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와 에어컨에 쓰이는 냉매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가 개발됐다. 새로운 재료가 일상과 환경을 바꾸는 것은 물론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예전에 일본의 한 경제연구소가 21세기를 ‘재료의 시대’라고 불렀다는 얘기를 들었다. 재료가 중요한 것 맞지만 무대에서 AI(인공지능)나 ICT(정보통신기술), IBT(정보생명기술) 같은 주인공을 뒷받침하는 조연 또는 배경이라고 생각해온 필자로서는 다소 의외였다.
그런데 21세기가 20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재료의 등장은 일상의 풍경을 바꿀 수 있고 무엇보다도 오늘날 인류의 당면 과제인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과 환경을 바꾸는 재료의 힘
오늘날 스마트폰과 TV에 쓰이는 OLED는 이리듐화합물로 비싸고 청색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 LA 캘리포니아대 화학과 마크 톰슨 교수팀은 최근 값싼 구리화합물로 안정하고 효율이 높은 청색 OLED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마크 톰슨 제공
조명이 대표적인 예다. 오늘날 LED(발광다이오드)조명의 시대가 열린 건 1993년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의 연구원 나카무라 슈지가 질화갈륨으로 청색LED를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적색LED와 녹색LED는 벌써 개발됐지만 청색이 없어 백색광을 낼 수 없었는데 새로운 재료의 등장으로 돌파구가 열린 것이다.
LED는 형광등과 백열전구에 비해 효율이 높아 조명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대폭 줄였을 뿐 아니라(효율이 낮은 백열전구는 아예 퇴출됐다) 수명이 길어 환경친화적이다. 물론 전기료 부담이 줄어들면서 지나친 인공조명(빛공해)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는 하다. 아무튼 LED가 상용화된 지 불과 10여년 만에 일상의 조명 풍경이 바뀌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물론 우리는 이미 익숙해져 무덤덤하지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디스플레이 전이의 과도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여전히 LCD(액정디스플레이)가 주류이지만 OLED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TV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가을 큰 맘 먹고 OLED TV를 샀는데 색감이 풍부해(채도가 높고 명암비가 크다) 요즘 TV 보는 시간이 늘었다. 액정이라는 재료의 성능을 아무리 개선하더라도 극복할 수 없는 화질의 한계를 OLED라는 새로운 재료가 등장함으로써 가볍게 뛰어넘은 것이다.
그런데 예전에 보던 LCD TV가 100일 만 더 버텼어도 필자가 두 배 값을 주고 OLED TV를 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2월 8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구리 화합물로 만든 OLED 개발 논문이 실린 배경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는 OLED는 이리듐 화합물이 재료인데 이게 문제가 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간 생산량이 수 톤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한 금속인 이리듐은 굉장히 비쌀 뿐 아니라(OLED 수요로 지난해 금을 추월했다) 청색OLED 화합물이 불안정해 적색이나 녹색에 비해 수명이 훨씬 짧다는 것이다. OLED TV를 몇 년 보면 화면의 색상이 서서히 노르끼리하게 바뀐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TV의 통상적인 수명보다 뒤에 나타나니까 제품화됐겠지만.
논문은 새로 개발한 구리 화합물 OLED가 기존의 불안정성 문제를 극복했고 이리듐에 필적하는 고휘도이기 때문에 이리듐 OLED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자들은 특허도 냈다고 한다. 싸고 수명이 긴 구리 화합물로 만든 OLED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돼 가격이 뚝 떨어지면 LCD는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냉매는 이산화탄소보다 2000배 센 온실가스
열전효과를 이용한 냉각장치로 파란 원 위에 음료를 두면 끝까지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열전냉각은 비싸고 효율이 낮아 특수한 용도로만 쓰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학술지 ‘네이처’ 3월 28일자에는 냉장고와 에어컨에 쓰이는 냉매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액체와 기체의 상전이 과정에서 열을 주고받는 걸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연한 결정이라는 특이한 고체에 압력을 변화시켜 냉매 역할을 하게 했다. 무척 낯선 개념임에도 꽤 흥미롭다.
