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광합성 공동연구센터의 인공태양광 시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인류는 석유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대량 소비하면서 생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지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저축해온 유한한 에너지인 화석연료는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에너지 가운데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이 태양에너지입니다. 공해 없고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실생활에서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입니다. 태양광 에너지가 1시간 동안 지구에 쏟아지는 양은 인류가 1년간 소비하는 에너지 총량과 맞먹을 정도라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태양광 에너지의 10% 정도만 에너지로 변환해 활용할 수 있다면, 한반도 면적(약 22만㎢)의 3배 정도인 70㎢만 가량의 태양광 변환 시스템만으로도 인류 전체의 모든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수 있다고 추산합니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각종 기술 가운데 최근들어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인공광합성(Artificial photosynthesis)’입니다.
‘광합성(photosynthesis)’은 식물이 태양으로부터 햇볕이라는 에너지를 받아 이산화탄소와 물의 원자를 재배열해 에너지원인 탄수화물(CH2O) 등을 만들어 냅니다.
인공광합성은 엽록소 대신 광촉매나 반도체성 광전극을 이용해 수소와 고부가치 화합물을 생산합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아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인공광합성은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꿈의 기술’로 불리며 주목받아 왔습니다.
인공 광합성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유익한 화합물 중에는 수소와 메탄올, 포름산 등이 있습니다. 수소와 메탄올은 자동차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고, 수소는 공해를 유발하지도 않습니다. 포름산은 연료전지의 연료, 고무제품, 섬유 염색, 세척제, 살충제 등의 원료로도 사용됩니다.
인공광합성이 아닌 기존 포름산 생산과정에서는 메탄올을 주원료로 사용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됐지만 인공 광합성을 통해 포름산을 만들면 이산화탄소가 줄어 듭니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여주여 친환경적인 에너지 생산시스템인 것입니다. 인공광합성을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거나 ’21세기 연금술’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인공광합성의 상용화까지는 갈길이 아직 멉니다. 인공광합성의 상용화를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경제성’입니다. 아직은 효율이 높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식물 광합성의 효율은 4~6% 정도입니다. 반면, 인공광합성의 효율은 0.1%에 미치는 못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는 광합성 과정 마지막에 만들어진 탄소화합물의 에너지가 태양광 에너지의 1000분의 1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인공광합성의 효율을 높이고자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인공광합성 기술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는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전환시키는 고효율 촉매를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태양전지 기술과 촉매기술을 융합해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작동하는 세계 최고 효율(4.23%)의 일체형 인공광합성 디바이스 기술입니다.
국내 연구진이 만든 세계 최대인 8%의 효율을 거둘 수 있는 인공나뭇잎. 바다 깊은 곳 해조류의 광합성 원리를 이용해 개발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지난해 6월에는 태양빛으로 인공광합성을 하는 ‘3D 플라스틱 인공 나뭇잎’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발됐습니다. 이 나뭇잎은 기존 2D 필름 형태보다 에너지 전환 효율을 150%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인공광합성은 수십 여년 전부터 연구·개발돼 왔지만 아직까지도 성공적으로 대체에너지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체에너지 생산에 비용이 많이 들고 독성이 있는 촉매를 사용해야 하는 위험성도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연구는 산업화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반응의 효율성 향상, 생체물질인 효소의 안정성 향상 등 산업화·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지요. 상용화를 위해서는 인공광합성의 효율이 10%는 넘어야 하는데 현재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대 8% 효율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무한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이용해 신약원료물질, 광학이성질체 등 고부가가치의 정밀화학물질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광합성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인공광합성으로 생산한 청정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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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0년 5월 12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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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 규명 70년 만에 탄생한 인공 엽록체
1946년 어느 날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화학자 멜빈 캘빈 교수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1934년 원형 입자가속장치인 사이클로트론을 처음 만들어 193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버클리방사선연구소(현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의 어니스트 로렌스 소장이 탄소14를 이용한 광합성 연구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의사를 물어본 것이다.
