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으로, AI는 음악이나 미술 작품의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 있고, 나아가 작품화할 수 있다. 앞으로는 저작권이라는 것의 의미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원문)
[규제의 민낯⑫] 전 세계 저작권법, AI 창작활동에 혼란
현행법상 저작자는 저작물 만든 ‘사람’만 인정
창작물 제작 과정에서 개발자·이용자 등 다양한 사람 참여해 구분 힘들어
저작권 정의부터 저작권 기한까지 조정 불가피… 산업 발전 끌어낼 해법 필요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장엄한 선율에 심취해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100년 넘게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대가’ 이아무스의 음악은 늘 이런 반응이다. 변치 않는 열정, 쇠퇴하지 않는 실력은 수십년 째 이어지는 인기의 비결이다. 그의 음악도, 창작활동은 언제나 한결 같다. 이렇게 ‘영원한 작곡가’로 살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인공지능(AI)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말라가 대학이 개발한 AI 작곡가 ‘이아무스’가 자리 잡은 미래 시대의 모습을 그려본 내용이다. 이 같은 미래는 현실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네덜란드 연구진은 2016년 램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하는 AI ‘넥스트 램브란트’를 공개했다. 딥러닝 기술을 통해 렘브란트의 그림을 학습한 뒤 구체적인 요구사항과 함께 명령만 내리면 램드란트 화풍으로 그림을 그려낸다. 그 밖에도 소설을 쓰는 구글의 AI, IBM의 법률분야 AI 로스(RO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고유의 영역이었던 ‘창작’까지 침범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 결과, AI와 로봇이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직업으로 꼽혔던 화가, 작가, 작곡가 등도 안전하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어디까지가 AI의 창작물인가=국내외 지식재산 법제는 대부분 ‘창작자 주의’에 입각한다. 우리 나라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 저작자는 저작물을 만든 사람으로 규정된다. 즉, 현행법상 인간이 만든 것만 창작물로 인정된다.
이를 토대로 AI의 창작물을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AI는 도구일 뿐이며, 권리와 책임의 주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AI가 만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앞으로도 다양한 창작물이 쏟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새로운 음악과 소설 등 AI 콘텐츠의 사용과 유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손승우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저작권법 상 저작자 생존 기간부터 사후 70년까지로 설정된 권리 존속기간을 AI 창작물에 대해서는 상당히 줄여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현 저작권법이 데이터베이스(DB) 제작자 권리를 5년 단기로 규정한 것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AI가 만든 작품의 주인은 누구?= 지금의 저작권법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만큼 앞으로는 새로운 논의의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론이다. AI 자체를 인격을 가진 주체로 보지 않는다면, AI의 창작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가 만든 작품은 창작자를 나누기도 어렵다”라며 “AI 알고리즘을 개발한 프로그래머나 빅데이터를 입력해 AI를 학습시킨 사람, AI에게 창작을 주문한 이용자일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과 독일, 프랑스 등 이른바 ‘대륙법’ 계열을 따르는 국가들은 사람을 중심으로 저작권을 해석하고 있다. 반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 ‘영미법’ 계열 국가들은 저작물을 위주로 저작권을 설명한다. 저작권을 창작물을 통해 재산적 이익을 볼 수 있는 권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계열의 법안 모두 AI가 만든 작품의 주인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간을 저작자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정확히 이용자인지, 개발자인지 규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AI 산업 장려 방향으로 규정해야”=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저작권법 연내 개정에서 AI 저작권 부문은 제외됐다. 여러 쟁점들이 남아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AI에게 다양한 데이터를 입력해 학습시키는 ‘정보해석’을 할 때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하는 행위를 허용할지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영국이나 독일처럼 비영리적인 목적일 경우에만 허용한다면 오히려 AI를 자유롭게 학습시키고 발전시키기 힘들다는 우려다. 손 교수는 “AI 저작권의 독점 등 침해를 막는 것과 동시에 AI 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며 “법학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2030년이면 인공지능의 일부는 인간의 지능에 접근하고 일부는 추월한다.
2045년이면 인간은 불멸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미래 예측가’로 평가 받고 있는 미래학자이자 현 구글의 이사인 레이 커즈 와일(Ray Kurzweil) 이 했던 말입니다. 6년 전만해도 혁신의 심장인 실리콘밸리마저도 한 귀로 듣고 흘렸던 커즈 와일의 말은 이제 현실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실리콘밸리를 지나는 101고속도로에 자율주행차가 105km속도로 주행을 마쳤다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가 그의 말에 주목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해 졌습니다.
