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인간세포 쥐 배아 넣어
쥐 자궁 이식 뒤 분만까지 추진
인간 췌장세포 분리뒤 장기이식
`세포혼합` 윤리적 문제 지적도
인간과 동물 세포를 합한 배아를 만든 뒤 이를 동물 자궁에 이식해 분만까지 진행하는 연구가 일본에서 추진된다. 인간 장기를 동물 몸에서 배양한 뒤 궁극적으로 인간 몸에 이식하는 기술이 첫발을 떼는 셈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장기 부족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동물과 인간 세포를 융합한다는 점에서 윤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 전문위원회가 인간 역분화줄기세포(iPS)를 쥐 배아에 넣어 인간 췌장 세포를 만드는 실험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문부과학성의 최종 결론은 다음달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험이 진행된다면 인간 세포가 포함된 동물 배아가 분만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초 사례가 된다.
나카우치 히로미쓰 도쿄대 교수 연구진은 생쥐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장기가 없는 쥐 배아를 만든 뒤 여기에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인간 iPS를 넣는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를 조작해 췌장이 없는 쥐 배아를 만들고 여기에 인간 iPS를 넣으면 이론적으로 쥐 배아에서 iPS는 췌장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배아를 쥐 자궁에 착상시킨 뒤 분만까지 성공한다면 사람 췌장 세포를 갖고 있는 쥐가 태어난다.
나카우치 교수 연구진은 이미 2010년 이 같은 방식으로 췌장을 만들지 못하는 생쥐(mouse)에 시궁쥐(rat) iPS를 넣어 췌장을 배양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시궁쥐에서 생쥐 췌장 조직을 만든 뒤 이를 생쥐에게 이식해 당뇨를 치료했다고 밝혔다.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 5월 침팬지 줄기세포를 원숭이 배아에서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출판 전 논문'(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기 전 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사이트)에 공개하기도 했다.
나카우치 교수는 네이처와 인터뷰하면서 “먼저 생쥐를 이용해 인간과 동물 간 혼합 배아를 배양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돼지를 이용해 70일까지 혼합 배아를 배양하는 실험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식용 장기가 부족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이 같은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2017년 미국 소크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은 돼지 배아에 인간 iPS를 주입한 뒤 이를 암컷 돼지 자궁에 착상시켰고 28일째 되던 날 돼지 배아 내부에서 iPS가 인체 근육과 여러 장기 세포의 초기 형태로 자란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서로 다른 종의 세포가 섞인 배아가 시간이 지날수록 잘 자라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영장류 배아는 설치류 등과 비교했을 때 더 발달된 형태를 띠고 있는 만큼 이종 세포가 만나면 융화되지 못하고 죽어 버리기 십상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혼합 배아가 자라는 과정을 오랜 기간 관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 같은 연구는 동물과 인간 세포를 합한다는 윤리 문제에 맞닥뜨리면서 진행되기 어려웠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2015년 인간 iPS를 비인간 척추동물의 초기 배아에 투입하는 연구비 심사를 중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1일 일본 정부가 이 같은 연구를 허용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혼합 배아를 14일 이상 배양하거나 동물 자궁에 이식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일본 문부과학성의 새로운 지침에는 돼지와 같은 동물에서 인간 장기를 충분히 기르는 연구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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