원래 광합성 연구는 1940년 연구소에서 사이클로트론으로 가속시킨 중양자(중수소의 원자핵)를 흑연에 충돌시켜 탄소14를 만든 화학자 마틴 캐먼과 이를 분석해 확인한 버클리대의 화학자 사무엘 루벤의 프로젝트였다. 방사성동위원소인 탄소14로 만든 이산화탄소를 투입해 식물이 광합성을 하게 한 뒤 잎을 채취해 탄소14가 포함돼 방사선을 내는 분자를 분석하면 광합성의 경로를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13년생 동갑으로 당시 27세였던 캐먼과 루벤은 일이 잘 풀리면 노벨상도 탈 수 있는 궤도에 올랐다. 이들은 식물의 광합성에서 나오는 산소가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제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포도당 같은 유기분자로 바뀌는지 밝히는 일만 남았다.
전쟁이 바꾼 운명
그런데 전쟁이 두 사람을 실은 열차를 탈선시켰다. 유럽의 전선이 확대되고 미국의 개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부는 일상적인 연구를 중단시키고 각 기관에 전쟁에 관련된 연구를 할당했다. 그 결과 캐먼은 탄소14가 아닌 다른 동위원소를 만드는 일을 했고 루벤은 화학무기인 포스겐 가스의 생리효과를 규명하는 연구를 해야 했다.
불행은 루벤에게 먼저 찾아왔다. 1943년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나 오른 손목이 부러진 루벤은 완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를 재개했고 손가락에 힘이 없어 포스겐이 들어있는 앰풀을 놓쳐 깨뜨렸다. 가스를 흡입한 루벤은 쓰러졌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그날 밤 사망했다. 실험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던 생화학자가 어이없는 사고로 서른 살에 요절한 것이다.
루벤만큼 비극적이지는 않지만 캐먼의 불행 역시 만만치 않았다. 평소 사람 만나기를 좋아했던 캐먼은 한 모임에서 소련 사람 둘을 만나 방사성동위원소인 인32의 치료적 가치에 대해 조언을 해줬다. 그 뒤 이들은 감사의 뜻으로 캐먼에게 식사대접을 했다. 캐먼은 이런 행동이 미국 정보당국의 감시 대상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캐먼은 버클리방사선연구소에서 해고됐고(본인은 영문도 모른 채) 한동안 다른 곳에도 취직하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학이 정상을 찾아가던 1946년 당시 35세로 승부를 걸만한 연구주제를 모색하고 있던 캘빈은 저명한 물리학자의 제안이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직감하고 얼른 받아들였다. 캘빈은 연구소에 생유기실험실을 차리고 생화학자인 앤드류 벤슨 박사, 대학원생 제임스 바삼과 함께 광합성 대사물을 규명하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탄소14를 이용한 기발한 실험 설계와 이를 검증하는 실험을 반복해 4년 만에 이들은 마침내 식물이 물과 이산화탄소를 재료로 해서 유기분자를 만드는 광합성 핵심 경로를 밝혀 1950년 학술지 ‘생물화학저널’에 발표했다. 그 뒤 수년에 걸친 추가 연구로 전모가 드러났고 이 과정을 도식화한 그림은 오늘날 ‘캘빈회로(Calvin cycle)’로 불리고 있다. 캘빈은 이 업적으로 1961년 노벨화학상을 단독으로 수상했다.
광합성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빛이 있어야 하는 ‘명반응’은 물분자를 수소이온과 전자로 쪼개는 과정으로 이때 부산물로 산소분자가 나온다. 1940년대 초 캐먼과 루벤이 건드렸던 영역이다. 다음은 빛이 필요 없는 ‘암반응’으로 명반응에서 만들어진 고에너지 전자로 이산화탄소를 환원시켜 유기분자를 만드는 과정인 캘빈회로다.
합성생물학 기법 총동원
2000년대에 이르러 광합성의 복잡한 과정이 거의 규명이 되자 몇몇 과학자들이 인공 광합성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유기분자 대부분은 식물체의 성장에 벽돌로 쓰이기 때문에 활용 효율이 낮다. 만일 인공 광합성 시스템을 만들어 물과 이산화탄소를 투입해 원하는 유기분자만 만들어 뽑아 쓸 수 있다면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를 없애면서 유용한 물질을 얻으므로 이게 바로 일석이조 아닐까.
그런데 자연의 광합성이 워낙 복잡한 화학반응 네트워크인 데다 설사 이를 충실히 재현한다고 해도 비효율적이라는 게 문제다.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핵심 효소인 루비스코의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몇 과학자들은 기존 자연의 광합성 회로에 얽매이지 않고 광합성 효율을 높이는 길을 모색했다. 새의 날갯짓을 모방하지 않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비행기를 디자인해 새보다 더 높이 더 빨리 더 오래 날게 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육상미생물학연구소 생화학·합성대사과 토비아스 에브 교수는 합성생물학 기법을 이용한 인공 광합성 시스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합성생물학’은 생물의 구조나 촉매(효소)를 변형해 기존 자연 생물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분야다.
