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연구팀 보고서…혈액암 치료도 돌파구 기대

 

백혈구[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간의 혈구(blood cell)엔 이식해도 변하지 않는 ‘고유의 시계(intrinsic clock)’ 같은 것이 있다고 미국의 한 대학연구팀이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 시계는 인간의 노화를 제어하고 혈액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인류의 꿈인 획기적 ‘노화 억제’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일 수 있다.

7일(현지시간) 보도자료 전문매체 ‘유레칼러트(www.eurekalert.org)에 따르면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 의대의 부교수이자 세포생물학자인 마쓰야마 시게미 박사 팀이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학술지 ‘에이징 셀(Aging Cell)’ 에 발표했다.

혈구란 혈액 속에 떠다니는 세포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세 가지로 나눈다. 사람의 혈액 1㎣엔 적혈구가 450만개(여성) 내지 500만 개, 백혈구가 6천~8천 개, 혈소판이 25만~35만 개 있다.

연구팀은 연령 격차가 큰 ‘기증자-수용자(donor-recipient )’ 조합을 염두에 두고 백혈병 환자에게 이식된 건강한 기증자의 혈구에서 ‘세포 나이(cellular age)’를 측정했다.

그랬더니 젊은 기증자의 혈구는 나이 든 사람에게 이식해도 원래 나이를 그대로 유지했다.

역으로 성인 기증자의 혈구를 어린아이에게 이식해도 결과는 같았다. 기증자 혈구의 이런 내재적 나이는 이식 후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마쓰야마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이른바 ‘젊음의 샘(fountain of youth)’에 관한 것”이라면서 “혈구가 인간 노화의 마스터 시계(master clock of human aging)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혈구는 세포 나이를 측정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DNA 메틸화(DNA methylation)의 후생적 패턴(epigenetic patterns)을 유지했다. 이식된 혈구의 DNA 메틸화 나이가 수용자 혈액에 여러 해 노출된 후에도 기증자의 원래 나이와 같았다는 것이다.

혈구 기증자와 수용자의 나이 차이가 최대 49세까지 났는데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마쓰야마 박사는 “혈구가 나이를 기록하는 계시원 같은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DNA 메틸화란 CpG 염기서열 중 주로 시토신(cytosine) 염기에 일어나는 메틸기 공유결합 변형을 말하는데, 메틸화 정도가 높을수록 전사 억제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세포 나이의 미세 측정은, 생물통계학자로 연구에 참여한 캘리포니아대의 스티브 호바스 박사가 맡았다. 그는 혈구 DNA에서 발견된 353개의 개별 메틸화 위치를 이용해 세포 나이를 세분화했다.

혈구 샘플은 ‘케이스 종합 암센터’와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백혈병 연구 센터 등에서 확보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는, 혈구의 노화 시계가 세포 안에 내재하고, 유형이 다른 세포와의 상호작용으론 어떤 변화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실험증거(experimentalevidence)를 처음 찾아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 이 노화 시계의 재설정 방법을 알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혈액암 세포의 DNA 메틸화 패턴이 불안정해지는 것에 주목한다.

마쓰야마 박사가 ‘고장 난 시계’라고 표현한 혈액암 세포는 나이 측정값에서 큰 편차를 보인다. 예컨대 실제로 50세인 환자의 세포 나이가 5세 또는 200세로 나온다는 것이다.

마쓰야마 박사는 “혈액암 세포의 특정 유전자가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 “그 유전자를 찾아내면 시계를 재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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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19년 6월 24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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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연장의 꿈 이루어지나?

아직 시작에 불과…과학계 ‘과대망상’ 우려

 

지난 2016년 미국의 부동산업자인 제임스 스톨(James Stole)이란 사람이 ‘급진적 수명연장연맹(Coalition for Radical Life Extention)’을 창립했다.

