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대 연구진, NF1 종양에 작용하는 T세포 확인
길 안내 받듯 따라가는 면역세포들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제공]
피부와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는 신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의 여러 아형 가운데 가장 흔한 건 제1형(NF1)이다.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NF1의 주 증상은 담갈색 피부 반점과 피하 또는 뇌척수 신경의 다발성 섬유증이다.
NF1이 악성 종양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2~3%에 불과하다. 신생아는 대략 3천~4천 명 중 한 명꼴로 걸린다.
하지만 어린이에게 NF1이 발생하면 시신경 아교종(optic glioma)이라는 저 악성(low-grade) 뇌종양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증상은 없지만, 뇌와 눈을 연결하는 시신경을 손상해 약 20%의 환자에게 시력 이상과 실명을 유발한다.
게다가 NF1으로 생기는 종양은 치료가 아주 까다롭다고 한다. 어떤 유형의 종양이 생겨 얼마나 빨리 커질지가 예측불허여서, 치료 방법과 개입 시점 등을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NF1 종양이 빠르게 증식하려면 특정 면역세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종양의 공격으로부터 뇌를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거꾸로 종양의 성장을 돕고 있는 셈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의 데이비드 구트만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뉴로-온콜로지(Neuro-Oncology)’에 최근 발표했다. 구트만 교수는 이 대학의 신경학 석좌교수로서 신경섬유종증 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온라인(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6/wuso-icd060319.php])에 공개된 연구 개요에 따르면 이번 발견은 해당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구트만 교수는 “이젠 종양 세포만 봐선 안 되고, 종양의 성장을 추동하는 주변 환경을 같이 봐야 한다”라면서 “단순히 암세포를 죽이는 걸 넘어서, 종양 세포와 면역세포 간의 정보교환을 교란하는 방법으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NF1 변이 종양의 성장 속도가 서로 다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NF1 유전자 등에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5종의 생쥐 모델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세 종은 생후 3개월부터 종양이 성장했는데, 유독 한 종의 성장 속도가 두드러지게 빨랐다. 네 번째 종은 생후 6개월까지 종양이 자라지 않았고, 다섯 번째 종에선 4분의 1만 시신경에 종양이 생겼다.
이들 생쥐의 종양 세포를 떼어내 배양한 결과, 어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겼는지와 상관없이 종양의 성장 속도 등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전반적으로 종양의 증식과 관련이 있는 건 면역세포인 소교세포(microglia)와 T세포의 존재였다. T세포는 대표적인 면역세포이고, 소교세포는 신경조직의 노폐물을 처리하는 식세포 기능을 한다.
종양 세포는 면역체계에 작용하는 단백질을 분비해 면역세포들을 자기 주변으로 끌어들였다. 이렇게 면역세포를 많이 모을수록 종양의 성장 속도도 빨라졌다.
연구팀은 종양 세포와 면역세포의 이런 상호작용을 이용해, NF1에서 진행한 뇌종양의 치료법을 찾으려고 여러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구트만 교수가 ‘트로이의 목마’로 지칭한 치료법이다. T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뇌종양 세포의 증식을 아예 돕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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