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에 서식하는 독개구리 가운데 하나인 에피페도바테스 앤소니. 에비바티딘이라는 독을 만든다 (사진= Rebecca Tarvin /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개구리 가운데는 매우 화려한 색을 뽐내는 것들이 있다. 물론 멋을 내기 위해서는 아니다. 독버섯과 마찬가지로 알록달록 예쁜 색을 입은 개구리는 자신에게 독이 있으니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광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만드는 독은 사람에게도 위험하지만, 의외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독개구리가 만드는 신경독은 신경 세포를 마비시키는데, 용량을 적당히 조절하면 중독성이 없는 비마약성 진통제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곤란한 문제가 있다. 약물로 사용하기에는 효과가 강해서 사람에서도 마비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정작 독개구리 자신은 신경독에 중독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텍사스대학의 연구팀은 에피페도바테스(Epipedobates)속의 개구리가 만드는 에피바티딘(epibatidine)이라는 신경독을 연구했다.
이 독을 만드는 개구리는 잘 모르고 자신을 잡아먹는 포식자의 신경을 마비시켜 죽게 하지만, 정작 자신의 신경은 마비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그 비결이 신경 세포 수용체(receptor)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수용체는 2500개 정도 되는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에피바티딘은 여기에 단단히 결합해 신경 세포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하지만 정작 개구리 자신은 수용체의 아미노산 3개를 바꿔 에피바티딘이 결합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따라서 개구리 자신은 독에서 무사할 수 있다.
자연계에서 자신의 독을 중화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독을 피부 등 국소적으로만 보유하거나 간에서 독을 해독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 개구리의 경우 매우 단순한 방법으로 거의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중독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연구팀은 에피바티딘이 사람 신경 수용체에 결합하는 방식을 연구해 독성은 줄이고 진통 효과는 늘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는 진통 효과는 우수하지만, 중독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중독성이 없으면서도 효과가 강한 새로운 진통제가 개발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약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반대로 독 역시 약으로 사용될 수 있다. 자연계에 있는 독을 약으로 개발한 사례는 보툴리누스균이 만드는 보툴리눔 독소를 약물로 개발한 보톡스를 비롯해서 수없이 많다. 하지만 천연 물질을 약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물 자원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에피페도바테스 개구리가 사는 에콰도르를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동식물의 서식지가 줄어들어 유용한 생물자원이 개발되기도 전에 사라질 위기가 놓여 있다. 필요한 자원은 개발하되 다양한 동식물 역시 미래의 자원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호하는 균형 잡힌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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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2년 12월 23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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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유리개구리, 포식자 눈 피해 빨간 적혈구 간(肝)에 보관
수면(왼쪽)과 마취 중 적혈구 위치를 포착한 광음향현미경 이미지.
[Junjie Yao, Duke Universit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몸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유리개구리(glassfrog)가 포식자를 피해 투명체가 될 때 눈에 잘 띄는 혈액의 적혈구를 간(肝)에 숨겨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듀크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의 개구리 전문 생물학자 카를로스 타보아다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북부 유리개구리(Hyalinobatrachium fleischmanni)의 투명 위장술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중남미에 서식하는 북부 유리개구리는 몸 크기가 2-3㎝에 불과한 소형 개구리 종으로, 주로 밤에 활동하고 낮에 잠을 잔다.
활동할 때는 피부가 녹색이어서 주변 나뭇잎과 잘 어우러지고, 낮에 휴식을 취할 때는 피부와 근육이 투명해져 자연환경에서는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잎 안쪽 달라붙어 투명체로 수면 중인 유리개구리
[Jesse Deli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양 환경에서는 유리개구리처럼 투명해 지거나 피부 색깔이 바뀌는 생물이 꽤 있지만 육지에서는 아주 드물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혈관을 따라 몸을 도는 혈액 속 빨간 적혈구가 식물이 반사하는 녹색 사이에서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리개구리가 투명해질 때 혈액 속 적혈구가 사라지는 듯한 현상을 목격했으며, 반사막에 싸여있는 내부 장기 중 한 곳에 저장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노력이 투입됐다고 한다.
논문 공동저자인 미국자연사박물관의 제시 델리아는 “개구리가 깨어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또는 마취상태에서는 순환기가 적혈구로 가득 차 투명하지 않았다”면서 “투명체를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행복하게 잠을 잘 때 뿐인데 이를 연구실에서 재현할 방법이 없어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결국 비침습성 이미지 기술인 ‘광음향현미경'(PAM)을 동원해 돌파구를 찾았다. 레이저빔을 쏘아 생체 분자가 이를 흡수, 초음파를 생성하는 것을 토대로 이미지를 얻는 것으로, 조영제를 투입하지 않아도 돼 유리개구리의 적혈구를 찾아내는데 적합했다.
연구팀은 유리개구리가 배양접시에 거꾸로 매달려 잘 때 녹색 레이저를 비추고 이를 통해 생성되는 초음파를 포착해 적혈구의 위치를 확인했다.
유리개구리 수면과 활동 때 적혈구 흐름 비교
[Carlos Taboad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결과, 순환 적혈구의 90% 가까이가 제거돼 간에 저장되는 것이 드러났다.
이 적혈구들은 유리개구리가 활동을 시작하면 간에서 흘러나와 순환기를 돌고 휴식기에는 다시 간에 집적됐다.
듀크대 생물학 교수 쇤케 욘센은 “유리개구리가 쉬거나 잡아먹힐 위험이 있어 투명체가 되려할 때마다 혈액에서 적혈구를 거의 모두 빼내 반사체로 코팅된 간에 숨겨두고, 활동할 때는 다시 혈관으로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큰 혈전이 생기는 것을 피한다는 점은 중요한 결과”라고 했다.
연구팀은 유리개구리가 거의 모든 적혈구를 간에 저장하면서 혈전이나 주변 조직 손상을 유발하지 않는 방법을 분석해 인체의 혈관 치료에 응용하는 것은 차기 연구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