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 베스트셀러 제품들이 올해 들어 줄줄이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기본적인 효능과 관련된 것이어서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인터넷 정보 공개가 활성화되고, 해외 사이트 등을 통해 효능을 비교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자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까지 나온다. 각각 어떤 논란이 있었을까.
우루사 끊이지 않는 효능 논란…미국선 임상 중단, 글로벌 진출 물음표
“피로는 간 때문이야”
우루사는 웅담성분 UDCA를 앞세운 대웅제약의 효자상품이다.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회사 이름(이전 사명은 대한비타민산업)과 회사로고까지 곰과 웅담이 연상시키게끔 바꿨을 정도다. 1961년 첫 선을 보인 우루사 덕분에 대웅제약은 국내 제약업체 빅5 중 한 곳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이 벌어졌다. 대웅제약은 우루사 제품의 글로벌 진출을 대대적으로 알렸으나, 최근 미국서 관련 임상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UDCA는 국내선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지만, 미국선 전문의약품이어서 생동시험을 거쳐야 한다. 우루사와 관련해 올해 초 미국 임상 중단을 알리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대웅제약은 주요 매체에 미국 시장에서 UDCA 제품이 다수 출시돼 투자 대비 매출액이 적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사실상 개발 중단을 인정했다.
그러나 임상 중단을 결정하고도 이를 올해 초 발행한 감사보고서 등에 이를 명기하지 않아 고의 누락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미국 법인이 적자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지고 있다.
효능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반백년 우루사 역사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가 UDCA는 담즙분비를 촉진시키는 성분이며, 피로회복 보다는 소화와 더 관련이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건약 측을 고소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초에도 효능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바른의료연구소가 간에 쌓인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준다는 우루사 광고가 의약품을 오남용하는 거짓과장광고라고 저격한 것.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은 효능은 만성 간질환의 간기능 개선 등으로, 간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한다는 것은 근거 없다는 지적이었다. 식약처가 문제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효능 논란은 잊을만 하면 논란이 불거지는 장기 악재가 된 모양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8월 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창업주의 3남으로 회사 경영을 맡고 있던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이 직원에게 “정신병자 XX 아니야”, “미친 XX네” 등의 폭언을 일삼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일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해도 윤 전 회장은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의 최대주주(11.61%)다. 지주사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비타민계 절대 왕좌 아로나민…“성분종류, 함량 낮다” 논란
일동제약은 올해 초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실적을 견인한 건 제품 하나로 781억 원 실적을 올린 대표제품 아로나민이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4%나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현직 약사이자 유튜버로 활동중인 일명 약쿠르트가 아로나민 골드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시작은 비타민 B1 효능 이슈였다. 해당 유튜버는 아로나민에 들어 있는 푸르설티아민보다 벤포티아민이 들어있는 활성 비타민을 더 추천한다고 밝혔다. 벤포티아민이 전신피로에 더 좋다는 설명을 달았다.
아로나민에 비타민 B3, B5가 없는 점도 경쟁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으로 언급됐다. 미네랄을 섭취하고 싶다면, 다른 약을 추가로 복용해야 하는 점이나 하루에 두 번씩 먹어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가격도 다른 영양제에 비해 비싸다는 게 이 유튜버의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일동제약 측은 “독일에서 진행된 임상에선 벤포티아민이 더 좋다는 연구가 있으나, 일본에선 반대로 나온 논문도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성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무조건적으로 다수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제품보다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성분이 핵심적으로 들어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해당 유튜버 약쿠르트는 일동제약의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고, 해당 동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약쿠르트는 동영상 비공개와 관련해 “브랜드나 해당 제약사를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화살이 제약사를 행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해당 영상에서 주장했던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인사돌-이가탄 치료제 아냐…쏟아내는 광고물량에 뒷말 무성
동국제약 인사돌과 명인제약 이가탄은 TV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다. 두 제품의 경쟁 때문에 과장광고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2000년 광고모델이 이가탄을 먹고 트럭을 끄는 장면이나, 2002년 피사의 사탑을 끌어당기는 광고를 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광고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에겐 치료 효과가 있는 잇몸약이자, 치료제로 인식됐다.
그러나 2013년 MBC가 불만제로UP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 제품은 비타민과 같은 영양제라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인사돌을 처음 만든 프랑스는 2011년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했고, 이가탄을 최초 개발한 일본에선 판매 중지된 상태라는 점도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식약처가 효능과 관련해 재검증에 들어가면서 2016년 치료제에서 치료보조제로 강등됐다. 치과 등 병원 치료를 중점적으로 진행해야 하고,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사용상 주의사항으로 장기간 계속해 사용하지 말 것을 포함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검증 결과가 나온 뒤에도 이가탄은 ‘증상은 달라도 잇몸병엔 역시 이가탄’이라는 표현을 계속 쓰기도 했다.
한편 명인제약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185억 원 광고비를 쓰는 등 업계 광고비 지출 1위를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매출 대비 광고비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명인제약 광고 업무는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의 두 딸이 소유한 광고대행사에서 맡았다. 일감 몰아주기로 볼 수 있는 행태지만,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선 빠져 있다. 한 경제지에 따르면 광고비 집행이 편법증여에 이용된다는 비판이 일자 명인제약은 지난달 새로운 대행사에 광고를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대행사 역시 명인제약이 100% 출자한 업체라는 내용이 보도됐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