에브 교수팀은 지난 2016년 1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캘빈회로의 효율을 훨씬 뛰어넘는 이산화탄소 고정 경로인 ‘CETCH 회로’를 개발해 소개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무려 9가지 종에서 17가지 효소의 유전자를 가져와 이를 발현시켜 이산화탄소에서 글리옥실레이트(glyoxylate)라는 탄소원자 두 개짜리 유기분자를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9가지 종 가운데 정작 식물은 애기장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박테리아(세균), 아케아(고세균)에 사람(동물)까지 포함된다. 광합성과 전혀 관계가 없는 생체 반응에 관여하는 효소를 가져다 필요한 곳에 부품처럼 끼워 넣어 효율성이 높은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촉매 효율이 뛰어난 효소의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켜 원래 반응이 아니라 이들이 원하는 반응을 일으키게 효소의 성격을 바꾸기도 했다.
이들이 만든 건 광합성의 절반인 암반응을 대신하는 시스템으로 효율이 캘빈회로보다 37배나 높았다. 그러나 외부에서 명반응의 산물인 ATP와 NADPH 분자를 계속 공급해줘야 한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ATP는 암반응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분자이고 NADPH는 명반응에서 나온 고에너지 전자를 담고 있는 분자로 이산화탄소 환원에 필요하다.
시금치 엽록체 구성성분 이용
2016년 논문을 발표한 뒤 에브 교수팀은 CETCH 회로에 명반응을 더한 진정한 광합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3년 6개월만인 5월 8일자 ‘사이언스’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에서 이들은 세포 크기의 ‘엽록체 모방체(chloroplast mimic)’를 만들어 빛이 있는 조건에서 스스로 ATP와 NADPH를 합성한 뒤(명반응) CETCH 회로로 글리콜레이트(glycolate. 글리옥실레이트를 환원해 얻음)를 생산하는(암반응) 시스템을 소개했다.
다만 명반응을 일으키는 부분은 합성생물학이 아니라 기존 엽록체의 구조를 가져다 썼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반합성(semisynthetic) 광합성 시스템이다. 시금치의 엽록체에서 명반응이 일어나는 내막(틸라코이드)을 추출해 리포솜 안에 집어넣었다. 리포솜(liposome)은 기름 안에 있는 아주 작은 물방울로 지질(계면활성제) 단일층으로 막을 이룬 안정한 구조다. 안에 엽록체 내막과 CETCH 회로의 구성요소를 지닌 리포솜이 바로 인공 엽록체다. 이들이 만든 리포솜은 평균 지름이 92㎛로 진핵세포 크기다.
이 인공 엽록체 시스템에 빛을 비추자 틸라코이드에서 명반응이 일어나 ATP와 NADPH가 만들어졌고 동시에 CETCH 회로가 작동해 글리콜레이트를 생산했다. 연구자들은 미세유체공학 기술을 이용해 인공 엽록체 시스템을 대량으로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과 효율성을 좀 더 높인다면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 시스템이나 유기분자를 생산하는 시스템 또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합성 세포 시스템에 쓰일 수 있다.