인간 고유의 영역에 바짝 다가온 AI
이제는 너무나 친숙한 ‘4차 산업혁명’의 파도 속에는 스마트 시티, 빅데이터, IIoT, AR(증강현실) 등 우리의 눈과 귀를 놀라게 하는 기술들이 함께 있습니다. SF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가상세계가 당장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한 것인데요. 그 파도 속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코 AI(인공지능) 입니다. 1997년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꺾은 것을 시작으로, 2011년 미국 ABC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는 인공지능 ‘왓슨’이 인간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며 우승하기도 했는데요. 2016년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은 우리의 뇌리 속에 인공지능에 대한 경외심과 우려심을 동시에 남긴 인상 깊은 사건이기도 합니다.
체스, 퀴즈대회를 넘어 무한대의 경우의 수라 일컬어지던 바둑까지. 한동안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는 전망에 우리는 ‘인간만이 가능한 일자리의 존재’를 떠올리며 안도했습니다. ‘창의성’은 단순히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아닌 순수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는데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에서 창의력이 강조된 것도 그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AI가 구현해내는 기술들을 보면 그동안 우리의 생각이 짧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최근,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인식하던 문화예술의 영역까지 AI가 급속도로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제를 넘어선 창작에 도전하는 AI
미술관에 걸려있을 법한 이 그림은 원래 있던 작품도, 저명한 화가가 그린 작품도 아닙니다. 바로 지난 2016년 4월,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대와 렘브란트 미술관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 ‘넥스트 렘브란트(Next Rembrant) ’가 창작한 것인데요. 넥스트 렘브란트는 얼굴인증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렘브란트 작품에 전형적인 인간 표정의 패턴을 데이터 베이스화 하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진짜 작품의 캔버스 위에 칠한 물감의 높낮이까지 분석하여 렘브란트만의 고유한 붓질 버릇까지 재현해냈는데요. “30대의 백인 남자를 그려라. 수염이 있고 어두운 색 옷을 입고서 모자를 눌러쓰고 있다”는 명령에 18개월 후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렘브란트 화풍으로 그려라”는 명령 외엔 아무런 구체적인 지시도 없었지만 마치 ‘알파고’가 지난 기보들을 통해 바둑 고수들의 특징을 학습하였듯이 넥스트 렘브란트는 진짜 렘브란트가 그린 것만 같은 작품을 완성해 낸 것입니다.
영화 예고편을 만드는 AI의 등장
2016년 8월, 할리우드 영화사 20세기 폭스는 인공지능을 다룬 SF 공포영화, <모건, Morgan>의 개봉을 앞두고 1분 15초짜리 예고편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는데요. 본 영화의 예고편을 제작한 것도 다름아닌 인공지능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의 예고편을 인공지능이 제작하는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해당 예고편을 제작한 인공지능은 앞서 언급되었던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퀴즈쇼 ‘제퍼디’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 챔피언을 꺾었던 존재인데요.
‘왓슨’은 <모건>의 예고편을 제작하기에 앞서, IBM이 입력한 공포영화 예고편 100편을 분석해 예고편의 흐름이나 많이 등장하는 장면과 분위기 등을 스스로 파악했습니다. 이후, ‘왓슨’에게 <모건>의 전체 영상을 입력하자, 하루만에 10편의 예고편을 만들어냈습니다. 보통 10-30일 정도 걸리는 영화 예고편 제작 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해낸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모차르트의 음악 대결
재작년 여름, 경기도 문화의 전당 대극장에서 모차르트와 인공지능이 맞붙는 세기의 대결, ‘모차르트 vs 인공지능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미국 UC 산타크루스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인 에밀리 하웰과 실제 모차르트 교향곡의 대결이었습니다. ‘인공지능 작곡자’ 에밀리 하웰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박자와 구조를 자료화한 뒤 이를 조합해 작곡을 하는데요. 수학적으로 음악을 분석한 후 여기에서 추출된 경향성을 데이터로 수집해 유사성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원곡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을 통해 ‘모차르트 풍의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물론 결과는 514 대 272로 인간 모차르트의 곡이 승리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 고유의 능력인 ‘창의력’을 사용해 음악 작품을 작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AI와 나 그리고 우리
과거 AI의 첫 도입으로 일자리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었듯, AI가 점차 문화예술의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며 인공지능의 창작과 인간의 창작에 대한 마찰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미 미국, 유럽 연합, 일본 등 지식재산 강국은 2016년부터 미래의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 EU는 로봇의 법적 지위 인정을 검토한 결과, 지난해 1월 초에 로봇의 지위, 개발, 활용에 대한 기술적,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얼마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미래 지식재산 이슈에 대비하기 위한 차세대 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차세대 특위)를 설치하고 미래 지식재산 이슈 분석 및 대응 전략 수립에 착수하였다고 합니다.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예술 분야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은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낼 때마다 이목을 끌고 있지만 단순히 신기함을 넘어서는 현실적인 적용 방안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인공지능이 예술가의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인데요.
