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영국의 데일리메일 등 외신과 일부 국내 언론에서 “전 세계 과학자 247명이 무선 이어폰, 특히 애플의 ‘에어팟’에서 발생하는 비이온화 전자기장(EMF)이 암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에 호소문을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널리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오보였다. 해당 기사의 원문이 된 외신 기사들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제출된 호소문도 4년 전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제품이나 제조사 역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는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며 오보를 사과했다.
무선이어폰 전자파 논란은 결국 해프닝로 끝났지만 무선 전자기기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알게 해 줬다. 실제로 무선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전자파 노출이 더 많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WHO가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이뤄진 2만5000건 이상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불안한 맘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선 전자기기 전자파, 정말 괜찮은 걸까.
●WHO “전자파 유해론 근거 없어”
전자파 유해론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잡지 ‘뉴요커’에 석면 등 환경과 건강, 역학에 대한 기사를 자주 쓰던 폴 브로더 기자는 1976년 ‘마이크로파’라는 시리즈 기사를 썼다. 당시 아직 낯설고 새로운 존재였던 전자파를 자신의 주특기인 건강 위험과 연결지은 기사다. 그는 “미국인들은 위험한 수준의 마이크로파에 노출돼 있고, 배후에는 국방부와 전자업체의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로 미국에서 전자파 유해론이 큰 힘을 받기 시작했다. 브로더 기자는 1977년 관련된 책을 내고 1989년에도 극저주파 전자파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기사를 쓰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사의 내용은 기우로 밝혀졌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전자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채 쓴 엉터리 기사”라며 “브로더 기자가 일으킨 전자파 논란은 세계적으로 유행을 했고, 1990년대에 바다 건너 한국에도 와 지금까지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더 기자가 기사를 쓸 때엔 전자파의 영향을 검증할 충분한 연구 결과가 쌓이지 않았다. 따라서 당시로서 ‘사전예방’ 차원에서 누군가 제기해 볼 수 있는 문제였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WHO는 여러 해에 걸쳐 방대한 양을 연구했고, “낮은 수준의 전자파가 생물학적 영향을 유발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화학물질보다 증거가 탄탄히 쌓여 있다”며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확신이 강하다.
●“무선이어폰 전자파 휴대전화보다 낮아”
전자파는 자연에 없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태양이나 지구의 자기장 등 자연에서도 발생한다. 부엌의 가스레인지 등 일상에서도 흔하게 나온다 휴대전화, 기지국, 가전제품, 전선에서만 나오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가 항상 접하는 빛(가시광선)과 라디오 전파, 병원에서 찍는 X선은 다 전자파의 다른 모습이다. 전자파의 정확한 명칭은 ‘전자기파’인데, 빛을 이루는 알갱이(광자)가 마치 파도가 치듯 주기를 갖고 빛의 속도로 뻗어 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빛 알갱이의 파도가 잘게, 자주 치면(파장이 짧으면) 자외선이나 X선이 된다. 이들은 물질의 화학 결합을 끊는 힘을 지닌 ‘이온화방사선’으로 건강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강한 햇빛 속 자외선에 피부가 타는 것도 이런 영향의 일부다. 반대로 파도가 크게, 가끔 치면(파장이 길면) 적외선이나 마이크로파, 라디오파가 된다. 이들은 화학 결합을 끊는 힘이 없다. 무선 이어폰이나 휴대전화 등 무선 전자기기에 쓰이는 전자기파는 다 마이크로파에 속한다. 무선 이어폰도 마찬가지다.
WHO가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전자파는 바로 무선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다. 이 교수는 “통신용 마이크로파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확실히 검증됐다”며 “이미 우리 주변에 수많은 통신용 마이크로파가 지나다니고 있는 만큼 추가로 무선 이어폰을 가까이 가져간다 해서 추가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파분야 국내 유일 국가연구기관인 국립전파연구원도 “시중에 유통되는 무선 이어폰의 전자파는 휴대전화보다 낮은 수준으로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전파연구원은 휴대전화, 무선 헤드셋, 스마트워치, 디지털카메라와 같이 인체에 근접해서 사용하는 휴대용 송신 무선설비의 전자파흡수율을 측정하고 관리한다. 전자파흡수율은 인체에 흡수되는 전자파량을 측정한 값이다. 체중 1㎏에 흡수되는 전자파 에너지 양(W·와트)으로 나타낸다. 에너지양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전자파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이 결국 ‘열’이기 때문이다. 만약 전자파흡수율이 1W/㎏라면, 인체는 1㎏당 1W의 전자파를 흡수한다. 체중 60㎏의 사람이면 60W를 흡수한다는 뜻이다.
