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 사람의 DNA가 98.8% 같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닮은 듯 닮지 않은, 같은 듯 다른! 단 1.2% 차이로 극명하게 갈려진 사람과 침팬지 둘의 운명을 함께 파헤쳐 보실까요?
영장류는 크게 원숭이와 유인원으로 나눕니다. 간단히 구분하자면 꼬리가 있으면 원숭이, 꼬리가 없으면 유인원입니다.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그리고 사람이 유인원입니다. 원숭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모두 꼬리가 있습니다. 한 가지 예외만 빼고요. 긴팔원숭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긴팔원숭이는 꼬리가 없습니다. 이름을 잘못 붙였죠.
700만 년 전의 일입니다. 아프리카에 어떤 어미 유인원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새끼 자매 두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길을 잃었습니다. 두 자매 역시 헤어지고 맙니다. 각기 비슷한 짝을 찾아 무리를 이루었습니다. 두 무리는 영원히 만나지 못했습니다. 한 자매는 침팬지의 조상이 되었고 다른 자매는 사람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뭐,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공부한 친구들도 몇 년 후에는 각기 다른 직업에 종사합니다. 같은 배에서 난 형제들도 다른 인생을 살잖아요. 그러니 아주 먼 옛날 같은 조상에서 갈라진 침팬지와 인류가 전혀 다른 진화의 경로를 걸은 것도 별난 일은 아닙니다. 침팬지와 사람은 전혀 다르게 생겼습니다. 짝을 이루어 후손을 남기지도 못합니다. 두 자매의 후손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침팬지와 사람은 DNA의 98.8%가 같습니다. 단 1.2%의 차이로 어떻게 이렇게 크게 달라졌을까요? 변한 쪽은 침팬지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500만 년 전의 침팬지나 요즘의 침팬지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요. 이걸 생각하면 침팬지와 사람의 공통 조상도 사람보다는 침팬지와 훨씬 비슷하게 생겼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급격히 변했습니다. 500만 년 전의 인류와 현생 인류를 비교하면 같은 인류에 속한다고 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50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이마보다 턱이 훨씬 앞으로 튀어나와 있습니다. 눈두덩은 두툼했고 턱과 이빨은 컸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이마와 턱이 튀어나온 정도가 같습니다. 턱이 들어갔다기보다는 이마가 튀어나온 것이죠. 그만큼 뇌가 커진 겁니다. 눈두덩은 손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밋밋해졌고 턱과 이빨은 아담해졌습니다. 인류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것입니다.
이런 혁신에는 몇 가지 계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 계기는 나무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다른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높이 치솟은 열대림의 나무 꼭대기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열대림이 줄어들었습니다. 열대림의 경계선이 남쪽으로 이동했죠.
원숭이들은 열대림을 찾아 남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그 자리에 남았습니다. 과일이나 따 먹던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땅 위로 내려와 맹수를 피해 다니면서 살아야 했죠. 열대림을 포기하고 땅에서 걸어 다니면서 발가락의 구조가 바뀌고 척추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맹수에게 쫓기며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무리가 고단한 하루를 지내고 10m가 넘는 나무 위에 올라가 잠을 청했습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라는 속담처럼 실제로 침팬지도 가끔 나무에서 떨어집니다.
어느 날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잠결에 나무에서 떨어졌습니다. 땅에 떨어질 때 속도는 시속 60km에 달했습니다. 당연히 온몸에 골절상을 입고 죽을 수밖에 없었죠. 추락과 골절의 흔적이 화석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루시’라고 불립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죠. 루시는 25세가량의 여인이었습니다.
두 번째 혁신은 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원숭이와 유인원도 불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불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엄마는 산불 곁에 가지 말라고 했을 것입니다. 말을 듣지 않은 아이들은 불에 타 죽기도 하고 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에 익은 고기는 맛있고 소화가 잘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산불에서 얻어온 불을 꺼뜨려도 괜찮았습니다. 불을 피울 수 있게 되었거든요.
불을 사용하자 시간과 공간이 늘어났습니다. 밤에도 화톳불 주위에 모여 지혜를 전수할 수 있었습니다. 유대감도 높아졌죠. 이젠 추운 곳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영양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덕분에 뇌는 점점 커져서 침팬지의 세 배 이상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혁신은 고향을 떠난 것입니다. 아프리카를 벗어난 것이죠. 멀리 떠나기 위해서는 두 발로 꼿꼿이 서서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아프리카를 벗어나기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완전한 직립보행이 가능했던 초기 호모 속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를 최초로 탈출한 인류의 후보로는 호모에렉투스가 적격이었습니다. 실제로 호모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났습니다.