앞으로 ‘지식재산권’ 같은 법적 문제도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점은 기술과 그의 성장에 발맞춘 우리의 성숙한 수용과 관심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인공지능의 업무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술의 긍정적 활용과 그에 대한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물인터넷, 인공 지능,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스마트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이자 파트너로서 슈나이더 일렉트릭 역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기업이 보다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2023년 1월 26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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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과학논문 저자 자격이 있을까
내용 기여도· 결과에 대한 책임 여부 놓고 논란
네이처·사이언스 편집장 등 대다수 부정적 입장
챗봇을 과학논문 저자로 등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해외 과학출판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업체 ‘오픈에이아이’(Open AI)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ChatGPT)가 전문 분야에서도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에서 치르는 3가지 시험에서 모두 합격점을 통과하거나 그에 준하는 실력을 보여주는가 하면, 챗지피티가 짜깁기한 논문 초록을 전문가들의 3분의 1이 몰라보는 일도 일어났다. 아예 챗지피티를 공동저자로 등재한 과학 논문까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챗봇을 논문 저자로 등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해외 과학출판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챗지피티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방대한 문서 자료를 토대로 설득력 있는 문장을 생성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스팀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4건의 출판논문과 사전출판논문에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예컨대 지난해 12월19일 의학 부문 사전출판논문 저장소 ‘메드아카이브’( medRxiv)에 게재된 ‘미국의사면허시험에서의 챗지피티 성능’이란 제목의 논문에는 챗지피티가 12명의 저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저널 ‘간호교육실무’(Nurse Education in Practice) 2023년 1월호의 사설도 인공지능을 시오반 오코너 맨체스터대 교수와 함께 공동저자로 올려놨다. 그러나 이 저널의 편집장은 이는 실수로 잘못 나간 것이며 곧 정정할 것이라고 네이처에 밝혔다. 그는 “사설은 연구 논문과 다른 관리 시스템을 거치기 때문에 그건 전적으로 나의 실수였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약물을 개발하는 홍콩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의 알렉스 자보론코프 대표는 지난달 저널 ‘온코사이언스’(Oncoscience)에 게재한 논문에 챗지피티를 공동저자로 올렸다. 이 논문은 ‘파스칼의 내기’라고 불리는 철학적 맥락에서 면역억제제 라파마이신 복용의 장단점을 논하는 내용이다. 그는 그동안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를 이용해 80편 이상의 논문을 완성해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널쪽이 자신의 요청에 따라 이 논문에 대한 동료학자들의 검토를 거쳤다고 덧붙였다.
지피티3를 공저자로 올린 또다른 논문은 지난해 6월 프랑스의 사전출판논문 저장소 ‘할’(HAL)에 실린 데 이어 곧 동료 검토 저널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공저자인 스웨덴 예테보리대학병원의 알미라 오스마노비치 툰스트룀(신경생물학)은 첫번째 저널은 검토 후 논문 게재를 거절했으나 두번째 저널은 검토자의 요청에 따라 논문을 다시 작성해 내자 지피티3를 저자로 인정했다고 전했다.
챗지피티(빨간색 네모)를 논문 공저자로 등재한 사례.
