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에 대한 A to Z
: 납작한 자석과 센 자석

 


어릴 적 자석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자석을 다른 자석에 가까이 하면, 닿지도 않았는데 서로 잡아당기거나 밀치는 것을 보며 신기해했다. 자석은 왜 자석이 되는지, 자석을 둘로 나누고 또 나누고 또 나누면 결국 N극과 S극을 따로 떼어 분리할 수는 없는 것일까도 궁금했다. 그 자체로는 자석이 아닌 쇠못을 금속 도선으로 빙빙 감고 도선을 건전지에 연결하면, 마치 자석처럼 쇠못이 금속 종이 클립을 잡아끄는 전자석 실험도 생각난다. 그렇다면 전류가 흐르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막대자석은 자성을 어떻게 계속 유지하는 걸까.

 

 

유년시절 자석은 우리의 흥미로운 장난감이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세상엔 우리가 아는 자석 외에도 다양한 자석이 있다.


 

 

납작한 세상의 납작한 자석은 자성이 없다

 

막대자석이 자석인 이유가 있다. 물리학에 따르면 모든 원자들은 스핀이라는 양자역학적인 값을 가진다. 스핀 값이 0이 아닌 원자는 그 자체로 아주 작은 막대자석처럼 행동한다. 따라서 커다란 막대자석 안에는 엄청난 수의 엄청나게 작은 원자 자석들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원자 자석들이 앞으로 나란히 하듯 똑같은 방향을 가리키면 원자자석들의 자성은 서로 상쇄되지 않고 더해져서 막대자석 전체는 커다란 크기의 자성을 가지게 된다. 주어진 온도에서 물질이 어떤 상태에 있을지는 자유에너지를 이용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든 물질은 자유에너지가 낮은 상태에 있고 싶어 한다.1)

자유에너지를 낮추는 방법은 온도에 따라 다르다. 아주 온도가 낮을 때에는 에너지를 낮추는 것이 자유에너지를 낮추는 길이고, 아주 온도가 높을 때에는 엔트로피를 높이면 자유에너지가 낮아진다.2) 따라서, 온도가 낮을 때는 원자 자석들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켜 에너지를 낮추고, 거꾸로 온도가 높으면 원자 자석들이 뒤죽박죽 엉뚱한 방향을 제각각 가리켜 엔트로피를 높이게 된다.

즉, 낮은 온도에서 0이 아닌 자성을 가졌던 막대자석은 온도를 점점 높이면 결국 자성을 잃는다.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지 않아도 자성을 가지는 물질을 강자성체(ferromagnet)라 한다. 온도를 점점 올리면 강자성체가 자성을 잃는 상전이를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마주치는 일상의 온도는 상전이 온도보다 무척 낮다. 막대자석이 자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0차원 점이 움직여 1차원 선이 되고, 선이 움직이면 2차원 면이 된다. 2차원 면이 움직여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을 이룬다. (출처: 위키피디아)

 

 

막대자석과 같은 자성체의 연구는 물리학에서 긴 역사를 가진다. 지금도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는 분야다. 자성체 물리학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차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공간은 3차원이다. 이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지구 어디에 있는 지, 그 위치를 표시하려면 숫자가 3개(위도, 경도, 그리고 지금 있는 곳이 해발 몇 미터인지) 필요한 이유다.

자성체의 물리학에는 공간의 차원 뿐 아니라 원자 자석의 차원도 중요하다. 길이가 1로 딱 주어진 화살표를 생각해보라. 화살표가 만약 3차원 물체라면 화살표의 방향은 동서남북, 그리고 위아래 어디나 가리킬 수 있다. 만약 화살표가 2차원 물체라면 이는 벽에 딱 붙어있는 벽시계의 바늘을 떠올리면 된다. 1차원 화살표는 어떤 걸까? 화살표의 방향이 1차원 직선위에서만 가능해서 화살표의 시작위치가 0이라면 화살표의 끝의 위치는 딱 둘(+1 혹은 -1)만 가능하다.