약 20만 년 전에는 아프리카에서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우리입니다. 그런데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직후 기후가 한랭 건조해지면서 아프리카는 살기 좋지 않은 곳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 호모사피엔스만 새로운 세상을 찾아 아프리카를 탈출했습니다.
동네 어른들 말을 듣지 않은 젊은이일 것입니다. 이들의 후손들이 지금 전 지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전 세계로 퍼뜨린 에너지 동력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으면서 지구 전체로 흩어졌을까요?
비밀은 바로 ‘조개’라고 인류학자들은 말합니다. 사바나 지역에 살던 호모사피엔스 가운데 극히 일부가 어른들 말을 듣지 않고 바닷가로 이동했습니다. 바닷가는 따뜻하거든요. 알고 봤더니 먹을 것도 풍부했습니다. 조개는 저항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오래된 조개무지(패총)는 16만 5000년이나 되었습니다. 조개는 모유만큼이나 유서 깊은 음식인 셈입니다. 아프리카 바닷가에서 조개를 먹던 호모사피엔스 가운데 극히 일부가 다시 어른들 말씀을 듣지 않고 아프리카를 탈출합니다. 약 7만 2000년 전 일입니다.
아프리카를 탈출한 6만 년 동안 인류는 해안선을 따라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조개를 먹으면서요. 이런 행로는 1만 2000년 전 농업이 탄생하기까지 계속됩니다. 조개는 인류 확산의 원동력이고 농업은 인류 정착의 산물입니다. 그렇다면 바지락칼국수는 인류 확산과 정착의 공통 산물인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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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3년 7월 21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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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 열쇠 ‘직립 보행’ 비밀 풀었다
X-ray 사진 자료, 유전체 지도와 대조
인류 직립 보행 진화 유관 영역 찾아내
인체의 골격. 자료 이미지.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영국 정부가 국민들의 유전자ㆍ건강 정보를 모아 놓은 바이오뱅크(UK Biobank)를 통해 게놈 지도(genome-map) 및 전신 엑스레이 사진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인류의 골격 진화와 관련된 유전체 영역 지도를 완성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약 3만1000명의 데이터를 모아 정확한 뼈의 길이를 측정해 분석했고, 유전체 지도와 대조했다. 이 결과 연구팀은 인체의 골격 비율 변화와 관련된 145개의 유전체 영역을 확인했다. 이 중 많은 것들은 그동안 골격 발달과 관련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45개는 단일 단백질 코딩 유전자와 중복됐다. 또 32개는 생쥐 실험에서 뼈가 부러졌을 때 비정상 골격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곳으로 확인된 바 있고, 4개는 인간의 희소골격질환과 연관된 곳이었다.
연구팀은 이어 참가자들의 여러 골격 비율을 조사해 유전체 지도와 함께 분석했다. 엉덩이 넓이-어깨 넓이, 팔뚝 길이와 키, 몸통-다리 길이, 사지 길이-몸통 길이 등의 비율을 측정해 유전체 지도와 대조해 본 것이다. 이 결과 이 골격의 비율들은 개별 유전체 영역과 연관돼 있었다. 사람별로 각자 다른 유전적 프로그램에 의해 이같은 골격의 발달이 조율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인간이 팔보다 더 긴 다리를 가진 것은 직립 보행의 가장 큰 특징인데, 연구팀은 인류의 이같은 골격 구조를 담당한 유전체 영역이 다른 영장류들의 비슷한 영역과 다르게 진화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다른 영장류와 달리 이같은 변화를 선택했기 때문에 긴 다리-짧은 팔이라는 골격 구조를 갖게 됐고, 직립 보행도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원시 인류가 더운 기후에서 적응하기 위해 직립 보행을 선택하게 됐다는 기존의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다. 대사율과 체질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리 길이가 길어질수록 인체의 시원함을 유지하기 위한 방열 기능이 향상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엉덩이ㆍ무릎 관절염, 한쪽 다리가 더 길거나 골반 크기 등과 관련된 유전체 영역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바오 시아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는 “더 세부적으로 각 현상을 일으키는 유전체 요소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