이 기구는 인간의 수명 연장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특히 과학을 통해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2016년 8월 의학자, AI 전문가, 생명공학자, 미래학자 등이 모인 가운데 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라드 페스티벌(RAAD)’을 개최한 바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을 수명연장주의자(life extentionists), 혹은 장수주의자(longevists), 영생주의자(immortalists)라고 부른다. 줄기세포 및 유전자 치료, 재생의학, 장기이식 등을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믿어서 붙여진 호칭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노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생체지표를 찾고 있는 가운데 장수를 열망하는 비과학적인 주장이 난무하고 있어 노인학자들을 고민케 하고 있다. ⓒgeneticliteracyproject.org

 

수명연장주의자들 150세 수명 원해

그러나 수명연장주의자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4일 ‘가디언’ 지는 수명연장주의자들을 두 부류로 분류했다. 첫 번째 부류는 과학 연구를 통해 수명을 점차 연장해나갈 수 있다고 보는 이성주의자들(rationalists)이다.

‘설립한 제임스 스톨은 두 번째 부류에 속한다. 150살까지 살기를 원하는 스톨처럼 자기 사업을 하면서 과학자들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를 고대하고 있는 그룹을 말한다.

그중에는 세계적인 기업인,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가와 같은 돈이 많은 사람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수명 연장의 꿈을 안고 새로운 그룹을 형성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수명 연장을 위한 아이디어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비법들이 식이요법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노쇠한 세포를 새로운 줄기세포로 교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과학자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많은 수명연장주의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그리스 출신의 의사이면서 영국장수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마리오스 퀴리아지스(Marios Kyriazis) 박사는 오래지 않아 다양한 장수 비결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이 급한 수명연장주의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자기만의 비법(?)으로 장수 비결을 선보이고 있다. 제임스 스툴은 오랜 경험을 통해 입수한 장수 비결에 따라 식단을 만들어 이를 정제화한 후 매일 복용하면서 이 방식을 외부에 홍보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인 짐 멜론(Jim Mellon)은 ‘젊음(Juvenescence)’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75세를 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10~20년을 더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책에서 기록한 장수 비법을 통해) 110세까지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화 생체지표 찾고 있지만 ‘시작’ 단계 

 

UNCW Gerontology – Population Aging is a Global Issue ⓒ Vimeo

 

이 같은 주장들이 난무할 수 있는 근거는 노인학(gerontology)이다. 노인의 소득과 건강, 주거, 여가생활 등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의 한 분야를 말한다. 그러나 노인 문제를 포괄적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노인병학(geriatrics)과는 구별된다.

세계적으로 노인학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최근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노인학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노인학자들 역시 노인들이 겪는 질병을 치료하고, 사람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영국의 생의학자이면서 노인학자인 오브리 드 그레이(Aubrey de Grey) 캠브리지대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을 통해 “노인병에 걸리지 않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노인학자인 오브리 드 그레이(Aubrey de Grey) 캠브리지대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을 통해그는 일부 노인학자들의 연구 결과나 발언이 종교적 예언자들이 말하듯이 영생, 불멸로 비화되는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 Wikimedia

 

그레이 교수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불멸이나 영생을 목표 지점에 놓고 있는 일부 연구에 관한 것이다. 그는 “노인학 연구가 알츠하이머, 심혈관계 질환 등 노인성 질병 치료에 집중되고 있다.”며, “일부 노인학자들이 불멸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과대망상의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노인학자들의 연구 결과나 발언이 종교적 예언자들이 말하듯이 영생, 불멸로 비화되는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G)의 리처드 호즈(Richard Hodes) 원장은 “다양한 동물 실험을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되고 있지만 이 방식을 다른 포유류 동물들에게 적용했을 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노화와 관련된 근본적인 원인을 추적하고 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1년 장수 재단(Longevity Fund)을 설립한 생물학자인 로라 데밍(Laura Deming) 박사는 “재단에서 지원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통해 노화의 원인이 되는 생물학적 생체지표(biomarker)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장수 재단(Longevity Fund)을 설립한 생물학자인 로라 데밍(Laura Deming) 박사의 사진 ⓒ Wikimedia Commons

 

그는 “이 지표들은 기능이 저하된 세포, 또는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것으로 아직까지 명확한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데밍 박사처럼 많은 노인학자들이 노화의 원인이 되는 생체지표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예상대로 그 지표를 찾아냈을 경우 치료를 통해 노화를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고, 100살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람은 기계처럼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정신적인 요인을 비롯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라는 것이 과학계 정설이다. 더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제임스 스톨의 열망은 이해하지만 이로 인해 노인학이 방향을 잃고 비과학적인 논란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노인학에 뛰어든 많은 과학자들이 크게 우려하고 중이다.