1차원 스핀으로 이루어진 자성체를 설명하는 물리학 모형이 있다. 바로 이징(Ising) 모형이다. 1차원 공간에서 1차원 스핀으로 이루어진 물질은 아무리 온도가 낮더라도 자성을 갖지 못한다. 앞에 잠깐 등장한 자유에너지를 이용해 쉽게 보일 수 있다. 온도가 0만 아니면, 항상 스핀들이 +1, -1의 두 값을 뒤죽박죽 아무 값이나 가질 때가 자유에너지가 최소가 되기 때문이다.3)

 

 

2차원 공간의 1차원, 2차원, 3차원 스핀들. 각각 이징 모형, XY 모형, 그리고 하이젠베르크 모형이라 불린다. 2차원 공간의 2차원 스핀을 기술하는 XY모형은 자성을 가질 수 없다는 이론적인 예측이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의 연구에서 확인됐다. (출처 : IBS)

 

공간 차원이 하나 늘어 2차원이 되면 어떨까? 2차원 공간에서의 1차원 스핀 시스템은 유한한 온도에서 강자성 상전이를 한다는 것을 해석적으로 보인 이가 있다. 바로 1968년 노벨상 수상자 온사거(Onsager)다. 3차원 공간에서 1차원 스핀으로 이루어진 자성체 문제는 현실에서 무척 중요한 문제지만 해석적인 해를 구하는 것은 미해결문제다. 앞으로도 풀릴 것 같지 않은 무척 어려운 문제다.

스핀이 2차원인 경우는 XY 모형이라 불린다. 2차원인 XY평면위에 스핀이 누워있어 동서남북은 가리킬 수 있지만 위, 아래는 가리킬 수 없어 붙여진 이름이다. 2차원 공간에서는 XY모형처럼 연속적인 대칭성4)이 있는 경우에는 어떤 온도에서도 자성을 갖지 못한다는 흥미로운 이론이 있다. 이를 머민–바그너(Mermin-Wagner) 정리라 부른다. 이 정리에 따르면 2차원 공간의 XY모형은 자성을 갖지 못하지만, 아주 특별하고도 흥미로운 위상수학적인 상전이를 보여준다. 바로 2016년 노벨상을 받은 싸울리스(Thouless)와 코스털리츠(Kosterlitz)의 연구다.

 

 

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2016년 노벨상 발표 현장에 등장한 베이글과 프레즐을 기억할 것이다. 싸울리스와 코스털리츠의 연구가 바로 그때 그 연구다. (출처: 노벨위원회)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박제근 부연구단장 팀은 지난 1월 2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유의미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차원 공간에서 2차원 스핀으로 구성된 물리계는 아무리 온도가 낮아져도 자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 이를 실험을 통해 직접 구현해 확인한 기존 연구는 거의 없었다.

박 부연구단장 팀은 3차원인 물질의 두께를 체계적으로 줄여 딱 하나의 층만 있는 2차원 물질을 구현했다. 게다가 3차원 스핀의 차원을 하나 줄여 2차원 스핀을 실험으로 구현해, 이 물질이 낮은 온도에서도 가지런히 정돈되어 질서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인 놀라운 연구다. 납작한 세상에 존재하는 납작한 원자 자석들은 전체로서는 자성을 가질 수 없다는 머민-바그너 정리를 명확히 실험으로 증명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다.

 


센 자석으로 찾는 암흑물질

 

원자의 스핀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켜도 자석이 되지만, 도선을 빙빙 감고 전류를 흘려도 자석이 된다. 물론 큰 전류를 흘릴수록 더 강한 자석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전류를 흘려 센 자석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류가 흐르면 옴의 법칙을 따라 도선에서 전기에너지가 열의 형태로 변환되어 손실된다. 온도가 아주 높아져 도선을 녹이거나 변형시킬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저항이 아주 작은 도선을 쓰면 된다.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도선이 길어지면 도선의 저항값이 함께 비례해 커지고, 또 아무리 저항이 작더라도 큰 전류를 흘리면 결국 에너지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완벽한 해결책은, 저항이 아주 작은 정도가 아니라, 저항이 정확히 영(0)인 물질을 이용하는 거다.

 

 

신체 내부를 진단하기 위한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에도 전기저항을 없앤 초전도 자석이 사용된다. (출처: Pixabay)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이 정말로 있다. 온도가 충분히 낮아지면 전기 저항이 정확히 0이 되는 물질이 바로 초전도체다. 엄청난 크기의 자성을 가진 자석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초전도 자석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도 초전도체를 쓴다. 초전도체에 큰 전류를 흘려 커다란 자기장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자기장이 강할수록 더 선명한 의료영상을 얻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초전도 자석을 조금 더 근원적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바로 우주의 비밀을 간직한 암흑물질에 대한 연구다. 암흑물질은 전체 우주 공간의 27%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도대체 암흑물질이 어떤 입자로 구성돼 있는 지는 확인된 적이 없다.

