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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폐암은 암 중에서도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 이런 폐암 가운데 특별히 더 ‘단 것’을 좋아하는 암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환 미국 텍사스대 교수(교신저자)와 이신엽 경북대 의대 교수(1저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폐암 중에서 편평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이 포도당을 잘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편평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치료가 특히 어렵다. 이 암의 발생은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연구진은 암 환자 1만1천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편평세포암의 세포막에 포도당 수송 단백질인 GLUT1이 유독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같은 폐암이라도 선암(adenocarcinoma)은 이런 특성이 없었다.
GLUT1의 양이 많다는 것은 포도당의 수송과 대사가 활발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쥐와 사람의 폐에서 분리한 편평세포암에서 실제 이런 특성을 확인했다. 또 GLUT1의 기능을 억제하자 편평세포암의 성장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GLUT1이 폐암 치료제의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김정환 교수는 “포도당, 설탕 등 당의 과잉섭취는 암 발생·진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며 “이에 지금껏 대부분의 암세포가 포도당 등 당에 ‘중독’돼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암세포의 종류마다 포도당 대사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였다”고 밝혔다.
편평세포암은 폐뿐 아니라 두경부, 식도나 자궁경부에서도 잘 나타난다. 연구진은 다른 조직에 발생한 편평세포암에서도 GLUT1이 많은지를 알아보는 한편 실험동물을 이용, 당 제한 식단이 폐암 진행을 늦추는지도 알아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