 

 

 

 

2023년 3월 25일 뉴스입니다~

(원문)

 

노화란 무엇일까? 죽음에 이르는 12가지 연결망

photo 게티이미지

늙음, 즉 노화란 무엇일까. 국제학술지 ‘셀(Cell)’은 지난 2013년 그 당시까지의 노화 연구를 모두 모으고 분석해 9가지 특징으로 노화를 정리해 발표한 바 있다. 이후 10년간의 연구를 종합해 3가지 특징을 더한 확장판 논문을 최근 소개했다. 세계 과학계가 밝혀낸 노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1 유전체 불안정성

우리 몸속에서 유전정보는 DNA의 형태로 보관된다. 이 DNA가 모여 염색체를 이룬다. 보통 정상 세포에서는 정교한 손상 복구 시스템으로 DNA가 온전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때때로 많은 유전적 요소, 방사선·화학물질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DNA의 절단과 변이, 염색체의 숫자와 구조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이상 현상을 ‘유전체(게놈) 불안정성’이라고 한다.

유전체 불안정성은 DNA 손상 복구와 관련이 밀접하다. 예를 들어 더운 여름날 세포가 직사광선을 직접 쬐었다면 DNA에 손상을 줄 수 있는데, 이때 일상 수준의 DNA 손상이라면 복구가 이뤄져 변형을 바로잡기 때문에 유전체의 불안정성은 없어진다. 하지만 복구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변형 DNA는 복구되지 않아 세포의 변형을 일으키는 노화의 근본적 원인이 된다.

2 텔로미어 길이 단축

인간은 주기적으로 세포분열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세포들이 분열될 때는 DNA를 복제한다. 하지만 염색체 끝부분에 달린 텔로미어(Telomere)는 복제되지 않고 세포분열 때마다 조금씩 길이가 짧아진다. 그리고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을 만큼 짧아지면 세포분열은 정지하고 세포는 사멸한다. 이것이 노화와 직결된다. 근육세포에서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면 힘이 약해지고, 피부세포에서 짧아지면 탄력이 감소한다.

3 후성 유전적 조절 변화

‘후성 유전학’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DNA 서열은 변하지 않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운동, 바이러스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유전자 발현 패턴이나 활성이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DNA에 달라붙는 생화학물질 ‘메틸기’의 패턴에 의해 유전형과는 다른 표현형의 변이가 나타나고 그것이 대물림된다. 예를 들어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유전자를 가졌는데도 자라면서 주변 환경과 생활습관이 다르면 노화가 다르게 일어난다. 한 명은 건강하지만, 한 명은 엉뚱한 장소에서 엉뚱한 유전자가 켜진다. 그 결과 세포가 정체성을 읽고 기능 이상에 빠진다. 후성 유전학 변화가 세포에 영향을 미쳐 생기는 정보의 상실이 노화인 셈이다.

4 단백질 항상성 상실

단백질은 사람 몸에서 물 다음으로 많은 질량을 차지하는 분자다. 뼈대를 세포 수준에서 구축하고 여러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효소 역할을 하는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 역할을 담당한다. 10만종이 넘는 인체의 수많은 단백질들은 유전적 결함이나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 단백질 상태를 원래대로 복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합성되고 분해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단백질 항상성’이라고 하는데, 평균적으로 2~3%가 매일 교체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단백질 항상성이 떨어진다. 몸이 노화될수록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는 이유다. 단백질 항상성이 붕괴돼 손상된 단백질이 축적되면 결국 각종 암이나 신경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원인으로 이어진다. 단백질 항상성이 손상된 단백질의 처리에 달린 셈이다.

염색체 끝부분에 달린 텔로미어(파란색 부분)는 세포분열 때마다 조금씩 길이가 짧아진다.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을 만큼 짧아지면 세포분열은 정지하고 세포는 사멸한다. photo genengnews.com

5 거대 자가포식 장애

단백질 응집체는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제거된다. 수명을 다한 세포에만 붙는 ‘유비퀴틴 단백질’을 활용하는 ‘프로테아좀 시스템’과 세포 내부의 오래된 단백질이나 손상된 소기관을 세포가 스스로 먹어치우는 ‘자가포식’의 방법이다. 리소좀이라는 소기관을 통해 분해·청소해 세포의 활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영양소로 재활용하는 자가포식은 세포의 생존과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 현상이다.

