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전성기를 이루고 자본주의 선진국이 되는 데 이바지한 빅토리아 여왕은 모든 국민이 존경하는 군주였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다.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생리통이 바로 그것이었다.

진통제도 없던 시절 빅토리아 여왕은 지독한 생리통으로 집무를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녀의 주치의는 말 못할 고통을 겪는 여왕에게 명약 하나를 처방했다. 그 명약의 정체는 바로 대마초였다.

대마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약 5천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C 2737년 중국의 ‘중국의학개론’에 등장한 이후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됐다. 중동, 이집트를 거쳐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등 전 세계로 전파된 이 식물의 주 재배 목적은 치료를 위해서였다.

고대 인도인들은 대마초를 마취제나 열병, 이질, 발열, 불면증 등의 치료제로 사용했으며, 고대 그리스인들은 부종 치료제로 이용했다. 또한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기록에는 통증과 우울증, 녹내장, 치질, 질 출혈 등의 질병 치료제로 이용된 것으로 나와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뇌에는 대마초의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의 수용체가 있음이 밝혀졌다. 즉, 우리 뇌에 대마초와 비슷한 환각물질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서는 아기가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 대마초 성분이 태아의 환경변화에 대한 고통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있다.

이외에도 대마는 종교의식이나 의류 제작 혹은 식용 등을 위해 재배되기도 했다.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보다 대마초, 즉 마리화나 단속 건수가 훨씬 높은 미국에서도 초기엔 대마초를 의약품으로 사용했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우울증이나 근육경련 치료제 혹은 진통제 등으로 판매했던 것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대마초에서 추출한 의약품을 최초로 승인해 화제가 되고 있다. ⓒ Public Domain

 

 

희귀 아동 간질의 치료제로 개발돼

그러다 멕시코 이민자들이 점차 유흥 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자 결국 대마초는 마약으로 분류돼 판매가 금지됐다. 대마초의 성분 자체에는 중독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량 혹은 장기간 흡입하면 환각 현상과 우울증, 정신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정신적 의존성이 생긴다.

대마초는 특히 성인 이전의 청소년이나 아동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뉴질랜드 듀네딘에 사는 1000여 명의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1972년부터 약 40년간 진행된 연구결과가 대표적이다.

그들 중 약 5%는 25년 뒤 대마초의 상습 복용자가 됐는데, 18세 이후에 대마초를 시작한 사람들의 경우 지능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18세 이전에 시작한 사람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평균보다 지능이 8점이나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대마초에서 추출한 의약품을 최초로 승인해 화제가 되고 있다. 희귀 소아 간질인 드라베 증후군 및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치료제인 에피디올렉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국의 제약회사 GW파머수티컬이 만든 딸기향이 나는 시럽 형태의 이 의약품에는 대마 성분 중 하나인 칸나비디올(CBD)이 들어 있다. 드라베 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은 임상실험에서 이 약을 복용했을 때 발작이 39% 감소했으며,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은 37%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마초의 환각 및 중독 효과는 필로폰이나 엑스터시 같은 강력한 마약류에 비해 약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마초를 금하는 것은 다른 마약류의 중독으로 가는 관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마초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지난 6월 16일 캐나다 상원은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우루과이에 이어 대마초를 합법화한 두 번째 국가가 됐으며, 미국에서도 일부 주들은 대마초 흡연을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월 의료용을 위한 대마법 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집회가 개최됐다.

 

 

대마초의 환각 및 중독 효과는 필로폰이나 엑스터시 같은 강력한 마약류에 비해 약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마초를 금하는 것은 다른 마약류의 중독으로 가는 관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Pixabay

 

 

이번 승인으로 관련 연구 활성화 기대

대마초를 합법화한 국가에서는 유흥 목적으로도 흡연이 가능하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건 의료용이다. 대마초를 합법화한 미국 일부 주의 경우에도 유흥 목적의 대마초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연방 정부는 여전히 유흥을 위한 대마초 사용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이번에 최초로 대마 성분 의약품을 승인한 FDA도 대마초의 의약적 효용이나 대마초 성분 전체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한정적인 승인, 즉 특정 용도의 의약품 한 가지만을 승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수십 년간 대마초를 마약으로 분류해온 미국 연방정부는 한동안 대마초의 의료적 이용 연구에 대한 자금을 제한했다.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대마초의 의학적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거의 없다. 대마초를 금지하는 다른 국가들도 거의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기존의 의료용 대마초 연구는 경구 투여에만 집중되어 있다. 즉, 증류나 농축액 등 다른 방법으로 섭취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또한 대마초의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및 칸나비디올의 적정 용량이나 투여량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처럼 정보가 부족하기에 대마초에 대한 효율적 이용은 더욱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FDA가 대마 추출 의약품을 처음으로 승인함에 따라 앞으로 대마초의 의료적 이용에 관련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마약단속국도 이번의 FDA 승인에 따라 칸나비디올 성분의 분류를 달리할 것으로 알려져, 관련 연구에 따르는 제약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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