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리조나대 연구진, 헤테로크로마틴 ‘허점’ 확인
DNA 구조[게티 이미지뱅크 제공]
트랜스포존(transposon)은 염색체상의 위치를 쉽게 바꿔 ‘도약 유전자(jumping genes)’라는 별칭을 얻었다. 트랜스포존은, 옥수수 연구로 198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바버라 매클린톡 전 코넬대 교수에 의해 1950년대에 발견됐다.
유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트랜스포존은 같은 유전체 내의 다른 유전자를 공격해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스포존이 바이러스와 함께, 진화의 부산물이자 재료 물질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의 유전체에서 트랜스포존의 위험한 복제와 발현을 막는 게 ‘헤테로크로마틴(heterochromatin)’이라는 ‘이질염색질’이다. 비정상적인 응축으로 다른 염색성을 보이는 염색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칭하는데, 그 기능과 작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건 많지 않다.
헤테로크로마틴이 트랜스포존을 촘촘한 DNA 다발로 묶으면, 트랜스포존은 다른 유전자를 공격하는 능력을 영구히 상실한다는 게 학계의 가설 중 하나다.
그런데 이 가설이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세포는 초기부터 트랜스포존을 비활성 상태로 차단하지 못하고, 심지어 이렇게 봉쇄된 트랜스포존도 완전히 작용을 멈추지는 않는다는 걸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미국 애리조나대의 키스 매거트 세포·분자 의학 부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링크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9/uoa-rgc091319.php])에 따르면 기존의 통념과 달리 헤테로크로마틴은 트랜스포존의 작용을 완벽히 차단하지 못했다.
매거트 교수는 “헤테로크로마틴은 계속해서 온·오프를 반복하고 때로는 넘어지는 실수도 한다”면서 “헤테로크로마틴이 이렇게 실수를 할때마다 우리는 위험에 빠지며, 어떤 환경적 조건이 겹치면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거트 교수는, 헤테로크로마틴이 불안정하게 점멸할 때 트랜스포존이 다른 유전자를 손상해 DNA 전사의 오류를 일으키고, 궁극적으로 암과 같은 질병이 생긴다는 가설을 견지해 왔다.
이번에 연구팀은 세포 발달의 전(全) 단계에서 헤테로크로마틴의 온·오프 내력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초파리, 효모균, 해파리, 산호 등에 실험했다.
그 결과, 헤테로크로마틴은 놀라우리만큼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매우 특이한 사실은, 헤테로크로마틴이 트랜스포존의 작용을 차단했는지, 안 했는지를 세포 분열 이후까지 기억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매거트 교수는 “세포 분열이 진행되는 동안 (트랜스포존의 차단 여부가) 완전히 지워졌다가 종료 후 복원된다”면서 “이런 식의 트랜스포존 억제가 바로 후성유전학적인 조절”이라고 강조했다.
후성유전학(또는 후생유전학)은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유전자 발현의 조절을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 학문이다.
매거트 교수의 다음 연구 목표는, 헤테로크로마틴의 트랜스포존 조절 기억이 후성유전학과 별개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규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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