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으로 무차원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차원이 없는 수입니다.

1차원은 선이고, 2차원은 면이고, 3차원은 공간이니… 무차원은 점인가? 하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요, 여기서의 차원은 그런 공간적인 의미가 아니라 길이, 크기, 질량 등 물질의 성질을 표현하는 단위를 가리킵니다.

 

나는야~ 4차원 냥이다옹~

 

예를 들어 지름은 길이의 차원을 갖고 있어서 [길이] 또는 [L], 면적은 길이 곱하기 길이의 차원을 갖고 있어서 [길이²] 또는 [L²], 속도는 길이 나누기 시간의 차원을 갖고 있어서 [길이/시간] 또는 [L/T] 등으로 표현합니다. 특히 [M], [L], [T]는 기본차원으로 각각 질량, 길이, 시간을 의미합니다.
1, 2, π, 0.14… 같은 상수는 그냥 무시~하고요.

누구나 다 아는 F=ma 식을 볼까요?
여기서 m은 질량입니다. 단위는 kg이고, [M] 또는 [질량]으로 차원을 표현합니다.
a는 가속도죠. 단위는 m/s²이고, [L/T²] 또는 [길이/시간²]으로 차원을 표현합니다.
F는 힘이고, m과 a를 곱한 양이죠. 단위는 N(kg·m/s²)이고, [ML/T²] 또는 [질량·길이/시간²]으로 표현합니다.
= 좌우로 한번 비교해볼까요? 정확히 일치합니다.

[ML/T²]= [M] × [L/T²]
또는
[질량·길이/시간²]=[질량]×[길이/시간²]

아무튼 모든 물리량과 물리식을 이렇게 차원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물리식을 차원으로 분석하는 것을 차원해석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수치 계산 없이 차원만 해석해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뭐~ 우리는 이런 게 있다…만 알고 갑니다.

 

=을 중심으로 양변의 차원이 같아야 올바른 식이죠.

 

무차원수란 이리저리 조합해서 이 차원들을 없앤 수입니다.
왜 없애냐고요?
일단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보죠.
5미터를 10미터로 나누면, 길이를 길이로 나눈 게 되어 [L/L], 분자 분모 지워지고~ 미터도 지워지고~ 아무 단위 없는 숫자 1/2만 남아요.
이렇게 단순한 경우야 이게 뭐? 할 수도 있겠지만, 복잡한 현실에서는 아주 유용합니다.
단위는 사라지고 상수만 남으니 계산하고 비교하고 분석하는 등 다루기가 아주 편해지거든요.
원래 단위가 다르면 서로 연산을 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몸무게와 온도, 길이와 면적, 키와 부피는 서로 더하거나 빼거나 하는 연산을 할 수 없죠? 단위가 다르면 비교도 불가하죠.

 

무리냥?

 

그래서 어떤 현상에 대해서 질량이나 길이나 속도나 온도 등 영향을 줄 수 있는 온갖 변수가 다 들어가면, 식은 엄청나게 길어지고 계산도 할 수 없고… 어떻게 더이상 손을 쓰기 곤란한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아무리 그 어려운 걸 하는 과학자, 공학자라지만…  좋을까요? 신날까요?

 

아냐! 그렇지 않아!

 

특히 공학에서는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물리조건을 다 다뤄야 하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엄청나게 많은 변수와 씨름할 수 있습니다그럼 계산해야 할 식이 정말 복잡해지겠죠.
그러니 이 변수들을 하나라도 없애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죠.
무차원화란 이렇듯 영향이 큰 변수들을 중심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변수들은 적당히 정리해서 문제를 단순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단위를 없애지는 않고요, 이러저러한 물리적 개념들을 고민하면서 없앱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또 고차원적인 영역이고, 경험과 통찰력이 중요하죠.
이런 작업을 거쳐 어떤 무차원수들은 그 숫자 자체가 중요한 물리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잘 와닿지 않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조금은 유명할지도 모를(?) 마하수Ma, Mach number입니다.
요렇게 생겼어요.

 

V는 물체의 속도고, c는 음속인데요, 마하수가 1보다 크면 초음속유동, 1보다 작으면 아음속유동입니다.

 

둘은 현상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비행기를 설계할 때 모양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보통 타는 여객기는 아음속 비행기거든요. 앞이 뭉툭한 유선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늘을 날아갈 때 공기 덩어리랑 충돌하면 효율도 떨어지고 안전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따라서 보통의 아음속 비행기는 멀리 있는 공기에게 비행기가 다가간다는 사실을 음파로 알려서 구름이 미리미리 피해가도록 합니다. 비행기의 속도가 음속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초음속 비행기는 음속보다 빠르게 날아가기 때문에 앞에 있는 구름에게 피해가라는 사인을 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구름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행기 앞부분을 뾰족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공학자들은 비행 물체의 마하수를 계산해보고 그 모양을 결정합니다.

 

앞이 뾰족한 초음속 비행기

 

무차원수를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이번 건 좀 복잡하게 생겼네요~
떨지 마시고요~ 역시 별거 아닙니다. 하하하~!

무차원수 중에 에커르트수Ec, Eckert number라고 있습니다. 그 숫자를 구하기 위한 식입니다.

 

이래저래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은 열에너지에 대한 운동에너지의 비율입니다.
다시 말해 분자는 운동에너지, 분모는 열에너지에 해당합니다.

에커르트수가 큰 흐름은 그 속도가 빨라서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뀔 때 온도가 엄청나게 올라갑니다. 반면 에커르트수가 작은 흐름은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기 때문에 온도가 그리 높이 올라가지 않죠.
실생활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 바람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뜨겁다고 느껴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 없을 겁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유체흐름은 에커르트수가 작기 때문입니다.
공학자들은 에커르트수만 보고도 어떤 흐름이 열을 많이 낼지 안 낼지를 파악할 수 있겠죠.

 

보통은 이럴 때 ‘앗 뜨거!’라고 느낄 일은 없죠.

 

이렇게 숫자만 봐도 물리적으로 어떤 성질을 보일지 대략 알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 무차원수입니다.
사실 과학의 각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녹아 있는 것이 무차원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네요.
그런 만큼 무작정 만들어낼 수 있는 숫자도 아니고요, 관련 분야에서 상당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고 있어야 발견할 수 있는 수입니다.
많은 무차원수들 가운데서도 특히 유체의 흐름을 연구하는 유체유동 분야에서 많은 무차원수가 발견되고 사용되고 있답니다. 유체유동이 워낙 복잡하게 이러저러한 자연현상이 얽혀 있기 때문이라네요.

 

에커르트수를 발견한 에른스트 에커르트 교수님

 

이렇게 중요한 무차원수를 발견하면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 붙습니다.
에커르트수, 레이놀즈수, 마하수, 프루드수, 웨버수… 모두 발견한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무차원수들입니다.
어떤 법칙에 이름이 붙으면 가문의 영광이듯 무차원수를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이 붙게 되는 것도 대단한 영광이라고 하네요.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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