전자파 흡수율의 국제 권고 기준은 2W/㎏이다. 2W는 꼬마전구 1~2개를 1초 동안 켜는 에너지다. 한국은 이보다 엄격한 기준인 1.6W/㎏을 기준치로 정하고 있어 이 수치를 넘어서는 기기는 시중에 유통될 수 없다. 전파연구원은 “휴대전화의 전자파흡수율 최대 허용값은 0.2~1.0W/㎏ 정도이며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때에는 이 수치가 더 떨어진다”고 밝혔다. 무선 이어폰의 경우 최대허용값이 0.2W/㎏이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때에는 그 10분의 1 수준인 0.02W/㎏선으로 더 낮아진다.
김기회 전파환경안전과 연구관은 “무선 이어폰은 인체 가까이에서 사용하는 기기지만, 안테나 출력이 5~8㎽(밀리와트. 1㎽는 1000분의 1W)로 고시에서 규정하는 기준치 20㎽ 에 미치지 못한다. 아예 측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선이어폰으로 음악을 많이 듣는데, 이 음악 데이터는 휴대전화가 전송한다. 이어폰은 수신만 하기 때문에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사용해도 된다”고 밝혔다.
현재 그나마 일각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분야는 새로 등장한 전자기기를 장기간 이용할 때의 영향이다. 기존 WHO 등의 연구가 LTE가 등장하기 전에 이뤄진 연구로, LTE 시대 이후의 휴대전화 전자파에 대해서 장기 연구가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연구를 통해 건강 영향이 없다는 확실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과학적 검증 과정일 뿐, 실제로 건강 영향을 우려해서는 아니다. 한 예방의학과 교수는 “3G 등 기존 전자파와 마찬가지로 LTE 역시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사전 예방을 위해 과학적 연구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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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2년 8월 6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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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인체 유해성 논란…휴대폰은 괜찮냐고요?
각양각색 휴대폰 이슈, 제품, 기능 활용법 등을 소비자 관점에서 쉽게 풀이해봅니다.
최근 휴대용 선풍기를 둘러싼 이슈가 하나 있었습니다. 한 시민단체에서 자체 실험한 결과 시중에 널리 유통 중인 목·손 선풍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인체 유해성 기준의 수십~수백배를 초과했다는 보고서 때문이었는데요. 논란이 있었으나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전자파 유해성 기준 대신, 시민단체가 인용한 일부 연구 보고서의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 까닭으로 확인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해당 이슈에 대응해 긴급 검증을 실시한 결과 실제 전자파 방출량은 국제 표준 최대 3분의 1수준인 것으로 확인됐죠.
하지만 전자파에 대한 일부 소비자들의 불안과 우려는 가시지 않은 듯합니다. 휴대용 선풍기 검증 결과를 보도한 본지 기사 댓글에도 일부 누리꾼은 “휴대폰 이길 전자파 없을 텐데”, “휴대폰이 더 위험할 듯”과 같은 반응을 보였는데요. 사실 상식적으로 잠깐 쓰는 선풍기보다는 종일 곁에 두는 휴대폰 전자파가 더 위험할 수 있겠단 생각은 듭니다. 실제로 휴대폰 전자파에 대한 유해성 논란은 과거에도 몇 번 제기된 적이 있죠. 피처폰 시절에는 한 때 ‘휴대폰 전자파를 흡수한다’는 스티커가 유행했던 적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쓰는 스마트폰의 전자파는 정말 인체에 무해할까요? 결론부터 보자면 우선 ‘안심해도 괜찮을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안심해도 좋다’고 단정할 수 없는 건 아직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이 투명하게 검증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국제 표준에 근거한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널리 통용되는 표준보다 나은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먼저 표준을 신뢰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쟁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향일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도 2011년 5월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 발생에 ‘매우 제한적이고 약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는데, 이는 사전주의 차원의 권고이며 과학적 근거로는 심층 연구가 필요함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휴대폰의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은 ‘전자파 흡수율(SAR)’이란 수치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SAR은 단위 시간당 인체의 단위 질량(1kg, 또는 1g)에 흡수되는 전자파 에너지 양을 숫자로 표현한 건데요. 단위는 ‘W/kg‘, 혹은 ‘mW/g‘를 씁니다.
