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IT 매체 더 버지는 움짤 하나를 게재했다. 사람이 의자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내려치는 장면이었다. 아마 대부분 불쾌감을 느꼈을 거다. 무슨 실험 중이길래 저렇게 세게 때리는 걸까?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아픔을 느낄 수 없는 로봇이라도 말이다.

영상에서 로봇은 사람에게 박스, 하키채, 공, 스프레이, 의자, 병, 총, 채찍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당한다. 계속 당하던 로봇은 이후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게 총을 들이대고 반항하면서 영상이 끝이 난다.

 

 

 

게재된 영상은 페이크 영상이다. 미국의 제작회사 Corridor Digital이 제작했다. 영상을 끝까지 보면 알겠지만 로봇은 사람이었으며 로봇인 것처럼 후에 CG 작업을 한 것이다. 이 영상은 5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Corridor Digital이 제작한 영상은 아틀라스의 제작사,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과거 공개했던 영상을 패러디한 것이다. 지난 2015년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로봇 개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실험자는 로봇 개의 균형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발로 로봇을 힘껏 찼고, 로봇 개는 힘겹게(?) 중심을 잡는다.

파장은 상당했다. 네티즌은 ‘연습으로라도 개를 차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불쌍한 개!’라면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비난했다. 동물보호단체 PETA는 “대부분 이성적인 사람들은 그런 폭력을 부적절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거센 논란에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로봇은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해명해야만 했다.

 

 

위의 영상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로봇을 해쳐도 될까? 그리고 로봇은 공감을 얻을만한 가치가 있을까?

 

 

 

로봇은 의식이 없고 고통을 느낄 수 없다. 해친다는 말도 맞지 않다. 기계이기 때문에 망가뜨린다는 표현이 맞다. 우리가 접시를 깬 다음 접시에 미안함을 느끼지 않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위의 영상을 보면서 많은 감정을 느낀다. 불쌍함, 안쓰러움, 미안함.

매체는 사람이 로봇을 ‘사람처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실험 중 로봇의 전원을 연구원이 끄려고 했을 때 로봇이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자, 연구원은 이 부탁을 들어줬다. 전원을 끄려던 자신의 행위를 ‘나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지능을 가진 로봇을 파괴하는 걸 가장 어려워한다고 알려졌다.

이렇듯 로봇을 사람처럼 여겨 요구를 들어주거나 명령에 순종하는 건 흔한 일이라고 더 버지는 전했다. 인간의 공감능력이 로봇을 대상으로도 나타나는 것. 로봇 윤리학자 케이트 달링은 “인간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대상을 보면 의인화하게 된다.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로봇 역시 살아있는 무엇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처:Sony)

 

 

아직까지 로봇을 해쳐도 되는지, 사람처럼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내려지지 않았다.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로봇에 대한 공감을 인간이 계속한다면 이를 악용한 기업이 나올 수 있다며 ‘공감’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있다. 로봇의 존재 목적은 인간이니 윤리적 관점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로봇과 인간 위에는 자유와 평등이 있다며 도덕적 기준을 둬야 한다는 이도 있다. 아마 거리에서 로봇을 흔히 볼 수 있는 날이 오더라도 이런 논란은 계속될 듯하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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