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현재 에이즈가 세상에 알려진 지 30년입니다. 1981년 첫 환자가 발견되고 이후 전 세계 약 3000만 명이 에이즈로 사망했습니다. 불치병이던 시절엔 오해가 많았습니다. 에이즈 환자와 대화만 나눠도 감염된다고 여겼으니까요. 그러나 의과학 발달로 발병 원인이 밝혀지고 치료제가 개발됐습니다. 지난해엔 완치 사례도 나왔습니다. 에이즈는 이제 고혈압처럼 관리하는 만성병이 됐습니다. 12월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앞두고 에이즈의 30년 역사를 되짚어봅니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가 개발돼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가 개발돼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침팬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돼 변종

에이즈(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환자는 1981년 6월 의학계에 처음 보고됐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평소 건강하던 남성 동성애자 5명이 희귀한 폐렴에 걸렸고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만 걸리는 폐렴이 젊은 청년들에게 한꺼번에 나타난 점이 특이했다. 한 달 뒤엔 26명의 남성 동성애자가 같은 이유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에이즈, 즉 후천성면역결핍증(後天性免疫缺乏症)이 창궐한 시점이다.

초기 환자들 때문에 에이즈는 동성애로 인한 성병으로 잘못 인식됐다. 동성애 혐오가 극에 달했다. 뒤늦게 이성 간 성관계로도 병이 옮고 수혈이나 산모·태아 간 수직 감염도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건 바이러스 감염이다. 인체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즉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다. 숙주세포의 DNA에 침입해 증식한다. HIV는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켜 쉽게 변이된다. 1983년엔 HIV-1형, 1986년엔 HIV-2형이 발견됐고 최근엔 HIV-O형도 나왔다.

HIV에 감염되면 면역세포가 파괴된다. 세균·바이러스·기생충 등의 침입에 무방비로 노출돼 에이즈란 병이 된다. 이후 폐렴과 같은 기회감염증이나 암 등이 발병해 사망에 이른다.

HIV가 어떻게 번졌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최초 출현은 1930년대 중앙아프리카 원주민으로 추정한다. 침팬지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 SIV(Simian Immunodeficiency Virus)가 인간에게 전염되면서 HIV로 변종한 것으로 본다. 아프리카 대륙은 지금도 에이즈 감염과 사망률이 가장 높다.

전 세계 HIV 감염자는 1990년 800만 명에서 2009년 3340만 명으로 늘었다. 3340만 명 중 대부분이 성인이고 15세 이하 소아가 210만 명이다. 한 해 새로 발견되는 HIV 감염자 수는 270만 명 정도다. 지금껏 3000만 명이 에이즈로 사망했다.

영화 ‘무기여 잘 있거라’ ‘자이언트’에 출연한 미국 배우 록 허드슨은 1985년 사망했다.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도 1995년 11월 죽기 하루 전날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고백하고 폐렴으로 떠났다. 이외에 배우 브래드 데이비스·앤서니 퍼킨스·이언 찰스, 작곡가 워런 케이시·하워드 애시먼 등도 에이즈로 사망했다.

 

 

첫 번째 한국인 감염자 남녀 1호 모두 생존

에이즈는 한때 원인도 모르는 불치병이었다. 그러나 발병 원인이 밝혀지고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사망자가 줄고 있다. 이제 에이즈도 고혈압·당뇨병처럼 약물로 조절이 가능한 만성병이 됐다.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에이즈는 어떻게 만성병이 됐을까. 1983년 프랑스 연구진은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HIV임을 확인하고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학계는 흥분했다. 그러나 에이즈 백신은 아직도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HIV가 쉴 새 없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고 표면이 미끄러워서다.

대신 치료제가 개발돼 HIV 감염자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1996년 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나오면서부터다. HIV는 감염성 미생물로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과 중에서 렌티바이러스(Lentivirus)에 속한다. 목표 세포에 침입하면 숙주의 DNA와 결합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생산한다.

에이즈 치료제는 HIV의 증식을 억제한다. 바이러스 수치를 낮춰 면역기능을 회복시키고 기회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치료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수치를 낮게 유지해야 에이즈로 진행하는 것을 최대한 지연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은 단백분해효소억제제, 융합억제제, 역전사효소억제제 등이다. 최근엔 단백분해효소억제제를 포함한 세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병용한다. 이른바 칵테일 요법이다. 한 가지 약만 사용하면 수개월 내 내성이 생긴다. 반면 여러 약제를 함께 사용하면 내성이 생길 확률이 희박해진다.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NBA 농구스타 매직 존슨은 1991년 HIV 감염을 알게 됐으나 20년째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지속적인 관리 덕분이다. 그는 에이즈재단을 설립해 에이즈 퇴치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 첫 HIV 감염자도 25년째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남성 환자 A씨(55)는 1985년 헌혈하다가 외국에서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에이즈는 곧 죽을병처럼 여겨졌다. A씨는 그러나 6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면역기능을 검사하고 약을 타갈 뿐 입원한 적은 없다.

국내 첫 여성 환자 B씨(60)도 건강하다. 에이즈 치료약을 복용하며 만성질환처럼 관리하고 있다. 감염되기 전에 낳은 20대 후반 아들과 같이 산다. 그러나 아들은 감염되지 않았다. 에이즈 감염자와 같이 생활해도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 25년간 7835명의 한국인이 에이즈에 감염됐다(2011년 3월 기준). 그 중 82%가 생존해 있다. 국내 누적 감염자 중 92%가 남성이다. 감염경로가 밝혀진 6213명 중 99%는 성접촉이 원인이었다. 60%는 이성 간, 나머지 40%가 동성 간 성접촉으로 감염됐다.

