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 감자 SPS-E12
발암물질↓ 변색 방지 장점
식약처 안전성 심사 통과
당초 내년초 수입 허용수순
책에 “개발 후회” 양심선언
멜라닌 억제한 GMO 감자
병균·독소 쌓일수도 주장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유전자변형(GMO) 감자의 수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작 해당 GMO 감자를 개발한 미국 과학자가 건강에 위험성을 경고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GMO 감자는 미국 내 감자의 고장으로 불리는 아이다호주에 위치한 냉동건조 감자 생산업체 심플로트가 개발한 ‘SPS-E12’다. 전 세계 맥도널드 감자튀김의 80%가량을 공급하는 세계적인 감자 생산업체인 심플로트가 개발한 SPS-E12는 주로 감자튀김용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감자를 120도 이상 고온에서 튀기면 감자 내 아스파라긴과 환원당 성분이 서로 빠르게 합성 반응을 일으키면서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발암가능물질이 생성된다. 하지만 SPS-E12 GMO 감자는 유전자변형 기술을 활용해 이 같은 합성 반응 농도를 낮춰 아크릴아마이드 발생을 줄이는 한편 멜라닌 성분을 억제해 감자가 검은색으로 쉽게 변하지 않도록 했다. 이 같은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해 미국 정부는 2014년 상업화를 허용했고 이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이 상품 승인을 해줬다. 그리고 심플로트는 2016년 2월 국내 식약처에도 안전성 심사를 신청했고 식약처는 그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8차례에 걸쳐 ‘GMO 식품 안전성 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SPS-E12 감자 안전성에 대한 심사를 벌였다. 식약처는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환경부 등과 환경위해성 협의 심사를 완료한 뒤 SPS-E12가 인체와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GMO 감자 SPS-E12 안전성 심사 결과 보고서’는 “SPS-E12가 지금까지 식품으로 섭취해온 감자와 비교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식약처는 식약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고 지난 8월 중순 GMO 감자 승인과 관련한 민원 설명회도 개최했지만 아직 최종 승인을 내지는 않은 상태다.식약처는 “이르면 내년 초 승인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후 수입 여부를 결정하면 GMO 감자가 국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심플로트에서 GMO 감자를 개발한 카이어스 로멘스 박사가 최근 출간한 ‘판도라의 감자 : 최악의 GMO(Pandora‘s Potatoes : The Worst GMOs)’라는 책에서 “GMO 감자 개발을 후회한다”고 고백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 책은 아직 국내에 출간되지 않았다.
로멘스 박사는 이 책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개발한 GMO 감자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들면서 심플로트 측에 재검토를 요구했을 땐 이미 기업 탐욕이 작동돼 멈출 수 없었다”고 폭로했다.
로멘스 박사는 2013년 심플로트를 퇴사해 GMO 감자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에 따르면 SPS-E12 GMO 감자는 ‘유전자 휴면(Gene Silencing)’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이를 통해 감자가 검은색으로 변색되는 것을 막았다. 감자를 검게 하는 멜라닌 성분은 세포를 보호해 병균 감염과 해충 침입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멜라닌이 없는 GMO 감자는 병균과 독소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변색 부족에 따라 세포 손상과 병균 침투로 독성 물질이 축적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문제가 있는 손상 조직을 식별하거나 제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로멘스 박사는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감자를 개량하는 건 큰 오류”라며 “모든 유전자는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남 의원은 “SPS-E12에 대해 안전성을 승인한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일본, 멕시코, 호주 등이지만 모두 로멘스 박사가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에 승인한 것”이라며 “국내 식약처도 GMO 감자에 대한 안전성을 재심사한 뒤 안전성 의혹이 충분히 해소될 때까진 GMO 감자를 식품으로 승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승인 절차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식약처가 GMO 감자에 대해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직후 6월 중순부터 한 달간 식약처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수렴에 나섰지만 제출된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안전성 심사가 진행되는 줄 몰랐던 국민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로멘스 박사의 문제 제기에 대해 애초 식약처는 “한 과학자의 의견만으로 안전성 여부를 결론 내리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아직 승인이 완료되지 않은 데다 반론이 나온 만큼 추후 승인 절차에서 이를 반영해 재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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