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연구진이 뇌에 심은 전극을 통해서 인간이 실수를 깨달았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강박관념과 같은 정신질환을 이해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12)
많은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웨이터가 당신에게 “식사 맛있게 하세요”라고 말했을 때 당신이 웨이터를 향해 “당신두요(you too)”라고 대답한다. 당신이 웨이터는 식사를 즐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운좋게도 인간에게는 이같은 실수를 잡아내고 재빠르게 고쳐주는 뇌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연구진이 이러한 능력의 기저를 이루는 개별 뉴런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뇌 깊은 곳에 위치한 개별 뉴런에 대한 희귀한 기록과 함께 강박 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런’ 12월 4일자에 게재됐다. “많은 사람들은 실수를 하고 있음을 깨닫고 스스로 재빨리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타이핑을 하고 있는데 잘못된 버튼을 눌렀다면 당신은 스크린에서 오류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칼텍 생물학과 방문연구원인 루티샤우어가 말했다.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눈깜짝할 사이에 실수를 인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에 해당한다. 이제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어떤 뉴런이 여기에 관여하는지, 그리고 이 뉴런의 활동이 어떻게 우리의 행동 오류를 시정하는데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칼텍 졸업생인 정종 후가 이끈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사람들이 실수를 하고 이를 깨달았을 때 개별적인 뉴런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찾으려고 시도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뇌에 일시적으로 전극을 삽입한 사람들을 연구했다. 이 사람들은 발작을 막기 위해 뇌에 전극을 삽입했다. 이번 연구는 신경외과 의사인 아담 마미락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 교수도 참여했다. 그는 수십년 동안 뇌전증 환자 치료를 해왔고 이번 연구에 긴밀하게 협력했다. 뉴런의 활동이 전두엽 피질에서 일어나는 동안(전두엽 피질은 실수를 모니터링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뇌전증 환자들은 ‘스트룹(Stroop) 과제’를 하도록 했다. 이 과제에서 한 단어가 스크린에 나타난다. 그리고 환자는 텍스트의 색을 식별하도록 요청 받는다. 때때로 텍스트와 색은 동일하다(‘녹색’이라는 단어가 스크린에 표시되는데, 이 단어가 정말 ‘녹색’으로 표시되는 경우). 다른 경우는 단어와 색이 다르다. ‘녹색’이라는 단어가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정확한 답은 ‘빨강’이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실수로 “녹색”이라는 답을 한다. 이것이 연구진이 연구한 ‘실수’다. 측정을 통해 연구진은 뇌의 전두엽 피질에서 활성화되는 뉴런을 구별해냈다. 연구진은 이를 ‘자기 모니터링 오류 뉴런’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사람이 실수를 하고 그들의 답(실수)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 직전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년 동안 과학자들은 두개골 표면에 놓인 전극(수천개 뉴런의 종합적인 발화를 측정하는)을 이용해 사람들이 어떻게 실수를 감지해 내는지 알기 위해 노력해왔다. ‘뇌파도(electroencephalograms)’라 불리는 뇌파 신호는, 소위 ‘실수-관련 부적전위(error-related negativity, ERN)’라 불리는데 사람들이 실수를 하고 난 뒤 전두엽 피질이 위치한 두개골에서 발견된다. 이번 실험에서 후와 그의 연구진은 동시에 개별뉴런 뿐 아니라 ERN을 측정했다.
연구진은 ERN이 갖고 있는 두가지 새로운 양상을 발견했다. 먼저 오류 뉴런의 발화 레벨은 ERN의 진폭과 긍정적인 관련이 있었다. 특정한 오류에 대해 ERN이 클수록 오류 뉴런도 활발해졌다. 이 발견은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측정한 ERN이 뇌 깊은 곳에 있는 오류 뉴런의 정보를 제공해줌을 의미한다. 두번째로 연구진은 ERN이 결국 사람이 행동을 바꾸는 것(즉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대답 속도를 늦추고 집중하려는 것)을 예측하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만약 오류 뉴런이 활성화됐고 ERN이 상당히 약하게 측정됐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다음 업무를 위해 행동을 수정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이것은 오류 뉴런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넓은 뇌 네트워크와 소통하고 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이 회로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했다.
“우리는 전두엽 피질에서 서로 다른 오류 뉴런을 발견했다. 등쪽 전방 대상 피질(dACC·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전보조운동영역(pre-SMA·pre-supplementary motor area)이다.” 후가 말했다. “오류 신호는 dACC에서 나타나기 50밀리초 전에 pre-SMA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단지 dACC가 ERN과 사람이 행동을 수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오류 뉴런과 관련이 있었다. 이것은 단일 뉴런 수준에서 뇌 회로의 조직화된 구조가 행동 전체를 조절하는데 중요함을 뜻한다.”
이번 연구는 사람이 계속적으로 실수를 고치려고 하는 ‘강박장애’를 이해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개인이 반복적으로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은 느낌을 받는다면 문을 닫을 필요가 있다.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비정상적으로 큰 ERN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그들의 실수 모니터링 회로가 과잉 활성화됐음을 뜻한다. 오류 뉴런의 발견은 이같은 과잉 활성화를 억제하는 치료제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의 다음 단계는 오류 뉴런으로부터 나온 정보가 어떻게 행동을 변화를 만들기 위해 뇌로 흘러들어가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두엽 피질에서 일련의 과정과 연관된 두 곳을 찾았지만 전체 회로는 이것보다 더욱 복잡할 것이다. 한가지 중요한 미래 연구 방향은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와 같은 해상도가 좋은 장비를 이용해 뇌 전체를 살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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