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동물을 구분하는 차이점 중 하나로 에너지 생산 방식을 들 수 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태양에너지를 생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반면에 초식동물은 이런 식물을 섭취하여 광합성 에너지의 일부를 자신이 사용한다. 이어서 육식동물이나 인간이 초식동물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자신의 에너지로 만드는 방법을 취한다.
그런데 여기 식물인지 동물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존재가 있다. 바로 에메랄드 색을 내는 푸른 민달팽이(Elysia Chlorotica)다. 물론 민달팽이 외에도 광합성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산호다. 산호 자체는 동물이지만 체내에 조류(Algae)를 키워 이들로 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하지만 민달팽이의 경우는 스스로 광합성을 한다는 데서 산호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처럼 동물이면서도 식물의 특징을 가진 독특한 개체의 발견에 대해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푸른 민달팽이들이 자신들이 섭취한 조류에서 엽록체를 빼앗아 광합성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하면서, 이들은 엽록체를 소화하는 대신에 자신의 세포 안으로 엽록체를 이동시켜 이를 광합성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관련 링크)
동물과 식물 특성 함께 지닌 푸른 민달팽이
푸른 민달팽이의 경우는 얼핏 보면 해조류같이 보인다. 생김새도 마치 나뭇잎 같지만, 실제로 자신의 몸을 통해 광합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해조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식물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달팽이의 발견 이후 과학자들은 어떻게 엽록체가 동물의 체내에서 생존하며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지를 궁금하게 여겼다.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미 사우스플로리다대의 시드니 피어스(Sidney Pierce) 교수와 연구진은 피쉬 라벨링(Fish Labeling)이란 방법을 이용하여, 민달팽이가 먹은 조류들의 유전자 중 일부가 푸른 민달팽이의 체내로 전이되는 과정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민달팽이가 조류를 먹게 되면 조류의 세포는 대부분 파괴되지만, 일부 DNA는 플라스미드(plasmid) 형태로 살아남아 민달팽이의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피어스 박사는 “진핵 생물 간의 DNA 교환 현상으로 보인다”고 정의하면서 “부모에게 유전자를 물려받는 대신 다른 생물에서 전달 받기 때문에 수평적 유전자 전이(Horizontal Gene Transfer)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연구진은 계속해서 유전자가 전이되는 과정을 추적했고, 민달팽이가 조류를 지속적으로 섭취함으로써 엽록체를 보완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공급받는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피어스 박사는 “민달팽이는 조류로부터 엽록체와 유전자 모두를 넘겨받기 때문에 자신의 체내에서 광합성을 계속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그 덕분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부 에너지는 광합성으로부터 얻고, 나머지는 자신이 먹은 조류에서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험을 진행하며 연구진은 민달팽이들이 먹이를 먹지 않아도 식물처럼 에너지를 얻어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이 같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민달팽이들을 수조에서 몇 달 동안 키웠다. 그 결과 하루 12시간 정도의 햇빛 만 쬐면 먹이 없이도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이 같은 형질이 자손에게도 전달된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 외에도 연구진은 푸른 민달팽이의 새끼들이 해조류를 충분히 먹어 엽록체를 가져올 수 있을 때까지는 광합성을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스스로 엽록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광합성 가능한 동물로 식량문제 해결
사우스플로리다대 연구진의 이 같은 실험결과는 새로운 가능성을 낳았다. 바로 광합성이 가능한 동물을 만들어 식량문제를 해결한다는 아이디어로 까지 발전한 것이다. 특히 이런 기술을 발달시켜 인간에게도 엽록체를 주입함으로써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런 기술이 개발된다면 미래의 인류는 지금처럼 많은 식량을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 몇 시간의 일광욕을 하고, 약간의 물과 기타 영양소를 섭취하기만 하면 에너지를 인간의 몸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농경지 확장이나 삼림파괴는 물론 환경위생과 비정상적 축산업의 문제 등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면서 첫 번째로 체내에 엽록체를 계속 생산하고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사람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엽록체를 생산하는데 있어 필요한 유전자는 3000∼3500개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00여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식물세포핵 내에 존재한다. 따라서 최소 2900개 이상의 식물 유전자를 인간의 체내에서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비로소 인간은 광합성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식물의 유전자를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인체 조직과 결합시켜야 하고, 또한 유전적으로도 문제가 없도록 미래에 개발될 모든 생명공학 기술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연구와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금보다 태양빛에 훨씬 많은 시간을 노출시켜야 광합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민달팽이나 산호 등 광합성 기능을 지닌 동물들은 몸이 투명하다. 이는 자외선 등 유해한 태양빛을 차단하면서도 빛을 체내까지 받아들여야 광합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한 진화한 산물로 보인다.
식물의 경우만 해도 태양빛을 받아 광합성을 할 때, 세포단위의 미세한 손상을 입으면서 이를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하지만 인간이나 육상동물의 경우는 태양빛에 견디기 위해 멜라닌 색소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이유로 만약 인간이 효율적인 광합성을 위해 하루에 수 시간씩 태양빛에 노출시킬 수 있는 투명한 피부를 지니게 된다면 피부암 등의 심각한 세포손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예측은 인체의 체질이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실현되기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사람의 주식인 어류에 부분적 광합성 기능을 주입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하버드대에서는 이러한 연구가 시도된 적이 있다. 이 대학의 연구진은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을 제브라피시라는 물고기의 알에 주입했는데, 놀랍게도 미생물들은 물고기가 알에서 깨어 나온 뒤에도 2주 동안 살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예상대로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물고기의 몸 안에서 증식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극소량의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물고기에게 제공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의 관계자는 “머지않아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녹색의 생선이 시장에 대량 공급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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