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나를 공격한다 ‘자가면역질환’> / YTN 사이언스
감기나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면역은 세균, 바이러스 등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균과 싸우는 인체 방어 시스템 역할을 하는데요. 우리가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할 수 있는 건 바로 면역 반응이 원활하게 일어나는 덕분입니다.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 주사를 맞는 것도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는데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조작한 독감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입해서 면역 반응을 유도합니다. 그러면 면역 체계가 독감 바이러스를 ‘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실제로 독감에 걸리면 바이러스를 공격해서 독감을 물리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면역체계가 우리 몸을 오히려 ‘공격’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면역이라는 것은 몸 안에 침입하는 항원과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단백질 항체의 작용으로 이루어집니다. 항체는 특정한 항원과 결합할 수 있도록 저마다 다른 구조로 만들어지는데, 이 항체가 달라붙은 항원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고 백혈구의 식균 작용(食菌作用)에 의해 제거됩니다.
정상적인 면역 체계라면 외부 항원을 공격하는데, 내 몸의 정상 세포나 조직을 적으로 잘못 인식하고 공격해서 질병이 생기는 것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합니다. 면역 기능의 오작동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은 관절, 피부, 근육, 심장 등 신체의 모든 부위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에요.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체계가 어느 부위를 공격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요. 관절이 뻣뻣하게 굳고 통증이 느껴지는 ‘류머티즘 관절염’, 잦은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는 ‘크론병’,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루푸스’, 입안이 계속 허는 ‘베체트병’, 피부가 가려운 ‘아토피’ 등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는 수없이 많습니다.
면역체계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굉장히 정교하게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작동이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병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을 고치기 위해 만들어지는 치료제는 하나의 의약품으로도 여러 종류의 질환에 쓰일 수 있는데요. 예로 들면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제가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만성 건성 치료에도 사용됩니다. 과거에는 자가면역치료제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 전체를 약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해서 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문제가 되는 부위만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들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인제대 서수길 교수팀이 염증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면역억제기전을 작동시키고, 다양한 염증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염증 치료법을 최초로 개발해서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은 발병 원인이 정확하지 않아 현재 수준에서는 치료제가 좋다 해도 완치의 가능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경우는 조기 진단해서 적기에 치료하면 관절이 망가지지 않고, 하고 싶은 활동을 다 할 수 있는 치료가 가능해질 수도 있어요. 자가면역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데,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서 면역 체계의 오작동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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