냉매 하면 남극 오존층에 구멍을 낸 염화불화탄소(CFC)로 불리는 프레온이 떠오른다. 1987년 각국이 몬트리올 의정서에 서명한 이후 프레온 사용이 급감했지만 이를 대체한 냉매도 여전히 문제가 많다.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기체이기 때문이다. 냉매 1kg은 이산화탄소 2t에 해당하는데 이는 자동차를 하루 24시간 6개월 동안 몰 때 나오는 양이다. 또 냉매를 쓰는 냉각기술은 작은 크기에는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냉매를 쓰지 않는 냉각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
사실 냉매 대신 고체를 쓰는 냉각 시스템은 이미 상용화돼 있다. 이 고체는 열전효과를 내는 재료다. 19세기에 발견된 ‘열전효과(thermoelectric effect)’는 두 금속이 맞닿은 부분의 온도가 다를 때 전류가 흐르거나 거꾸로 전류를 흘릴 때 온도차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앞의 현상의 이용하면 폐열에서 전기를 만들 수 있고 뒤의 현상을 이용하면 고체 냉각장치를 만들 수 있다(온도가 떨어지는 금속이 주변의 열을 흡수하므로).
n형과 p형 반도체를 써서 장치를 만들면 열전효과가 더 커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용화의 길이 열렸고 오늘날 몇몇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 냉매 시스템에 비해 비싸고 효율이 낮아 널리 쓰이지는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고체 냉각 시스템으로 최근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게 칼로릭 재료을 이용한 방식이다. ‘칼로릭 재료(caloric material)’란 외부에서 자기장이나 전기장, 압력 같은 장(field)의 변화를 줄 때 엔트로피가 크게 변하는 상 변이가 일어나면서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화합물이다. 엔트로피(S)는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외부에서 장을 걸면 칼로릭 재료의 무질서도가 작아지면서 온도가 올라가고 열을 방출하면서 원래 온도로 돌아간다. 그 뒤 걸린 장을 풀면 무질서도가 커지면서 온도가 내려가고 주위의 열을 흡수하면서 원래 온도로 돌아간다. 지금까지는 주로 자기장이나 전기장에 반응하는 칼로릭 재료를 연구했다. 그러나 큰 온도차를 내기 어렵고 반복하면 효율이 금방 떨어져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변 열을 흡수하는 유연한 결정
NPG 결정구조. 네오펜틸글리콜 분자로 이뤄진 유연한 결정의 단위 구조를 나타내는 그림이다. 갈색이 탄소원자, 빨간색이 산소원자다. ‘네이처’ 제공
중국과학원 금속연구소를 비롯한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유연한 결정이 압력의 변화에 따라 주변과 많은 열을 주고받을 수 있는 뛰어난 칼로릭 재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정은 원자나 이온, 분자가 공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있는 고체다. 예를 들어 소금은 나트륨이온과 염소이온이 3차원 바둑판의 교차점에 교대로 자리한 결정이고 설탕은 자당분자가 일정한 방향과 간격으로 배치된 결정이다.
‘유연한 결정(plastic crystal)’이란 분자가 서로 느슨하게 묶여 있는 결정으로 분자 사이의 간격은 일정하지만 개별 분자의 방향은 제멋대로다. 비유하자면 설탕 같은 전형적인 결정은 구성원들이 같은 쪽은 바라보며 좁은 간격으로 있는 훈련 상태이고 유연한 결정은 넓은 간격으로 퍼져 자리는 지키면서 편하게 쉬는 상태다.
