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줄은 왜 항상 엉킬까? 내가 말하는 줄은 긴 나선 코일처럼 생겨서 잡아당겨 길게 늘일 수 있는 줄이다. 벽에 걸기도 하는 구식 전화기의 송수화기는 그런 줄로 본체에 연결되어 있었다. 처음 전화기를 사서 벽에 걸면 전화기 줄은 예쁘고 얌전하게 아래로 드리운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면 엉킨 자리들이 생긴다.

 

 

고무 밴드(특히 얇은 띠처럼 생긴 고무 밴드)에서도 똑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당신이 양 끝을 엄지와 검지로 쥐고 손가락들을 비비듯이 움직이면, 고무 밴드는 꼬이고 엉킨다(<그림 1>). 또는 적당한 길이의 고무줄 양끝을 잡고 손가락들을 비벼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고무 밴드의 슈퍼코일링.

 

 

그렇게 고무 밴드나 줄이 꼬여 엉키는 행동을 ‘슈퍼코일링supercoiling’이라고 한다. 슈퍼코일링은 해저 통신케이블에서 DNA까지 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한다.

나는 우리 집의 전화기 줄이 왜 너무 꼬이는지 안다. 자세한 내용은 여러분의 전화기 줄과 다를지 몰라도 일반적인 메커니즘은 아마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메커니즘은 고무 밴드나 코일이 엉키게 만드는 전형적인 메커니즘과 동일하다.

전화벨이 울리면 나는 오른손으로 송수화기를 들면서 전화기 줄을 꼰다. 그다음에 통화하기 위해 송수화기를 왼손으로 옮기면서 전화기 줄을 더 꼰다. 통화가 끝나면 왼손으로 송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전화기 줄을 마지막으로 더 꼰다. 그렇게 전화기를 쓸 때마다 나는 전화기 줄을 총 360º 꼰다. 더구나 매번 똑같은 방향으로 꼰다.

내가 송수화기를 오른손에만 들고 있다가 내려놓으면 줄은 꼬이지 않겠지만, 손을 바꾸기 때문에 전화기 줄은 운명적으로 꼬이고 만다. 마당에서 전기를 쓸 때 이용하는 전선도 같은 운명에 처한다. 나는 전선을 쓴 다음에 마치 산악인들이 자일을 감을 때처럼 감는데, 시간이 지나면 전선이 점점 더 꼬인다. 왜 이렇게 꼬이는 것일까?

이런 종류의 질문을 다루는 수학 분야는 위상수학이다. 위상수학은 ‘고무판 기하학’, 즉 연속 변환들의 기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위상수학자들은 납작한 띠로 고리를 만드는 방법을 비틀기(비틀림)twist와 감기(감김)writhe, 두 가지로 구분한다.

이 두 방법의 차이와 관계를 이해하려면 튼튼한 종이로 긴 띠를 만들 필요가 있다. 길이 20cm, 폭 1cm 정도가 좋다. 한 면이 다른 면과 구별되는 것이 좋으므로, 띠의 한 면에 빨간색을 칠하고 다른 면에 파란색을 칠한다. 아니면 애초부터 양면의 색이 다른 종이를 이용한다.

끈의 한 끝을 왼손 엄지와 검지로 잡아 왼손은 가슴에 붙이고, 끈의 다른 끝을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잡아 오른손은 앞으로 뻗는다. 그렇게 끈이 당신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평평하게 놓이게 한다. 잡을 때는 엄지가 위로 가고 나머지 손가락은 아래로 가도록 잡는다.

(a) 손가락 둘레로 끈을 감는다. (b) 손가락을 뺀다. (c) 끈을 잡아당겨 감기(감김)를 비틀기(비틀림)로 변환한다.

 

 

이제 오른손을 움직여 끈을 왼손 중지 둘레로 한 바퀴 감는다(<그림 2a>). 이때 오른손을 한 번 바꿔 잡아야 하는데, 복잡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직접 해보면 간단하다. 그렇게 감은 다음에는 왼손 중지를 빼 빈 고리만 남게 한다(<그림 2b>).

