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관점에서 본 마음시간의 비밀
시간 변화는 습득 이미지 변화로 느껴
신호전달 경로 길어지고 속도도 느려져
같은 시간 받는 이미지 수 적어진 결과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가 추가됐다. 듀크대 제공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질까? 어렸을 땐 하루가 참 길게 느껴지다가, 늙어선 하루가 화살처럼 빨리 가는 것같은 이유는 뭘까?
그 동안의 연구들은 노화에 따라 생체시계가 느려지는 점, 기억 능력이 줄어드는 점, 뇌의 작동 속도가 느려지는 점, 새로운 자극에 민감한 쾌락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 분비가 줄어드는 점 등 다양한 원인들을 제시해왔다. 아마도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 요인보다는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최근 이에 대한 또 하나의 과학적 설명이 덧붙여졌다. 물리학적으로 인체의 변화를 들여다본 연구 결과다. 결론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 `시계시간'(clock time)과 마음으로 느끼는 `마음시간(mind time)이 같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미 듀크대 기계공학 교수 애드리안 베얀(Adrian Bejan)이 3월18일 저널 <유러피안 리뷰>(European Review)에 게재한 소논문에 따르면, 마음시간은 일련의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다. 이 이미지들은 감각기관의 자극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신체가 노화하면 뇌가 이미지를 습득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덩달아 이미지의 변화 속도도 느려진다. 나이와 함께 바뀌는 안구의 움직임이나 몸집 등 신체 특성의 변화가 이를 매개한다.
“사람들은 흔히 젊은 시절 기억이 많은 것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더 깊거나 더 의미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빠른 속도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베얀 교수는 그 원인을 인체의 물리적 변화에서 찾는다. 세월과 함께 신경망이 성숙해지면, 즉 신경망의 크기와 복잡성이 커지면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가 더 길어진다. 또 신호전달 경로도 나이가 들면서 활력이 떨어져 신호의 흐름이 둔해진다.
이런 신체 변화는 총체적으로 새로운 심상(mental image)을 습득하고 처리하는 속도를 떨어뜨린다. 이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어른들보다 얼마나 빨리, 그리고 빈번하게 움직이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베얀은 말한다. 아이들은 이미지를 어른들보다 빨리 처리하기 때문에 눈동자를 더 자주 움직이게 되고, 자연히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정보를 엮어낸다는 것이다.
그 결과 똑같은 물리적 시간에 어른이 받는 이미지 수는 어린 사람보다 더 적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은 자신이 인지한 이미지가 바뀔 때 시간의 변화를 감지한다. 그러니 감지한 이미지가 더 적은 어른은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게 베얀의 설명이다.
자신이 인지한 이미지가 바뀔 때 시간의 변화를 느낀다. 픽사베이
“10살까지의 5년은 40살 이후 40년과 같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서 마음시간은 과연 얼마나 빨라질까?
이와 관련해선 1996년 미국에서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당시 연구진은 19~24세 25명과 60~80세 15명을 대상으로 마음 속으로 3분을 재보도록 했다. “원, 사우전, 투, 사우전”(1, 1000, 2, 1000)” 이런 방식으로 읊조리며 시간을 재게 했다. 그 결과 젊은이들이 생각한 3분은 평균 3분3초였다. 반면 노인들이 3분이라고 생각한 시간은 실제론 평균 3분40초였다. 자신의 생각보다 시간이 22% 더 빨리 흘러갔다.
영국 배스대의 수리생물학 교수인 크리스티안 예이츠는 마음시간을 대수 비례 함수로 설명한다. 우리가 감지하는 시간은 우리가 이미 살았던 기간의 비율에 좌우된다는 것. 즉 10살 아이에게 1년은 자신의 삶의 10%이며, 20살 청년에게 1년은 자신의 삶의 5%다. 2살짜리가 1년간 경험하는 것과 같은 비율로 20살짜리가 경험을 증가시키려면 30살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5~10세, 10~20세, 20~40세, 40~80세 구간이 각각 같은 의미를 갖는다. 5~10살의 5년 동안 겪는 경험이 40살부터 80살까지 40년간 겪는 경험과 같은 셈이다. 마음시간의 과학적 원리가 젊은 시절의 경험이 그만큼 소중함을 깨우쳐 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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