 에드워드 스틸 박사 등은 이 학술지에서 문어의 조상이 되는 생명체의 알이 냉동된 채 혜성을 타고 지구에 도착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5억4천만년 전, 지구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단순한 유기체만 존재하던 지구에 다양한 동물이 출현한 것이다. 다양한 동물 화석이 갑작스럽게 출현한 이 지질학적 사건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원인에 대해서 탐구해왔고, 이번 논문을 쓴 일군의 과학자들은 수수께끼를 풀 열쇠가 지구 밖에 있다고 가리킨 것이다.

이들은 논문에서 “선캄브리아기의 대량멸종이 생명을 태운 혜성의 영향 때문이라고 간주하는 건 많은 상상이 필요하지 않다. 그 뒤 지구에 씨앗(세포를 지닌 유기체나 바이러스 유전자)이 퍼지면서” 캄브리아기 생물 종의 대폭발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들의 주장은 새롭지 않다. 일찍이 디엔에이(DNA) 분자 구조를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도 지구 생명의 기원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판스퍼미아’(panspermia) 혹은 ‘범종설'(汎種說)이라고 한다. 우주에서 떠돌던 미생물을 씨앗으로 삼아 지구의 생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범종설은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등이 혜성이나 운석 등을 타고 우주간 이동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행성으로 이동한 생명체는 그곳에서 진화하여 번성할 수 있다.

외계의 미생물이 지구에 도착하면 생물 종의 복잡성이 높아진다고 논문 저자들은 주장했다.스틸 박사 등은 구체적인 생물을 들어 범종설을 밀어부쳤다. 이들은 얼음 운석을 타고 지구에 날아온 냉동 배아가 문어를 진화시킨 씨앗이 됐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지구 유전자와 외계 유전자가 섞여 문어와 두족류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문어는 분명 지구의 다른 생명체에 견줘 ‘이상하게’ 생겼다. 큰 머리와 복잡한 신경계, 카메라 같은 눈, 유연한 몸 그리고 색깔과 형태를 바꾸는 위장 능력이 있다. 이들은 문어가 △진화의 역사에서 갑자기 나타났다는 점 △복잡한 특징을 담당하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추적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외계에서 온 유전자가 개입했을 거라는 논리를 편다.

이들은 논문에서 “수억년 전 문어나 두족류의 냉동 배아가 얼음 운석을 타고 지구에 도착했을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이것이야말로 약 2억7000만년 전 문어의 갑작스러운 출현을 말해주는 우주적인 설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어 외계 기원설’에 대해 과학계는 냉소적이다. 과학 전문 온라인 매체 ‘사이언스 얼러트’는 16일 “한 미친 논문이 과학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노골적인 제목을 달아, 학술지의 논문 게재 자체를 뉴스로 다뤘다.

유럽항공우주국(ESA)에서 화성 연구에 관여하고 있는 우주생물학자 프란시스 웨스톨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 논문을 비판했다. 그는 “한 가설에 기반해 기존 문헌을 찾아 특정 주장을 하는 건 쉽다. 하지만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실험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자연은 이미 놀랍다. 그걸 꼭 외계를 끌어들여 설명할 필요를 느끼진 못한다”고 말했다.

진화생물학자 제리 코인도 블로그에서 “양식 있는 학술지라면 생물학에 대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부정하는 이런 논문은 게재하지 말아야 한다. 문어의 조상이 다른 행성에서 왔다고 바로 논할 게 아니라 두족류의 복잡한 유전자와 형태학에 기반을 둔 절제된 설명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Steele, E. J., AlMufti, S., Augustyn, K. A., Chandrajith, R., Coghlan, J. P., Coulson, S. G.& Louis, G. (2018). Cause of Cambrian Explosion-Terrestrial or cosmic?. Progress in biophysics and molecular biologyorg/10.1016/j.pbiomolbio.2018.03.004″ target=”_blank” title=”Persistent link usingdigital object identifier“>https://doi.org/10.1016/j.pbiomolbio.2018.03.004

 

 

 

아래는 2022년 7월 15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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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문어의 비밀… 뇌에서 인간 유전자 발견

최근 7개국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전이인자(transposons)가 문어 뇌에도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photo 뉴시스

문어는 ‘무척추동물계의 천재’라고 불릴 만큼 지능이 높다. 지금까지 300건 이상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전문가들은 문어가 ‘지각이 있는 생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무척추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문어가 높은 수준의 인지능력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그 원인이 밝혀졌는데, 인간의 뇌와 같은 ‘움직이는 유전자’를 지녔기 때문이라는 게 그 답이다.