한국과 미국은 국제 권고 기준인 2W/kg보다 엄격한 1.6W/kg을 기준 SAR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자파 노출에 따른 위험 예상 가능 수준보다 50배나 엄격하게 설정된 것이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은 SAR 측정값이 1.6W/kg 미만일 때만 유통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게다가 SAR 시험은 휴대폰 출력이 최대인 상태에서 측정하지만, 실제 통화 중에는 기지국과의 통신에 필요한 최소 출력만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일상에서의 SAR 값은 기준보다 매우 적다고 하는데요. 다만 국립전파연구원도 ‘성장기 어린이는 전자파에 대한 인체 영향이 성인보다 크므로 가급적 휴대폰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합니다.
참고로 시중에 판매 중인 전자파 차단 제품은 2016년 정부가 19개 상품에 대해 측정한 결과 모든 제품에 차단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널리 알려진 숯, 선인장, 황토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파 노출을 줄이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가급적 거리를 두고 쓰는 것(ex: 통화 중 이어폰 사용)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전자파가 인체에 완전 무해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기에, 건강 문제에 예민한 소비자들이라면 자신이 사용 중인 휴대폰의 전자파 방출 수준이 궁금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의외로 쉽게 확인해볼 수 있는데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업무안내-휴대전화 등의 SAR 값’ 메뉴에 접속하면 제품명이나 모델별 공식 SAR 측정값이 공개돼 있습니다.
이 중 ‘휴대폰’ 항목을 살펴보겠습니다. 오래전 출시된 피처폰부터 최신 스마트폰까지 총 1004개 모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네요. 이들 제품의 평균 SAR 값은 0.734로 국내 기준치 1.6W/kg, 해외 기준치 2.0W/kg 대비 훨씬 낮게 계산됐습니다.
비교적 최신 제품 중 인기 모델부터 살펴볼게요.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갤럭시S 22 시리즈는 울트라 모델이 SAR값(W/kg 기준) 0.466, 플러스 모델 0.618, 기본 모델은 0.425를 기록했습니다. 폴더블폰인 갤럭시Z 플립3 0.494, 갤럭시Z 폴드3는 0.689로 대부분 평균값 미만으로 확인되네요.
애플 아이폰의 경우 지난해 말 출시된 아이폰 13 시리즈 정보는 업데이트되지 않아 전작인 12 시리즈를 확인해봤습니다. 아이폰12 프로 맥스 0.961, 아이폰12 프로 1.187, 아이폰12 미니 1.194로 평균 SAR보단 다소 높았습니다. 애플 외 외산 휴대폰 중에는 올해 국내 유통이 시작된 모토로라 엣지20이 1.11, 샤오미 레드미 노트11이 0.921을 기록했습니다.
그럼 SAR이 가장 높은 제품과 낮은 제품은 무엇일까요? 가장 높은 모델은 스마트폰 기준으로 화웨이가 2016년 출시한 ‘화웨이P9 PLUS’이었습니다. 1.49를 기록했습니다. 반대로 SAR 값 0.078로 가장 낮게 측정된 모델은 삼성전자가 2018년 출시한 ‘갤럭시A8 STAR’입니다. 전반적으로 삼성전자 제품들의 전자파 방출량이 낮은 편으로 확인되는데요. 다만 이것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다소 높게 측정된 모델이라 하더라도 모두 한국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니까요. SAR 측정값은 참고만 하길 바랍니다.
한편 최근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문제제기 상황을 겪은 과기정통부는 국민적 우려 해소를 위해 전자파 이슈에 더 민감하게 대응하겠단 방침을 밝혔습니다. 추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는 제품이 있을 경우 정부가 이를 직접 구입해 확인 후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장기간 지속되어 온 전자파 유해성 논란 해소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보다 과학적인 연구 결과 도출, 엄격한 국제 표준 규격 등이 마련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