일단 ‘네이처’와 접촉한 편집장이나 발행인들은 챗지피티같은 인공지능은 저자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인공지능은 과학 논문의 내용과 진실성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일부 발행인은 저자 명단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의 논문 기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뉴욕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출판부의 리처드 시버 부소장은 “학술 원고 저자라는 역할과 문서 작성자로서의 저자라는 좀 더 일반적인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 작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사람만이 저자로 등재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 편집장도 챗지피티가 저자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네이처’ 편집장 막달레나 스키퍼는 “저자 표시는 연구 작업에 대한 책임을 수반하는데, 이를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규모 언어모델을 사용한 저자는 필요할 경우 감사의 글을 포함한 적절한 방법으로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언스’ 편집장 홀든 소프는 ‘사이언스’가 출판하는 논문에서 인공지능을 저자로 올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적절한 인용 없이 인공지능이 생성한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표절로 간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리학 사전출판논문 저장소인 ‘아카이브’(arXiv) 이사회도 내부 논의를 거쳐 현재 생성 인공지능의 사용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이사회의 일원인 스테인 시거드슨(천문학)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소프트웨어는 사용 약관과 내용 배포 권한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저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챗지피티의 대화 창.
영국 연구진실성관리국의 매트 홋킨슨 매니저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챗지피티가 공동 저자로 인정되어서는 안 되는 저자 지침이 이미 명확하게 존재한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제1의 저자 지침은 ‘공동저자는 기사에 중요한 학술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챗지피티 같은 도구도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저자 지침이 있다. 공동저자가 되는 데 동의할 수 있어야 할 뿐더러 자신의 연구 또는 적어도 기여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부분에서 인공지능에 공동저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벽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인실리코의 자보론코프 대표는 자신의 챗지피티 사용 경험을 들어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챗지피티를 이용해 자신이 게시한 관점보다 더 기술적인 논문을 작성하도록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챗지피티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내놓는 경우가 매우 많았으며,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묻자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해당 분야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인공지능의 힘을 빌어 과학 논문을 작성하려고 시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인공지능 시스템 오용 문제가 학계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네이처’는 논란이 불거지자 독자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응답자 3600명의 58%가 학술 논문 작성에 챗지피티 같은 생성 인공지능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답변했다. ‘네이처’는 다수의 응답자가 챗봇이 위조되고 부정확한 문서를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판별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을 때까지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2023년 1월 26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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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저작권 침해 더 못참아”… 인간, 마침내 칼 빼들다
워터마크까지 버젓이_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스테이블 디퓨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 오른쪽에 저작권을 나타내는 ‘게티이미지’의 워터마크가 흐리게 보인다. 이미지를 유료로 제공하는 게티이미지의 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사진이나 그림을 생성 AI가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스테이블 디퓨전
인터넷을 통해 이미지·동영상을 제공하는 미국 회사 게티이미지가 AI(인공지능) 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게티이미지는 4억7000만장 이상 이미지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는 미국 최대 규모 이미지 플랫폼이다. 이 회사는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스테이블 디퓨전을 개발한 스태빌리티 AI가 자신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수백만장의 이미지를 AI 이미지 생성에 도용했다고 주장한다. 게티이미지는 “우리는 수많은 AI 기업에 알고리즘 훈련을 위한 이미지 라이선스를 제공해왔다. 스테빌리티 AI는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가 소유한 이미지의 라이선스를 적합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용했다”라고 밝혔다.
올해 가장 각광받을 기술로 손꼽힌 생성 AI가 저작권 문제로 법정에 서게 됐다. 생성 AI는 글, 문장, 오디오, 이미지 같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AI다. 하지만 생성 AI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기존의 창작물을 대량으로 학습하면서 저작권 문제가 생겨났고,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된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가 생성 AI에게 영광의 한 해였다면, 올해는 생성 AI 를 둘러싼 소유권, 저작권과 진정성에 대한 법적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생성 AI의 등장으로 가장 먼저 위협을 느낀 창작자들도 올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일러스트레이터·만화가인 사라 안데르센, 켈리 매커넌, 칼라 오티즈는 “AI 기업이 막대한 양의 저작물을 원작자 동의 없이 생성 AI 훈련에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스태빌리티AI와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이들은 생성 AI로 발생한 피해를 창작자들에게 보상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사용 중지 가처분을 요구하고 있다. 소송에 참여한 매커넌은 “‘내가 생성 AI 학습에 이용이 됐을까(haveibeentrained.com)’란 사이트에서 내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내 작품이 셀 수 없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소송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가 검색한 사이트는 화가나 사진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생성 AI의 학습에 사용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곳이다.