보통 결정은 단단해서 누르면 어느 선까지 버티다 깨지지만 유연한 결정은 누르면 쑥 들어갔다가 힘을 빼면 다시 원래로 돌아온다. 어찌 보면 고체(결정)와 액체 사이의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유연한 결정을 누를 때, 외부에서 압력을 가할 때 단순히 수축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방향이 제멋대로인 분자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무질서도인 엔트로피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만일 엔트로피의 변화가 아주 크다면 유연한 결정으로 냉각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여러 유연한 결정들을 대상으로 압력의 변화에 따른 엔트로피 변화를 측정했는데 네오펜틸글리콜(NPG)이라는, 탄소원자 5개로 이뤄진 분자로 만든 유연한 결정이 상온에서 큰 변화를 보였다. 1기압에서 수백 기압으로 압력을 높이면 엔트로피가 최대 390J/㎏K까지 떨어지는데 이는 약 50도의 냉각 효과를 볼 수 있는 값이다. 냉장고나 에어컨에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NPG 분자로 만든 유연한 결정을 쓴 냉각장치를 상용화하기는 어렵다. 녹는점이 높지 않고 결정이 약해 압력을 넣고 빼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뭉개지기 때문이다. 유연한 결정이 고체 냉각 시스템에 쓰일 수 있음을 보인 게 이번 연구의 성과라는 말이다. 이런 물성을 개선한 유연한 결정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한 세대 뒤 가정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작동방식의 냉장고와 에어컨이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또 어떤 예상치 못한 특성을 보이는 재료가 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유연한 결정은 상황에 따라 분자(molecule)의 방향이 질서 있게 놓일 수도 있고(a 위) 무질서하게 놓일 수도 있다(a 아래). 유연한 결정에 압력 변화를 주면 냉각장치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b). 가운데 위는 상온(T1) 대기압에서 분자가 무질서하게 놓인 유연한 결정이다. 여기에 압력을 가하면(apply pressure) 분자가 질서 있게 놓이며 온도가 올라간다(T2). 이 상태에서 열(heat)이 방열기(heatsink)로 빠져나가며 온도가 상온으로 떨어진다. 이때 압력을 풀면(remove pressure) 분자 방향이 무질서해지고 온도가 떨어지면(T3) 열원(heat source)에서 열을 받아 상온으로 돌아간다. 그 결과 열원이 냉각된다. ‘네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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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2년 12월 27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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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제 원리 적용한 냉장고 나올까
눈예보가 나오면 길거리 곳곳에 염화칼슘을 뿌려 대비한다. 염화칼슘은 영하의 기온에도 내리는 눈을 바로바로 녹여 결빙을 막는데, 바로 어는점 내림 현상이다. 연합뉴스 제공
요사이 눈이 자주 와서 그런지 곳곳에서 잔 조각 상태로 바닥에 뿌려져 있거나 눈이나 얼음을 녹여 허옇게 풀린 상태의 염화칼슘이 보인다. 염화칼슘은 수분을 흡수해 녹으며 열을 발생시켜 주변의 눈이나 얼음을 추가로 녹일 수 있다.
그런데 염화칼슘의 본격적인 효과는 그다음에 나온다. 온도가 0도 밑이라도 눈이나 얼음을 녹일 수 있고 일단 녹은 물(염화칼슘이 칼슘이온(Ca2+)과 염소이온(Cl-)으로 녹아있는 수용액 상태)은 다시 얼지 않는다.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날에도 이온의 농도가 어느 수준 이상이면 여전히 수용액 상태이고 결국 시간이 흘러 물이 증발한다.
어는점 내림 현상은 용액이 얼 때 엔트로피(무질서도) 감소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순수한 용매(그림에서는 물)가 얼어 결정(얼음)으로 바뀌는 과정(위)에서 줄어드는 엔트로피 양에 비해 용질이 섞여 있는 용액(소금물)이 얼 때는 결정이 만들어질 때 이온이 배제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엔트로피 감소가 일어나야 하므로 그만큼 온도가 더 내려가야 한다(아래). 위키피디아 제공
용매에 용질이 섞여 있을 때 어는점이 내려가는 현상은 엔트로피로 설명된다. 계의 무질서도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용매와 용질이 섞인 상태는 엔트로피가 크다. 그런데 온도가 내려가 용매 분자가 격자를 형성해 고체가 되려면 용질을 밀어내야 하고 결국 용질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면서 엔트로피가 줄어든다. 용질이 포함된 용매는 순수한 용매에 비해 얼 때 엔트로피 감소 폭이 더 크므로 온도가 용매의 어는점보다 더 내려가야 어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어는점 내림과 전기투석을 이용한 이온칼로릭 냉각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보여주는 도식이다. 용매 결정(고체)에 용질 이온이 들어오면(1) 결정이 녹으면서 온도가 내려가고 주위(cold reservoir. 냉장고의 경우 내부) 열을 흡수한다(2). 이때 전압을 걸어 전기투석으로 이온을 빼내면(3) 어는점이 올라가며 결정이 만들어지고 주위(hot reservoir. 냉장고의 경우 외부 방열판)로 열을 내보낸다(4). 냉매를 쓰는 기존 냉각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열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에너지(전기)가 들어간다. 사이언스 제공
학술지 ‘사이언스’ 올해 마지막호(23일자)에는 어는점 내림을 이용한 냉각장치를 만들었다는 특이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냉장고와 에어컨으로 대표되는 냉각장치는 거의 모두 냉매를 이용하고 있다. 압력을 낮춰 냉매의 기화를 유도해 주변 열을 빼앗아 온도를 낮추는 원리다.