이 같은 자가포식에 장애가 발생하면 노화와 관련된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은 자가포식 기능을 퇴행성 뇌질환 등의 치료에 적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이 현상을 최초로 발견한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 명예교수가 수상했다.

6 영양소 감지능력 감소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흡수된 영양소의 질을 인지하는 감지능력이 있다. 정상 범위의 농도를 인지하고 반응한다. 노화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이 반응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때 세포의 노화가 빨라지면서 흡수된 영양소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정상 세포에서는 인슐린을 감지할 경우 포도당을 내부로 받아들여 혈당을 떨어뜨리는 ‘인슐린 저항성’이 작동하는데, 이 반응 센서가 둔해지면 그러한 조절이 힘들어진다.

7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 공장이다. 자동차 엔진이 휘발유로 동력을 만들어내듯,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 영양소를 산소를 이용해 탄수화물 형태의 에너지(ATP)로 만들어 세포에 공급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유독물질인 활성산소가 배출된다. 활성산소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는 매연과 같다.

활성산소는 반응성이 높아서 DNA, 단백질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적정량의 활성산소는 백혈구가 세균을 죽일 때 도움을 주지만 과도하게 발생하면 다른 세포들을 공격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 감소는 결국 노화로 이어진다.

8 세포의 노화

우리의 몸은 약 30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 이들 세포는 분열·성장·죽음 단계를 거치면서 체내에 일정한 세포 수를 유지한다. 오래된 세포가 죽고 새로운 세포가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이다. 그런데 분열횟수가 많아져 염색체 끝 손상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증식 속도가 떨어져 세포는 일단 분열을 멈추고 노화 세포 상태로 들어간다.

다시 말해 세포 노화는 산발적으로 발생되는 세포 손상이 조직의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불가역적인 세포 주기 정지 메커니즘인 셈이다. 이 같은 노화 세포가 점점 누적되면 대부분 염색체 이상이나 형태적 변화를 일으켜 다양한 만성 질병에 관여한다.

9 줄기세포의 고갈

세포 노화는 줄기세포와 전구세포 같은 순환 세포들을 고갈시키는 역할도 한다. ‘줄기세포(stem cell)’는 스스로 계속 분열하면서 몸을 구성하는 여러 기관이나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을 갖춘 미분화 세포를 말한다. 제 기능을 못하는 세포나 장기를 대체할 수 있어 난치병에 줄기세포를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줄기세포는 재생이 계속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고갈된다. 그 결과 조직의 항상성과 재생이 저해되어 노화 역전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10 세포 간 소통 변화

한 사회나 조직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듯, 세포가 사는 세상 역시 서로 신호를 보내 소통한다. 세포와 세포 사이에 설치된 첨단 신호 전달 시스템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생명 유지를 위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외부 침입에 대처한다. 걸어갈 때 뇌가 방향을 파악하고 속도를 조절해 다리를 움직이는 작업 역시 소통의 산물이다.

이런 세포 간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조직 기능이 무너져 노화가 진행된다. 각 조직과 기관의 노화한 세포가 이웃한 세포에 활성산소를 전달하며 일종의 전염성 노화를 발현시킨다. 이 때문에 멀리 떨어진 조직에서도 세포가 변형돼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에 오류가 생기면서 염증반응이 증가하고, 병원균이나 악성 세포에 대한 방어 능력도 줄어든다.

11 만성 염증

염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왔을 때나 생체 조직이 손상을 입었을 때 체내에서 일어나는 방어적 생체 반응이다. 급성 염증과 만성 염증으로 나뉜다. 급성 염증은 손상된 세포와 조직을 치유하는 정상적인 회복 과정이다. 감염, 외상, 독소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대부분 며칠 내로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진다.

반면 만성 염증은 사라지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계속 일어나는 염증 반응이다. 약물 부작용, 환경적 요인, 면역계의 약화가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 염증은 조직 손상과 회복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올바른 조직 복구가 일어나지 않아 문제가 된다. 염증이 혈관을 따라 곳곳을 다니며 신체를 천천히 손상시키는데, 세포의 노화와 변형은 물론 면역계를 교란시킨다. 이로 인해 관절염을 비롯해 뇌졸중, 염증성 장질환 등 각종 질병 위험을 높인다.