생성 AI의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이와 관련된 법적 분쟁은 그림이나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 글, 목소리, 초상권, 코드까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스 코드 생성 AI ‘깃허브 코파일럿’의 이용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깃허브 코파일럿은 수십억줄의 코드를 학습해 코드를 생성해주는 도구다. 프로그래머가 코드의 일부를 작성하면, AI가 어떤 코드가 들어갈지 판단해 자동완성된 코드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머를 도와준다. 깃허브 사용자들은 프로그래머가 직접 만들어 깃허브에 공유한 수십억줄의 오픈소스 코드를 MS의 깃허브 코파일럿이 불법 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에 소송을 당한 스태빌리티AI의 본사가 영국 런던에 있기 때문에 이들의 법정 다툼은 영국 법원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저작권 문제에 엄격한 편인 영국 법원이 인간과 생성 AI의 분쟁에서 첫 선례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생성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MS나 구글과 같은 빅테크의 눈도 여기에 쏠릴 예정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간이 가진 창작성의 가치를 가늠할 기념비적인 소송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생성 AI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결정해줄 판결이기도 하다”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일러스트레이터와 만화가를 중심으로 생성 AI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생성 AI와 관련한 저작권 규정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국회와 정부는 인공지능 학습과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서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저작물을 사용할 때에는 저작권자의 이용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저작권법 개정안에 포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FT는 “각국 정부는 기술 기업을 규제하고픈 입장과 AI 같은 핵심 기술을 육성해주고 싶은 입장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23년 2월 22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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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소설 출판 사이트에 쏟아진 ‘AI 소설’…출판사 “업무 마비”
아마존에도 200권 이상 올라와
이미지 생성 분야도 비슷한 현상
예술 콘텐츠 윤리 문제 본격화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작가를 위협하고 있다. AI로 쓴 공상과학(SF) 소설이 인터넷 출판 사이트에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SF 단편을 온라인으로 접수해 발간하는 유명 사이트 ‘클락스월드’(Clarkesworld)가 챗GPT로 쓴 작품 쇄도로 접수 작업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클락스월드 창업자이자 발행인 겸 편집장인 닐 클라크는 “지난해 챗GPT가 출시돼 AI 언어 모델이 주류로 떠오른 뒤 AI가 만든 SF 단편이 접수됐다가 표절 등으로 거부되는 사례가 급증했다”며 “평소처럼 일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가디언에 밝혔다.
클락스월드는 신인 작가의 단편을 접수해 심사를 거쳐 발간하고 원고료를 지급하는 온라인 출판 사이트다. <서던리치1: 소멸의 땅>을 쓴 제프 밴더미어와 <스페이스 오페라>의 캐서린 밸런트 같은 유명 작가들도 이 사이트를 통해 작품을 냈다.
클락스월드에 따르면 평소 한 달에 접수되는 작품 중 표절 등의 이유로 거부되는 작품이 10편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100편이 접수됐다가 거부됐고, 이달에는 500편을 넘어섰다.
클라크 발행인은 “인플루언서들이 AI를 이용하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부추기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다른 편집자들에게도 연락해보니 현 상황은 나만 겪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해법도 없는 상태”라며 “이런 상황이 신인이나 국제 작가들이 작품을 내는 데 많은 장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마존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자책을 판매하는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 올라온 책 중 200권 이상이 챗GPT가 쓴 것으로 나타났다. 킨들 스토어에는 챗GPT가 쓴 <챗GPT로 책 쓰기> <숙제의 힘> 같은 책들이 판매되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분야는 소설만이 아니다. 미드저니와 달리 같은 이미지를 생성하는 AI도 표절 논란에 휩싸여 예술 분야까지 콘텐츠 제작에 대한 윤리 문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2월 23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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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만화, 저작권은?…美 당국, 인정 안 했다
“이미지 배열 역할 안 해”…본문만 저작권 인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만화에 대해 미국 규제 당국이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만화 속 일러스트 제작 과정에서 작가의 창작성이 결여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작가가 쓴 만화 본문에 한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미국 저작권청(USCO)은 서한을 통해 AI에 의해 생성된 이미지는 작가의 산물이 아니므로 만화 ‘새벽의 자리야’의 미국 내 저작권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AI가 만든 저작물에 대해 미 규제 당국이 구체적 처분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작가 크리스 카쉬타노바는 AI 일러스트 프로그램 ‘미드저니’로 만든 만화 ‘새벽의 자리야’를 저작권청에 등록했다. 미국에선 저작권의 주체를 사람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카쉬타노바는 자신이 모든 저작권을 소유한 것으로 기재했다.