그런데 큰 기화열과 높은 안정성 등 물성이 좋은 냉매는 다른 관점에서 단점이 있다. 과거 널리 쓰인 CFC의 경우 1980년대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으로 밝혀져 사용이 금지됐고 그 대안으로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HFC 계열의 냉매는 이산화탄소보다 2000배나 강력한 온실가스라는 게 문제다.
가동 중 새거나 폐기된 뒤 유출된 냉매의 양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온실가스 효과가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의 20%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HFC를 대체할 수 있는 냉매 연구가 한창이고 HFO 같은 새 냉매가 개발되기도 했지만 안전성 등 문제가 있어 널리 쓰이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냉매 시스템을 벗어나 전혀 새로운 방식의 냉각장치를 개발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칼로릭 재료를 이용한 고체 냉각 시스템 연구가 활발하다. 칼로릭 재료(caloric material)란 외부에서 자기장이나 전기장, 압력 같은 장(field)의 변화를 줄 때 엔트로피가 크게 변하는 상 변이가 일어나면서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화합물이다. 외부에서 장을 걸면 칼로릭 재료의 무질서도가 작아지면서 주위로 열을 방출하고 걸린 장을 풀면 무질서도가 커지면서 주위의 열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자들은 어는점 내림에서 힌트를 얻어 ‘이온칼로릭 효과(ionocaloric effect)’라고 이름 지은 현상을 이용한 냉각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외부 전기장을 이용한 방식임에도 칼로릭 재료의 극성 변화에 따른 엔트로피 차이를 이용한 기존 방식과는 작동 원리가 전혀 다르다.
전기투석은 수질 정화나 해수 담수화에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이온칼로릭 냉각 시스템의 경우 전압을 걸었을 때 요오드 이온만 통과할 수 있는 음이온교환막(anion exchange membrane)을 가운데 두고 나트륨 이온만 통과할 수 있는 양이온(cation)교환막이 두 전극 쪽에 놓인 구조다(왼쪽). 전압이 걸리면 음이온교환막으로 나뉜 내부 공간의 한쪽은 이온이 빠져나가 어는점이 올라가며 용질 결정이 만들어지고 다른 쪽은 이온이 농축된다(오른쪽). 사이언스 제공
연구자들은 다양한 재료로 시험한 끝에 용매로 유기분자인 에틸렌카보네이트(이하 EC)를, 용질의 경우 요오드화나트륨(NaI)을 선정했다. NaI는 용액에서 나트륨 이온(Na+)과 요오드 이온(I-)으로 존재한다.
용매와 용질(이온) 혼합물 상태인 용액을 막으로 둘러싼 공간에 두고 전압을 가해 이온을 막 밖으로 빼내면 이온 농도가 낮아지며 어는점이 올라가 용매가 얼면서 주위로 열을 내놓는다. 기존 냉각 시스템의 응축기에서 고압 기체인 냉매가 응결하며 열을 내놓는 것에 해당한다.
이온이 빠져나가 용매가 언 상태에서 전기장을 풀면 막 밖의 이온이 농도차에 따라 막 내부로 흘러 들어가면서 용매 결정 표면에 침투해 어느점 내림 현상을 일으켜 결정을 녹이고 이 과정에서 주변 열을 흡수한다. 기존 냉각 시스템의 증발기에서 저압 액체인 냉매가 기화하며 열을 뺏는 것에 해당한다.
이온칼로릭 냉각 시스템의 효과는 꽤 커 EC와 NaI를 쓴 경우 어는점 내림 현상으로 28도의 온도 차이를 구현했다. 즉 전기장을 가해 이온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EC의 어는점은 35도이지만 스위치를 꺼 NaI가 유입돼 섞인 상태에서는 어는점 내림으로 6.4도까지 내려갔다. EC 결정이 녹으며 흡수하는 열에너지는 204줄(J)로 얼음이 녹아 물이 될 때 흡수하는 열에너지 330J에는 못 미치지만 꽤 컸다.
한편 용액에서 막을 통해 이온을 빼는 데 들어가는 전압은 0.22볼트(V)에 불과했다. 다만 막이 이온을 투과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게 문제다. 냉각장치의 용량은 주어진 시간에 주변 열을 얼마나 흡수하는가를 뜻하므로 지금 상태로는 용량이 너무 적어 상용화할 수 없다. 물론 저자들은 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이온 투과 속도를 지금의 100배 수준으로 높인 막을 개발하는 건 시간문제일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길에 뿌려진 염화칼슘을 보면 어는점 내림 현상을 이용한 냉장고나 에어컨이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