이로써 당신은 원래 평평했던 끈에 1회의 감김을 집어넣었다. 만일 종이가 무한히 탄력적이라면(실제 종이는 그렇지 않지만 위상수학자들의 종이는 그렇다) 감긴 부위를 납작하게 만들어 평면에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끈이 자기 자신과 겹쳐지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림 2b>의 상황으로 돌아가 두 손을 천천히 벌려보자. 끈은 <그림 2c>처럼 변형된다. 이것은 감김이 아니라 비틀림이다. 당신은 끈을 당신 앞에 가로로 놓고 왼쪽 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른쪽 끝을 360º 비틀어서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위상수학적으로 볼 때 감기(감김)는 비틀기(비틀림)로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전문적인 사항이 하나 있다. 감김과 비틀림은 둘 다 방향이 있다. 둘 다 ‘양positive’이거나 ‘음negative’일 수 있다. 무엇이 양의 감김(비틀림)이고 무엇이 음의 감김(비틀림)인지 판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나, 나는 세부사항으로 독자들을 부담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여러분은 곰돌이 푸가 왼쪽과 오른쪽을 맞히는 문제를 해결할 때 쓴 방법을 써야 한다. 녀석은 일단 어느 발이 오른발인지 알면, 다른 발은 왼발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다만 처음에 어느 발이 오른발인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를 우리의 논의에 적용하면 이렇다. 당신이 특정한 감김이나 비틀림을 양으로 결정하면, 그것의 거울상은 음이다. 쉽게 시작하는 방법은 <그림 2b>의 감김을 양의 감김으로, <그림 2c>의 비틀림을 음의 비틀림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틀림 수는 감김 수에 음의 부호를 붙인 것과 같다. 이렇게 하면 간단한 방정식 T+W=0을 얻을 수 있다. 이때 T는 비틀림 수, W는 감김 수다. 부호를 다르게 정한다면 T-W=0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타당하지만, 반드시 일관되게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다시 처음의 평평한 끈으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끈을 왼손 중지 둘레로 두 바퀴 감는다. 끈은 (+)2회의 감김을 얻었다. 그 상태에서 양손을 벌리면, 2회 감김은 2중 비틀림(720º 비틀림)으로 바뀐다. 이처럼 (+)2 감김은 (-)2 비틀림이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2 감김이 (+)1 감김 더하기 (-)1 비틀림이 될 수도 있다. 3회 또는 4회 감김으로도 실험해보라. 특정 횟수의 (양의) 감김은 동일한 횟수의 (음의) 비틀림으로 변환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a) 하나의 감김이 하나의 비틀림으로 된다. (b)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임의의 개수의 감김들을 동일한 개수의 비틀림들로 변환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이런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그림 3a>는 어떻게 양의 감김 1회가 음의 비틀림 1회로 변환되는지 보여준다. 이때 끈의 양끝은 고정된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마치 당신의 손가락에 눌려 책상에서 떨어질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림 2b>는 (3개의) 감김들의 열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열을 마음속으로 2개의 ‘경계들’을 따라 분할하여 단일한 감김 3개로 나눌 수 있다.

그다음에는 각각의 단일한 감김을, 경계선들을 책상에 붙인 채로, 비틀림으로 변환할 수 있다. 이때 경계들의 정향은 변하지 않으므로, 그 3개의 비틀림은 서로 ‘붙어서’ 3중-비틀림이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예에서 감김이나 비틀림이 3개인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특정한 개수의 양의 감김을 가진 끈은 동일한 개수의 음의 비틀림을 가진 끈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T+W=0이다.

얼핏 생각하면, 납작한 끈은 고무 밴드와 달라 보인다. 그러나 끈의 중심선을 따라 고무 밴드가 둘려 있다고 상상하면 끈의 슈퍼코일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이 끈의 한 끝을 비틀면, 상상의 밴드도 비틀릴 것이며, 밴드의 비틀림 횟수는 당신이 끈을 비튼 횟수와 동일할 것이다. 만일 당신이 끈을 팽팽하게 고정한다면, 끈은 그저 비틀릴 뿐이지만, 만일 끈의 양끝이 움직이도록 허용한다면, 끈은 감기는 편을 선호할 것이고 슈퍼코일링이 나타날 것이다.

끈이 감김을 선호하는 이유는 끈이 약간 탄성적이라는 사실과 관련된다. 끈은 ‘고무 밴드’처럼 탄성적이지는 않지만, 유연하며 휘어지면 복원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에서 탄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끈을 구부리면 구부릴수록, 끈은 더 강하게 다시 펴지려고 한다. 끈이 비틀림보다 감김을 더 선호하는 현상은 1883년에 A. G. 그린힐A. G. Greenhill에 의해 처음으로 설명되었다. 그는 감긴 모양이 그에 대응하는 비틀린 모양보다 탄성에너지가 더 적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사실은 심지어 종이끈에도 적용된다.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종이끈을 팽팽히 잡아당겨 에너지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종이끈은 감기는 편을 선호한다. 그린힐은 만일 무한히 긴 막대기가 ‘무한점’에서 발휘되는 힘에 의해 비틀리면 나선helix 모양으로 휘어진다는 것도 증명했다. 1990년에 J. 코인J. Coyne은 이 나선이 신속하게 단일한 비틀림으로 국소화되며, 막대가 결국 수축하여 그 비틀림은 국지화된 작은 고리(감김)로 바뀐다는 것을 증명했다. 만일 막대가 더 수축하도록 허용하면, 그 고리는 점점 더 많은 개수의 감김을 얻는다.

오스트리아의 수학자 3명—D. M. 스텀프D. M. Stump, W. B. 프레이저W. B. Fraser, K. E. 게이츠K. E. Gates—은 더 현실적인 모형화 전제들을 써서 비틀린 막대의 탄성 이론을 분석했다. 그들은 슈퍼코일의 정확한 모형에 관한 구체적인 공식들을 발견했는데, 그 공식들은 특히 해저케이블을 놓는 기술자들에게 유용하다. 왜냐하면 그런 유형의 비틀림은 해저케이블 공사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젯거리이기 때문이다.

전화기 줄은 원리적으로 더 복잡하다. 왜냐하면 전화기 줄은 처음부터 나선이며 이미 비틀려 있기(또는 관점을 달리하면, 감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납작한 끈과 마찬가지로 전화기 줄 역시 비틀림을 감김으로 변환한다. 적어도 당신이 전화기 줄이 원래부터 지닌 나선형 꼬임을 풀어버리지 않는다면(그 꼬임을 풀어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변환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전화기 줄의 나선 내부에 굵은 줄이 끼워져 있고, 그 굵은 줄 속에 납작한 끈이 들어 있다고 상상해보라. 전화기 줄이 비틀리면, 줄도 비틀리고 따라서 끈도 비틀릴 것이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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