12 장내 미생물 불균형

장내 미생물은 인체를 구성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우리 몸에는 100조개에 이르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 대장 등 소화기관에 서식하는 장내 미생물로 나쁜 세균(유해균)과 좋은 세균(유익균)이 균형을 맞추면서 공존한다. 장내 미생물의 대사산물은 면역세포와 내분비세포는 물론 신경세포에까지 작용해 생체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이상적일 때는 면역력이 최상의 상태가 된다.

장내 미생물은 구강과 대장에 80% 존재한다. 위와 소장에는 별로 없다. 이 분포가 깨지면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생긴다. 생활습관, 식습관, 환경 조건으로 소장에서 정착해야 할 세균이 다른 집인 위에서 버티며 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착한 세균보다 나쁜 세균이 더 존재해도 문제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지면 신체 노화가 가속되면서 만성장증후군, 역류성 식도염 등 건강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친다. 장내 미생물과 노화의 연관성이 밝혀진 건 최근 일이다.

 

 

 

2023년 4월 14일 뉴스입니다~

(원문 정보: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277/0005245451?cid=1017775)

 

노화 핵심 효소 찾았다…현대판 ‘불로초’ 나올까?

독일 쾰른대 연구팀, 인간 등 5종 동물 연구 결과
‘RNA중합효소 II’가 노화에 핵심 역할”
인간 등 동물의 노화에 관여하는 핵심 효소가 발견됐다. 약물로 노화를 막는 현대판 ‘불로초’의 개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독일 쾰른대 연구팀은 최근 인간과 초파리, 들쥐, 생쥐, 선충류 등 전혀 다른 5종의 동물을 상대로 노화 원인 및 방지법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의 논문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동물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세포 내부의 신진대사에서 신뢰성이 떨어져 유전자 돌연변이가 더 자주 발생하고 염색체가 끊어져 짧아진다.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노화가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지만 전사(transcription), 즉 DNA를 주형으로 RNA가 합성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쾰른대 연구팀은 이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5종의 동물, 즉 선충류, 초파리, 생쥐, 들쥐, 인간(여러 연령대의 성인) 등으로부터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했다. 먼저 노화가 전사 유도 효소인 RNA 중합효소 II(Pol II)가 DNA 가닥을 따라 이동하는 속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측정했다. 이 결과 5종 모두 동일하게 나이가 들수록 평균적으로 Pol II 효소의 이동이 더 빨라지며, 정확도가 떨어지고 오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식단 제한ㆍ인슐린 분비 억제가 노화 지연ㆍ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활용한 연구도 실시했다. 이같은 방법이 Pol II의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것이다. 그러자 인슐린 신호 유전자에 고의적으로 변이를 일으킨 선충류, 생쥐, 초파리의 경우 Pol II 속도가 느려졌고,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한 생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Pol II 효소의 속도가 수명 연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Pol II 효소의 속도를 늦추도록 초파리와 선충류의 수명을 측정했더니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10~20% 이상 더 오래 살았다. 또 같은 선충류의 유전자를 편집해 이같은 변이를 정상화시켰더니 다시 수명이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특히 Pol II 효소의 가속화가 어떤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도 확인했다. 세포 내에는 히스톤(histones) 단백질의 주변을 DNA 가닥이 휘감고 있는 ‘뉴클레오솜(Nucleosome)’이 존재한다. 그런데 인간의 폐 세포 및 제대 정맥 세포를 분석해 보니 노화된 세포일수록 뉴클레오솜의 숫자가 적어 Pol II의 이동이 빨랐다. 연구팀이 세포 내의 히스톤 단백질의 발현을 촉발시키자 Pol II의 속도가 느려졌다. 실제 초파리의 경우 히스톤 단백질의 수치를 늘리자 수명이 연장되는 것이 관찰됐다.

콜린 셀먼 영국 글래스고대 교수는 “노화 메커니즘이 다양한 종에 걸쳐 비슷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 정말 놀라운 연구 결과”라며 “Pol II 효소가 노화 방지를 위한 약물 치료의 타깃이 될 수 있을지 연구해 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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