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CNN 등 외신은 지구에서 겨우 6광년 떨어진 ‘슈퍼지구’의 발견을 알렸습니다. 그 주인공은 뱀주인자리의 적색왜성인 ‘바나드’의 주위를 도는 행성 ‘바나드-b’지요. 바나드-b는 지구보다 3배 큰 거대 행성으로, 표면 온도는 영하 130℃인 아주 차가운 곳입니다. 질량이 태양의 40%밖에 되지 않은 작고 어두운 별 주변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작은 별 옆에서 행성, 그것도 현재까지 발견된 행성 중 두 번째로 지구와 가까운 천체를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발견이랍니다.
외계행성 연구에는 항상 이런 의문이 따르게 됩니다. “그 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과학기술로는 바나드-b를 포함한 외계행성들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여부까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생명체가 있다 하더라도 지구처럼 탄소화합물로 이루어진 존재일지 장담할 수도 없고요. 우리가 탄소화합물로 이뤄지게 된 건 지구의 ‘특수한 환경’과 운 덕분이었으니까요.
원소의 출현
생물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됐는지 알려면 우주가 탄생한 순간으로 되돌아가야 해요. ‘빅뱅’(Big bang)이 일어나고 약 38만 년 뒤 최초의 원자핵이 생겨났어요. 뒤이어 수소(H)와 헬륨(He)이 만들어졌지요. 약간이지만 리튬(Li)도 생겼어요. 하지만 아직 생명을 만들기에는 재료가 부족했어요. 첫 번째 별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답니다.
별의 내부에서는 ‘탄소・질소・산소(CNO) 순환 반응’과 ‘삼중 알파입자 반응’ 같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요. 이 핵융합 반응으로 탄소, 질소, 산소 같은 생명의 핵심 ‘재료’가 만들어진답니 다. 이 재료들은 생명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두 가지 요소인 생체 분자와 액체 용매(물질을 녹일 수 있는 액체)를 만드는 데 쓰여요.
용매가 왜 필요하냐고요? 기체와 고체 상태에서는 생명체를 만들기 위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기체 상태에서는 분자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고, 고체 상태에서는 분자끼리 잘 섞이지 않거든요. 그래서 생명이 탄생하려면 꼭 액체가 필요하답니다. 이런 면에서 지구에 사는 우리는 무척 운이 좋았어요. 두 가지 면에서 그랬죠.
생명의 무대
우선 지구는 운 좋게도 ‘물’이라는 용매로 뒤덮였어요. 수소와 산소가 모여 만들어진 물(H2O)은 특별한 용매에요. 물은 생명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두 가지 조건을 다 만족하거든요. 물 분자 는 한쪽은 부분 양전하를, 다른 한쪽은 부분 음전하를 띠고 있는데 이런 용매를 ‘극성 용매’라고 불러요.
물의 이런 성질은 세포와 생체 분자의 활동에 무척 중요해요. 생명체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이온(전하를 띤 입자)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신경계는 칼륨 이온, 나트륨 이온, 칼슘 이온이 없으면 기능할 수 없지요. 그런데 이온은 극성 용매에만 녹는답니다. 둘째로 물은 0℃에서 100℃ 사이의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액체로 존재해요. 이런 특징 덕분에 물은 비슷한 다른 물질보다 좋은 용매가 될 수 있어요.
우리가 무척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우주에 아주 많은 탄소예요. 탄소는 정사면체 꼭짓점 방향으로 네 개의 강한 공유 결합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원소에요. 다른 원자와 결합해 무척 긴 탄소 사슬을 만들 수도 있죠. 게다가 수소, 산소, 질소, 황, 인 같은 주요 원소들과 단단히 결합할 수 있어요. 탄소는 단일 결합 외에도 이중 결합이나 삼중 결합을 할 수 있어서 무척 다양한 물질을 만들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눈에 있는 ‘로돕신’이라는 단백질은 탄소 이중 결합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볼 수 있는 이유는 이 로돕신과 빛의 입자인 ‘광자’가 상호작용 하기 때문이랍니다. 광자가 눈에 부딪히면 로돕신에 있는 이중 결합의 배치가 바뀌면서 신경이 자극되어 볼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것도 바로 로돕신의 탄소 이중 결합 덕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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