 

문어 뇌에도 ‘학습 DNA’ 존재

문어는 보통 동물의 구조와는 너무 다르다. 동물은 대개 좌우 대칭형이지만 문어는 머리-발로 끝나는 방사형이다. 문어·오징어·낙지 등을 두족류라고 부르는 이유다. 또 특이하게 심장이 3개인 데다 머리와 다리 사이에 뇌가 위치한다. 8개의 다리에는 1000개가 훨씬 넘는 빨판이 달려 있고, 그 하나하나를 손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이상한 구조를 가진 문어는 지능이 굉장히 뛰어나다. 그런데 최근 똑똑한 문어의 뇌 능력이 동물행동학계에서 더욱 이슈가 되고 있다. 인간과 문어의 뇌에 공통 유전자가 있다는 특징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고등과학원(SISSA)을 비롯해 독일, 스웨덴, 인도, 미국, 일본, 오스트리아 등 7개국 연구진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의 연구에서다.

연구팀은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전이인자(transposons)가 문어 뇌에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이인자는 유전체(게놈) 내에서 위치를 옮겨 다닐 수 있는 유전자(DNA) 조각이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직접 움직이는 특성 때문에 ‘점핑 유전자(jumping genes)’라고도 한다. 인간의 게놈 가운데 무려 45%가 전이인자로 구성돼 있는데, 스스로 복제하며 염색체 안의 한 위치에 자신을 삽입한다.

전이인자는 유전병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이인자가 새로운 위치로 삽입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이인자들은 세포의 방어 작용에 의해 활성이 억제되어 있거나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잃어 활동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다만 일부 전이인자들이 활성화되어 이따금씩 위치 이동이 일어나면서 종의 분화와 진화, 유전자 발현 조절 등 유전체의 다양성을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조절 기능이 탁월하다.

전이인자는 1956년 미국의 유전학자 바버라 매클린턱(Barbara McClintock)이 옥수수 염색체를 연구하던 중 발견했다. 옥수수 유전자의 구조와 위치를 변화시켜 유전자의 기능 또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발견하고, 이러한 형태의 유전자 물질을 ‘조절인자’라 명명했다. 이 공로로 그녀는 198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전이인자 중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긴 반복 배열 핵 성분(LINE·Long Interspersed Nuclear Elements)’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 LINE 전이인자는 학습·기억 같은 뇌의 인지능력과 연관 있다. 우리 뇌에서 학습 과정을 관장하는 해마에서 이 LINE 전이인자가 많이 발견되는데 문어에게서도 이것이 발견된 것이다. 문어 유전자에서 전이인자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인간의 해마 역할을 하는 수직엽(vertical lobe)이라는 부분에 많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문어 뇌의 수직엽에서 LINE 전이인자의 매우 강력한 이동 신호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기술(sequencing)을 활용해 문어 가운데 가장 흔한 종인 참문어(Octopus vulgaris)와 캘리포니아 두점박이 문어(Octopus bimaculoides)의 뇌 게놈을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종의 게놈 전이인자가 비슷하다는 것과 매우 풍부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이인자는 과거의 흔적에 불과할 뿐 비활동적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두 종의 문어를 통해 그 활동이 여전히 세밀하게 작동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레모 산게스(Remo Sanges) 교수는 “두 문어의 뇌에서 활동하는 LINE 전이인자의 발견은 이 요소들이 복제와 붙여넣기 기능을 넘어 인지능력과 같은 특정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은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말한다.