그러나 이날 저작권청은 “미드저니의 사용자 카쉬타노바는 생성된 이미지를 실제로 형성하지 않았다”며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주체적 의지'(master mind)를 지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인 산출물을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다른 도구와 미드저니 사이에 엄연한 차이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재의 선택과 배열을 결정한 사람’만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인터넷상에서 수십억개에 달하는 이미지를 학습한 미드저니는 입력된 텍스트 정보를 토대로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해 낸다. 카쉬타노바도 자신이 집필한 만화 스토리를 미드저니에 의뢰해 각 장면에 걸맞은 일러스트를 얻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저작권청은 “카쉬타노바가 저작권 등록 당시 미드저니를 사용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며 “카쉬타노바에게 발급한 저작권 증명서를 취소하고 그가 표현한 소재(글)에 한정해 신규 저작권 증명서를 발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저작권청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이날 카쉬타노바는 “만화 속 이미지도 작가의 창의성을 담은 표현이 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자신의 변호인과 함께 이를 어떻게 관철할지 고민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저작권청의 이번 결정이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둘러싼 미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이미지 판매 사이트 ‘게티이미지’는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스태빌리티AI가 허락 없이 자사가 유료 제공하는 수백만장의 이미지를 AI 학습에 사용했다는 게 게티이미지의 주장이다. 포브스는 저작권청의 판단 논거가 게티이미지 측에 유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래는 2023년 7월 12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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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발명자가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2016년 3월 알파고의 첫째 충격에 이은 챗GPT의 등장은 가히 둘째 충격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사람이 어떤 것을 만들어 달라고 입력하면 그 요구에 맞춰 이미지·텍스트·코드·음악·동영상 등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 결과물이 사람이 작성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상당하고 어떨 때는 참신하기까지 하다.
서울행정법원은 6월 30일 사람이 아닌 AI를 특허 출원과 관련한 기재 사항인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했다.
특허법에 따르면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高度)한 것’을 말한다. 발명자로 인정받으려면 기술적 사상(思想)의 ‘창작’을 해야 하고 발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실제 사건에서도 자주 다퉈지고 있는 사항이다. AI도 사람과 같이 발명을 할 수 있을까.
이는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창작’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사안은 이렇다. 물리학을 전공한 미국의 스티븐 테일러 박사가 인공 신경망 관련 특허를 여럿 받았고 당시에는 모두 자신을 발명자로 올렸다. 그러다가 테일러 박사는 “지각 능력을 갖추고 발명과 예술적 형식을 착상하는 완전히 새로운 AI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자동 부트스트랩 장치(DABUS : 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라는 자신이 개발한 AI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테일러 박사는 2018년에 영국에 특허를 출원하면서 발명자는 자신이 아니라고 기재했지만 발명자를 기재하라는 영국 특허청의 명령에 따라 발명자를 ‘DABUS’로 기재했다.
그 후 테일러 박사는 미국·남아프리카공화국·중국·일본·한국 등에도 특허 출원을 했는데 발명자 난에는 ‘본 발명은 인공지능에 의해 독자적으로 생성됐다’고 기재했다고 한다.
테일러 박사의 주장은 자신이 발명에 어떠한 기여도 한 바 없고 DABUS가 스스로 창작했다는 것이다.
테일러 박사의 특허 출원은 각 나라의 특허청에 의해 대부분 거절 결정을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허청에서는 승인됐는데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허법에는 발명자의 정의가 없고 특허청은 실체적인 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호주·미국·독일 등에서는 법원의 판단도 있었는데 호주는 다른 나라와 달리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호주 특허청은 출원을 거절했지만 “법원은 사람이나 법인만이 특허권자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발명자도 그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법률에 AI 발명자를 배제하는 명시적이 조항이 없고 발명자(inventor)라는 단어는 사람 또는 사물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한국 특허청은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적은 것은 특허법에 위배되므로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고 보정했다. 하지만 보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테일러 박사는 서울행정법원에 특허 출원 무효 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청구를 6월 30일 기각했다.
법원은 한국의 특허법상 발명자는 자연인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고 “향후 AI를 독자적 발명가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했다.
이같이 법원은 일단 특허법상 발명자의 정의를 통해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특허법 문언보다 AI가 실제 발명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봐야 하고 현재 AI의 작동 원리상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발명하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AI가 관여하는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영화에서 본 것과 같은 인간과 같은 혹은 더 우월한 신체 능력과 지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AI는 아직 먼 얘기일 것이지만 특정 분야에 필요에 따라 어떠한 지위를 부여하는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