방사성동위원소인 탄소14가 만들어진 지 80년 되고 이를 이용해 광합성 메커니즘 규명한 지 70년이 되는 올해 까마득한 후배 과학자들이 합성생물학이라는 신기술을 동원해 인공 엽록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첫 동력비행은 12초 동안 36m를 날아간 데 불과했지만 훗날 수천㎞의 비행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이번 첫 인공 엽록체 개발은 오늘날 식물과 몇몇 미생물에 국한된 광합성이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아래는 2020년 7월 4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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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상상하기 시작한 ‘인공 광합성’… 식물 넘는 효율 꿈꾼다
햇빛·이산화탄소로 연료 생산… ‘인공 엽록소’ 광촉매가 관건
오형석 KIST 박사팀 “세계 최고 수준 에너지 전환효율 달성”
1912년 9월 27일 자코모 치아미치안(Giacomo Ciamician)이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미래의 광화학(The Photochemistry of the Future)’이란 제목의 기고문./사이언스
치아미치안이 말한 ‘식물의 전유물이었던 광화학 과정’은 현재 인공광합성으로 불린다. 그는 미래에 유한한 자원인 석탄 대신 식물처럼 햇빛과 이산화탄소만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인공광합성 공장이 주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1967년 일본 과학자 후지시마 아키라(藤嶋昭) 교수가 ‘이산화타이타늄’이라는 물질에 빛을 쬐면 수소가 발생하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인공광합성 연구가 시작됐다. 이후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했지만, 지난 한달 사이에도 네이처 자매지에만 3건의 논문이 발표될 정도로 활발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 무한한 햇빛·이산화탄소로 연료 생산한다
과학 전문 외신 ‘싱귤래러티허브(SingularityHub)’ 등에 따르면 인공광합성은 식물의 광합성을 모방해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을 말한다. 식물의 광합성처럼 화학반응에 필요한 재료가 햇빛과 이산화탄소밖에 없어서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광합성이 일어나려면 햇빛을 흡수해 물 분자를 분해하는 엽록소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물 분자가 분해되면 산소, 수소, 전자가 생긴다. 산소는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 수소와 전자는 또다른 재료인 이산화탄소와 화학반응한다. 그 결과로 생물의 기초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만들어진다.
인공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메탄올 등의 연료와 산업원료로 바꿀 수 있다./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
인공광합성은 햇빛을 곧바로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발전과 다르다. 태양광 발전은 빛을 전기로 바꾼 후에 이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화학 에너지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빈번한 에너지 전환에 따른 손실이 발생한다. 배터리 용량에도 한계가 있다. 반면 인공광합성은 빛으로 화학 연료를 만들기 때문에 저장과 운반이 쉬운 에너지를 만드는 데 더 유리하다.
◇ 상용화하려면 식물 모방 넘어 10배 효율 필요… 광촉매 연구 집중
영국왕립화학회 홈페이지에 소개된 논문에 따르면 인공광합성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우선 에너지 전환효율이 최소 10%는 돼야 한다. 흡수한 빛에너지 중 적어도 10%를 연료의 화학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값싼 실리콘 태양전지를 사용했을 때 기준이다. 비싼 태양전지를 사용하면 전환효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경제성이 낮아진다. 실제로 2015년 9월 호주 모니시대 연구진은 전환효율을 22%까지 높이는 기술의 개발 가능성을 학술지 ‘에너지 환경 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발표한 바 있지만 비싼 태양전지를 사용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인공광합성의 에너지 전환효율을 22%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에너지 환경 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학계는 이를 위해 광촉매 연구에 집중해왔다. 연구 초기에는 망가니즈(망간)가 광촉매로 사용됐다. 식물이 광합성에 이용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하지만 안정성과 내구성이 낮아 현재는 잘 쓰이지 않고 있다.
대신 채택된 광촉매로 이산화타이타늄과 이리듐이 있다. 일찍이 후지시마 교수가 광촉매 특성을 발견한 이산화타이타늄은 안정성이 높지만 반응 과정에서 양성자를 방출한다. 이 양성자가 인공광합성 시스템 전체의 내구성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다. 이리듐은 성능이 좋지만 비싼 귀금속이기 때문에 연료 생산 비용을 높인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달 17일 중국 산둥대 연구진은 세겹 구조로 된 황(S)-금속 화합물을 광촉매로 사용하면 전환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 韓 연구진, 11% 효율 달성하고 물밖에서 작동 성공… “추가 연구 계속”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큰 성과를 보인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오형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센터 박사는 4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값싼 실리콘 태양전지를 사용하는 인공광합성 시스템의 에너지 전환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인 11%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며 “전환효율만 10%가 넘었다고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들이 아직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박사 연구팀은 지난 3월 나노 크기의 이리듐·코발트 합금 광촉매를 개발해 기존보다 이리듐을 20% 적게 사용하면서도 성능을 31% 이상 높였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광촉매 외의 부분에서도 개선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산호(coral) 모양의 은 나노 입자로 이뤄진 전극을 도입해 산업원료의 생산효율을 기존 대비 100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공광합성 시스템은 모두 물속에서 작동해왔는데 전극의 성능을 개선해 공기 중에서도 작동되도록 바꾼 결과, 이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지 않아 생기는 비효율을 해결한 것이다.
포항공대 연구팀이 합성에 성공한 ‘포피린-풀러렌 결정체’./포항공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