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마비 환자인 켈리 토마스가 전기자극기와 보행 보조기를 이용해 걷고 있다. 루이스빌 대학.
사고를 당해 몸이 마비된 사람이 다시 걸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루이빌대 켄터키 척수손상연구소 수잔 해케마 박사 연구진은 사고로 몸 아래 대부분의 신경이 마비된 척수마비 환자를 전기를 이용한 신경자극 장치를 이용해 다시 걷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4일자에 소개했다.
척추 등에 부상을 입어 몸이 마비된 척수마비 환자는 국내에만 10만 명에 이르지만 대부분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휠체어 등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연구진은 간단한 전기자극 장치를 이식하는 것 만으로 다시 걸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실험에 참여한 재러드 치녹(29· 미국)씨는 2013년 2월 스노모빌을 타다가 추락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척추 세 군데를 크게 다쳤고 허리 아래가 마비됐다. 캘리 토머스(24)도 2013년 SUV차량 전복사고를 당해 다시 걸을 확률이 1%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2014년 산악자전거 사고를 당한 제프 마퀴스(32)씨도 장치도 마찬가지로 휠체어에 의지해 지내왔다.
연구진은 이들을 환자를 대상으로 허리와 배, 양쪽에 전기식 신경자극기를 이식했다. 미국 의료기관 ‘메드트로닉’이 개발한 ‘리스토어어드밴스드 슈어스어’라는 충전식 신경자극기를 이용했다. 통증관리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척수가 뇌와 분리된 독립적인 신경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 치료법을 채택했다. 뇌와 연결이 끊겨도 척수는 적절한 자극만 받으면 움직일 수 있다. 연구팀은 앞서 척수가 손상된 쥐를 이용해 외부로부터 척추에 자극 통해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실험을 마쳤다.
연구진은 전기자극기를 이용, 뇌에서 보내지는 신호를 증폭시켜 척수로 전해지도록 했다. 전기 자극장치 역시 개인에 맞게 프로그램했다. 신호가 너무 약하면 척수로 전달되지 않고, 너무 높으면 다리의 무의식적인 움직임을 유발한다. 의료진은 수개월 이상 시간을 들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정확한 전기자극 주파수를 찾아냈다.
치녹 씨는 미국 의료기관 메이요클리닉에서 42주간 치료와 재활 훈련을 거쳐 보행기를 짚고 100m 넘게 혼자 걸을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했다. 토마스 씨도 루이빌대에서 15주간의 치료를 받고 혼자 집 앞 잔디밭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마퀴스 씨도 루이빌대 치료를 통해 홀로 걷기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아직은 신호가 완전하지 않아 겨우 보행을 하는 정도에 그친다”며 “관련 연구를 충분히 진행하면 더 정밀하게 신경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자극을 뇌신경신호와 동기화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보다 더 큰 힘으로 다리 근육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하반신 마비 환자였던 영화 슈퍼맨 주인공을 맡았던 미국 영화배우 고(故) 크리스토퍼 리브가 만든 자선 재단의 후원을 받았다. 이 재단은 수년간 척수손상 연구에 총 1억3800만달러(약 1540억 원)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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