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8일 땅콩과 땅콩을 노려보는 듯한 소녀의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미국 인구의 1~2%는 땅콩에 알레르기(알러지)를 갖고 있다. 대부분은 어린 아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땅콩 한 알의 1000분의 1 이하만 몸 속에 유입돼도 호흡곤란, 구토, 가려움증, 소화 불량 증상을 호소한다. 체내 면역 시스템이 땅콩에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이언스는 최근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땅콩 알레르기 면역치료법을 소개했다.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약화된 바이러스를 주사하는 백신처럼 미량의 땅콩 성분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수개월에 걸쳐 점차 땅콩 성분의 양을 늘려 나가는 게 치료법의 기본 골격이다. 다만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과는 반대로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빵 같은 음식물을 통해 의도치않게 소량의 땅콩 성분을 섭취했을 때 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다. 현재 임상시험을 통해 세계적으로 3000여 명의 환자가 이런 방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몸에는 ‘이뮤노글로불린E(IgE)’으로 불리는 항체가 매우 많다. 땅콩 성분이 유입되면 이 항체가 땅콩 단백질의 특정 항원을 인식하고, 각종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혈관 주위의 비만세포와 결합한다. 비만세포는 히스타민 같은 화학물질을 분비하며 백혈구의 공격을 활성화 시킨다. 면역치료제는 IgE와 경쟁하는 ‘IgG4′ ‘IgA‘ 등 항체의 증식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비만세포가 덜 활성화되도록 도와 준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약회사 에이뮨이 개발한 경구 투여 면역치료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약은 올해 2월 3상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됐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 372명을 대상으로 12개월 동안 2주 간격으로 알약을 투여한 결과, 전체 환자의 96%가 땅콩 한 알을 먹고 큰 불편함을 주지 않는 가벼운 증상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84%는 땅콩 두 알까지, 전체의 63%는 땅콩 세 알까지 무리가 없었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DBV테크놀로지는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땅콩 면역치료제를 개발했다. 에이뮨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의 땅콩 성분을 피부를 통해 흡수시킨다. 땅콩 한 알을 무려 3년에 걸쳐 먹는 것과 같은 적은 양으로 1년간 치료를 받는 것이다. 지난해 DBV는 400여 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치료 전에는 평균적으로 땅콩 한 알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였지만, 치료 후에는 땅콩 세 알에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언스는 “두 면역치료제는 내년 판매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일부 환자들에게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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