 

 

신비한 빛으로 표현된 우주. 우주에 널리 분포하는 물질인 ‘암흑물질’은 실제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나 우주 총 에너지의 대략 27%를 차지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CAPP)은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 중 하나인 액시온(Axion)을 검출하기 위해 초전도 자석을 활용한다. 액시온은 가상광자(virtual photon)와 만나 실험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실제의 광자로 변환되는데, 이 광자를 검출해 액시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가상광자가 많을수록 액시온 검출확률이 높아지고, 가상광자의 숫자는 자기장의 세기의 제곱에 비례한다. 즉, 자기장이 강할수록, 자기장이 존재하는 장치 내부 부피가 클수록 검출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CAPP 연구진은 액시온 검출 확률을 높이기 위해 8T(테슬라) 이상의 자기장을 저온초전도체를 이용해 구현했다. 이는 지구가 만들어내는 자기장의 약 10만 배에 이르는 크기다. 더 나아가 최근엔 18T의 자기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고온천전도체 자석을 개발해 실험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가장 커다란 자석은 지구 자체다. (출처: Pixabay)

 

 

윤성우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연구위원은 “이론적으로 힉스의 존재를 예측한 뒤 반세기 후에야 실제 힉스입자의 검출이 이뤄졌듯이, 액시온 역시 예측(1977년) 반세기 뒤인 지금부터 앞으로의 10년이 액시온 검출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는 여행지에 방문하면 여행을 기념하는 마그넷을 하나씩 사오고는 한다.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접했던 말굽자석, 막대자석 외에도 과학자들의 세상엔 이토록 더 다양한 자석들이 존재한다.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에서 연구 중인 납작한 자석, 그리고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한 강력한 자석이 그 예다. 이 자석들은 다른 물질을 끌어당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류에게 새로운 지식을 끌어다주지 않을까.

1) 단지 비유적인 표현일 뿐이다. 물질은 의지가 없다. 물질을 가만히 내버려두고 평형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면, 자유에너지의 값은 점점 줄어 평형상태에서 가장 작은 값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2) 자유에너지 F를 에너지 E와 엔트로피 S, 그리고 온도 T를 이용해 적으면 F = E – TS이다. 온도 T가 0이면 에너지 E가 가장 작을 때가 자유에너지가 최소인 상태고, 온도 T가 아주 높으면 엔트로피 S가 가장 클 때가 자유에너지가 최소인 상태다.

3)1차원 공간의 1차원 스핀계에서 에너지가 가장 낮은 바닥상태는 모든 스핀이 같은 값(예를 들어 +1)을 가질 때다. 바닥상태에서 시작해 스핀 하나가 뒤집힌 상태를 만들고 이 새 상태와 바닥상태와의 자유에너지 차이를 구할 수 있다. 에너지의 변화량은 스핀의 개수 N에 무관하지만, 엔트로피의 변화량은 어느 스핀을 뒤집는 지에 관련된 경우의 수가 N이므로 log N에 비례한다. 따라서, 충분히 많은 수의 스핀이 있는 경우 엔트로피의 변화가 에너지의 변화보다 항상 크게 된다. 자유에너지는 F = E – TS이므로 절대온도가 0도만 아니라면, 바닥상태에서 어느 한곳의 스핀이 뒤집힌 상태가 자유에너지가 더 낮은 상태다. 즉, 1차원 이징 모형의 바닥상태는 영이 아닌 온도에서 안정되게 유지될 수 없고, +1, -1이 뒤죽박죽 섞여있어 전체의 자성이 영인 상태가 평형상태가 된다.

4) 전체 XY모형의 모든 스핀들을 하나같이 똑같이 임의의 각도 θ만큼 돌려도 모든 물리현상이 똑같다는 것을 보일 수 있다. 각도 θ가 연속적인 값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 연속적인 대칭성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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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19년 7월 19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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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로 ‘영구자석’을 만들었다

고체 자석 보강할 액체 자석 시대 열어

물질은 크고 작든 자기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 자성(magnetism)이라고 하는데 자석이 쇳조각을 끌어당기거나 전류에 작용을 미치는 것 등의 성질을 말한다.

사람들은 그동안 이 자성을 고체만 지니고 있는 것으로 여겨왔다. 시중에서 신기한 자석이라고 불리며 사용되고 있지만 이 자석은 액체가 아니라 미세한 분말을 다른 액체와 혼합한 것을 말한다.
현실 세계에서 액체 자석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왔지만 최근 과학자들이 이런 고정관념을 뒤집고 있다.