 

 

가능한 한 빨리 치료하면 에이즈 진행 막을 수 있어

HIV에 감염돼도 모르기 쉽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다. 감염 첫 2주 동안 HIV는 숙주인 사람의 혈액 속에서 수없이 증식한다. 바이러스 수치가 매우 높아지면 감염 3~6주쯤 감기몸살처럼 나타난다. 그러다 면역반응으로 항체가 생기고 6개월 뒤엔 바이러스 수가 안정화된다. 이후 8~10년간 잠복기를 갖는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는 새 면역세포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순천향대 감염내과 이은정 교수는 “에이즈에 됐을 때 병원을 찾으면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회복하기 어렵다”며 “감염이 의심되면 바로 검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바이러스의 증식과 돌연변이를 최대한 억제해야 에이즈로의 진행이 더디다. 치료를 늦게 시작할수록 내성 발현도 많고 약물 부작용의 위험도 크다. 이 교수는 “진단을 빨리 하면 할수록 치료를 일찍 받게 돼 에이즈로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HIV에 감염됐다고 곧장 에이즈 환자는 아니다. 면역수치가 크게 낮아져(림프구 수 200㎣) 몸에 병을 일으켜야 에이즈 환자다. 체내 바이러스 수는 감염자마다 차이가 있다. 수치가 높으면 에이즈로의 진행이 빠르다. 반면 바이러스 수치가 낮으면 일정한 면역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감염됐더라도 조기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면 30년 이상 장기간 생존할 수 있다.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관리하듯 약물로 혈중 바이러스 농도를 관리한다. 2~3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채혈하고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5년간 매년 700명 이상의 신규 감염자가 보고되고 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김민기 회장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부정적 시선 때문에 노출하지 않은 감염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에이즈 정복도 머지않아

지난해 12월 전 세계 에이즈 환자는 꿈에 부풀었다. 첫 번째 완치 환자가 발표된 것이다. 44세 미국인 HIV 감염자 브라운은 1995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급성골수 백혈병이 발병해 생명이 위독해지자 2007년 골수이식을 받았다. 그런데 우연히 골수 제공자가 HIV 저항인자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브라운은 이후 HIV 저항인자를 스스로 생산하게 됐고 3년이 지나도록 에이즈와 백혈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사례는 에이즈가 완치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골수이식은 위험 부담이 커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실제 브라운은 회복기간 동안 보행·언어·시력·기억력 장애를 보였다.

에이즈 정복을 위한 연구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HIV의 증식과정에 부착·융합·끼어들기·탈막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약제가 시험 중이다. 유전자치료와 면역치료, 간헐치료 등이 소개되고 있다. 더구나 HIV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더한다. 초창기 HIV는 감염된 지 3~5년 새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사율 높은 바이러스였다. 최근엔 감염 10년이 넘어야 에이즈를 일으키는 활동 느린 바이러스로 변하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진실

헌혈하면 HIV 감염 여부를 알려준다.

X 헌혈액에 대한 HIV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헌혈자에게 이를 통보하진 않는다. HIV 검사를 위해 헌혈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HIV는 인체 밖에서도 장시간 생존한다.

X HIV는 인체를 벗어나면 바로 비활성화되거나 사멸한다. 공기나 물에선 금방 활동성을 잃어 감염되지 않는다. 혈액 접촉이나 성관계를 하지 않는 한 감염되지 않는다.

HIV 감염자와 성관계를 하면 무조건 감염된다.

X 성관계를 했다고 모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확률은 낮지만 단 한 번으로도 감염된 사례가 있으므로 잘 모르는 사람과는 반드시 콘돔을 사용한다.

키스만 해도 HIV에 감염된다.

X HIV에 감염되려면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와야 한다. 감염을 일으킬 만큼 충분한 바이러스 양을 지닌 체액은 정액·질분비액·모유·혈액뿐이다. 침 1mL에 든 바이러스는 5개 정도로 극히 적다. 한 그릇 음식을 먹어도 전파되지 않는다.

동성연애를 하면 에이즈에 걸린다.

X 동성애자가 HIV감염에 취약한 이유는 동성 간 성관계를 가져서가 아니라 항문성교 때문이다. 항문 주위 혈관이 파열되면서 상처가 생기고 감염되기 쉽다.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HIV 감염자와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하면 전파된다.

HIV감염자 문 모기에게 물리면 HIV에 감염된다.

X HIV는 체내에서만 생존·증식하며 혈액·체액을 통해 사람 간 전파된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라 부르는 이유다. 곤충매개 질환이 아니다.

에이즈 증상이 없어도 타인에게 전파된다.

O 감염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체내에선 잠복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서서히 파괴하며 증식하고 있다. HIV에 감염된 직후부터 타인에게 전파력이 있다.

나도 혹시 에이즈? 익명 검사도 가능!

외모로는 HIV 감염을 판단하기 어렵다. 피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HIV 감염이 의심된다면 검사를 받는다. 익명 검사가 가능하다. 자발적 검사로 조기 발견해 HIV 감염이 에이즈로 이행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동시에 전파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검사는 전국 보건소와 병·의원,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대한에이즈예방협회의 검진상담소에서 받을 수 있다. 1차 검사기관에서 양성이 나오면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최종 확인진단을 한다. HIV 검진이 궁금하다면 도우미 사이트(www.hivcheck.co.kr)를 방문한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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