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구조 밝혀 노벨상 받은
왓슨, 백인 우월 유전자 주장
인종차별 발언에 과학계 퇴출공동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
“좋지않은 유전자 가진 부모
한 자녀만 낳아야” 황당 주장

유전자 결정론 1950년대 유행
유전자 한두개가 IQ 결정못해

사람 유전자 99.9% 똑같아
0.1%가 피부색·얼굴·키 결정

 

“양육 환경이 유전보다 중요하다는 과학계 지식을 바꾸고 싶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 지능지수(IQ) 차이가 존재하며 이유는 유전자 때문이다.”

1953년 25세의 젊은 나이에 지구상 모든 생물의 기본 단위인 DNA 구조를 밝혀낸 천재 과학자 제임스 왓슨 박사(90)는 최근 미국 한 방송사와 인터뷰하면서 이 같은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왓슨 박사는 2007년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가 자신이 오랜 기간 몸담았던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소장직을 박탈당하는 등 사실상 과학기술계에서 퇴출된 상태였다. 왓슨 박사가 DNA 구조를 발견할 때부터 몸담았던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는 “왓슨 박사의 말은 근거 없고 무책임하다”며 “왓슨 박사의 모든 명예직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왓슨은 마지막 남은 명예까지 잃고 말았다. 이후 생활고를 겪으면서 DNA 구조를 밝힌 공로로 1962년 받은 노벨 생리의학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기도 했다.

유전자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지능과 인종, 유전자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인종이란 개념조차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또 IQ는 후천적 환경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왓슨 박사는 왜 끝까지 유전자 차별성을 고집하는것일까.

물론 일부 학자를 중심으로 유전자가 IQ를 비롯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는 인종이나 문화마다 차이가 있다는 주장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왓슨 박사와 함께 DNA 구조를 밝혀낸 프랜시스 크릭(1949~2004) 역시 1963년 “좋지 않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 부모는 한 아이만 낳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과학 석학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비상식적 주장을 펼친 이유는 DNA에 과도하게 높은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특정 유전자 몇 개가 활성화되면 IQ를 비롯해 신장·체중에 차이가 생기고 심지어 특정 질병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유전자 결정론’적 사고가 팽배해 있었다.

유전자 결정론은 1950년대 DNA 구조가 알려지고 유전자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기 전의 사람들이 주로 하던 생각이었다. 유전자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던 만큼 인류는 생명의 기본 단위인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쌓인 수많은 연구는 유전자 결정론의 힘을 크게 약화시켰다.

사람의 유전자는 99.9%가 동일하다. 0.1% 차이가 피부색과 머리카락색, 얼굴 형태, 신장 등을 다양하게 만든다. 이 같은 차이를 ‘유전자 변이’라고 하는데 사람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2002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 간 유전자 변이 차이는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0.1%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종과 유전자’와 관련해 과학계에서 벌어졌던 대표적인 논란이 있다.

지난해 데이비드 라이시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이 발단이었다. 라이시 교수는 ‘유전학은 어떻게 인종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바꾸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는데 지역별로 인류가 갖고 있는 유전적 차이가 신체적 특성을 비롯해 질병 민감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왓슨 박사를 언급하며 “유전적 차이가 인종(우월성)과 연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라이시 교수 기고가 “생물학적인 인종(우월성)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그는 일주일 만에 다시 이를 반박하는 기고를 게재했다. 요지는 “인종은 생물학적 범주가 아닌 사회학적 범주”라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학, 인구보건학, 사회과학, 법학, 인문학 등 학자 67명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인종 간 유전적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라이시 교수 견해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계는 지능과 연관된 유전자가 수백~수천 개 존재하는데 실제 그 영향은 환경과 비교했을 때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능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몇 개가 있고 없다고 해서 그것이 IQ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쌓인 연구 결과물은 인종 간 유전자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쪽으로 수렴되고 있다.