 

과학자들이 영구적으로 자성이 있는 액체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면서 ‘영구자석=고체’라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사진은 기름 속에 들어 있는 자성을 촬영한 사진. ⓒWikipedia

 

영구자석=고체라는 공식 뒤집어 

19일 ‘사이언스 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등 주요 과학언론은 미국 에너지부 소속 버클리 국립연구소(Berkeley Lab)에서 영구적으로 자성이 있는 액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액체 자석(Ferrofluids)은 버클리 랩에서 연구 방식을 설계하고, 매사추세츠대학교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로렌스버클리연구소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연구소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첨단 과학기술을 연구해 온 결과, 연구소 설립 이후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물리학상 7명, 화학상 4명)를 배출했다. ⓒ Wikimedia Commons

7년간의 연구를 거쳐 영구적인(permanent) 속성의 액체 자석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는데 암 치료에 적용하고 있는 인공세포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이언스 뉴스’는 이 액체 자석을 통해 MRI(자기공명영상장치)의 스캔 장치 성능을 강화할 수 있으며, 강한 자성이 필요한 데이터 저장 장치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를 이끈 버클리 연구소의 공학자이면서 폴리머 전문가인 톰 러셀(Tom Russell) 교수는 ‘사이언스 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과학자들이 생각지 못한 물질을 만들어냈다.”며, “향후 고체가 아닌 액체 연성 자석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은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19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가변구조형 강자성 액체 물방울(Reconfigurable ferromagnetic liquid droplets)’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기존의 고체 자석은 형태 변화가 불가능해 고체를 주입하기 힘든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 개발한 액체 자석(Ferrofluids)은 형태 변화를 통해 사용이 가능한데다 외부 온도에 따라 자성에 변화를 일으킨다.

 

자성유체는 자석에서 멀어지면 뿔이 작아진다. 극 쪽으로 갈수록 자기력이 세진다. ⓒ Wikimedia Commons

 

러셀 교수는 “강자성(ferromagnetism) 외에도 자성과 반자성 사이에 있는 상자성(paramagnetic), 자기성이 극도로 약해 물질을 밀어내는 반자성(diamagnetism)을 띨 수 있다.”고 말했다.

초소형 로봇, MRI 등에 적용 가능해 

 

러셀 교수는 지난 7년 동안 버클리 랩 소재과학 연구파트에서 ‘Adaptive Interfacial Assemblies Towards Structuring Liquids’이란 타이틀로 액체 자석 연구를 이끌어왔다.

액체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자석을 3D 프린터로 제작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왔는데 함께 일하던 쉬보 류(Xubo Liu) 연구원이 액체 자석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산화철(iron-oxide)을 녹여 강자성을 띤 액체 자석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액체 자석은 산화철을 물이나 기름에 섞어만든 것으로 첨단 반도체나 우주 항공 분야에서 사용한다. ⓒ Wikimedia Commons

 

흥미로운 사실은 이 작업이 또 다른 자성 물질이 주변에서 작용하고 있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러셀 교수는 액체 자석이 주변 자성 물질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면 주변 상황 변화에 따라 영구적으로 강자성을 띨 수도 있으며, 상자성, 반자성을 띨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3D 프린터를 활용했다. 액체 자석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기기였다. 버클리 랩 연구원들은 이 프린터를 활용해 직경 20나노미터 크기의 용해된 액체 산화철로 직경 1mm 크기의 물방울을 제작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기에 표면화학(surface chemistry)과 첨단 원자현미경 기술(atomic force microscopy techniques)을 적용해 ‘계면 재밍(interfacial jamming)’ 현상을 유발했다. 이어 두 방울의 액체 사이에서 단단한 껍질을 형성하게 했다.

그러자 작은 방 속에 있는 사람들이 벽면으로 밀려들 듯 산화철 나노 입자들이 방울 표면으로 몰려들었다.
자석을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 액체 방울에 자기 코일을 배치했다. 그러자 자기 코일이 산화철 나노 입자를 끌어 당겼고, 자기 코일을 제거했을 때 ‘춤추는 물방울’처럼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이런 현상은 영구적인 자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러셀 교수는 “액체 속에서 자성이 형성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전에 영구 자석은 고체에서만 만들어진다는 이론이 무너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액체 방울 표면에 몰려 있는 10억 개의 산화철 나노입자에 자기장을 놓으면 나노 입자들이 지구에서처럼 남‧북극을 형성했다. 이는 크기에 관계없이 액체 방울 주위에 단단한 표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또 이 작은 액체 방울들을 더 작은 방울로 나누어도 자기적 성질이 그대로 보존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러셀 교수는 “이들 액체 방울들의 놀라운 특성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모양을 바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형에서 실린더 형으로, 어떤 경우에는 팬케이크, 문어 모양으로 모습을 바꾼다.”며 수시로 모양을 바꿀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연구진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암 치료 등에 사용하고 있는 초소형 로봇이다. 이 액체 자석을 활용할 경우 움직임을 더 정교하게 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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