 

문어는 위장술의 달인

인간과 문어의 뇌의 유사성은 놀라운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의 대표적인 예다. 수렴진화는 계통 분류학적으로 서로 다른 생물종, 다시 말해 거리가 멀리 떨어진 종이라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같은 기능을 진화시킬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문어의 뇌는 기능적으로 포유류의 뇌와 유사하다. 따라서 LINE 전이인자는 앞으로 지능의 진화 연구에 도움을 줄 매우 흥미로운 후보라는 게 산게스 교수의 설명이다.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회에서 발행하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BMC 생물학(BMC Biology)’에 발표되었다.

문어는 유전자가 인간보다 무려 1만개나 더 많고 뇌구조도 복잡하다. 또 우리의 눈과 똑같지는 않지만 매우 유사하게 영상을 받아들이는 망막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망막 덕분에 문어는 감금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찾는 데 강하다. 교묘하게 어항의 작은 틈새를 빠져나와 물탱크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문어는 보통 강아지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지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한 번 학습하면 기억해 뒀다가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쉽게 해결한다. 환경을 활용할 줄도 알아 은신할 때 전략적인 행동을 보인다. 주변 환경에 따라 피부색과 무늬를 수시로 바꾸는 것이다. 바위에 붙으면 바위 색으로 변하고, 산호 옆에 있으면 산호처럼 보일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문어가 바다의 카멜레온으로도 통하는 이유다.

문어 피부는 독특한 색소세포와 이를 통제하는 근육들이 포함된 복잡한 내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피부의 근육을 통제하여 섬세하게 피부의 질감과 색상을 다채롭게 변화시킨다. 단순히 색만이 아니라 피부의 질감까지 바꾸어 완벽하게 위장하는 능력은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고도의 기능이다. 하지만 구체적 메커니즘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 해안에 서식하는 ‘인도네시아 문어(Octopus Marginatus)’는 바닥을 기어다니는 평상시 모습과 달리, 천적이 나타나면 바다 밑에 널려 있는 야자나무 열매인 코코넛처럼 위장해 걸어다닌다. 두 다리로 밑바닥을 걸으면서 여섯 개의 다리로 공처럼 몸을 말아 마치 코코넛처럼 움직인다. 도망치는 속도가 다리를 모두 사용해 이동할 때보다 훨씬 빠르다. 문어의 ‘두 다리로 걷기’ 위장은 ‘무척추동물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다’는 상식을 깬 셈이다. 살아남으려는 문어 위장술의 지혜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아래는 2019년 6월 18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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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도 오히려 개체수 증가하는 오징어의 비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 시대 이전 280ppm 정도였던 것이 이제는 400ppm도 넘어섰다. 이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해양 생태계의 경우 단순히 기후 변화만이 아니라 물속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해양 산성화 문제로 더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인간에 의한 남획과 미세 플라스틱이나 중금속 같은 해양 오염 문제, 수온 상승으로 인한 산소 농도 감소 등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이슈는 하나둘이 아니다. 이미 많은 물고기와 해양 생물의 개체 수가 감소하거나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생물도 있다. 해파리의 경우 물고기 남획으로 인해 천적이 감소하고 수온이 상승하면서 개체 수가 증가했다. 동시에 몇몇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어종 대신 오징어 같은 두족류가 갑자기 증가했는데, 이는 천적의 남획으로 인해 생존율이 증가한 것은 물론 두족류가 다른 생물종보다 환경 변화에 훨씬 잘 적응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연구용 수조 속의 오징어를 보는 연구팀

호주 제임스 쿡 대학 연구팀은 호주 앞바다에 서식하는 오징어 두 종(two-toned pygmy squidbigfin reef squid)을 대상으로 이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테스트했다. 연구팀은 오징어를 물이 계속해서 흐르는 특수 수조에 넣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21세기 말 예측되는 수준까지 높였다. 그러나 오징어들은 호흡이나 움직임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징어가 다른 해양 생물보다 상대적으로 환경 변화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징어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오징어 어업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에서 오징어의 개체 수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오징어 역시 남획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나라 근해에서는 중국 어선의 조업 등으로 인해 살 오징어 어획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아무리 환경 변화에 강한 종이라도 인간의 남획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적절한 규제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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