조승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아프리카에 오랫동안 살았던 집단과 유럽에 있는 사람을 비교하면 유전자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이를 두고 어떤 그룹의 유전자가 더 낫다거나 차이가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인종을 구분할 때 나타나는 유전자 차이는 단순히 염기서열이 다름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의 미미한 차이가 질병이나 신체적 특성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것이 한쪽 유전자가 더 우월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를 진행한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디렉터는 왓슨 박사 발언에 대해 “인종 간 IQ 차이는 유전자보다 환경적인 요인이 원인이라는 많은 실험이 존재한다”고 일축했다.

대표적으로 2002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학술지 ‘정신과학’에 발표한 논문을 꼽을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1972~2002년 흑인과 백인의 IQ 차이는 5포인트가량 줄었는데 이는 미국 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줄어 교육 기회가 늘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다. 또 상위 중산층 가정에 입양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와 비교했을 때 IQ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처럼 그동안 쌓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면 흑인의 IQ가 낮은 이유는 사회·경제적인 위치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과학계 설명이다.

명경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UNIST 생명과학부 특훈교수)은 “지능이라는 것은 뇌에 있는 뉴런, 시냅스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한두 개 유전자, 단백질로 이를 설명할 수는 없다”며 “지능과 유전자 간 상관관계는 상당히 작다”고 강조했다. 또 명 단장은 “현재 연구는 단독 유전자보다는 유전체(유전자 전체) 특성을 파악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 인류는 유전자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욱 많다”고 덧붙였다.
 

■ A형 소심·O형은 대담?…근거없는 ‘혈액형별 성격’

유럽 A형많고 아시아 B형 많아
“성격보다 질병과 연관” 주장도

“A형은 소심해. O형이 대담하지. AB형은 미쳤어. B형은 최악이야.”

한국과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혈액형별 성격’이다.

“재미로 보는거야”라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은 A형인 사람이 소심한 행동을 보이면 “거 봐, 그럴 줄 알았어”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시작된 혈액형과 성격 간 상관관계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게 과학적 진실이다.

혈액형은 우성학과 연결되기도 했다. 1910년대 독일에서는 유럽에 A형이 많고 아시아에는 B형이 많은데 이는 백인이 우월하다는 증거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물론 이것도 과학적 진실과는 먼 이야기다.

조승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성격은 유전자뿐 아니라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처럼 복잡한 형질을 몇 개의 유전자·혈액형으로 나누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혈액형이 성격보다 질병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2012년 학술지 ‘동맥경화와 혈전, 혈관생물학’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B형은 O형과 비교했을 때 심혈관 질환 위험이 23%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B형과 A형은 O형보다 각각 11%, 5%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6만2000명과 남성 2만7000명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한 수치였다.

2015년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이 40~70세 5만명을 혈액형별로 나눠 7년간 추적한 결과를 학술지 ‘BMC메디신’에 발표했는데 A·B·AB형은 O형과 비교했을 때 위암에 걸릴 확률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혈액형과 암 사망률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O형은 말라리아에 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5년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연구진이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말라리아가 분비하는 특정 단백질이 유독 O형 적혈구에는 잘 달라붙지 않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혈액형과 질병 간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처럼 혈액형을 성격, 우성학 그리고 질병과 연결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혈액형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과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가 알았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란트슈타이너는 ABO식, MN식, Rh식 혈액형을 구분한 공로로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당시 그의 업적이 너무나 엄청났기에 유로화가 등장하기 이전 오스트리아 지폐에 얼굴이 실리기도 했다.

19세기 말 혈액형이 있다는 것을 모르던 시절에는 수혈이 필요할 때 운 좋게도 혈액형이 맞으면 살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란트슈타이너가 혈액형을 구분하면서 수혈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됐다. 의학사에서 그를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낸 인물’이라고 칭송하는 이유다. 혈액을 구성하고 있는 적혈구 표면에는 특정한 ‘항원’이 존재한다. 항원은 체내에 들어가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분자를 의미한다. A형에는 A항원, B형에는 B항원이 포함돼 있다. AB형은 둘 다 갖고 있고, O형은 없다. 다른 혈액형을 수혈하면 항원이 달라 체내에서 면역 반응이 발생해 다른 항원을 공격하게 되고 적혈구가 뭉쳐 끝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